방구석 헌터가 성좌를 사칭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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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림
작품등록일 :
2024.07.25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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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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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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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길드

DUMMY

‘젠장, 지금은 준비가 덜 됐는데.’


겉으로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사실 꽤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반지도 6개 밖에 없는데···. 괜찮으려나.’


‘반지’

아바타로 만든 ‘아티팩트’로, 여기에는 내 영혼 1%가 담겨있다.

기능은 간단했다.

바로 나를 대신해서 반지가 감정 스킬을 쓸 수 있었다.


이것 덕분에 나는 감정 스킬을 여러 번 쓸 수 있었고, 부담 없이 S급 감정사로 코스프레할 수 있었다. 


원리는 쉬웠다.

‘아바타 간에 스킬 쿨타임은 겹치지 않는다.’라는 메커니즘을 활용했다.

내 영혼의 1%가 담긴 아바타를 작은 반지 형태로 만든 다음, 적당히 감정하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반지에 메시지로 신호를 보낸다.

그럼 반지가 해당하는 물건에 감정을 사용하고, 알게 된 내용을 내게 메시지로 보내준다.


이러면 나는 본체의 감정 쿨타임이 겹쳐도, ‘반지’를 통해 감정을 한 번 더 쓸 수 있게 된다.

그것도 여러 번이나

어젯밤 나는 내 몸에 남은 70%의 영혼 중에 8%를 떼서, 1%짜리 반지를 8개 만들었다.

지금 본체에 영혼이 62% 밖에 없어서 어지럽긴 했지만, 저번에 아바타 레벨업으로 부작용이 줄어들어서 버틸 만했다.

다만 방금 전 십자가를 감정할 때, 있어 보이는 척하느라 반지를 2개를 소모한 게 무척 아까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김요한이랑 마주칠 때 쓰지 말걸.’


1% 반지의 감정이 만능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열화된 스킬을 사용하기 때문에, 고유등급 아이템은 감정하지 못하고, 쿨타임도 무려 6시간이나 되었다.

그렇다고 쿨타임이 걸린 반지를 본체로 회수하는 순간, 본체의 감정도 쿨타임이 걸리기 때문에 얌전히 놔둘 수밖에 없었다.


‘뭐, 정확히는 감정만 사용한다면 방법이 있긴 하지. 반지 8번과 본체 1번 쓰고, 회수한 다음 다시 아바타로 만들면 쿨타임을 줄일 수는 있으니까.’


하지만 눈앞에 S급 헌터를 두고 그런 수상한 짓을 하면, 바로 손모가지든 모가지가 날아갈 터.

그저 본체의 감정 스킬을 효율적으로 굴려야 했다.


‘역시 무기를 감정하는 게 나으려나?’


감정이 쿨타임이 5분이니, 우선 딱 봐도 귀한 것을 미리 감정해야지 앞으로 대처하기 좋을 것이다.


마법사에게 가장 귀한 도구라면 바로 ‘지팡이’.

정하늘이 타고 있는 지팡이는 루X의 폭풍처럼, 지팡이 머리에 하늘색 유리구슬이 둥둥 떠다니는 형태였다.


‘···근데 저 유리구슬은 뭐지?’


신비로운 기운을 내뿜으면서 천천히 자전하는 하늘색 유리구슬.

지팡이가 유리구슬을 가두는 것이 아닌, 유리구슬이 지팡이를 지배하고 있어 보였다.

마치 ‘지팡이’와 ‘유리구슬’이 다른 아이템인 것처럼.


나는 본능적으로 ‘유리구슬’에 스킬을 사용했다.


‘감정.’


띠링! 


삐빅!

[대상의 격이 너무 높습니다.]

[아이템의 일부만 감정할 수 있습니다.]


‘고유등급보다 높은 아이템? 설마 유산인가?’


[『칠보(七寶) : 유리(瑠璃)』]

[등급 : ???]

[신화 속 보석, 칠보(七寶) 중 유리(瑠璃)에 해당하는 보석입니다. ]

[첫 번째 권능 : 감응(感應)]

[두 번째 권능 : 공명(公明)]

[세 번째 권능 : ???]

[네 번째 권능 : ???]

[??? : ???/???]

[조건 충족 시 네 번째 권능이 해방됩니다.]

[ - 감정의 레벨이 낮아 확인할 수 없습니다- ]


‘···미친. 권능을 세 개나 뚫어놨네.’


역시 S급 최강자, 마도사 정하늘.

불사조 이만식이 신수화(神獸化) 시 단기적으로 S급 최강이지만,

장기전으로 가는 순간 마도사 정하늘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게 사실임을 체감했다.


“어머, 아가가 보는 눈이 있구나? 내 지팡이만 빤히 쳐다보고 있네?”


내가 고개를 들자마자 그녀의 지팡이만 쳐다본 나머지, 정하늘이 내게 질문했다.


“아, 실례했습니다. 참 예쁘고 좋은 물건인지라, 부길드장님께 어울리는 물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전 김요한의 경우에는 워낙에 사람이 서글서글해서 편하게 대했지만, 정하늘에게는 깍듯하게 행동했다.

크로노스 길드장이 몇 년 공식적인 활동이 없는 만큼, 실질적으로 길드를 이끄는 사람은 부길드장 정하늘.

모든 사람이 ‘서울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만큼, 나는 조심하게 행동했다.


“지팡이 좋아 보이디? 이래 봐도 맞춤 제작품이라 비쌌거든.”


나를 향한 시험.

반지로 지팡이까지 감정할까 고민했지만, 적당한 말로 받아넘기기로 했다.


“지팡이에 달린 ‘유리구슬’이 반짝거리는 게 참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내 대답에 정하늘은 살짝 놀라더니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어머어머. 진짜로 보는 눈이 있구나? 지팡이와 ‘유리구슬’을 구분할 줄이야.”


정하늘은 하늘에서 내려와 신전에 발을 디뎠다.


또각또각.


그녀는 내게 다가오더니, 눈에 마나를 머금어 나를 응시했다.

5초간의 불편한 눈싸움이 끝나자 그녀는 미소와 함께 말했다. 


“카르마 측정도 10층으로 나오는데, 그걸 벌써 꿰뚫어 봐? 이거 진짜 물건이네.”


짝!


“좋아. 직업에 대해 궁금한 게 많지만, 한 번에 끝내는 게 좋으니 조금만 기다리자꾸나. 어차피 그 친구들도 곧 올 거니까··· 아니, 한 명은 이미 도착했네.”


후끈.


공기가 뜨거워졌다.

마치 근처에 산불이라 일어난 듯한 열기가 피부로 느껴졌다.

누군가가 계속 공기를 신전으로 밀어 넣는 듯, 강한 열기의 바람이 위에서 불고 있었다.


화르륵.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한 명의 남자가 날갯짓을 하며 내려오고 있었다.


“···누님. 방금 보낸 소식 사실입니까?”


털썩.


그는 땅에 착지한 다음, 등 뒤에 튀어나온 불꽃의 날개를 접고 정하늘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정하늘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무렴. 6번째가 나타났구나.”

“세상에. 두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나타나다니.”


피닉스의 길드장, 이만식이 흰 코트를 털며 나를 쳐다보더니, 내가 달고 있는 ‘작은 별’을 보자 깜짝 놀라며 경악했다.


“······?!”

“무슨 문제라도 있니? 만식아?”

“아, 아닙니다. 별것 아닙니다.”


정하늘은 이만식의 행동에 이해가 안 간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만식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그의 두 눈은 내 ‘작은 별’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흐음~ 우리 찬이는 언제 오려나?”

“쯧. 그 녀석이야 탑에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현실보다 탑에만 눌어붙어 있는데, 제때 오려는 건지.”

“뭐, 그래도 급한 거 아니면 곧 오겠지. 6번째가 탄생한 소식인데.”


정하늘과 이만식은 남은 한 사람을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최근에 좋은 거 주워 먹었나 봐? 얼굴색이 좋아 보이네?”

“뭐, 여윳돈이 생겨서 보약 하나 지어 먹었습니다.”

“쯧쯧. 그런 거 있으면 나한테나 언질이라도 주지 그랬어.”

“···누님이야 말로 주름 없는 피부를 가지시고 있는데, 영약 조금만 나눠주십쇼.”

“어머어머. 얘 봐라. 내 피부가 고운 것은 유전이란다. 아무것도 챙겨 먹는 게 없어요~”

“어린 아이도 믿지 않을 그런 망언을···.”


꿀렁꿀렁.


둘이서 잡담을 나누던 와중, 갑자기 신전의 그림자가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왔구나.”

“···늦었네.”


그러더니 그림자가 발딱 일어나서 아치형의 게이트를 만들었다.


저벅저벅.


그곳에서 칠흙의 갑옷을 입은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투구, 갑옷, 대검 등등.

모든 것들이 밤과 같이 어두웠고, 오로지 눈만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스르륵.


“···내가 제일 늦었나 보군.”


그의 중후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전신을 감싸던 갑옷이 실처럼 풀어 헤치며 남자의 그림자로 들어갔다.


“그럼 어서 시작하지.”


나이트 길드장, 흑기사 강찬이 붉은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만식이 어이없어 하는 말투로 핀잔했다.


“허. 자기가 제일 늦었으면서, 폼은 제일 잘 잡어.”

“어차피 거의 확정된 것 아닌가? 우리가 모일 정도면 형식적인 절차만 남았겠지.”


짝!


“뭐, 찬이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늦은 사람이 미안한 척이라도 하는 게 예의겠지?”


정하늘이 강찬을 향해 미소를 짓자, 그는 혀를 차며 말했다.


“···쳇, 사과하지”

“좋아, 그럼 시작하자. 만식아.”


이만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헌터, 이찬희는 S급 직업을 각성한 것이 맞습니까?”

“넵, 맞습니다.”

“1차 테스트, 마력 측정 통과. 2차 테스트, 카르마 측정 통과. 3차 테스트, 직업 스킬 통과.”


화르륵.


갑자기 새하얀 불꽃이 내 발밑에서 피어올랐다.

불은 내 몸을 타고 올라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뜨겁지 않고 따뜻한 불꽃이었기에, 화상을 입지는 않았다.


“그럼 마지막 테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헌터 이찬희는 질문에 대해 답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분명 이 질문에 정답을 맞히지 못하면, 따뜻한 불꽃이 곧 나를 태워 버릴 터.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대답했다.


“넵, 알겠습니다.”


이만식이 질문했다.


“1층 클리어 시, 히든보상은 무엇입니까?”


답은 김이 샐 만큼 쉬웠다.

실제로 얻은 보상이고, 그 흔적이 내 몸속에 흐르고 있지 않은가.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최하급 마력 영약, 조건은 마나를 각성한 채로 1층 클리어. 맞지 않습니까?”


이만식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축하하네. 자네는 지금부터 S급 헌터일세.”


짝.짝.짝.


“요즘 운수가 좋아~ S급이 무려 두 명이나 추가되다니.”


강찬은 의례적인 박수 한 번 하고는 바로 내게 질문했다.


“그래서 길드는 어디에 갈 거지?”


그러자 이만식은 강찬을 향해 째려보며 나무랐다.


“아니, 방금 S급 전직한 애한테 바로 용건부터 묻는 거야?”

“문제라도 있나? 어차피 다들 그것 때문에 모인 거 아닌가?”


강찬은 마나로 이뤄진 검은 실을 뿜으며 말했다.


“최초의 S급 서포터. 이 녀석이 제대로만 커서 50층으로 진입만 한다면 파급력이 어마어마할 터.”


검은 실이 내 몸을 감싸며 옭아맸고, 일부는 안대가 되어서 내 오른 눈을 가렸다.


 “아낄 수 있는 감정석의 개수. 이 녀석의 능력을 다른 이세계인들에게 팔았을 때 얻는 수익. 유산을 얻을 시, 권능 해금 조건을 알아내는 것도 지금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겠지.”

“······.”


강찬의 말에 이만식은 침묵을 유지했다.


“게다가 50층대에서 떠도는 전설까지 고려하면···. 이거 피바람이 불 수도 있겠군.”

“뭐, 찬이 말이 틀리진 않지.”


정하늘도 부장하지 않았다.


“이찬희 헌터? 아가가 생각한 것 보다, 다들 너한테 관심이 많단다. 네 유무에 따라서 앞으로의 길드의 방침이 완전히 바뀔 테니.”


정하늘은 마법으로 바닥에 두 개의 원을 그렸다.

각각 검은색과 흰색 원이었다.


“아가에게는 두가지 선택권이 있단다.”


그녀는 왼쪽 검은색 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첫 번째는 간단해. 지금 어느 길드에 입단할지 결정하는 거지. 아무래도 지금 계약하면 지원도 잘해 줄 것이고, 탑을 오르는 데 있어서 많은 정보도 주겠지.”

“산상노인(山上老人)이 방법으로 나이트 길드에 입단했지.”



그녀는 왼쪽 흰색 원을 가르키며 말했다.


“두번째는 40층까지 돌파하고, 이것저것 경험한 다음에 계약하는 거지. 이러면 너가 하는것에 따라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명심하고.”

“두 달전에 각성한 류아리가 이 선택을 했었다네.”

“그럼 고민하고 답해줘”


크로노스, 나이트, 피닉스의 대표들이 내 대답만을 기다렸다.

나는 잠깐 고민한 다음, 원래 계획한 대로 말하기로 결정했다.


“정했습니다.”


세 사람의 시선이 한 곳에 모였다.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어느 길드에도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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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최초 클리어 보상 +1 24.08.10 286 11 13쪽
18 창조 경제! 24.08.09 283 15 14쪽
17 유산 각성?! 24.08.08 286 12 13쪽
16 내 영약재료...! 24.08.07 303 11 14쪽
15 웨어울프 +1 24.08.06 294 12 12쪽
14 유산 : [불침갑(不侵甲)] 24.08.05 310 13 12쪽
13 가짜 축복 24.08.04 305 18 13쪽
12 첫 번째 공물 24.08.03 296 13 14쪽
11 ...너무 쉬운데? 24.08.02 297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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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딴게... 체력영약?! +1 24.07.31 327 12 12쪽
8 영약 획득 +3 24.07.30 339 15 14쪽
7 자동 수금 on! +1 24.07.29 357 19 15쪽
6 인기 검색어 1위 24.07.28 380 17 12쪽
5 뭐?? 돈이 복사가 된다고? 24.07.27 394 22 14쪽
4 이 코인은 이제 제 겁니다. 24.07.26 422 20 12쪽
3 성좌 코스프레 24.07.25 473 25 13쪽
2 방구석 상인 +1 24.07.25 499 23 14쪽
1 각성 +5 24.07.25 614 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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