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퓨전

새글

볼트맨형님
작품등록일 :
2024.07.25 10:08
최근연재일 :
2024.09.16 22:2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273,086
추천수 :
11,394
글자수 :
444,347

작성
24.08.22 22:20
조회
4,247
추천
188
글자
18쪽

31편. 로마군에 없던 새로운 전술과 훈련법.

DUMMY

루키우스가 생각했을 때.


자신이 용병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들은 이 세계에선 거진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다.


무슨 개소리냐고?


일단 들어봐라.


현대 전투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고대처럼 진을 이루며 진격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잘 알 것이다.


기관총, 포, 비행기, 전차에 한낱 고깃덩어리가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그렇기에 현대 전투는 팀을 이루며 싸우는 경우가 많다.


분대 단위로 움직이는 것이 그 예시다.


그리고 루키우스가 전생에서 활동했던 용병은 전면전이 아닌 특수전을 치루는 특수 부대에 속했다.


작전 지역에 침투해서 임무를 수행하는 그런 거 말이다.


그곳에서 쌓아뒀던 전투 기술들은 이 세계에서 일부를 제외하곤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그 이유는 다루는 무기가 달랐기 때문이다.


‘전생에선 돌격 소총과 권총, 그리고 나이프, 본부에서 내려 주는 지원들이 있었지.’


이 세계에서 총? 그런 게 있을 리가.


혹여 루키우스가 총을 만든다고 해도 전장식 소총이 최대치였다.


전생에서 썼던 돌격 소총과 권총은 무리였다.


그 둘은 전장식 소총보다 연사력이 훨씬 우월한 무기들.


그리고 루키우스가 전생에서 쌓아둔 전투 기술은 바로 그 무기들이 있어야 발휘될 수 있었다.


게임으로 치자면 궁사로 캐릭터를 키웠는데, 운영자가 ‘자. 이번에 전사로 전직해보렴.’ 이러면서 궁사에서 전사로 변경시킨 거다.


더욱이 스킬을 찍는 것도 레벨업을 하면서 생기는 스킬 포인트로 찍는 게 아니라 스킬북을 사서 익히고, 그 스킬들을 사용해야 스킬 레벨업이 이루어지는 구조다.


루키우스가 괜히 힐데아의 가르침을 받는 게 아니었다.


‘그나마 나이프를 배웠던 게 지금의 검술에 큰 도움이 됐지.’


전생에 익혀둔 나이프 기술과 지금의 검술은 근본부터 다르다.


일단 무기 길이부터 다르고, 또 그 무기를 써야 할 때가 다르다.


하지만 검을 휘두른 점에서 둘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에 나이프 기술은 루키우스의 검술을 형성할 때,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루키우스가 생각했을 때,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크게 도움이 되는 건 우습게도 국군에서 2년의 군생활을 겪으며 익혔던 경험과 지식이었다.


‘그때는 그저 시간만 버린다고 생각했는데, 참 아이러니해.’


훈련병 시절에서 인간이 아닌 한낱 기계가 되어 ‘삐빗! 좌로 갔! 우로 갔!’ 하는 제식 훈련이 자경단원을 가르칠 때 크게 도움이 됐다.


그리고 조교들이 그때 당시 사용했던 노하우도 여기에 듬뿍 담았다.


저길 보라. 지금도 저 자경단원들이 한낱 로봇이 되어 척척 움직이지 않은가?


가끔 오류가 난 유기체가 있는데, 그 유기체를 외딴 곳에서 체력 훈련을 시키면 오류를 일으키는 빈도가 줄어든다.


“줄줄이 좌로 가지 말고, 우로 갓!”


이런 식으로 청기백기 지시를 사용해 반수 이상이 오류를 일으키면?


“본 훈련대장은 이 모습에 상당히 실망했습니다. 자 모두 좌우 동료들과 어깨동무!”


자경단원들이 자신의 지시에 쭈뼛거릴 때, 루키우스는 조교에게 눈짓을 한다.


“야 이 새끼들아! 어깨동무 안 해?! 생활관에서 푸닥거리할까? 어?!”


이런 식으로 조교가 자신의 일을 돕는다.


그럼 정신을 바짝 차린 자경단원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그 모습을 지켜본 루키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앉아!”


-앉아!-


“그 상태에서 좌로 가.”


-그 상태에서 좌로 가!-


자경단원들은 어깨동무를 한 채 좌로 간다.


이런 식으로 정신을 쏙 빼놓으며 군인을 한 사람이 아닌 집단으로 각인시킨다.


진을 이루며 싸우는 이 세계에서 루키우스의 제식 훈련은 그야말로 최고의 효율을 자랑했다.


사실 로마군도 따로 제식 훈련 및 진을 이루는 훈련을 한다고 하지만 루키우스의 제식 훈련만큼은 아니었다.


‘저 잡병들이 빠른 속도로 정예화되는 군. 정말이지 저 아이 아니지 저분은···.’


파비우스가 속으로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사실 타라코의 자경단은 로마군 출신 퇴역 군인이 민간인들을 끌어모아 만든 게 다 였다.


자연히 일반적인 로마군에 비하면 뒤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부대 전통? 그런 게 있을 리가.


훈련? 그것도 따로 부대 전통이 있어야 가능한데?


일반적인 로마군과 달리 타라코의 자경단은 0에서부터 시작되는 거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티치아노 주교가 히다티우스에게 타라코의 자경단을 가리켜 잡병이라고 말했던 거고.


하지만 타라코의 자경단이 그런 상태였기에 참 아이러니하게도 루키우스의 훈련 기술을 적용시킬 수 있었다.


‘특히 체력이 뒤쳐지는 녀석을 따로 빼놓는 건 정말이지···.’


루키우스는 자경단원들에게 고된 훈련을 지시함에도 탈진하는 녀석들이 생기면 조교로 하여금 그 인원들을 골라내 그늘진 곳으로 옮기고, 소금물을 먹여 체력을 회복시켰다.


루키우스가 전생에서 배웠던 응급 기술이 적절하게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그 덕분에 거친 훈련을 받고도 죽거나 다치는 녀석은 없었다.


티치아노 주교가 자경단의 이 훈련을 본다면.


“이게 우리의 자경단이라고?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닌데?”


이렇게 어리둥절하게 된다.


“오셨습니까? 주교님. 그나저나 뒤의 그분은?”


“아쿠아 플라비아의 주교로 있는 ‘히다티우스’ 라는 사람이다. 그것보다 네가 자경단의 훈련을 주관하고 있을 줄이야.”


“그쪽에서 저를 초청했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럼 전 정당한 지휘권자가 돌아왔으니···.”


“아니 계속해봐라. 나도 한번 네 솜씨를 보고 싶구나.”


티치아노가 그렇게 말하자 루키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훈련을 주관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히다티우스가 궁금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저 사람은?”


“아까 지난번에 가이세리크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아이가 있지 않소? 저 아이가 바로 그 아이이오.”


그 대답에 히다티우스가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티치아노와 루키우스의 뒷모습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예? 아이라고요?”


“믿기기 어렵겠지만 그렇소. 덩치와 하는 행동은 한 사람의 어른인데도 세상 밖으로 나온 지 이제 11년밖에 안 지났으니. 이거 참···.”


티치아노는 그 말을 하면서 실소를 내뱉는다.


“그나저나 로마군은 저렇게 훈련하는 것입니까?”


그 물음엔 루키우스와 함께 서 있던 파비우스가 대답했다.


“그건 아닙니다. 저런 식으로 훈련하는 방법은 로마군에 없습니다.”


“그 말씀은?”


“예. 저분이 처음 창안한 훈련 방법이죠. 역시 그분을 이 자경단에 초청한 건 주님이 제 판단에 축복을 내려 준 결과물이겠죠.”


파비우스가 성호를 그리며 그렇게 대답하니, 히다티우스도 같이 성호를 그렸다.


“루키우스 그 아이가 자경단에 관여한 지는 얼마나 됐나?”


“2달 정도 됐습니다. 원래 그분은 여기에 올 생각이 없었는데, 저와 병사들이 겨우겨우 옷자락을 붙잡아 여기에 모셔올 수 있었죠.”


“그래서 저 녀석들이 명령을 철통같이 따르는구만.”


“이 혼란한 세상에서 저런 사람의 지휘를 받는 건 축복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파비우스의 고평가에 티치아노도 동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에 반달 해적이 타라코를 침략했을 당시 우리가 거의 피해 없이 일을 수습할 수 있었던 건 저 아이의 공로였지.”


“우리는 그걸 바로 옆에서 지켜봤고요.”


“그래. 나도 봤어. 마치 그 폼페이우스가 돌아온 듯했지. 뭐 추억은 여기까지만 말하고···. 사실 자네에게 아주 어려운 부탁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아주 어려운 부탁’ 이라는 단어에 파비우스의 미간이 순식간에 모아졌다.


티치아노는 히다티우스를 가리켜 말했다.


“이 형제가 말하길 루시타니아가 수에비 놈들에게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하더군.”


“······. 그러니까 우리 보고 그 수에비 놈들을 막아라? 그런 소리입니까?”


파비우스는 충격적인 얼굴로 그렇게 되묻자 티치아노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


“나로선 최대한 막아보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네. 아에티우스가 우릴 콕 집었거든.”


“그 아에티우스가? 하···. 하하···. 하하하하하!”


파비우스는 폭소를 해댔다.


당연히 기뻐서 내는 웃음이 아니라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내는 웃음이었다.


“아예 이 타라코가 망하길 기원하나 보군요. 그 갈리아의 마기스테르께선.”


이런 파비우스의 반응에 히다티우스는 마치 죄인이라도 된듯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도 오히려 지금 이 시점이기에 타라코의 자경단을 빼도 크게 문제될 건 없을 걸세. 루키우스 그 아이가 왜 작년에 가이세리크에게 무릎을 꿇었는가? 반달 해적은 여기에 올 수 없네.”


“주교님. 우리 타라코를 위협하는 녀석들은 반달 해적 뿐만이 아니지 않습니까?”


“바가우다이를 말하는 건가?”


“예. 그들이 이곳 타라코에 눈독을 들이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이미 카이사르아우구스타의 주변 콜로나투스가 그들의 약탈로 황폐해졌습니다.”


파비우스의 말에 티치아노는 한숨을 내뱉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 부분은 고트가 해결한다고 하더군. 그리고 이번 원정은 우리 자경단만 가는 게 아니야. 고트의 테오도리크가 병력을 보낸다고 약속했어.”


“그건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지만···.”


“그래. 나도 자네의 마음을 알고 있어. 아직 준비가 부족하겠지. 무기와 갑옷도 모자를 것이고, 그곳까지 가는데 필요한 보급도 생각해야겠지.”


티치아노의 대답에 파비우스는 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얼굴 표정으로 ‘다 알고 있으면서 왜 그딴 쓰레기 같은 명령을 수행하러 가냐?!’ 라는 뜻을 명백히 보였다.


만약 이런 말을 하는 게 티치아노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분명 파비우스는 검집에서 칼을 뽑으며 항의하리라.


결국 파비우스가 할 수 있는 말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렇겠지.”


“거기다 모두를 끌고 갈 순 없습니다. 비상시의 사태라는 게 있으니까요.”


“도시의 치안을 지키려면 일부는 놔둘 수밖에 없겠지. 후우···. 이 제안을 시의회에 내놓으면 또 난리가 나겠어.”


티치아노는 한숨을 내쉬며 눈앞의 훈련을 바라봤다.


잡병에 불과했던 자경단원들은 루키우스의 지시와 조교들의 통제에 발을 맞추며 걸어가고 있었다.


*****


암만 제식 훈련도 중요하지만 하루 종일 제식 훈련을 할 수 없다.


제식 훈련을 끝내자마자 루키우스는 실전 훈련을 시작했다.


“온다···.”


“버텨라! 무조건 버텨라! 시발 도망치는 새끼는 나에게 뒤진다!”


“앞만 봐! 앞! 이 새끼야! 앞만 보라고!”


뒤에선 선임들이 성난 목소리로 겁박하며 옷자락을 꽉 붙잡았다.


반면 최전방에 있는 신입들은 선임들이 자신의 신경을 건드렸음에도 반항은커녕 눈앞의 광경에 압도됐다.


-두두두두!-


눈앞에 흙먼지가 일어나는 게 보인다.


-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이쪽을 향해 다가온다.


-두두두두!-


“야. 정신 차려라! 이 새끼야!”


“압도되지 마! 생각하지 마! 보지 마! 귀만 기울려!”


순간 선임들의 외침이 귓가에 들린다.


몇몇은 아직도 눈앞의 광경에 압도되었으나 몇몇은 이제야 정신을 차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병사들 옆에 있던 한 장교는 목에 걸린 호루라기를 입에 물더니.


-퓌익!-


병사들의 귓가에 호루라기 소리가 명백히 들려왔다.


그 순간 최전방의 신입들은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더니 손에 든 걸 전방에 둔다.


바로 석궁이다.


루키우스는 작년에 이 석궁을 발명한 뒤 어느 정도 만들어두다가 자경단에 초청될 때, 이것들을 기부했다.


자세를 취하고, 염소발로 시위를 당기고, 화살을 장전한 뒤 앞에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된다.


숙련에 시간이 필요한 활과 달리 석궁은 금방금방 쉽게 익히는 무기였기에.


티치아노가 평가하길 잡병 무리에 가까웠던 타라코의 자경단에게 딱 알맞은 무기였다.


이 자경단에 들어온 신입들은 로마군과 달리 석궁을 쏘는 법부터 익혀야 했다.


본래 로마군은 이 상황일 때, 돌을 던지거나 창을 던지거나 활을 쏘지만 이 타라코의 자경단은 달랐다.


-퓌익!-


장교가 다시 한번 호루라기를 분다.


전방의 신입들은 몸이 기억하는 대로 염소발로 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허나 몇몇은 긴장했는지 염소발을 바닥에 떨구거나 제대로 시위를 당기지 않았다.


그런 실수들이 빗발치지만 장교는 냉정하게 다시 한번 호루라기를 분다.


-퓌익!-


허리춤에 달린 화살통에서 볼트를 꺼내 화살을 재고.


-퓌익!-


눈앞의 무리를 향해 조준한 뒤.


-퓌익!-


마지막으로 방아쇠를 당긴다.


그렇게 석궁에서 발사된 화살들은 전방을 향해 쏟아진다.


하지만 신입들을 향해 돌격하던 기병들은 어느새 양옆으로 나눠져 흩어진다.


암만 화살에 화살촉 대신 솜과 헝겁을 뭉친 걸 대신 넣었다고 해도 조금만 충격을 받으면 낙마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에 그렇다.


두 갈래로 나눠진 기병은 다시 한번 뭉쳐 이쪽을 향해 달려온다.


장교는 그 모습을 보고, 또 호루라기를 분다.


-퓍! 퓍!-


이번에 두 번 울린다.


“빠져! 빠지라고!”


“정신 안 차려! 이 빌어먹을 새끼야! 안으로 들어가라고!”


선임들이 얼빠진 신입들의 목덜미를 잡으며 진 안으로 집어넣는다.


신입들이 있는 자리엔 창을 든 선임들이 자리 잡았다.


그들은 가장 먼저 끝이 뾰족한 방패를 바닥에 박고, 그 다음에 몸을 숙여 창을 땅바닥과 45도 각도로 위로 세운 다음 눈앞의 기병을 노려본다.


보통 창병이 돌격하는 기병을 상대할 때, 쓰는 방법이다.


훈련은 그런 식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본 티치아노는 혀를 내둘렀다.


“난생 처음 보는 훈련이군. 로마군도 저런 식으로 훈련하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런 식으로 훈련하는 부대는 우리가 유일할 것입니다.”


“그런데 왜 저런 식으로 훈련하지? 저렇게 정면에 창을 앞세우면 적 보병이 양옆을 찌르지 않는가?”


“그러면 진형을 둥글게 감싸서 모든 방위의 공격을 막으면 그만입니다. 우리로선 창병으로 적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하면 됩니다.”


“아! 그렇군. 창병은 적을 저지하고, 저 석궁병이 창병 뒤에서 활을 쏴서 공격하는 방식이구나.”


파비우스는 티치아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히다티우스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조금 전에 타라코 자경단은 잡병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보기에만 그럴싸할 뿐 아직 실전도 뛰지 못하는 녀석들이오.”


“실전이라면 작년에 일어났던 반달 해적의 침입으로···.”


“그때는 도시 안에서 싸운 터라 이런 식으로 진을 갖추지 않았소. 한 마디로 진을 갖추고, 싸운 적은 단 한번도 없단 말일세.”


티치아노의 대답에 히다티우스는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히다티우스는 다시 한번 연병장에 시선을 돌리며 생각했다.


‘타라코의 자경단이 한낱 로마군보다 더 정예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건 도대체···.’


히다티우스는 혀를 내두르며 훈련을 지켜봤다.


****


루키우스의 오늘 훈련은 모두 끝이 났다.


고된 훈련으로 체력이 다 떨어진 병사들은 그늘진 곳에서 소금 및 포도주를 약간 첨가한 물을 마시며 갈증을 해소하고 있었다.


다행히 이번 훈련엔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상대방의 호흡을 통해 상대방의 위치와 상황, 그리고 상태를 알아보는 루키우스의 초능력이 그런 사고를 예방했기 때문이다.


“참 인상적인 훈련이었네.”


티치아노가 루키우스에게 다가가 말했다.


“주교님의 눈에 인상적으로 다가오다니, 참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왜 저런 식으로 훈련을 하는지 물을 수 있겠나?”


그 말에 루키우스는 속으로.


‘이게 바로 1000년 뒤에 있을 장창과 총을 사용한 전술이지.’


라고 대답했지만 겉으로는.


“게르만 인들이 로마군 전술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이지?”


“로마군이 게르만 부족 사람을 받아 들인지 몇 년이 되었는지 아십니까?”


“그건 나도 잘 모르네. 다만 200년은 넘었을 거라고 아네.”


그 대답에 루키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로마에 둥지를 트는 적들은 로마군의 전술에 너무 익숙해졌습니다. 로마군에서 복무한 게르만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갈 때, 복무 시절 익혔던 기술들을 고향 사람들에게 가르치기 때문이죠.”


“그건···.”


로마군이 게르만 부족에게 패배를 당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게르만 부족 전사들 입장에서 로마군은 그야말로 몇 백 년 전 썼던 메타를 그대로 쓰던 녀석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로마군도 이런 약점을 알아서 자신의 메타를 조금씩 바꿨다.


필룸을 풀룸바타(다트)로 바꾸고, 스쿠툼(사각 방패)을 파르마(원형 방패)로 바꾸고, 글라디우스(단검)를 스파타(장검)로 바꾼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실 로마군이 이렇게 바뀐 건 전략과 목표를 국경을 수비하는 것에 중점 둔 것도 크게 한 몫 했다.)


허나 그렇게 바뀐 로마군의 전술, 전략도 게르만 부족이 빠른 속도로 습득해버렸다.


그러니 로마군 입장에선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결국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적을 상대할 수밖에 없다.


루키우스가 이런 전술을 개발한 것도 그러한 배경이 있었기에 그렇다.


티치아노는 루키우스의 설명을 이해했지만 그래도 미심쩍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과연 적에게 통할까?”


“통하게 만들어야지요. 애초에 그런 일을 하라고 지휘관이 있고요.”


“한 마디로 처음 쓰는 방법이란 소리군.”


“그게 영 불안하다면 퇴역한 로마군을 불러다 다시 되돌릴까요?”


“아니. 됐어. 어차피 전투는 나보다 자네가 더 잘 알 테지.”


“주교님의 신임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일단 그것보다 잠시 이야기를 좀 하지.”


그 말에 루키우스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이야기요?”


티치아노는 엄지로 히다티우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조만간 자경단을 데리고, 출정을 떠날지 몰라서 말이야.”


그 대답에 루키우스는 히다티우스를 싸늘하게 바라봤다.


작가의말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초반부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9월 13일 12시 수정) 24.09.01 313 0 -
공지 제목을 변경했습니다. +20 24.08.31 179 0 -
공지 서로마 제국 지도입니다. (9월 13일 수정) 24.08.11 2,865 0 -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4.08.02 175 0 -
공지 추천글 감사합니다. 24.08.02 115 0 -
공지 고대 타라코 시 지도입니다. +4 24.07.31 1,458 0 -
공지 연재 시간은 밤 10시 20분입니다. 24.07.28 5,368 0 -
56 56편. 잠깐의 휴식, 드디어 마주 보다. NEW +34 13시간 전 1,246 99 18쪽
55 55편. 본격적인 무대로 나아가기로 했다. +54 24.09.15 2,050 128 20쪽
54 54편. 루키우스가 베풀어 주는 은혜. +56 24.09.14 2,332 160 19쪽
53 53편. 약탈할 때 좋았지? 너희도 그대로 당해봐. +40 24.09.13 2,471 161 17쪽
52 52편. 약탈단 퇴치와 거대한 특권. +28 24.09.12 2,575 167 18쪽
51 51편. 약탈 부대를 싹 때려잡을 비법. +32 24.09.11 2,716 165 18쪽
50 50편. 루키우스, 세상으로 나아가다. +64 24.09.10 2,856 217 20쪽
49 49편. 왜 너네 부대만 사정이 좋음? +56 24.09.09 2,990 172 20쪽
48 48편. 그녀와 재회하다. +38 24.09.08 3,013 156 19쪽
47 47편.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한 줄기의 빛. +46 24.09.07 3,069 179 19쪽
46 46편. 입 벌려. 과학 혁명 들어간다. +48 24.09.06 3,123 159 21쪽
45 45편. 서기 435년, 루키우스의 나이 15세. +36 24.09.05 3,295 179 19쪽
44 44편. 그들의 꿈은 루키우스의 꿈이 되었다. +54 24.09.04 3,313 183 20쪽
43 43편. 드디어 용광로를 쓸 때가 왔다. +50 24.09.03 3,377 205 18쪽
42 42편. 콜로나투스가 불태워지는 걸 보고 싶나? +56 24.09.02 3,500 222 18쪽
41 41편. 당신은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했습니다. +76 24.09.01 3,612 244 19쪽
40 40편. 망원경 통신 체계와 추종자. +54 24.08.31 3,617 184 19쪽
39 39편. 보다 더 멀리 보다. +24 24.08.30 3,765 185 20쪽
38 38편. 환호와 유리, 그리고 보상. +34 24.08.29 3,971 183 18쪽
37 37편. 희망의 등불. +32 24.08.28 4,041 200 18쪽
36 36편. 로마 인빅타. (무너지지 않는 로마) +38 24.08.27 4,200 221 18쪽
35 35편. 루키우스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38 24.08.26 4,019 209 18쪽
34 34편. 싸울 마음을 품게 하는 방법. +32 24.08.25 3,959 188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