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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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맨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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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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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편. 훈련 대장(?) 루키우스.

DUMMY

서고트 왕국 수도 툴루즈.


서고트 왕국의 왕 테오도리크는 의자에 앉은 채 자신의 눈앞에서 생글생글 웃음을 짓는 청년을 바라봤다.


“그래서 우리가 수에비 놈들을 막아내라?”


“예. 그렇습니다. 폐하.”


“작년에 우리에게 칼을 겨눈 놈이 이번엔 손을 내민다?”


“그 부분은 마기스테르께서 편지로 다 설명하지 않았습니까?”


청년 아비투스의 말에 테오도리크는 다시 한번 편지를 펼쳤다.


내용은 군인답게 짧고 명료했다.


루시타니아로 남하하는 수에비 놈들을 막아내라.


물론 그 뒤에 왜 이런 부탁을 하는지 구구절절한 이유가 써져 있었다.


‘그 아에티우스가 나에게 손을 내밀 생각을 다하다니. 급하긴 급하군. 그럼 이번에 아렐란테를 다시 노려볼까?’


잠깐 그 생각이 들었지만.


‘아니 그쪽은 나중에 노려도 돼. 지금 중요한 것은 히스파니아다.’


다시 한번 히스파니아의 로마인들에게 자신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지금까지 히스파니아에 공을 들인 걸 생각할 때,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지금까지의 계획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쪽은 군대를 보내지 않는 건가?”


“아시다시피 마기스테르께선 바쁜 몸인지라···. 히스파니아에 따로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봅니다.”


아비투스의 대답에 테오도리크는 ‘그럼 그렇지.’ 라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그쪽에 군대가 충분했다면 자신에게 손을 벌리는 제안을 던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좋아. 신하들과 이야기를 마치고, 결론을 주겠네.”


“예. 폐하.”


아비투스는 이제야 마음을 놓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 뒤 테오도리크는 신하들을 불러 모아 이번 일을 이야기했고, 신하들은 각자의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폐하. 오히려 이건 좋은 기회입니다. 이참에 아를란테를 접수하면 어떻습니까?”


“아니됩니다. 폐하. 지금은 수에비 놈들을 막아내는 것이 우선입니다.”


“수에비 놈들이야 나중에 막아도 상관없습니다. 지금은 가이세리크에게 곡물을 수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치 시장 통에 온 것처럼 신하들은 왁자지껄 한껏 소리를 드높였다.


테오도리크는 그들의 의견을 하나하나 들으며 이야기를 정리했다.


‘히스파니아를 구원하자는 의견이 가장 많군.’


그럴 법도 했다. 여기에 있는 대다수는 히스파니아의 현지 로마인과 친인척 관계를 맺었으니.


“좋소. 그럼 의견을 정리하겠소. 그럼 누가 수에비 놈들을 막겠소?”


테오도리크의 말에 신하들은 입을 다물고,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씁. 아무래도 이번 일에 내 군대를 투입하긴 좀 그런데···.’


‘대왕의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내 군대가 상하는 건 조금.’


신하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서고트 왕국은 각 유력자들이 자신만의 군대를 가진 나라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은 서고트 왕국뿐만 아니라 반달 왕국, 수에비 왕국 등 게르만 계열 왕국이라면 다 그러했다.


‘쯧. 속 보인다. 속 보여. 이 망할 것들.’


테오도리크는 그런 신하들을 보면서 냉소했다.


결국 신하들 중 하나를 지목할 수밖에 없었다.


왕의 역할이 그런 역할이니까.


“리우비길드. 자네가 다시 한번 히스파니아에 가줘야겠다.”


자신을 지목하는 테오도리크의 말에 신하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리우비길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폐하. 수에비 놈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겠습니다.”


하지만 테오도리크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각자 리우비길드를 돕기 위해 예산을 짜보도록 하지.”


그 순간 지목되지 않아서 행복했던 신하들은 얼굴을 굳혔다.


그 모습을 지켜본 리우비길드는 속이 다 고소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리우비길드는 대략 500명의 병사들을 이끌고, 히스파니아 동부 항구 도시 타라코로 출발했다.


*****


한편, 아에티우스에게 군대를 달라고 청원한 히다티우스는 타라코에 도착하자마자 티치아노를 찾은 뒤 그에게 아에티우스의 편지를 전달했다.


“그 명망 높으신 마기스테르께서 우리에게 군사를 내어달라고 부탁할지는 꿈에도 몰랐소.”


“그쪽은 라에티카, 노리쿰에서 일어나는 침략을 막기 위해 군사를 내어 줄 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겠지. 그에게 중요한 건 자신의 영토이니까.”


티치아노가 냉소하며 그렇게 말하자 히다티우스는 그런 그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하지만 자경단으로 이 도시를 지키기도 벅찬데···. 그 자경단으로 수에비 놈들을 막으라니. 이거 참. 하하···.”


티치아노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그래도 그쪽은 자경단으로 반달 해적의 침입을 막아내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저 운이 좋았을 따름이오. 오히려 이 일로 가이세리크의 진노를 사 타라코가 지워 질 뻔 했지.”


티치아노의 담담한 대답에 히다티우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티치아노는 그런 히다티우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우리의 손으로 해결해야만 했소.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지 11년이 지난 어린아이가 가이세리크에게 무릎을 꿇으며 살려달라고 애걸해야 했지.”


“허어. 그런 일이 있을 줄은···.”


“가이세리크가 진노를 풀었기에 다행이오. 안 그랬으면 난 지금쯤 하느님과 함께했을 지도 모르는 일인데. 그런데 이번엔 수에비 놈들을 막아달라? 이 도시에서 자경단을 빼내면 누가 이 가엾은 도시를 지켜 줄까? 난 그게 궁금하오.”


티치아노의 말에 히다티우스는 뭐라 대답할 수가 없었다.


자신도 티치아노와 같은 처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티치아노는 타라코를 지킬 자경단이라도 있지.


자신은 그런 자경단조차 없어서 아에티우스에게 찾아와 애걸해야 했다.


“한 가지만 말해주겠소. 우리에게 그리 큰 기대를 하지 말게나. 우리의 자경단은 로마군이 아니야. 그저 밥 준다는 소식에 모아놓은 잡병들에 불과하오.”


“우리는 그런 잡병조차 없습니다.”


“숫자도 적소.”


“우리는 그런 숫자도 없습니다. 아예 군대 자체가 없단 말입니다!”


히다티우스는 울부짖으며 그렇게 외쳤고, 티치아노는 뒷골이 당겼다.


히다티우스는 곧 자신들의 사정을 털어놓기 시작하는데, 들어보니 참 가관이었다.


‘마을을 지켜야 할 남성들이 도적 떼가 되어 다른 마을을 습격한다.’


‘루시타니아에 주둔 중인 로마군을 찾았지만 그들이 본래 주둔해 있던 요새는 도적이 차지해버렸다.’


‘가도에 파리들이 앵앵거린다. 살펴보니, 길바닥에 시체들이 썩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체의 대다수가 어린아이, 여자, 노인들이다. 장례를 치르려고 해도 형편이 좋지 않아 수습도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이게 현실인지 마경인지 하는 증언들이 히다티우스의 입에서 쏟아졌다.


“루시타니아도 그렇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도시는 이 난리에 피난 온 사람들로 미어터지고 있고, 마을은 이미 잿더미가 되었지요. 황충 같은 수에비 놈들이 여기에 오기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


티치아노는 말없이 히다티우스를 바라봤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도시를 지키는 자경단을 뺀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하지만···.”


히다티우스는 울먹거리며 말을 이었다.


“제발 도와주실 수 없겠습니까? 같이 버림받은 사람들끼리···.”


“하. 빌어먹을. 일단 안에 들어가서 쉬시오.”


그 말에 히다티우스는 간절한 눈빛으로 티치아노를 바라보며 정자에서 물러났다.


정자에 홀로 남은 티치아노는 이마를 부여잡으며 중얼거렸다.


“젠장···. 나보고 어떻게 하란 말인가. 빌어먹을.”


참으로 기분이 뭐 같았다.


겨우겨우 파도를 헤쳐나가도 더 큰 파도를 맞이하는 기분이다.


티치아노는 속으로 욕을 퍼부으며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갔고, 그 안에 비치된 물건 하나를 바라봤다.


은빛으로 빛나는 하나의 갑옷.


로마군이 평상시에 쓰던 로리카 스쿠아마타가 아닌 새로운 유형의 갑옷이었다.


온 몸을 마치 철로 뒤덮은 듯한 갑옷.


저 철판 하나 하나가 강철이라고 들었다.


‘내 몸의 치수를 잰 이유가 바로 저것 때문이었지.’


티치아노는 갑옷의 표면을 쓰다듬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매끈하고, 차가웠다.


반 년 전에 폼페이우스 집안이 선물한 갑옷이다.


주문을 한 건 1년 전이니 제작 기간에만 반 년이 걸린 셈이다.


‘조만간 널 입어볼 날이 멀지 않아 보이는 구나.’


티치아노는 굳은 얼굴로 눈앞의 아름다운 갑옷을 바라봤다.


*****


두 명의 소년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아니 멀리서 본다면 그냥 어른과 아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아이는 평범한 도시 아이처럼 튜니카를 입은 반면 어른은 멋들어진 갑옷과 투구를 썼다.


모르는 사람이 둘을 봤다면 분명 군인 아빠와 그런 아빠를 동경하는 아들로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현실은 아니었다. 오히려 군인 아빠(?)가 아들(?)에게 투덜거리고 있었다.


“이제 세상에 나온 지 11살 밖에 안 되는 아이를 연병장으로 오라고 하다니. 세상이 잘못 돌아가는 거 아냐? 응?! 말해봐. 메투스.”


“세상이 잘못 돌아가기는요. 오히려 세상이 도련님을 알아주는 거 아니겠습니까?”


“암만 그래도 그렇지.”


“솔직히 도련님 덩치를 보십시오. 이게 세상에 나온 지 11살 아이의 몸집입니까? 아니 덩치만 그러면 이해라도 하는데, 하는 행동도 딱 어른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지난 번 반달 해적이 침략했을 때를 떠올려보십시오. 그 누구도 도련님을 11살 짜리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걸요?”


“젠장. 너무 설쳤어. 아이는 아이답게 집에 콕 틀어박혀 있어야 했는데 말이야.”


그때, 메투스는 잠깐 걸음을 멈추고, 루키우스의 투구를 살펴봤다.


“왜 가던 길을 멈춰?”


“도련님이 쓴 투구를 좀 보고 있었습니다. 참 멋지네요.”


“이거? 왜 쓰고 싶냐?”


“에이. 제가 어찌 도련님의 투구를 탐하겠습니까?”


“네 얼굴이 쓰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데. 뻔한 말 하기는. 옛다.”


루키우스는 자신의 투구를 벗어 메투스에게 씌웠다.


“으으. 이거 무겁네요.”


“그럼 가벼울 줄 알았냐?”


“이게 그 전장의 무게인가 그겁니까?”


“하. 이게 좀 실전을 뛰었다고 그런 말을 할 줄 아네.”


“제가 도련님 뒤를 졸졸 따라다닌 지 몇 년인데 그 정도 말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 그래.”


루키우스는 메투스가 쓴 투구를 벗겨 다시 자신의 머리에 씌우며 걸어갔다.


얼마 뒤, 둘은 어느새 연병장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루키우스는 곧바로 이곳 자경단원들의 대장 ‘파비우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때마침 파비우스는 연단에 서서 대략 400명 가까이 되는 자경단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었다.


“따라서 제군들은 이 타라코를 지키기 위해 또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파비우스는 자경단원들에게 목적 의식을 불어넣고 있었다.


우리가 왜 타라코를 지켜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전투를 거부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


자경단원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파비우스의 말을 듣다가 적절한 때가 되면.


-예! 알겠습니다!-


라고 복명복창했다.


그런 식으로 연설을 마친 파비우스는 곧 자경단원들에게 훈련을 지시하러 연단에서 내려올 때, 루키우스와 눈을 마주쳤다.


“오셨습니까?”


자경단원들에게 위엄 있게 연설하던 사람이 루키우스 앞에선 순한 양이 되어버리자 오히려 루키우스가 당황스러웠다.


“흠흠. 병사들 앞인데, 이러셔도 괜찮겠습니까?”


“그래봤자 폼페이우스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폼페이우스님에게 고개를 숙이는 편이 병사들 통제에 더 도움이 됩니다.”


“으음···.”


사실 자경단이 루키우스에게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들이 루키우스에게 이런 태도를 취하기 시작한 건 작년 오아메르 일당이 타라코를 침략했을 때부터 였다.


그 당시 루키우스는 아버지 퀸투스 옆에서 그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날리며 사태를 수습했었고, 그 과정에서 거리에 뿔뿔이 흩어졌던 자경단원들이 퀸투스에게 거둬졌다.


그리고 자경단원들은 루키우스의 활약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


적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 일개 어른을 손쉽게 제압하는 무력, 지휘관을 향한 시기적절한 조언.


그야말로 삼박자가 고루 갖추며 패배하는 게 당연했던 전투를 대승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로 인해 일부 자경단원들은 내심 루키우스를 자신들의 지휘관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돌린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루키우스가 이 타라코를 지키기 위해 직접 가이세리크를 찾아간 사건이었다.


어른조차 하기 힘든 일을 이제 세상에 나온 지 10살 밖에 되지 않는 아이가 해내자 자경단원들의 마음은 급속도로 루키우스에게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나이가 뭐가 문제야? 그 정도면 어엿한 장군님이라고.’


‘덩치만 보면 어른이잖아. 저번에 전투할 때, 기억 안 나?’


‘내가 듣기로는 그분이 이곳 자경단에 온다고 하던데?’


‘뭐 그게 정말이야?’


그런 식으로 알음알음 소문이 돌면서 결국 일부 자경단원들이 파비우스를 찾아가 청원했다.


‘폼페이우스님을 초청하는 건 어떻습니까?’


‘폼페이우스님? 그러니까 퀸투스 폼페이우스님 말씀하시는 거지?’


‘대장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제 10살이 된 어린아이를 여기에 들이자고?’


‘대장님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습니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에휴. 모르겠다. 그래. 한번 알아보마.’


대강 이런 식으로 루키우스는 자경단에 초청되어 어느새 그들의 실질적인 대장(?)이 되고 말았다.


파비우스가 루키우스에게 고개를 숙이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전보다 사람이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


“예. 서쪽에서 탈영병들이 우리 타라코에 귀순했습니다.”


“탈영병이요?”


“예. 본래는 톨레툼에 주둔 중이던 병사들이었는데, 여러 번 전투를 치르다 본대와 떨어지고···.”


이 시기 히스파니아를 돌아다니는 유랑민들이 많았다.


그 유랑민들 중엔 탈영병도 있었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군대에서 이탈하게 된 이들은 바가우다이(농민 반란군)에 합류하거나 아니면 지금처럼 멀쩡한 곳에 귀순한다.


정상적인 상황이면 그들이 속한 군부대에 탈영병을 돌려보내지만.


현재 히스파니아가 어디 정상적인 상황인가?


이런 식으로 탈영병을 꿀꺽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탈영병들도 원래 있던 군부대로 되돌아가면 처벌될 가능성이 높았기에 그 부분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자경단 입장에선 경력 있는 병사들을 모집해서 좋고, 탈영병들은 자신의 과거를 묻고, 생계를 이어나가서 좋고, 말 그대로 윈-윈이었다.


다만 다 좋은 것은 아닌데.


‘이렇게 되면 통일성을 해치게 되는데.’


각 중대마다 장구류 놓는 위치가 다르듯 부대가 다르면 군사 전통이 달라지게 된다.


차라리 처음부터 민간인이었다면 종이가 물을 빨아들이듯 순식간에 그 부대의 군사 전통을 물들일 수 있지만 다른 부대 출신이라면 그게 쉽지 않았다.


‘어. 우리 부대는 그런 거 안 하는데요?’


이런 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자연히 군 부대 안에서 파벌을 만들게 되고, 그 이후의 일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게 될 것이다.


“혹시 그 탈영병들이 분란을 일으키지 않나요?”


“분란이요? 감히 그들이?”


파비우스의 대답에 루키우스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혹여 그들이 폼페이우스님에게 분란을 일으킨다면 저에게 말씀하십시오.”


“하하.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제가 훈련을 지시해야 합니까?”


“그래야 여기의 녀석들이 따르지 않겠습니까?”


파비우스의 부탁에 루키우스는 어쩔 수 없이(?) 자경단원들을 훈련하게 됐다.


*****


‘이게 뭐하는 짓거리지?’


겐나티우스는 지금의 상황이 얼떨떨했다.


“좌로 갓!”


한 장교의 호령에 겐나티우스 및 주변의 병사들은 그 즉시 몸을 좌측 직각으로 꺾어 나아갔다.


마치 명령어를 입력하면 그대로 움직이는 로봇처럼.


하지만 몇몇 인간은 아직 유기체인 기억을 가져서 오류를 일으키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호령을 하는 장교가 그런 오류를 낸 인간들을 지목했다.


“너. 너. 그리고 너. 열외.”


오류를 낸 병사들은 울상을 지으며 외딴 곳에 열외했다.


겐나티우스는 호령에 따라 몸을 움직이면서도 시선을 열외된 곳으로 돌렸는데.


그곳에서 열외된 병사들은 나무 뒤를 반환점으로 왔다 갔다 뛰기, 앉았다 일어나기, 팔 벌려 높이 뛰기, 온 몸 비틀기 등 한국 군인이라면 볼 때마다 기억 폭행하게 만드는 동작들을 수행하고 있었다.


겐나티우스는 그걸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너 열외.”


아뿔싸! 열외된 곳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자신 또한 열외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예?”


“예에? 정신 나갔냐? 열외라고! 너 열외! 이 새끼야. 매를 맞아야 정신 차릴 거야? 빨리 안 튀어나가!”


장교의 호통에 겐나티우스는 허둥지둥 외딴 곳으로 가 그 처절한 훈련을 받아야 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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