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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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사건(4)

DUMMY

내 최초의 기억은 친구를 때려서 장난감을 빼앗는 거였다.

때려서 뺏는다. 이런 간단한 방법으로 평생을 살았다.


그런 내 감이 말하고 있다.

낙원 새끼들은 조폭이 맞다고.



빡빡이가 소리쳤다.


“형님! 조폭 새끼들은 믿으면 안 됩니다! 손가락을 무슨 봄철 두릅 자르듯 자르는 새끼들이라고요!”


형님이라는 단어를 쓰는 네가 더 조폭 같아.

무엇보다 빡빡이 새끼, 네 면상은 거의 조폭계의 해썹 마크 수준이야.

조폭이란 게 아주 확실하다는 인증 마크나 다름 없다고.


나랑 너랑 둘이 놓고 ‘더 조폭같이 생긴 쪽에 스티커를 붙여주세요.’ 한다고 상상해 봐라.

새빨간 스티커가 네 쪽에만 다닥다닥 붙어있을 거다.


쌍놈의 자슥. 그리고 두릅은 무슨 두릅이야!

우리도 나름대로 엄청난 각오를 하고 자르는 건데.

알지도 못하면서 지껄이고 있어.


잠깐, 아니지···.

와꾸를 보면 어쩐지 조폭의 생리를 잘 알기 때문에 하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아! 그럼 그렇지. 이건 백프로다.

저 빡빡이는 전직 조폭이었던 게 분명해.

근거는 바로 관상이다! 관상은 과학이니까.


아주 희망적인 소식이야.

과거가 어떻든 능력만 있으면 낙원에 취직할 수 있다는 소리니까!


확실히 저 빡빡이··· 무섭게 싸우긴 했지.

기절했다 깨어난 뒤로도 누운 채 쭉 봤는데···.

사람 몸에서 펑펑 터지는 소리가 났다.

주먹으로 치든 싸대기를 때리든 발로 차든 간에 말이다.


그래. 내가 무력은 빡빡이에게 딸릴지 몰라.

아니, 맨몸으로 싸우면 무조건 지겠지.


하지만 악으로 깡으로 버텨 온 나다.

주먹만 가지고는 이 바닥에서 나처럼은 오래 못 살아남지.


근성으로 승부한다!


“저는 진심입니다. 인생 전체를 후회하며 반성하고 있어요. 낙원에 들어가서 착한 일 하며 살고 싶습니다. 진작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저를 구해 주신다면 저도 사람들을 구하며 살겠습니다.”



나의 진심이 전해진 것일까?

인상 흐릿한 애송이가 내게 관심을 보였다.


“흐음··· 착한 일을 하고 싶으시다고요.”


그나저나 이런 비리비리해 보이는 좆밥 새끼도 낙원의 직원이라니.

빡빡이가 형님이라고 부르는 걸 봐서 직급도 높은 것 같은데.

나라면 얘보다는 무조건 잘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맞다이 까도 한주먹이면 충분하겠구만.


아, 너도 반달 같은 거구나?

주먹도 약하면서 계산기만 두들겨서 위에 오른 놈.

아니꼽다.


그러나 애송이는 나를 마음에 들어했다.


“렉스 형. 저는 이 사람 눈빛이 마음에 드는데요. 부장 급이면 이번 임무에 쓸모도 있을 것 같고요.”


믿어줘서 고맙긴 한데···뭐지? 혼란스럽다.

빡빡이가 애송이보고 분명 형님이라고 했는데?

애송이는 빡빡이한테 형이라고 한다.


이런 근본도 없는 개족보가 어디 있어?

하··· 낙원이 확실히 신생 조직이긴 하구나.

이름 꼬라지도 무슨··· 렉스?

스타트업인 거 티내나.


내가 들어가면 위아래부터 확실히 정해야겠다.

이래서 경력이 중요하다니까.

직급 체계와 서열에서 오는 권위가 얼마나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그걸 모르나?


아무튼 좋았어. 애송이 녀석은 아주 순진하군.

반달들이 다 그렇다니까. 때묻지 않은 놈들은 이래서 안 돼.

이 바닥 흙바닥 똥바닥 다 굴러 봐야 비로소 어엿한 조폭이라 할 수 있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양아치같이 생긴 놈이 충격적인 얘길 했다.


“저도 유령 님 의견에 한 표. 어차피 지가 뭘 어쩌겠어요.”


뭐··· 유령?

얼마 전에 생방송 데스크에 난입한 그 녀석 말인가?

낙원의 넘버 원이라는···?


이렇게 생겼었나···?


그러고 보니 뉴스에서 봤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 눈 앞에서 보고 있는 얼굴과 대조해 보려고 해도 잘 모르겠다.

귀신한테 홀린 듯한 기분이네.


허··· 신기하긴 하다.

그런데 뭐. 이딴 능력도 능력인가?

인상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평범하게 생긴 거?


그게 뭐 어쨌다고.


실제로 보니 유령이란 놈은 과대평가 된 게 분명하다.

소문과 달리 아예 그 존재 자체를 느낄 수 없다는 것도 거짓말 같은데.


아마 이건 주가 조작의 결과이지 싶다.

낙원이 일부러 가짜로 신적인 존재를 만든 거지.

이미지 메이킹. 그런 저급한 수는 나한테는 안 통한다.



어쨌든 다수결의 법칙에 따르면 내가 이겼다. 이 빡빡이 새끼야.

셋 중 둘이나 나를 믿어주고 있다고.


나는 박차를 가하기 위해 큰절을 하며 이마를 땅바닥에 갖다 댔다.

자존심 아끼면 조폭으로 오래 못 살지.


무조건 살아남는다!

이게 이 바닥 제 1의 룰이다.


“저는 쓸모가 있으니 써 주십시오. 이쪽 세계 이치에는 빠삭합니다. 예를 들면, 지금 낙원에서는 조 회장 잡으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오··· 어떻게 아셨어요?”


어떻게 알긴, 이 허풍쟁이 애송이 녀석아.

오히려 모르는 게 이상한 거 아니냐?


“빌라왕 납치 사건 때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아, 낙원이 진정으로 좋은 일을 하려 하는구나. 제 말을 믿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은, 저는 오늘 사직서를 내고 낙원에 구직 신청을 하려 했었습니다. 더 빨리 행동하지 못한 게 후회스럽군요.”


양아치는 확실히 내 편이 맞는지 내 말을 거들어 주었다.


“아, 맞아요. 이 사람이랑 1층 사무실에서 딱 만났었거든요? 사직서 봉투를 들고 있었어요. 렉스 형님이 싸대기를 쳐서 기절시켜 버렸지만.”


씨발··· 진짜 너무 아프더라.

맞을 때는 몰랐는데 깨 보니까 아구창이 다 터져서 입에 피가 한움큼이었다.

왼쪽 귀는 아직까지도 소리가 먹먹하게 들린다고. 이 빌어먹을 빡빡이 새끼.


“미안하다. 힘 조절이 안 돼서. 착하게 살려는 놈이었나 보네. 반갑고, 앞으론 착하게 살아.”


사람 때려놓고 미안하다 하면 그만이야?

미안해서 될 거면 경찰은 왜 있고 검사랑 판사는 왜 있어!


그리고···내가 나이 훨씬 많은데 왜 나한테는 반말해?


너는 기필코 내가 복수한다.

낙원에서 한 자리 차지하자마자 누명 씌워서 낙원 교도소에 가둘 거야.

그래! 니들이 만든 지옥에 가둬 주겠다고!


뭐 어렵지도 않은 일이지.

뒤통수치는 게 내 전문이다 이 말이야.



그나저나 애송이, 그래서 네 결정은 뭐냐?


“잘 됐네요. 안 그래도 조 회장이 은닉한 재산을 어찌 찾아야 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뭐, 좀 방법이 있으세요?”


어이가 없다.

일을 여기까지 벌려놓고 그 다음 일도 생각을 안 해 놨다고?


잘 됐네, 잘 됐어.

니들은 내가 엄청 필요하게 될 거다.

햐, 입사하자마자 큰 건수 올리게 생겼네.


신이 나를 돕는다!

안 그래도 금월에서 조 회장 조만간 작업 치려 했거든.


씨팔, 전세 사기로 번 돈이 얼만지 뻔히 아는데 우리한테 꼴랑 10억 주고 멀쩡할 줄 알았나?

총은 장전돼 있으니 나는 방아쇠만 당기면 된다.

이미 계획은 다 짜 뒀으니 실행만 하면 된단 말이지.


이런 상황이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아닌가?

덧붙여, 조 회장 돈은 내가 중간에서 떼어먹을 거다.


그리고 낙원에는 대형 신인이 등장하는 거지.

유령도 해내지 못한 일을 깔끔하게 해결한 최 부장!


근데··· 이 어중이떠중이들이 조 회장을 상대할 수는 있을까?

뭐, 어느 쪽도 상관 없다. 왜냐!


나는 마지막까지 간 보다가 이기는 쪽에 샥 붙을 거거든.

으하하하! 이게 조폭으로 30년 산 사람의 처세술이다 이거야.

너희들같은 조무래기들이 알기나 하겠냐고.


“조 회장 털어먹을 방법, 있습니다. 다만 배우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애송이랑 빡빡이가 동시에 양아치를 쳐다봤다.

뭐, 좋네. 지나치게 평범한 놈과 누가 봐도 조폭인 놈보다야 얼굴은 말끔한 양아치가 낫지.


자, 가보자! 화려한 데뷔가 코앞이다!



***


빽빽한 콘크리트 빌딩 속 덩그러니 솟은 산.

그린 벨트도 아닌데 넓은 부지에 건물은 단 한 채.

산 주인이 운영하는 초대형 법당이다.


한 남자가 늙은 무당에게 무릎 꿇고 빌고 있다.


“제발, 보살님. 만신님. 살려주십시오. 낙원이 코앞까지 쫓아왔단 말입니다!”


백발의 할머니가 건장한 풍채의 남성을 철썩철썩 때린다.

노인은 마른 체구에 비해 힘이 좋은지 꽤나 아파 보이기도.


“그러니 내가 누누이 그 천벌 받을 사업 접으라고 하지 않았느냐! 흉액은 제가 초래해 놓고 왜 나한테 와서 푸닥거리 해달라 지랄이야!”


노인은 무려 일월성신을 몸주로 모시고 있는 현 시대 최고의 무당, 일월보살.

정재계에서는 일월보살이 실질적인 대한민국의 여왕이라고 비꼰다.

하지만 혹자는 진심으로 무당의 신기를 믿는다.


얼굴 보는 값만 3억. 그러나 비싼 돈이 아니었다.

은혜를 입은 국회의원들이 수두룩했으니.

말만 잘 들으면 대통령까지도 가능하다는 풍문도 있고.


“처박아놓은 돈이 많아서 도저히 뺄 수가 없었습니다! 제발요. 제발요 보살님. 말씀 안 들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 돈 다 드릴 테니 제발 목숨만은 구해 주십시오.”


그렇다. 일월보살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이는 다름아닌 조 회장.



주식회사 금월이 박살났을 때에야 조 회장은 깨달았다.

좆됐구나. 내가 저지르지 말아야 할 잘못을 저질렀구나.


조 회장에게는 본디 일말의 죄책감조차 없었다.

심지어 회장은 낙원의 팬으로, 고문 동영상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봤다.

타인의 추락은 더없는 흥밋거리였으니까.


그러나 그 타깃이 자신이 됐을 때 조 회장은 웃음을 잃어버렸다.


‘씨이팔, 뭐 이런 것까지 간섭이야. 다친 사람도 없고, 따지고 보면 경제 순환인데.’


조 회장이 생각하기에 자기가 한 일은 그저 일종의 가르침을 주는 거였다.

세상 만만하지 않으며, 함부로 사람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

본인은 그저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했을 뿐이라 생각했다.


완전한 합법은 아닌지라 걸렸을 경우 빠져나갈 방법도 많았다. 낙원만 아니라면.

판사 출신 변호사 명함도 많았고 같이 술 마시는 사이인 현직 판사도 많았다.

돈이면 다 되는데··· 낙원 새끼들은 절대 뇌물을 받지 않았다!


‘씹새끼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마다하는 미친 씹새들···!’


조 회장은 울고 싶었다.

마지막 남은 방법은 신에게 비는 거였다.

무슨 소원이든 들어준다는 신묘한 할머니가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런데 일월보살은 동아줄이 아니었다.


“낙원이랑 엮이고 싶지는 않네. 이건 신빨 없는 일반인도 다 아는 사실 아니야? 이번 상담료는 돌려줄 테니 돌아가시게.”


빌어먹을 노파는 다짜고짜 굵은 소금을 뿌려댔다.

조 회장은 천일염이 너무 따끔해서 악귀처럼 버들거렸다.


“제발요···! 보살님. 제발 사람 목숨 살린다 치시고요.”

“마음 약하게 만들지 말고 썩 꺼져! 에이, 재수 옴 붙겠네.”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 무엇이든, 말인가?”


노파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했다.



***


“일월보살님.”

“으하아아아악! 깜짝이야! 씨팔! 노인네 뒈지는 꼴 보고 싶어!”


“소문에 비해 딱히 신기는 없으신 것 같은데요? 제가 오는 줄도 모르셨잖아요.”

“딱히 잘못을 하지도 않았지. 낙원이, 그것도 유령이 찾아올만한 죄를 짓진 않았다만.”


“예, 뭐. 그렇지요. 적어도 제가 아는 한은 말이죠.”

“그럼 왜 왔나? 점이라도 치려고?”


“도움을 구하러 왔습니다.”

“파하하하하하! 좋구만. 유령, 자네는 나한테 빚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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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사형수(1) 24.08.26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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