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헌터가 성좌를 사칭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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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림
작품등록일 :
2024.07.25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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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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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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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검색어 1위

DUMMY

자동화는 오랜 시간 투자해서 시행착오를 겪을 것 같으니, 우선 잡화점에 먼저 들렀다.


퍼엉!


“2렙 상점은 더 좋은 물건을 팔겠지?”


끼익.


잡화점에 들어가 보자, 예전보다 내부가 조금 커졌다. 먼지도 조금 줄어든 것 같고 구석에 거미줄도 많이 사라졌다.

깔끔해진 진열대에는 총 10가지의 상품이 있었다.

그중 랜덤한 물건이 진열된 곳을 먼저 둘러봤다.


“막대사탕, 부채, 계산기, 시계, 스피커, 폰케이스···. 아니 진짜 쓸데없는 것만 나왔네.”


그나마 쓸만한 거는 계산기와 시계 정도?

계산기는 나중에 돈 단위가 늘어나서 암산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용으로 구매했다.

시계는 아무 것도 없는 대기실에 있으면서 시간 감각이 둔해져서 불편한 참이었기에 바로 샀다.

두 개 가격을 합쳐도 10코인밖에 되지 않아서 부담이 없었다.


“잡화점 주인이 내 맘에 쏙 드는 물건 4개는 꼭 가져왔겠지?”


시선을 돌려 내게 필요한 물건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초보 모험가의 갑옷]

[개수 : 10]

[가격 : 8,000 코인]


[제식용 전투화]

[개수 : 10]

[가격 : 1,000 코인]


[현자의 만년필]

[개수 : 1]

[가격 : 10,000 코인]


[현자의 수첩]

[개수 : 1]

[가격 : 20,000 코인]


[소지금 : 202,000 코인]

[품목 갱신 : 6일 23시간 33분]


“오케이. 다행히도 갑옷과 전투화가 나왔네.”


고블린을 안전하게 잡기 위한 필수품!

내 규칙적인 일상을 위해서라도 저 물건들은 필수였기에 바로 구매했다.


[구매 완료]

[소지금 : 194,000 코인]


아직 직업 레벨업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코인은 여전히 넉넉했다.

그런데도 나는 뒤에 두 물건을 보며 한참을 고민했다.


“현자의 수첩과 마나펜? 대체 왜 갑옷이나 검보다 비싼 거야?”


잡화점 레벨이 올라가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내가 그만큼 비싼 물건을 원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여태껏 보았던 물건과 단위가 다른 가격이었다.


“그렇지만 수첩과 펜은 꼭 필요하긴 할 텐데···.”


앞으로 지속해서 돈을 빨아먹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를 관측했으며 무엇을 했는지 기록해야 하니 저 두 물건은 꼭 필요했다.


“제발 그만큼 가치가 있는 물건이었으면 좋겠다!!”


띠링!


[구매 완료]

[소지금 : 163,000 코인]


“와···. 정말 쓰는 것은 한순간이구나.”


다음 주를 위한 여윳돈 5만 코인에, 직업 레벨업을 하기 위해 아껴둔 5만 코인을 제하면 6만 코인밖에 남지 않았다.

고작 3렙 스킬을 2번밖에 할 수 없는 돈이었다.


“뭐, 일단 내가 산 물건이 제대로 된 물건이지 먼저 확인해 봐야지”


덜컥.


나는 우선 갑옷과 전투화를 살펴보았다.

갑옷은 무두질과 경화처리를 거쳐서 그런지 흐물흐물하지 않고 단단했다. 고블린의 공격은 충분히 막을 수 있어 보였다.

전투화 또한 군대에서 쓴 것보다 훨씬 튼튼하고 착용감이 좋았다.


“좋았어. 그럼 검과 방패까지 있으면 무적이겠네!”


왼손엔 방패, 오른손에 한손검을 쥐어서 가상의 고블린이 있다고 생각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어라라···?”


하지만 갑옷의 무게 때문인지 전보다 내 움직임이 전보다 느려졌고, 내가 방심한 와중에 상상 속의 고블린이 단검을 내지르며 내 머리통을 꿰뚫었다.


“크흑. 젠장. 이렇게 해도 못 이긴다고?”


털썩.


나의 처참한 전투력에 나는 분한 나머지 들고 있던 방패를 던졌다. 하지만 수수깡이나 다름없는 팔로 무거운 방패를 던지자 그리 멀리 날아가지도 못하고 힘없이 떨어졌다.

그 모습에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하. 미치겠네···.”


나는 갑옷과 전투화를 벗어놓아 구석에 처박고, 대기실에서 울상을 지으며 누웠다.


“에휴. 내가 돈 좀 벌었다고, 뭐가 된 줄 알았는데. 역시 난 허접해···.”


시간을 보니 이미 대기실에 갇힌 지 24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어차피 대기실에 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나는 잠시 탑을 벗어나서 현실로 돌아가기로 했다.


* * *


후루룩


“캬. 역시 얼큰한 라면이 최고다.”


유명 헌터 유튜버가 스킬로 기묘한 서커스를 하고 있는 영상을 반찬으로 삼아 책상에서 저녁을 해치웠다.

원래라면 계란까지 풀었겠지만, 일주일 전부터 알바를 그만두었기 때문에 돈을 아끼기 위해 넣지 않았다.


“음···. 그래도 모아둔 돈이 있으니까 3개월은 버티겠네.”


하지만 다르게 말하자면 3개월 후에는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어떻게든 지금부터 운동해서 고블린을 잡을 수 있을 만큼의 체력을 길러 1층을 클리어하거나, 아니면 잡화점의 레벨만 올려서 영약을 구매한 뒤 1층을 클리어해서 알바를 구해야 했다.


앞으로의 미래를 걱정하던 와중, 한 가지 불만이 튀어나왔다.


 “아니, 근데 내가 히든 직업이나 얻었는데 알바를 해야 해?”


대한민국에 공식적인 히든 직업은 단 1명.

크로노스의 길드장밖에 없었다.

S급 헌터도 5명 밖에 없는데, 그보다 희귀한 것이 바로 히든 직업이었다.


그런데 그 히든 직업을 가지고 고작 알바한다는 것이 묘하게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탑에서 물건을 파는 것으로 현실에 돈 벌 방법이 있을까?”


고민해 보았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내가 히든직업이라고 밝히면 분명 3대 길드에서 영입 시도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입단하고 좋은 집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며 승승장구하면 좋겠지만···.


분명 내가 나타남으로써 길드 간의 균형이 깨지면, 피해를 받은 상대 길드에서 암살을 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크로노스 길드장도 암살 시도를 많이 당했다고 하니, 훨씬 약한 나는 분명 자객들에게 습격받을 것이다.


그래도 길드 차원에서 나를 지켜주겠지만···.

그만큼 내가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기대치만큼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유일한 히든직업인 크로노스 길드장은 자기 능력을 십분 발휘해, 서울에 있는 모든 사람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전 세계 곳곳에서 던전브레이크로 사망자가 매년 수천, 수만 명씩 찍혔지만, 대한민국의 서울만큼은 던전브레이크로 단 한명도 죽지 않았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기에,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히든 직업의 기대치는 다른 S급 헌터와 비교가 되지 않았다.

분명 크로노스 길드장 만큼은 아니어도 최소한 절반은 활약해야 할 텐데, 고작 물건을 사고파는 것으로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 생각에는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최종적으로 잡화점 싸개로 전락할 가능성이 제일 높을 것 같았다.


“그러니 나는 방구석에서 물건만 팔아야 하는 건데···.”


 우선 신분을 숨기면서 돈을 벌 방법을 궁리해야 했다.

어떻게든 히든 직업으로 바깥세상에 도움이 될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을 해보던 와중, 한가지 망상이 떠올랐다.


“다른 창작물에서는 탑과 현실을 물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종종 나오지 않나? 딱 봐도 내가 적합하긴 한데.”


탑에서 얻은 코인, 무기, 아티팩트들은 현실로 가지고 나올 수 없었다.

그래서 가끔 현실로 가져올 수 있는 아이템인 유효품의 경우에는 사소한 물품이라도 아주 비싼 값으로 거래가 되었다.


만약 내가 스킬을 성장해서 내가 산 물건을 현실로 가져올 수 있다면?


예를 들자면 ‘소환’.

내 소유물을 지정한 위치에 이동시킬 수 있는 스킬이었다.

만약 이 스킬의 레벨을 높인다면, 어쩌면 탑과 현실 간의 벽을 허물고 물건을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캬. 그럼 잡화점에 있는 잡템들만 사서 당근만 해도 얼마야. 충분히 사치 부리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럼 이제 매 끼니를 라면과 삼각김밥이 아니라 배달시켜 먹을 수 있었다.

짜장면만 먹는 것이 아닌, 간짜장에 미니 탕수육을 시키는 호사를 부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아직 망상의 이야기.

차가운 현실을 깨닫자 한숨을 푹 쉬었다.


“하···. 그러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사기 쳐야지.”


라면을 다 먹은 후 설거지를 한 뒤, 헌터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았다.


헌터 커뮤니티.

해외에 있는 한 히든 직업의 헌터가 만들어낸 사이트로, 헌터로 각성한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사이트였다.

대부분의 정보는 영어로 되었지만, 나라별로 사이트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한국인들이 쓰는 커뮤니티로 바로 들어갔었다.

아직 제대로 써본 지 일주일밖에 안 됐지만, 지난 백수 생활하며 여러 커뮤니티를 돌아다닌 경험 덕분에 익숙하게 이용했다.


여러 게시판이 있었지만, 가장 재미있는 익명 게시판에 들어가 보았다.


[23층에서 물렸네 ㅋㅋㅋㅋㅋ(2)]

[골렘새끼 때문에 벌써 검 부서졌잖아 ㅅㅂ(5)]

[찬양하라. G.O.A.T 크로노스 (4)]

[벌써 50층 30트네 ㅁㅊ (11)]

[사당코인 떡상 드가자~!!(49)]


원래 댓글이 많은 글일수록 꿀잼인 법.

나는 홀린 듯이 클릭해 보았다.


[사당 코인 떡상 드가자~!!]

저번 주에 1,000 코인, 이번 주에는 3,000 코인. 

이론상 1년 뒤면 6,4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코인임 ㅋㅋㅋㅋㅋ

역시 성좌님이십니다!!


[일주일 이율이 10펀데 어떻게 그만큼 성장함? 저능아임?]

 ㄴ [코인 물렸다잖아~ 이미 정신줄 놓은듯 ㅋㅋㅋㅋ]

[또또 어그로 끄네. 미친넘들. 대기실에 왜 NPC가 나오냐?]

 ㄴ [이 새끼 눈까리 삐엇나? 벌써 50명이나 봤다고 인증글이 올라왔는데 아직도 안 봄?]

 ㄴ [인증 사진이 없는데 그걸 믿냐? 알바한테 다 속네, 븅신 ㅋㅋ]

 ㄴ [에휴 답정너네. ㅅㄱ]

[왜나만사당없어?왜나만사당없어?왜나만사당없어?]

[야, 이거 진짜 사당, 성좌의 흔적 아님? 이번 주에도 또 나왔네.]

 ㄴ[지랄 ㄴㄴ 50층 이상에서만 성좌 나온 거 모름?]

 ㄴ[그럼 이번이 처음인가 보네.]

 ㄴ[야, 쟤 유명한 성좌무새임. 무시하셈]

[이 모든 것은 크로노스길드의 비밀 수작입니다! 여러분 모두 나이트 길드에게 힘을 몰아줘서 악독한 크로노스 길드를 몰아내야 합니다!!]

 ㄴ [낱평 ㅋ]

 ㄴ [클평 ㅋㅋ]

[안녕하세요. 피닉스 길드입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연락 가능하겠습니까?]


“이게 뭐야···?”


내가 돈 빨아먹으려고 만든 ‘잊힌 사당’이 의외로 사람들에게 화제인 것 같았다.

관련된 글이 또 있나 싶어 검색창을 클릭자, 정말 예상하지 못한 것을 발견했다.


[인기 검색어]

1. 성좌 (new)

2. 사당 (new)

3. 던전 브레이크 (-)

4. 크로노스 (-2)


“인···인기 검색어 2위?!”


한국인 헌터 수만 명이 사용하는 커뮤니티에서 ‘사당’이 무려 인기 검색어 2위에 달성했다.


게다가 인기 검색어 1위는 바로 ‘성좌’.

원래 같으면 별 시답잖은 떡밥으로 가득한 글이었겠지만, 방금 읽은 글을 떠올리면 내 이야기와 관련될 수 있었다.


나는 벌벌 떨린 손으로 ‘성좌’을 검색해 보았다.


[이번에 나타난 ‘성좌’ 떡밥 총정리 (221)]

[나도 사당 나타났네. ‘성좌’님에게 홀린 듯 3,000 코인 박음 ㅋㅋ(16)]

[사당 진짜 ‘성좌’의 흔적 아님? (66)]

[사당이 ‘성좌’와 전혀 관련 없는 이유(스압) (145)]

[왜 이번에는 사당만 나옴? 신비의 상인은 왜 없음? ‘성좌’는 상인감수성 부족함?(8)]

[사당에 돈 넣은 헌터 특 = ‘성좌’ 구경도 못 해 본 쩌리임ㅋ (22)]


“···대박이다!”


아직 내게 모두가 호의적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렇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였다.

사당이 낯설 경우에는 돈을 넣지 않으려 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인증글이 많이 올라온다면 주저하지 않고 돈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헛짓하지는 않았구나.”


솔직히 말하자면 느낌 있게 아바타 모델링하는 것도 빡쎘고, 어떻게 하면 메시지가 촌스럽지 않을지 고민을 진짜 많이 했었다.

그러면서 다들 헛것 취급하면 나중에 다른 것은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 많이 했는데, 이렇게 다들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좋아! 그럼 직업 레벨업하고, 바로 자동화 시도해 봐야겠다.”


나는 자신감을 얻으며, 컴퓨터를 끄고 탑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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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첫 번째 신도 +2 24.08.12 183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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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3대 길드 24.08.11 253 10 12쪽
20 S급 헌터 코스프레 +1 24.08.10 275 10 13쪽
19 최초 클리어 보상 +1 24.08.10 286 11 13쪽
18 창조 경제! 24.08.09 283 15 14쪽
17 유산 각성?! 24.08.08 286 12 13쪽
16 내 영약재료...! 24.08.07 303 11 14쪽
15 웨어울프 +1 24.08.06 294 12 12쪽
14 유산 : [불침갑(不侵甲)] 24.08.05 310 13 12쪽
13 가짜 축복 24.08.04 305 18 13쪽
12 첫 번째 공물 24.08.03 296 13 14쪽
11 ...너무 쉬운데? 24.08.02 297 13 14쪽
10 1층 도전! +1 24.08.01 315 13 14쪽
9 이딴게... 체력영약?! +1 24.07.31 327 12 12쪽
8 영약 획득 +3 24.07.30 339 15 14쪽
7 자동 수금 on! +1 24.07.29 357 19 15쪽
» 인기 검색어 1위 24.07.28 380 17 12쪽
5 뭐?? 돈이 복사가 된다고? 24.07.27 394 22 14쪽
4 이 코인은 이제 제 겁니다. 24.07.26 422 20 12쪽
3 성좌 코스프레 24.07.25 473 25 13쪽
2 방구석 상인 +1 24.07.25 499 23 14쪽
1 각성 +5 24.07.25 614 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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