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헌터가 성좌를 사칭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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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림
작품등록일 :
2024.07.25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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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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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스 길드장

DUMMY

“저는 어느 길드에도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내 한마디에 다들 믿지 않는 말투로 말했다.


“흐음~”

“대체 왜 그런 선택을 한 거지?”


강찬은 자기 그림자를 조작해 내 몸을 감싸고는 강압적으로 협박했다.


“혹시나 네 몸값을 올리기 위한 행동이라면, 의미 없으니 집어치우거라.”


꽈악.

그림자가 완전히 내 몸을 쪼이자 한 발도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나이트에 들어오거라. 어차피 탑을 포기한 크로노스와, 올라올 능력이 부족한 피닉스와 다르게 나이트는 지금 이 순간에도 탑을 오르고 있다.

현실에 있어서는 고작해야 게이트에서 나온 잡템이나, 헌터들이 만든 조악한 아이템들, 그리고 가끔씩 나올법한 유효템이나 감정하겠지.

하지만 탑에는 훨씬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온갖 상등품과 고대, 전설로부터 내려온 유물, 그리고 성좌의 유산과 본 교단의 성유물까지.

그러니 네 능력인 감정은 오로지 탑에 올라야지 온전히 발휘할 수 있으며, 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나이트가 네게 적합할 것이다.”


논리정연한 강찬의 말에 정하늘이 감탄했다.


“오~ 류아리와 다르게 매우 적극적이네? 찬아?”


강찬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녀석은 빛을 다루는 녀석 아닙니까. 밤의 성좌를 모시는 저희가 데려갈 이유가 있겠습니까.”

“하긴 그렇지.”


아무도 대답이 없자 강찬은 내 그림자를 조작해서, 나를 자기 쪽으로 천천히 당기고 있었다.

자유롭게 움직이고 싶었지만, 그림자가 가는 곳으로 발이 따라갔다.

이대로 무력하게 끌려가는가 싶던 순간.


짝.

번쩍!


정하늘이 박수를 치자 환한 빛이 뿜어졌다.

그 덕에 그림자가 사라지며 강찬에게 더는 끌려가지 않게 되었다.

대신 빛의 사슬이 내 몸을 감쌌다.


“미안하지만, 우리 아가가 크로노스에 들어왔으면 좋겠네?

 아무래도 탑을 최초로 올라간 곳이 크로노스인 만큼, 저기 나이트와 다르게 50층에 확실한 세력이 있단다. 

우리가 탑을 한동안 올라가지 않은 이유도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란다.

저쪽은 이미 한 번 몰락한 성좌를 다시 모시고 있는지라, 아무래도 주변 인맥도 사라져서 신흥 세력과 비슷하거든.

그에 비해 우리 크로노스는 다른 이세계인들과 깊은 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좋은 물건들도 값싸게 구할 수 있지.”


정하늘이 한마디가 추가될수록 사슬의 개수가 추가되었다.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아무래도 서울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싶을 거란 말이지?

보니깐 아가도 서울에서 살고는 있지만 단칸방에서 지내고 있지 않니? 크로노스에 들어오면 어디든 살 수 있단다.

한X더힐? 더펜X하우스? 말만 해. 그곳이 곧 네 새로운 집이란다.”


나는 자연스럽게 이만식에게 시선이 갔다.

정하늘과 강찬도 이만식을 쳐다보며 무슨 말을 할지 기다리고 있었다.


“뭐, 왜 쳐다봐. 우리 피닉스는 그만큼 해줄 게 없어. 

그냥 우리는 북한에서 내려오는 몬스터나 헌터를 잡는 걸로 바쁘다고.

만약에 네가 대한민국에 애국심이 있다면야 우리 길드에 오면 좋겠지만··· 객관적인 조건으로는 저 두 길드가 좋을 거다.”

“훗. 그렇긴 하지.”

“하긴~ 피닉스는 성좌도 없는 불쌍한 길드니까~”

“하, 참. 어이가 없네. 이게 다 당신네들이 우리에게 짬처리해서 그런 거잖아?!”


세 길드의 대표가 각자만의 근거를 언급한 만큼, 나도 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말하렴.”


나는 ‘감정사 이찬희’의 입장을 읊었다.


“우선 저는 제 능력을 저평가나 고평가하지 않고 제대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래 보아도 탑을 천천히 올라갔을 뿐, 각성 자체는 오래전에 했었습니다. 그래서 직업스킬을 자주 사용했었고, 그만큼 제 가치를 잘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각성은 한 달 전에 했지만, 한 달 만에 영웅등급을 감정할 정도 스킬의 레벨이 높다는 것은 상식에 벗어난 소리.

그래서 나는 일부로 헌터 등록을 늦게 했다고 ‘감정사 이찬희’의 배경을 설정했다.


“현실에 있는 아이템을 열심히 감정해서, 벌써 영웅등급의 아이템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 제가 어느 한 길드에 들어가게 된다면 상당히 불공평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네 착각이 아닐 이유는?”


내 대답에 강찬이 딴지를 걸었다.

나는 웃으면서 당당하게 선언했다.


“하하. 착각이라뇨.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제가 소속된 길드가 곧 대한민국 1위 길드가 될 것입니다. 그게 설령 피닉스 길드라고 해도요.”


파직.

꽈악.


내 말에 정하늘은 어이가 없었는지 주변에 스파크가 튀었고, 강찬은 분노한 듯 그림자로 내 다리를 조였다.

다들 각각 1,2위의 길드의 수장인 만큼 내 말에 자존심이 상한 것 같았

아무래도 다들 내 말을 믿기 힘들어한 것 같으니, 조금 극약 처방이 필요해 보았다.


나는 저들이 떠드는 사이, 감정해서 알아낸 정보를 말했다.


“칠보(七寶) 유리(瑠璃), 그리고 혼원함(混元函).”


내 한 마디에 정하늘과 강찬이 흠칫 놀랐다.

어떻게 그 이름을 알고 있냐는 듯 눈빛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나를 압박하는 것을 보면, 내 말을 납득하지는 않고 있었다.


‘쯧. 이것까지 이야기해야지 믿으려나 보네. 정 안되면 이만식이 나를 구하겠지.’


이만식은 분명 ‘작은별’때문이라도 나중에 나와 대화하고 싶을 터.

설령 정하늘과 강찬이 나를 핍박하더라도 나를 구하러 와줄 것이다.


리스크 계산이 끝나자,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풀기로 했다.


“칠보(七寶) 유리(瑠璃)의 첫 번째 권능 감응(感應), 두 번째 권능 공명(公明).

혼원함(混元函) 첫 번째 권능 무영(無影), 두 번째 권능 혼백(魂魄).”


내 대답에 정하늘과 강찬은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각자 무력 행사를 시작했다.


파앗!


정하늘의 지팡이에 있는 ‘유리구슬’이 ‘금구슬’ 바뀌었다.


우르르.

쾅!!


그러자 먹구름이 하늘을 가리더니 천둥·번개가 내리쳤다.

다행히도 번개가 나를 직격하진 않았지만, 전부 내 근처에 떨어졌었다.


‘···미친?!’


갑작스러운 위협에 다리에 힘이 풀렸지만, 나는 쓰러질 수 없었다.


스르르륵.


강찬은 입에서 그림자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곧 순백의 신전은 그림자로 뒤덮여 졌고, 강찬 뒤로 거대한 그림자 포탈이 만들어졌다.

그곳에서 무언가가 소환되려는 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네 녀석!! 어떻게 그걸 알아낸 거지?!”

“이찬희 헌터···. 좋은 말 할 때 말하세요.”


둘은 내 대답에 화가 난 듯 무력 행사를 하면서까지 날 압박하려 했다.

이대로라면 본전도 찾지 못하는 상황!


화르륵!!


하지만 내가 믿었던 보험이 작동했다.


[다들 뭐 하는 겁니까?!!]


정하늘과 강찬이 본격적으로 실력행사를 하려 하자, 이만식이 온몸을 불태우며 나를 지켜주었다.

몸 곳곳에 깃털이 자라난 것을 보면 아마 신수화(神獸化)를 사용한 상황.

이 순간만큼은 정하늘과 강찬도 이만식을 쉽게 대할 수는 없었다.


힘의 균형이 맞춰진 순간, 다시 대화가 진행됐다.


[후배 보기 부끄럽지 않습니까? 대체 왜 무력행사를 하신 겁니까?!]

“비켜라, 이만식. 우리는 답을 들어야겠다.”

“대체 어떻게 유산의 권능을 알아낸 거지? 이찬희 헌터?!”


하지만 말만 주고받을 뿐, 대화가 통하지는 않았다.

정하늘과 강찬은 내가 언급한 것에 매우 충격을 받은 듯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답변을 해줬다.


“뭐긴 뭐겠습니까. 제 눈으로 방금 보고 읽어낸 거죠.”


하지만 정하늘과 강찬은 여전히 내 말을 믿지 못한 눈치였다.


‘이거 권능의 설명까지 말해야지 납득하려나? 오버클럭까지 사용하면 첫 번째 권능까지는 감정으로 엿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무력 대치가 끝나지 않자, 나는 코인을 사용할 준비를 하던 와중.


째깍.


어디선가 시계 소리가 들렸다.

오래된 태엽 시계의 초침 소리가 신전에 울려 퍼졌다.


째깍.


이만식의 몸에서 깃털이 사라져간다. 주변을 불태우려던 화염은 점차 작아지더니 사라져만 갔다.


째깍.


그림자 게이트의 움직임이 멈추며 그 크기가 줄어들었다.

신전을 감싸던 그림자가 흩어지며, 강찬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째깍.


먹구름이던 하늘은 화창해졌고, 번개로 파여진 신전의 바닥이 원래대로 복구된다.

지팡이의 ‘금구슬’은 다시 ‘유리구슬’로 바뀌었다.


째깍.


마치 거짓말처럼 모든 것이 과거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이 마법과도 같은 상황에 정하늘을 손으로 이마를 짚었고, 강찬은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크로노스 길드장!! 비겁하게 능력만 쓰지 말고 이곳에 당장 나와서 해명해라!!”


그러자 하늘에서 종이 한 장이 떨어졌다.

이만식은 뛰어올라 그 종이를 잡고, 거기에 적힌 글을 읽었다.


“경거망동(輕擧妄動).”

“아오!! 이 미친 자식!!”


펑!!


강찬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그림자를 폭발하며 자리를 떠났다.

이만식도 어처구니가 없는 듯,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참,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었습니다. 크로노스 길드장.”

“뭐, 이게 그이의 방식이지. 당하는 입장에서는 기분이 더럽지만.”


정하늘은 어느새 화를 진정시킨 듯 평소와 같은 말투로 돌아왔다.


나는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질문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크로노스 길드장이 시간을 되돌렸다.”

“네?”


이만식의 답변에 믿기지 않아 되물었지만, 정하늘은 이만식의 대답에 맞장구쳤다.


“하긴 몇몇을 제외하고는 모르는 일이니까, 아가가 당황할 만하지.”


정하늘은 마나로 태엽시계을 만들었다.

하지만 평범한 시계는 아니었다.

시곗바늘이 마치 자아를 가진 듯, 빨리 움직였다가 느려졌다가, 멈췄다가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했다.


“크로노스 길드장. 그이는 시간을 다룰 줄 알아. 내 추측으로는 회귀자가 아닐까 싶어.”

“···회귀자가 진짜 존재한 거였습니까?”

“나야 모르지. 사실 이것도 확실한 거는 아니거든. 내가 그이 곁에 계속 지내봤고, 능력을 일부 공유하고 있는 게 있어서 짐작만 할 뿐이야.”


대한민국의 유일한 히든직업.

크로노스의 길드장은 무려 시간을 다루는 자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나는 속으로 울컥했다.


‘···나는 고작해야 물건 파는 상놈인데, 누구는 시간을 다뤄?! 이거 같은 히든 직업 맞아?’


누구는 빡세게 성좌 노릇하면서 열심히 사기 치고 있는데, 크로노스 길드장은 ‘딸깍’만 하면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위업을 펼칠 수 있지 않은가.


‘하···. 그럼 그렇지. 내 직업이 좋은 게 아니었어.’


내가 속으로 한탄하던 와중, 정하늘은 살짝 머리가 어지러운지 미간을 짓누르며 입을 열었다.


“뭐, 이렇게 된 이상 아가 말대로 길드에는 가입하지 않은 걸로 하자. 자세한 거는 나중에 다시 모여서 이야기하자꾸나.”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이께서 경거망동하지 말라잖니. 우리 뜻대로 할 수 없는 영역이야. 그냥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게 이로워.

나는 길드 본부로 돌아갈 테니. 만식아, 네가 아가 집까지 데려다주렴.”

“하···. 짬처리는 또 접니까? 알겠습니다.”

“그래~ 고마워.”


파앗


정하늘은 환한 빛과 함께 자리에서 사라졌다.

졸지에 두 명밖에 안 남게 되자, 나는 뻘쭘해하며 이만식에게 질문했다.


“저··· 혹시 어떻게 집으로 돌아가면 되겠습니까?”

“내가 태워줄 테니, 그건 걱정하지 말게. 그보다 질문이 있는데 해도 괜찮나?”

“넵, 괜찮습니다.”


이만식은 내 옷깃에 있는 ‘작은 별’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 ‘작은 별’. 어디서 얻은 것이냐?”


역시 이만식은 다른 것보다 ‘작은 별’이 궁금한 것 같았다.


하긴 나라도 질문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것이다.

분명 자기네들은 유산을 바쳐서 얻은 것인데, 갑자기 튀어나온 애송이가 똑같은 기운의 별을 달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만 했다.


이만식의 질문에 대답하려면 ‘감정사 이찬희’는 필요 없다.

대신해서 나는 ‘성좌의 사도 이찬희’가 돼야만 했다.


나는 인자한 미소와 함께 양손을 모으며 대답했다.


“제가 바로 성좌님의 첫 번째 신도입니다. 형제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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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첫 번째 신도 +2 24.08.12 182 13 14쪽
» 크로노스 길드장 24.08.11 222 12 12쪽
21 3대 길드 24.08.11 253 10 12쪽
20 S급 헌터 코스프레 +1 24.08.10 275 10 13쪽
19 최초 클리어 보상 +1 24.08.10 285 11 13쪽
18 창조 경제! 24.08.09 283 15 14쪽
17 유산 각성?! 24.08.08 285 12 13쪽
16 내 영약재료...! 24.08.07 303 11 14쪽
15 웨어울프 +1 24.08.06 293 12 12쪽
14 유산 : [불침갑(不侵甲)] 24.08.05 309 13 12쪽
13 가짜 축복 24.08.04 305 18 13쪽
12 첫 번째 공물 24.08.03 296 13 14쪽
11 ...너무 쉬운데? 24.08.02 297 13 14쪽
10 1층 도전! +1 24.08.01 315 13 14쪽
9 이딴게... 체력영약?! +1 24.07.31 326 12 12쪽
8 영약 획득 +3 24.07.30 339 15 14쪽
7 자동 수금 on! +1 24.07.29 357 19 15쪽
6 인기 검색어 1위 24.07.28 379 17 12쪽
5 뭐?? 돈이 복사가 된다고? 24.07.27 393 22 14쪽
4 이 코인은 이제 제 겁니다. 24.07.26 422 20 12쪽
3 성좌 코스프레 24.07.25 472 25 13쪽
2 방구석 상인 +1 24.07.25 499 23 14쪽
1 각성 +5 24.07.25 612 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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