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헌터가 성좌를 사칭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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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림
작품등록일 :
2024.07.25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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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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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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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좌 코스프레

DUMMY

휙!

휙!


철제 검을 손으로 꽉 쥐며 위에서 아래로 힘껏 내리쳤다.

호흡에 맞춰 온몸의 근육을 쥐어짜 전력으로 검을 휘둘렀다.

수십, 수백 번을 같은 자세로 움직이자, 누적된 피로로 근육이 발작했다.


휘익!


그러자 검의 궤적이 정상 범주에서 크게 벗어났다.


“후우···.”


이대로 계속 훈련하는 것은 의미 없었기에, 잠시 검을 내려놓고서 있었다. 그러면서 눈을 감고 체내의 마나를 돌리며 근육을 진정시켰다.

찢어질 것 같은 근육통 때문에 금세라도 눕고 싶지만, 나는 욕망을 이겨내고 서서 휴식을 취했다.


혹자는 잠깐 앉아서 쉬는 것이 뭐가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아 있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

내게 여유가 있다면 천천히 실력을 기르면 되겠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나는 류아리, 한국에서 5번째로 각성한 S등급 헌터.

직업은 [빛의 검사].

공격력은 출중하며, 검을 빛으로 바꾸어서 검을 길게 뽑을 수도 있었다. 또한 빛처럼 빠르게 찌르거나 휘두를 수 있는 등 여러 가지의 활용 방법이 있었다.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문제가 있었다

바로 내가 헌터로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 공략층은 57층인 것에 비해, 나는 아직 16층에 불과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아직 최상위권 헌터들보다 약하기 때문에, 던전브레이크가 일어나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요즘처럼 몬스터 웨이브의 위험성이 급격하게 올라간 위험한 상황에서는 한 명의 S급 헌터가 아쉬웠기 때문에, 나는 열심히 성장해야 할 책무가 있었다.


그렇기에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검술의 기본기를 단련하는 것.

그러므로 등반하는 중간중간마다 대기실에서 탑에서 배운 검술훈련을 하는 중이었다.


꼬르륵.


“하, 너무 안 먹었나? ”


이전 같았으면 억지로 참고 으스러지기 전까지 검을 휘둘렀겠지만 이제는 달랐다.


질겅질겅.


“어우~ 맛있어. 어제 정말 육포를 잘 샀다니까.”


육포만 먹으니 목이 멨다. 

그래서 방 한구석에 쌓여있는 제로 콜라 한 병을 꺼냈다.


치익.

꿀꺽꿀꺽.


“캬. 시원하구만.”


대기실이 딱히 추운 곳이 아니기 때문에, 제로 콜라는 미지근했지만 그마저도 내게는 감지덕지였다.


“그나저나 어제 본 신비의 상인은 대체 뭐였을까?”


여태껏 그 어떤 사건도 없었던 대기실에서 나타난 최초의 NPC.

어제 저녁에 헌터 커뮤니티를 뒤져보니까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본 사람이 몇 명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본 것이 아니라 몇몇은 거짓말하는 것 아니냐고 부정하고는 했었지만, 대략 20명 정도가 인증하자 다들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들에게 물어보니 판매하는 품목은 똑같이 육포, 제로 콜라, 토끼 인형이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은 나와 다르게 음식을 현실에서 해결하는지, 구매한 사람들의 후기는 따로 찾지 못했었다.


“음···. 괜히 샀나?”


순간 쓸데없는데 코인을 사용한 것에 대해 후회 잠깐 밀려들어 왔지만, 어차피 코인의 사용처가 마땅히 없었다는 것으로 스스로 합리화했다.


“10층에 있는 대장장이에게 무기들과 갑옷을 사도 돈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정도야 나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지. 음음.”


어차피 40층까지는 코인을 사용할 곳이라고는 10층마다 있는 대장장이에게 무기를 구매하는 것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 비용은 최초 클리어 보상으로 얻은 코인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이런데 코인을 쓴다고 큰 낭비는 아니었다.


“뭐, 나중에 등반하고 길드에 들어가면 이런 사소한 사치도 못 하고 골드 통제당하겠지.”


듣기로는 50층 이후로 코인의 소모가 수백만, 수천만으로 무지막지하게 늘어나서 상위 길드에서는 소속 헌터들에게 코인을 아껴 쓰라고 하는 것 같았다.


“대체 몇백만 코인은 대체 어떻게 버는 거야. 듣기로는 50층을 몇 날 며칠에 걸려 클리어해야지 겨우 15만 코인 준다고 하는데.”


어차피 아직 한참 많이 남은 일.

나는 그보다 당장 시급한 기본기 훈련에 매진하기로 했다.


휙!

휙!


그렇게 이번에는 가로 베기를 하던 와중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스으으윽.


“···?”


마치 고대 유적에서 볼 법한 이끼 낀 돌로 이뤄진 낡은 건축물이 나타났다.

목이 없는 석상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으며 양손을 펼친 채 포개고 있었다. 그 뒤에 석가탑과 유사한 양식의 작은 석조 탑이 세워져 있었다.


“···대체 뭐지?”


어제 갑자기 찾아온 신비의 상인에 이어, 아무런 전조 없이 나타난 유적.

나는 어제처럼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러자 똑같이 알림창이 떴다.


띠링!


[잊힌 사당의 흔적]

[지금은 사람들 기억 속에서 사라진 ???을 모시던 사당의 일부이다.]

[석상의 틈새에 재물을 넣을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재물의 양이 늘어날 것이다.]


“뭐···. 뭐야? 누가 50층 너머에 성좌와 관련된 히든피스라도 발견했나?”


헌터 커뮤니티에 따르면 50층 이상부터는 성좌가 나타난다고 했다.


성좌.

특정 퀘스트를 클리어할 경우, 어마어마한 권능을 헌터들에게 나눠주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


실제로 한국의 헌터들은 성좌에게 큰 혜택을 받은 적이 있었다.

성좌 [깊은 밤의 여인]의 월드 퀘스트를 달성해, 탑을 등반하는 모든 헌터들이 숙면의 축복을 받았다.

덕분에 한국의 헌터는 PTSD로 인한 불면을 겪지 않고 푹 잘 수 있게 되었다.


“이것도 그것과 비슷한가···?”


무엇이 되었든 나는 신비의 상인으로 맛있는 육포와 제로 콜라도 얻은 입장.

나는 한 번 더 속는 셈 치고 말해 보았다.


“음···.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요?”


신비의 상인을 떠올리며 질문해보았지만, 이번에는 메시지 창이 뜨지 않았다.


“대충 둘러보면 틈이 있겠지. 거기를 찾아야지 코인을 넣을 수 있는 건가?”


나는 목이 없는 석상을 둘러보았다.

자세히 다가가 보자 석상이나 석탑의 디테일이 조금 부족해 보인 것 같았다. 또한 이끼 특유의 비릿한 향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본체가 아니라 투영체여서 그런가? 뭔가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네.”


계속 둘러보니 석상의 손이 포개진 부분에 작은 틈을 발견했다.

그곳에 손을 갖다 대자 알림창이 떴다.


[‘틈새’를 발견했습니다!]

[이곳에 코인을 넣을 경우, 일주일 동안 보관이 되며 잊힌 사당은 사라지게 됩니다.]

[일주일 뒤 잊힌 사당은 다시 나타나며, 원금에 10%가 더한 금액의 코인을 받게 됩니다.]

[한도 금액 : 1,000 코인]

[코인을 보관하시겠습니까?]


“와···! 이거 은행 같은 건가?”


무려 주 이율이 10%.

어차피 20층에 도달하지 않는 이상 쓸데도 없는 코인.

그때까지 틈새에 코인을 넣으면 이자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럼 1,000 코인 입금!”


파앗!


[입금 : 1,000 코인]


그러자 신비의 상인에게 상품을 구매한 것과 똑같은 창이 나타나더니, 내 코인을 받아 갔다.


스르르륵.


그와 동시에 사당은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그 너머에 토끼 인형이 눈을 반작이며 누워 있었다.


“얘 덕분인가?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 같네.”


나는 방구석에 있던 토끼인형을 쓰다듬었다.


“덕분에 운이 좋아졌어. 고마워.”


* * *


“우헤헿. 난 부자다!!”


나는 방구석에 누운 채로 상태창을 보며 실실 웃었다.


[소지금 : 40,010]


“그래, 무슨 상인이야. 그냥 성좌 코스프레한 다음 폰지 사기 한 번이면 바로 돈이 복사가 되는데.”


건축물로 존재하지도 않은 성좌의 흔적을 만들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보내자 대박을 쳤다.


“역시 대놓고 성좌인 척을 한 것보다, 성좌를 암시하는 건축물을 만들기 잘했어.”


처음에는 신비의 상인을 성좌를 대표하는 아바타로 만들려고 했지만, 인터넷으로 성좌의 정보를 알아본 뒤 계획을 수정했었다.


성좌란 50층 이상에만 있는 초월자.

그런 존재가 대기실에 갑자기 나타나면 헌터들이 이상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인격체가 아닌 건축물로 사람들을 유인했다.

성좌가 모종의 이유로 힘을 잃고 대기실에서 겨우 흔적만을 남긴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이때 헌터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상호작용은 코인을 입급하는 것.


그렇기에 헌터들은 코인을 넣는 것이 단순히 돈을 벌는 것이 아닌, 성좌의 흔적을 찾는 히든퀘스트로 인식할 수 있었다.


“헌터들은 호기심을 자극해서 좋고, 나는 돈을 벌어서 좋고. 일석이조구만. 후훗!”


해봐야 2시간이나 됬을까.

그 짧은 시간에 나는 바로 30,000 코인이나 벌었다.


“역시 현대인의 뛰어난 선진 금융기술.”


물론 이 모든 것이 헌터들에게 조금의 이득이라도 안겨줘야지 가능한 일.

그래서 나는 선조들의 지혜를 빌렸다.


그것은 바로 폰지사기··· 아니, 선진 금융기술이었다.


원리는 간단했다.


우선 주 이율 10%을 미끼로 고객을 끌어낸다.

연 이율도 아니고, 월 이율도 아닌 무려 주 이율이다.


연 이율로 계산하면 520%!!

밖에 예금만 해도 연 5%만 해도 어마어마하다고 사람들이 몰려들어 갈 정도인데, 내가 제시한 것은 무려 520%였다.


물론 너무 많은 금액을 제시하면 의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부로 한도를 1,000코인으로 작게 했다.


혹자는 물을 것이다.

30,000 코인으로 돈을 벌 방법이 없는데 어떻게 이자를 줄 것이냐.

뭐, 어쭙잖게 콜라나 육포 같은 현물로 준 다음 ‘이게 100코인의 가치가 담긴 음식입니다!’라고 짓거리면 그대로 내 사업은 망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머리를 조금만 굴리면 이 사업을 유지하는 데 그리 큰 어려움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다음 주가 되고, 첫 번째 헌터에게 이자 10%를 더한 1,100 코인을 돌려준다.

그다음에 한 번 더 1,000코인을 넣을 수 있게 제안하는 것이다.

그럼 이미 100 코인을 벌어본 경험이 있었기에, 그 헌터는 거리낌 없이 다시 1,000 코인을 입금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100 코인 손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달랐다.

나는 이들에게 100 코인으로 신뢰를 산 것이다.


그럼 나는 100코인을 30명에게 나눠줬으니 3,000코인을 손해를 본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틀렸다.

왜냐면 나는 남은 일주일 동안 다른 헌터들을 관측할 것이고, 다음 주에 이들에게 똑같이 1,000 코인을 받을 것이다.


즉, 이번 주에는 30명에게 1,000 코인씩 받았다면, 다음 주에는 100명에게 1,000코인을 받을 것이다.


첫 주에는 30,000코인이 내 계좌에 있다면, 다음 주에는 무려 97,000 코인이 내 계좌에 있을 것이다.

이 방법대로 매주 인원수를 늘리고,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면 투자금을 조금씩 늘릴 것이다.

이렇게 나는 모두에게 지정된 금액을 줄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또 이렇게 물을 것이다.

30,000코인이든, 97,000코인이든 네 돈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돈인데 의미 없는 것 아니냐고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머리를 조금만 더 굴려보면, 내가 굳이 모든 돈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100 코인으로 신뢰를 산 시점에서, 당장 돈이 급한 헌터가 아니고서야 계속 내게 코인을 맡겨두고 싶을 것이다.

1,100 코인을 받고 바로 다시 1,000 코인을 입금한다는 이야기이다.


즉, 이론상 내게는 30,000코인이 아닌, 3,000 코인만 있어도 30명에게 모두 코인을 나눠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다시 입금 안 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넉넉잡게 10,000 코인 정도는 남겨두어야 했다.


이는 금액이 커져도 비슷한 이치로, 적당한 여윳돈만 남겨둔다면 나머지 노는 돈은 내가 꿀꺽해도 아무도 피해를 받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것이 가능하게 하려면 지속해서 투자금이 늘어나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쉽게 한도에 도달하지 않도록 잘 관리만 하면 충분할 것이다.

또는 잡화점 상품이 좋은 것이 나오면 헌터들에게 비싸게 팔면 되는 일이었다.


즉 대략 40,010 코인 중 여윳돈 10,000 코인을 제외하고는 지금 당장 써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그럼 쇼핑해야지~~”


비싸서 바로 사지 못했던 방패와 한손 검을 사기 위해,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잡화점 스킬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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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3대 길드 24.08.11 253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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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최초 클리어 보상 +1 24.08.10 285 11 13쪽
18 창조 경제! 24.08.09 283 15 14쪽
17 유산 각성?! 24.08.08 285 12 13쪽
16 내 영약재료...! 24.08.07 303 11 14쪽
15 웨어울프 +1 24.08.06 293 12 12쪽
14 유산 : [불침갑(不侵甲)] 24.08.05 309 13 12쪽
13 가짜 축복 24.08.04 305 18 13쪽
12 첫 번째 공물 24.08.03 296 13 14쪽
11 ...너무 쉬운데? 24.08.02 297 13 14쪽
10 1층 도전! +1 24.08.01 315 13 14쪽
9 이딴게... 체력영약?! +1 24.07.31 326 12 12쪽
8 영약 획득 +3 24.07.30 339 15 14쪽
7 자동 수금 on! +1 24.07.29 357 19 15쪽
6 인기 검색어 1위 24.07.28 379 17 12쪽
5 뭐?? 돈이 복사가 된다고? 24.07.27 393 22 14쪽
4 이 코인은 이제 제 겁니다. 24.07.26 422 20 12쪽
» 성좌 코스프레 24.07.25 473 25 13쪽
2 방구석 상인 +1 24.07.25 499 23 14쪽
1 각성 +5 24.07.25 612 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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