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퓨전

새글

볼트맨형님
작품등록일 :
2024.07.25 10:08
최근연재일 :
2024.09.16 22:2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273,095
추천수 :
11,396
글자수 :
444,347

작성
24.08.19 22:20
조회
4,358
추천
190
글자
18쪽

28편. 1년이 지났으니 성과가 나왔어요!

DUMMY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흐른다.


누군가는 초소 안에서 손목 시계만 바라본 채 자신의 경계 시간이 끝나가길 기다리고 있고.


누군가는 아버지와 함께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셀을 물리치기 위해 수련을 거듭하고 있다.


사람에 따라 느끼는 시간의 흐름은 천차만별이어도 결국 시간은 흐른다는 명제만큼은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정말 숨 가쁜 1년이었지.’


그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루키우스는 어마어마한 활동을 벌였다.


톨레툼 강철에 버금가는 강철을 만들고, 아에티우스의 부관을 접대하고, 타라코로 쳐들어온 해적들을 물리치고, 교회에게 각종 사악한 개념들을 주입하고.


가이세리크를 만나 약혼을 약속 받고, 시중에 파피루스가 없다고 종이를 만들기도 했고, 종이로는 아쉬우니 인쇄기까지 세트로 구비하고, 힐데아가 배를 타고 싶어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배까지 건조했다.


이 모든 게 1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더욱이 이런 유형의 활동은 대개 돈을 소모하기 마련이다.


루키우스는 일을 더 벌이고 싶어도 집안 재산을 다 까먹을까 봐 참았다.


특히 캐러벨을 건조하는 행위는 그야말로 돈이 억수로 빠져나갔다.


단번에 성공하면 모를까? 여러 번 실패를 겪었기에 그만큼 돈이 더 빠져나갔다.


힐데아의 부탁을 겨우겨우 들어준 뒤 루키우스는 얌전히 오로시우스와 함께 농법 개선에 몰두했다.


“확실히 시간이 지나니 구린내가 나지 않고, 흙냄새가 나는군.”


전생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익혔던 두엄을 제작했고.


“지렁이 똥이 이렇게 효과가 있다니. 그나저나 막대기를 긁는 걸로 땅속에 있는 지렁이를 뽑아낼 수 있다고? 이건 처음 알았어.”


지렁이들을 모아 분변토를 제작하고, 또 시험해 보기도 했다.


“땅을 2개가 아닌 4개로 갈라 짓는다? 그렇게 가른 땅에 각기 다른 작물들을 심어 보자고? 그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은데. 그래도 자네 의견이니 한번 해보는 것이 낫겠지.”


사포제 이른바 4윤작법도 실험했다.


“드디어 발견했네. 이 망할 벌레들을 싹 다 조질 수 있는 약을 만들다니!”


겸사겸사 작물을 갉아먹는 벌레들을 싹 다 죽이는 농약까지 만들게 됐다.


하여튼 이 모든 일들의 결과를 확인해볼 시간이 왔다.


오로시우스는 자료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입을 떡 벌였다.


‘수확량이 획기적으로 늘었다.’


루키우스가 제시한 방법들 중 대다수가 효과가 있었다.


‘보통은 한 작물 당 3개에서 4개의 낱알이 튀어나오는 게 정상이지만···.’


루키우스가 제시한 농법대로 농사를 지으니, 작물 당 맺히는 낱알이 확 늘어났다.


‘대략적으로 8개에서 9개. 많으면 14개까지.’


분명 같은 종자를 심었는데, 이렇게 심하게 차이가 날 수 있단 말인가?


오로시우스는 떨리는 눈으로 자료를 하나하나 살펴봤다.


1년 동안 고생해서 작성한 이 자료들이 오로시우스가 보기에 황금보다 더 귀중해 보였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 거야. 이건 분명 농사를 짓는 모든 이들이 눈독을 들일 거다.’


자신의 수입을 배로 늘려 주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당연히 콜로나투스를 가진 사람이라면 눈이 돌아갈 게 분명했다.


안 그래도 가이세리크가 히포 레기우스를 점령해 곡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예상대로 가이세리크는 곡물 수출을 끊었고, 이에 따라 로마 전역이 곤란을 겪기 시작했다.


콜로나투스를 가진 사람들은 창고에 쟁여둔 곡식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나머지는 아니었다.


특히 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큰 고난을 겪을 것이다.


도시에서 뼈빠지게 일해도 식량 가격이 너무 비싸 한 끼조차 제대로 먹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분명 도시는 쇠퇴하고 말 것이다.


‘반면 콜로나투스는 번성하겠지.’


루키우스가 왜 이리 이 일에 목숨 걸듯 수행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 영특한 아이는 분명 이 흐름을 감지하고도 남을 거다.


‘요안네스와 같은 작자들이 딴죽을 걸 수 없게 끔 우리로 하여금 이번 일을 진행하게 만들고, 자신은 그 농장에 물건을 파는 걸로 생계를 이어 가겠다니.’


아무 사정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루키우스는 사회를 위해 헌신을 다하는 사람처럼 보일 지 모른다.


마음속에 마귀로 가득한 놈이라면 루키우스를 ‘이게 왠 호구냐?’ 라며 좋아할 지 모른다.


‘얼핏 소박해 보이지만 결국 이 모든 일은 이 흐름을 거스르기 위함이다.’


도시를 살릴 뿐만 아니라 농촌까지 살리겠다는 루키우스의 욕망.


한 가지를 얻으려면 한 가지를 잃는 게 거래의 정석이지만 그 아이는 참으로 욕심 많게도 한 가지를 버리고, 두 가지를 얻으려고 했다.


‘아니 버리는 것조차 자신의 발목을 붙잡는 것들이니.’


결과적으로 루키우스는 세 가지를 얻으려는 셈이다.


참으로 과분해 보이는 목표다.


루키우스가 평범한 아이였다면 그 목표에 도달하기 전에 현실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결국 자기 스스로 파멸에 이르고 말 것이다.


그러니 자신과 같은 현명한 어른들이 나서서 그 목표를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루키우스를 타일러야 하지만.


‘오히려 그 아이가 증명해버렸지. 자신의 말이 맞다고.’


오로시우스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 끝엔 자신처럼 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루키우스가 보였다.


몸집은 성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크지만 얼굴을 보면 젖살이 삐죽 튀어나온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성정 나쁜 어른이라면 루키우스에게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 라고 욕을 퍼부으며 얕잡아 볼 것이다.


하지만 오로시우스는 루키우스를 어린아이 취급하고 싶지 않았다.


단순히 몸집이 어른처럼 커서 그런 게 아니다.


루키우스가 보여주는 말과 행동이 오로시우스로 하여금 루키우스를 어른으로 인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는가? 왜 이리도 얼굴이 담담하지?’


오로시우스는 의아했다.


이 자료를 살펴본 자신은 지금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데, 정작 이 방법을 생각해낸 루키우스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자료를 살펴보고 있지 않은가?


아니 당연한 걸 넘어 살짝 실망어린 기색도 보였다.


“으음. 생각했던 것보다 결과가 다르게 나오네요.”


“뭐가 다르게 나오는 거지?”


“땅을 깊게 파고드는 거 말이에요. 제가 생각하기로는 땅을 더 깊게 파 갈아엎으면 분명 농사가 잘 될 줄 알았는데.”


“분명 그때 자네가 땅속의 영양분을 끄집어낼 거라고 했었지.”


“예. 그렇게 말했었죠. 그런데 결과가 제 예상보다 다르게 나오니 난감하네요.”


루키우스의 대답에 오로시우스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겨우 그거 하나 가지고, 실망하는 건가? 자네가 말한 반수 이상의 방법이 다 효과가 있었네. 낱알 개수가 확실히 늘었다고. 내 장담하는데 이 방법들 중 하나만 밖으로 풀어도 세상은 바뀔 걸세.”


오로시우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지금 이곳 바깥에 있는 농민들이 이걸 원할 걸세. 콜로나투스의 주인도 이걸 원할 걸세. 로마에 둥지를 튼 게르만 부족도 이걸 원할 걸세. 우리가 아는 모든 나라가 이 비법을 원할 걸세. 그런데도 자네는 만족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조금 부끄럽네요.”


“이건 단순한 칭찬이 아니야. 몇 번···. 아니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 을 시도해야 간신히 이 자료 하나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거야. 알고 있나? 우리는 지금···.”


오로시우스는 침을 꿀꺽 삼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 수많은 시도를 한번에 뛰어넘어 여기에 당도했네.”


확실히 루키우스가 알려준 농법은 현대까지 이어져 내려온 농법들 중에서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노하우가 대다수였다.


허나 그 노하우 하나 하나조차 수많은 농민들이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이라는 시간을 들인 끝에야 간신히 확립한 결과물이다.


오로시우스는 이 자료를 접하면서 느꼈다.


이건 한 사람의 오성으로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이게 단순한 오성과 영감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이었다면 옛 그리스의 소피스트들 중에서 이런 자료를 만들어내는 이가 없을 리가 없었다.


만약 이게 오성으로 떠올릴 수 있는 내용이었다면 왜 지금까지 굶어죽는 사람이 생기겠는가?


그런 빛나는 업적을 세웠음에도 루키우스는 만족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뺨을 긁적이며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아직 살펴볼 여지가 더 남아 있다고 봅니다. 최소 5년 간 연구한 다음 자료를 정리해야 사람들이 믿지 않을까요?”


“하. 그래···. 맞는 말이야. 겨우 한 해의 농사로 결론을 내리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겠지.”


“그리고 사실 이게 이렇게까지 각광을 받을 만한 것인지 좀 의문이 듭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인가?”


“사제님도 잘 아실 텐데요? 여기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것과 사람들이 그 성과를 받아들이는 건 다르다는 것을 말이죠.”


그 대답에 오로시우스는 루키우스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가히 레이저라도 발사할 듯한 기세였다.


‘이포제에서 한발 더 나아간 삼포제조차 전 유럽에 퍼지는 데까지 4~50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중세 사람들이 멍청해서 이 삼포제를 받아들이는 걸 꺼렸을까?


‘그럴 리가 없지. 농민들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잖아.’


루키우스는 오로시우스를 응시하며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사실 우리는 굳이 농사를 실패해도 먹고 사는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일이 실패해도 제 집안 그리고 성당에서 먹을 걸 주니까요.”


“으음···.”


“반면 여기 주위의 농민들은 한 해 농사가 전부입니다. 농사가 실패하면 그들은 몇개월 간 쫄쫄 굶어야 하죠. 거기에 성당에 빚진 걸 고려한다면···.”


“망설일 수밖에 없겠군.”


오로시우스는 이제야 이해를 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농사는 도박이다. 자연과 환경에 따라 수확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판돈의 10배를 거머쥐지만 성공률이 10%인 선택지와 반면 판돈은 1.2배를 거머쥐지만 성공률이 99%인 선택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판돈은 당신과 당신 가족들의 목숨이다.


그럼 여기서 합리적인 선택지는 뭐가 될까?


결국 후자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성공이 달콤하더라도 목숨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이 농법을 받아들이려면 두 가지가 필요했다.


첫째, 이 농법이 기존보다 확실히 더 나은 방법이라는 걸 정확하게 인지시킨다.


둘째, 혹여 한해 농사를 망치더라도 무사할 거라는 보장을 심어 준다.


“그러니까 자네의 말은 우리가 그 실패에 대한 보장을 해줘야 한다는 건가?”


“소작농들도 콜로나투스를 좆같다고 여기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소작농들은 콜로나투스에서 벗어날 생각을 안 하는 걸까요?”


“그거야 콜로나투스의 주인이 소작농들에게 위협을 해서 그런 거 아닌가?”


“물론 그것도 있겠죠. 너 말고 다른 사람 많으니까 꺼져! 라고 쫓아내려고 하면 거기서 버틸 수 있는 소작농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주된 이유는 아닙니다.”


“자네가 생각하는 주된 이유는 뭐지?”


오로시우스의 물음에 루키우스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무척 간단합니다. 소작농이 한해 농사를 실패하더라도 콜로나투스의 주인이 소작농에게 곡물을 주기 때문입니다. 빚이라는 형태로 말이죠.”


“아···.”


“요안네스와 같은 작자들이 소작농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이유도 소작농이 요안네스에게 빚을 짊어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빚이 족쇄가 되는 셈이군. 결국 그 빚을 버티지 못한 소작농들은 콜로나투스에서 벗어나 바가우다이(농민 반란군)가 되는 거고.”


“정확합니다.”


현대에 농업 은행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농사는 일정한 성취를 보장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농민들은 농사를 망쳐도 다음 농사를 준비할 수 있는 보험이 필요했다.


전근대에선 라티푼디움, 콜로나투스, 전 세계 각지의 종교 시설 및 장원들이 이런 역할을 수행했다.


루키우스가 이러한 이치를 설명했고, 오로시우스는 잘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네. 그러니까 자네의 말은 교회가 직접 농민들에게 실패에 대한 부담을 지우라는 소리지 않은가?”


“예. 제대로 이해하셨습니다. 결국 우리가 만들어낸 농법이 세상 밖으로 퍼지려면 교회가 두 팔을 걷어야 합니다.”


“하하···. 이거 참···. 솔직히 말해서 난 의문이 든다네.”


“예?”


“자네가 이렇게까지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이유가 단순히 자네 집안의 이익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 말에 루키우스는 의아한 표정으로 오로시우스를 쳐다봤다.


“내가 보기엔 자네는 주님께서 이 세상을 보다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내보낸 천사가 아닌가 싶은데···. 여기에 둘밖에 없네. 그러니 나에게 살짝 진실을 알려 준다면···.”


“······.”


루키우스는 어처구니 없다는 시선으로 오로시우스를 바라봤다.


*****


루키우스는 저택으로 돌아왔다.


맹세코 ‘야 이 새끼야. 너 천사 맞잖아!’ 라고 추궁하는 오로시우스가 무서워서 돌아온 게 아니었다.


루키우스가 저택으로 돌아온 이유는 하나였다.


자신을 찾는 손님들이 저택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군타라고 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소개한 중년 남성이 루키우스를 향해 인사했다.


루키우스는 군타를 바라보며 물었다.


“가이세리크 대왕이 보내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폐하께서 이걸 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군타는 루키우스에게 파피루스 서류 하나를 전달했다.


내용은 꽤 길었다.


하지만 미사여구가 내용의 7할 가량 차지하고 있었기에 미사여구를 뺀 실질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너 루키우스 폼페이우스는 들으라.


나 반달 왕국의 왕 가이세리크는 마침내 히포 레기우스를 점령했다.


작년에 맺었던 약속을 기억해라.


네가 내 딸에 어울리는 베필이라는 걸 증명해라.


그렇지 않으면 내 군대가 타라코를 불태우리라.]


루키우스는 편지의 내용을 읽으면서 피식 웃음을 지었다.


‘협박도 이 정도면 예술이네. 그나저나 왜 하필 이런 시점에 편지를 보냈을까?’


루키우스는 잠깐 머리를 굴리다 문득 가이세리크가 돈이 부족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히포 레기우스를 점령했어도 그걸 자기 것으로 삼으려면 돈이 필요한 법이니까. 암만 약탈로 돈을 땡긴다 해도 모자를 거야.’


그 생각까지 도달한 루키우스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미소를 지었다.


루키우스는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깃털펜으로 글을 적었다.


가이세리크가 자신에게 보낸 편지처럼 미사여구와 외교적 수사에 해당되는 말을 팍팍 넣어 편지를 완성한 루키우스는 군타에게 편지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폐하께 이 편지를 전달해 주십시오. 분명 폐하께서 만족하실 것입니다.”


“예. 맡겨만 주십시오.”


그렇게 편지를 받은 군터는 배를 타고, 반달 왕국의 수도가 된 히포 레기우스로 도착.


곧바로 왕궁으로 가 가이세리크에게 루키우스의 편지를 전달했다.


“허. 그 녀석이 나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예. 폐하께서 흡족하실 것이라 말했습니다.”


“흠. 그래? 그럼 어디···.”


가이세리크는 곧 루키우스가 보낸 편지를 펼쳤고,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지나서.


“크하하하하! 역시 내가 점찍은 녀석이다!”


가이세리크는 루키우스의 말대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대단해. 아주 대단해. 내 속내를 정확히 파악할 줄이야.”


“예? 그게 무슨···.”


“궁금한가?”


“그게···.”


“그럼 읽어봐라.”


가이세리크는 군타에게 호쾌하게 루키우스의 편지를 건넸다.


쓸데없는 미사여구와 외교적 수사를 뺀 루키우스의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그쪽은 잘 지내십니까?


이제 막 히포 레기우스를 점령했다고 들었습니다.


허나 폐하께서 그곳을 자신의 수도로 삼기 위해선 꽤 많은 돈이 들어갈 거라 생각됩니다.


그렇기에 제가 폐하께 제안을 하나 드리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파피루스는 아이귑토스(이집트)에서만 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전 이곳 타라코에서 새로운 파피루스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폐하께선 아프리카 속주를 점령하고, 마레 노스트룸 서쪽을 지배하다시피 합니다.


아이귑토스의 상인들이 파피루스로 얼마나 많은 이익을 취하는지는 폐하께서 잘 아실 것입니다.


허나 로마 전역은 그런 폭리를 알고도 아이귑토스 상인들의 억지를 받아줘야 할만큼 파피루스가 필요했습니다.


아이귑토스 상인들만 누리던 금화의 향락을 우리도 누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이귑토스 상인들의 물건을 강탈하여 로마 서쪽에 파피루스를 귀하게 만들고.


폐하께서 부리는 해군으로 하여금 제 파피루스를 구입하여 필요한 곳에 판매한다면 폐하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돈 걱정을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만약 제가 공주와 결혼하게 된다면 폐하께 파피루스를 팔아 얻은 돈을 혼수로 삼겠습니다.


그러니 폐하께서 공주에게 지참금을 더 주고 싶으시다면 제 파피루스를 더 많이 사주시면 됩니다.]


편지 내용을 다 읽은 군타는 멍한 얼굴로 가이세리크에게 편지를 돌려줬다.


“편지를 읽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그 루키우스라는 사람은 정말로 로마인이 맞는 것입니까?”


“크흐흐흐. 로마인이 아니라 우리 반달인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지?”


가이세리크의 말에 군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이 즐거웠는지 가이세리크는 다시 한번 웃었다.


며칠 뒤 반달 해적은 활동을 개시했고, 타라코에 쌓여있던 파피루스는 서로마 전역으로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초반부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9월 13일 12시 수정) 24.09.01 314 0 -
공지 제목을 변경했습니다. +20 24.08.31 179 0 -
공지 서로마 제국 지도입니다. (9월 13일 수정) 24.08.11 2,865 0 -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4.08.02 175 0 -
공지 추천글 감사합니다. 24.08.02 115 0 -
공지 고대 타라코 시 지도입니다. +4 24.07.31 1,458 0 -
공지 연재 시간은 밤 10시 20분입니다. 24.07.28 5,368 0 -
56 56편. 잠깐의 휴식, 드디어 마주 보다. NEW +34 13시간 전 1,247 99 18쪽
55 55편. 본격적인 무대로 나아가기로 했다. +54 24.09.15 2,050 128 20쪽
54 54편. 루키우스가 베풀어 주는 은혜. +56 24.09.14 2,332 160 19쪽
53 53편. 약탈할 때 좋았지? 너희도 그대로 당해봐. +40 24.09.13 2,471 161 17쪽
52 52편. 약탈단 퇴치와 거대한 특권. +28 24.09.12 2,575 167 18쪽
51 51편. 약탈 부대를 싹 때려잡을 비법. +32 24.09.11 2,716 165 18쪽
50 50편. 루키우스, 세상으로 나아가다. +64 24.09.10 2,856 217 20쪽
49 49편. 왜 너네 부대만 사정이 좋음? +56 24.09.09 2,990 172 20쪽
48 48편. 그녀와 재회하다. +38 24.09.08 3,014 156 19쪽
47 47편.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한 줄기의 빛. +46 24.09.07 3,069 179 19쪽
46 46편. 입 벌려. 과학 혁명 들어간다. +48 24.09.06 3,123 159 21쪽
45 45편. 서기 435년, 루키우스의 나이 15세. +36 24.09.05 3,295 179 19쪽
44 44편. 그들의 꿈은 루키우스의 꿈이 되었다. +54 24.09.04 3,314 184 20쪽
43 43편. 드디어 용광로를 쓸 때가 왔다. +50 24.09.03 3,377 206 18쪽
42 42편. 콜로나투스가 불태워지는 걸 보고 싶나? +56 24.09.02 3,500 222 18쪽
41 41편. 당신은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했습니다. +76 24.09.01 3,612 244 19쪽
40 40편. 망원경 통신 체계와 추종자. +54 24.08.31 3,617 184 19쪽
39 39편. 보다 더 멀리 보다. +24 24.08.30 3,765 185 20쪽
38 38편. 환호와 유리, 그리고 보상. +34 24.08.29 3,971 183 18쪽
37 37편. 희망의 등불. +32 24.08.28 4,041 200 18쪽
36 36편. 로마 인빅타. (무너지지 않는 로마) +38 24.08.27 4,200 221 18쪽
35 35편. 루키우스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38 24.08.26 4,020 209 18쪽
34 34편. 싸울 마음을 품게 하는 방법. +32 24.08.25 3,959 188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