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헌터가 성좌를 사칭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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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림
작품등록일 :
2024.07.25 00:27
최근연재일 :
2024.08.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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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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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딴게... 체력영약?!

DUMMY

반짝.


진주 같은 영약이 조명을 반사해 은은하게 빛났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보석이라고 설명해도 믿을 정도로 반짝였다.


“좋아. 늦기 전에 먹어야지.”


귀한 영약인 만큼 일주일 기다려서 ‘현자의 영약 복용법’ 같은 물품을 구매해서, 제대로 익힌 다음 먹고 싶었다.

하지만 괜히 시간만 끌다가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누리지 못하면 그것대로 문제일 터.

어차피 기초 마력 운용법을 배우는 것으로 최소한의 준비는 마쳤으니, 오늘 바로 복용하기로 했다.


“···너만 믿는다!”


지금까지 고블린을 무찌르기 위해 다양한 장비를 구매했지만, 아직 큰 도움이 된 것은 따로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잡화점에 나온 영웅 등급의 영약은 그야말로 천재일우의 기회!

귀한 물건은 랜덤하게 나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근시일 내에 영약을 다시 얻기 힘들 것이다.


“후우···.”


나는 심호흡을 한 뒤, 케이스에 담긴 영약을 조심히 꺼내곤 입에 넣었다.


냠.


영약을 입 안에서 혀로 굴려보자, 익숙한 한약의 쓴맛이 느껴졌다.

굳이 오래 즐기고 싶은 맛은 아니었기에 바로 삼켰다.


꿀꺽.


분명 소화가 되자마자 폭발적인 기운이 솟구칠 터.

나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마나를 계속 순환했다.

혹시나 자세를 풀었다가 영약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면, 그대로 50만 코인이 날아갈 수 있었다.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에 최대한 집중해서 체내를 관조했다.


그렇게 나는 시간을 쪼개어 영원과도 같은 찰나를 보냈다.


.

.

.


“···뭐야? 별거 없는데?”


영약을 먹은 지 꽤 지났건만, 신체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기껏 가부좌 틀어서 기다렸지만 아무 반응이 없어서 그런지 약간 실망했다.


“어휴. 이럴 줄 알았으면 좀 편하게 있을걸.”


허리가 아파서 잠시 스트레칭하기 위해 일어나려는 순간.


두근.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두근.

감각이 평소보다 몇 배는 예민해진 듯, 심장 소리가 바로 근처에서 들렸고 몸속에 있는 마나의 흐름을 훨씬 자세하게 느졌다.

그 덕분에 내가 섭취한 영약이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있었다.


두근.

영약은 위산에 의해 녹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 안에 있는 마력이 새어 나와 내 심장을 감싸고 있었다.

폭발적인 기운이 담긴 영약의 마력이 심장을 자극하자,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귀에 가까이 댄 듯 들렸던 것이었다.


두근.

딱 봐도 심장 근처에 영약의 기운을 방치하면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았기에, 영약의 마나와 내 마나을 섞은 다음 단전에 모았다.

쉽지 않은 기예였지만, 내 목숨이 걸려있다고 생각하니 어찌저찌 성공했다.

덕분에 두근거리는 소리는 줄어들었지만, 다른 문제가 튀어나왔다.


‘뜨거워!’


단전이 녹아버릴 것 같다.

분명 단전은 마나를 담는 기관이건만, 영약의 기운을 버티지 못하고 있었다.

영약의 마나를 단전에 계속 담았다가는 단전 자체가 그대로 망가지며 주화입마에 빠질 것 같았기에, 나는 몸 곳곳에 뻗어 있는 혈맥에 영약의 기운을 보냈다.


두근! 

심장 소리와 함께 어마어마한 통증이 밀려왔다.


"으아아아아!“


분명 나는 체력을 올리기 위해 체력 영약을 먹었건만, 영약의 기운은 내 신체를 파괴하려는 듯 온몸 곳곳에 있는 근육을 찢었다.

이대로 장기나 신경이 다쳐서 불구가 될 것 같았다.


“···크윽.”


고통을 간신히 버티며 체내를 관조하자, 다행히도 영약의 마력은 근육만 손상하는 듯, 중요한 부위를 피해 날뛰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고통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흐트러진 자세로 바닥에 뒹구는 수밖에 없었다.


‘왜 이렇게 아픈 거지?! 설마 내가 잘못 먹었나?’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머릿속으로 고민하던 와중 문득 ‘체력’이라는 것에 의문이 들었다.


‘체력? 대체 몸이 아픈 게 체력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이성으로는 전혀 이해되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체력에 대한 의문이 풀리면 영약을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게 될 것 같았다.


‘생각해! 이찬희! 이러다 50만 코인이 날아가고, 너도 죽는다!’


체력.

체력은 어떻게 하면 올라갈까?

게임처럼 방어력이 높이기 위해서 피부가 단단해지고, 피통을 늘리기 위해 혈액량이라도 늘려야 할까?


아니다.

현실에서 체력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통념을 생각하면, 오래 달리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있으면서 쉽게 지치지 않아야 했다.


즉,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근육이 많아야 했다.

부수적으로는 인대, 관절, 뼈가 튼튼해야 하며 심폐 또한 쉽게 지치지 말아야 했다.


그럼 근육은 어떻게 강해지는가?

학창 시절 적당히 공부했으면, 근육이 성장하는 기본적인 원리는 다들 알 것이다.


바로 근육은 근섬유의 손상과 재생을 통해 성장한다.

이때 단백질과 기타 요소들이 합성되면서 근육이 커지고 강해진다.


그럼 어떤 근육이 뛰어나야 할까?

하체가 튼튼해지면? 등 근육이 갈라질 정도면? 근육의 크기보다는 실전 압축으로 강해져야 하나?


그 질문에 체력 영약은 간단한 해답을 내렸다.


바로 전부라고.

모든 근육에 상처를 입히고 회복하는 것으로 체력을 상승시키는 것이다.


“크으윽!!”


팔, 다리, 엉덩이, 등, 복근.

내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근육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군대 유격훈련이 이런 느낌일까?

공익이라 군대에 가보지 않았지만, 그 힘들다는 유격훈련도 이것보다 못할 것 같았다.


“으아악!!”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지만, 지금처럼 누워있으면 마나의 순환에 분명 방해가 될 터.

나는 억지로 몸을 움직여 가부좌를 취했다.

다만 고통 때문에 완벽한 자세는 아니고, 모양새만 겨우 갖췄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영약의 후유증을 회복할 수 없었다.


‘대체 뭐가 부족한 거지?’


나는 한 번 더 고민했다.

대체 어떤 것이 빠져서 영약의 흡수가 이렇게 고통스러운지.

넝마가 된 근육을 어떻게 하면 회복할 수 있는지.


‘회복···. 근육을 재생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 대신에 쓸만한 것이?’


···!


“마···나!”


영약을 먹는데 왜 기초 마력 운용법이 필요할까.

단순히 영약의 기운을 넓게 퍼트리기 위해서?


아니.

바로 내 몸에 있는 마나를 비료로 삼아 손상된 몸을 회복시켜야 했기 때문이었다.


“허억! 허억!!”


단전에 담긴 마나를 뽑아내서 순환시키자, 영약의 기운이 적게 물든 마나가 근육에 스며들며 치유되었다. 

덕분에 고통이 조금 줄어들었다.


이제 한숨을 돌렸다고 생각이 들 무렵.


두근!


“크아아악!!”


영약의 폭력적인 기운이 다시 근육을 파괴했다. 다행히도 마나가 근육 근처에 충분하게 있어서 바로 치유했다. 

하지만 이번 한 번으로, 온몸에 퍼져간 마나가 전부 소모되었다.


‘다시··· 다시 마나를 운용해야 해!’


단전에 남은 마나는 한 줌밖에 남지 않았다. 

이걸로는 근육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일 터.

나는 가부좌 자세를 억지로 취한 뒤, 천천히 호흡했다.


“켁! 콜록!”


끔찍한 고통 때문에 어제 연습한 만큼 잘 되진 않았지만, 몇 번 호흡하자 다시 몸을 회복할 만큼의 마나가 모였다.

나는 재빨리 마나를 순환시켜 근육을 다시 회복했다.

이것으로 끝냈으면 좋겠지만 역시 영약의 기운은 다시 근육을 찢었다.


두근!


체력 영약의 원리는 간단했다.

영약의 기운이 근육을 찢는다. 그리고 복용자의 마나가 근육을 회복시킨다.

이것을 반복하면서 체력을 올린다.


언제까지?

영약의 기운이 다 소진되기 전까지.


다만 영약의 기운은 근육을 찢는 행위와 별개로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체력을 효율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 내에 나의 마나가 최대한 많이 공급돼야만 했다.


두근!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마나를 순환했다. 


.

.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체감상으로는 사흘 밤낮 동안 영약의 기운을 갈무리한 것 같았다.


치이익.


영약의 마력은 제 할 일을 다 한 듯 땀샘을 통해 기운이 빠져나갔다.

내 체내에 있는 노폐물도 같이 제거한 듯, 온몸에 찐득하고 썩은 냄새가 나는 땀을 흘렸다.


“허억. 허억.”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이딴 게 체력 영약이라고?

차라리 조선시대 때 사형수를 죽일 때 쓴 사약이 훨씬 몸에 좋을 것이다.


“두번 다시 영약 안 먹어야지. 차라리 pt어서 헬스나 해서 몸 가꾸는 게 더 빠르겠어.”


온몸에 끈적한 것들이 가득했기 때문에, 기운을 차리자마자 바로 현실로 돌아가 화장실에서 샤워했다.

거의 한 시간 동안 샤워하면서 세 번 이상 비누칠을 하며 악취를 지웠다.


“후우! 상쾌하구먼.”


탁.탁.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수건으로 몸을 닦으려 하자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잠깐···. 왜 내 몸이 탄탄하지?”


원래 내 몸은 지방이 가득하고 근육이라고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수건으로 몸을 닦으면 딱딱한 소리가 아니라 출렁이는 맑은소리가 들려야 했다.

하지만 방금 들린 것은 탄탄한 근육을 닦을 때만 울려 퍼지는 소리였다.


“설마···?”


황급히 화장실 안에 들어가, 김이 서린 거울을 닦았다.


“맙소사···!”


그러자 거울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서 있었다.


이쑤시개였던 다리는 근육으로 굴곡져 있었고,

등에 힘을 주자 탄탄한 광배가 볼록 튀어나왔으며,

항상 컴퓨터를 해서 라운드 숄더였던 어깨는 쫙 펴져 있었다. 


얼굴은 여전히 평범했지만, 몸이 달라진 것만으로 인상이 확 달라졌다.


“이게··· 내 몸?”


바디프로필을 찍거나 헬스장 관장 정도는 되지는 않지만,

나 어느 정도 운동한다는 사람의 몸이 완성되었다.


척. 척.


나는 TV에서 보았던 자세를 요리조리 취해보면서 내 몸을 감상했다.


“아···. 이게 헬스장에서 헬창들이 하라는 운동은 안 하고, 거울 앞에서 자세를 잡는 이유가 이거 때문이구나!”


내 몸이 마음에 들었다.

당장이라도 사진 찍어서 인스타로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괜히 내 몸이 달라진 것을 인터넷에 올렸다가는, 괜히 각성자로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냥 혼자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거. 영약 효과 진짜 좋네.”


비록 엄청나게 고통받았지만, 그 이상의 뛰어난 효과를 맛보자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


하급 영약 하나 만으로 이런 몸을 만들었는데, 만약 영약을 하나 더 먹으면?

또는 더 높은 등급인 중급 영약을 먹으면?!


찰싹!


“어우! 내가 미쳤구나. 그런 짓을 다시 하려고 한다니.”


그 지옥 같은 짓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냥 내 몸을 감상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얼른 대기실에 들어가 방어구와 무기를 장착하고 고블린을 때려잡고 싶었지만, 내 몸에 피로가 많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일단 집에서 한숨 자고 내일 하기로 결정했다.


* * *


“가볍다! 가벼워!!”


20시간을 내리 잠을 잔 다음, 바로 대기실로 들어왔다.

입장하자마자 바로 구석에 박힌 갑옷, 전투화, 투구를 장착한 다음 왼손엔 방패, 오른손에는 한손 검을 쥐었다.


폴싹.


방어구의 무게는 전처럼 큰 제약이 되지 않았다.

나중에 이 상태로 전력 질주를 하면 지장이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고블린 잡는 데 무리가 없어 보였다.


휘익.

깡!


한손 검도 야구 빠따를 휘두르는 것처럼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게 되었고, 방패도 내가 원할 때 바로 움직여 주었다.


“드디어 이것들을 쓸 수 있게 됐구나!!”


자, 그럼 다음에 할 것은?


“기다려라! 고블린! 내가 간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86
    작성일
    24.07.31 16:21
    No. 1

    네가 넣은 예금 받을래

    가챠 랜덤 물품 받을래 사기 치면 좋을 듯 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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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딴게... 체력영약?! +1 24.07.31 327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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