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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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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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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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사건(3)

DUMMY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잘 알려져 있는 국가정보원의 원훈이다.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결국 창립 당시의 원훈으로 되돌아갔다.


사실 음지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은 양지를 지향하고 있지 않을까?

모든 매미 유충들이 언젠가는 땅 밖으로 나가기만을 기다리듯.


조직폭력배 역시 마찬가지다.

불법적인 일로 초반 경쟁에서 부당이득을 취한 조직은 결국 기업의 형태를 갖게 된다.


기업형 폭력 조직은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 회사다.

실상은 언제든 불법을 저지를 준비가 된 범죄 조직이지만.


볕으로 나온 조폭은 모두가 말끔한 정장을 입어 문신을 감춘다.

그리고 문신을 드러내지 않는 조폭이 가장 무서운 법이다.



[주식회사 금월]


실질적인 자금규모는 중견기업에 버금가나 일부러 돈을 감추고 빼돌린다.

중견기업이 되면 세금도 많이 내야 하고 중소기업 혜택도 없어지기 때문.


사원수 500명 이상.

건설업으로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그보다 다양하다.


“부장님. 빌라왕 뉴스 보셨습니까.”

“우리 집에 테레비 있어, 새끼야. 요즘 뉴스 안 보는 사람도 있냐?”


“낙원에서 한 짓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잘 됐지 뭐. 도마뱀 꼬리 역할 제대로 했네.”


부장의 목덜미에는 커다란 흉터가 있다.

본인은 화상을 입었다 둘러대지만 누가 봐도 문신을 지운 자국임이 분명했다.


세상 무서울 것 없던 부장에게는 요즘 무서운 게 생겼다.


‘하··· 씨발. 회사 그만둬야 하나.’


부장이 무서워 하는 것은 바로 낙원.

빵에는 몇 번 가봐서 두렵지 않지만 낙원만큼은 가기 싫었다.

그 지옥같은 곳에 비하면 대한민국 교도소는 천국이라고들 하니까.


‘그래. 올해까지만 일하고 해외로 튀자. 그런데 어디로 가야 되지?’


동남아는 잠깐 가기엔 좋았지만 오래 머무르기엔 불편했다.

삼합회 측 연줄이 있어 중국어가 유창하긴 한데··· 중국은 미세먼지가 너무 심했다.


부장은 가슴이 답답하고 불편한 느낌이었다.

낙원 새끼들이 설치기 시작한 이래로 계속 그랬다.


관둔다고 하면 조직에서 ‘어, 그래라.’ 하며 사지 멀쩡히 내보내줄 리도 없고.

배운 게 깡패짓 뿐이라 뭘 해먹고 살아야 하나 싶었다.


그런 와중에 과장이라는 새끼는 눈치없는 소릴 지껄였다.


“괜찮을까요. 솔직히 불안합니다. 국회의원도 탈탈 터는 애들인데 빌라왕이 얼굴마담인 걸 모를까요?”

“그러니까 내 말이. 꼬리 자르기를 하려면 확실하게 했어야 하는데.”


부장은 빌라왕을 죽여야 한다고 줄기차게 얘기해 왔다.

하지만 이사 새끼는 쫄보라서 애매하게 굴었다.

살인만큼은 안 된다며.


낙원에 걸리면 무조건 죽음으로 갚아야 하니까 무섭단다.


하여간 그래서 반달 새끼들은 꼴보기가 싫었다.

조폭이면 조폭답게 굴어야 하는데 먹물 좀 먹었다고 으스대는 꼴이란.

건달도 아니고 민간인도 아닌 반푼이 건달. 박쥐같은 새끼들.



범죄조직은 낙원이 등장하고 나서부터는 급격히 하락세를 겪었다.

단군 이래로 경기는 좋아본 적이 없다지만 그 정도가 너무나 심했다.


‘씨빨 요즘 애새끼들은 곤조가 없어, 곤조가.’


불황도 불황인데 신입사원 모집에 굉장한 어려움을 겪었다.

학교 일진들을 스카웃해 오던 전통이 없어져 버렸으니까.


요즘 애들은 일진 짓을 안 했다.

낙원에 붙잡히면 징역은 징역대로 살고 군대까지 가야 한다는 소문 때문이라나.


직함만 부장이지 이젠 밑에 있는 부하도 별로 남지 않았다.

조직이 급격히 고령화되는 바람에 회식 자리에서는 부장이 따까리 짓을 했다.


‘휴··· 탈출은 지능 순이다. 연말까지 기다릴 것 없이 오늘 당장 시원하게 손가락 자르고 관두자.’


일본 야쿠자의 몰락은 폭력단 대책법과 폭력단 배제조례 때문.

한국 조폭의 몰락은 낙원 교도소 때문이었다.



‘씨발,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 새끼들도 조폭이나 다를 바 없지 않아?’


조폭들은 형사법에 빠삭하다. 잘 알아야 이용해먹을 수 있으니까.

법률에 따르면 낙원 새끼들은 빼도박도 못하는 범죄조직 그 자체였다.


조직범죄라는 게 별건가.

범법행위를 개인이 아닌 조직이 하면 그게 조직 범죄다.


뿐만 아니라 낙원은 스스로 조직 이름까지 정했다.

조직명을 짓는 순간 ‘범죄단체 조직죄’에 해당하는 아주 큰 죄를 짓는 셈.


‘범죄와의 전쟁’ 이후로 진짜 조폭들도 일부러 조직명을 정하지 않는데.

대놓고 조직 이름을 공표하다니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새끼들 아니겠는가.


민간인들은 잘 모르지만 흔히 뉴스에 나오는 조직명은 스스로 지은 게 아니다.

형사들이 편의상 대충 지어 부르는 거지.


알고 보면 당연한 일이다.

두목 이름이 조영은인데 ‘영은이파’라고 조직명을 지을 리가 있겠는가?

그뿐인가. 까불이파, 감귤포장파, 딸기맛미역파. 모두 경찰이 지은 이름이다.


철모르는 일진 애새끼들이나 자기들 조직명 짓는 거지.

진짜 조폭은 소속 조직을 그냥 ‘회사’라고 한다.


게다가 낙원은 후원금을 받거나 불법적으로 재산을 탈취하여 영리를 취한다.

범죄조직이 돈을 버는 순간 형량은 훅훅 뛰는데.


아마 걔네가 잡힌다 치면, 재판장 입장하자마자 판사가 법봉 땅땅땅 두들길 거다.

시간 낭비하지 말고 빨리 깜빵에 처넣으라고.


‘하···근데 돈을 많이 벌긴 하나 봐?’


어디서 들리는 얘기로는 신입사원도 연봉 6천부터 시작.

온갖 이유를 붙여 보너스를 통장에 욱여넣는다던데.

그렇게 인건비를 뿌려대려면 대체 얼마나 큰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일까?



그 때 부장은 기막힌 묘수를 떠올렸다.


‘오! 씨발, 나도 낙원에 취직해 봐?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은 그거였다.

외국 나가 살긴 싫고 배운 건 깡패짓 뿐인 부장.


‘조폭 전문 사냥꾼 하면 되겠네!’


부장은 벌떡 일어났다.

당장 이사실로 향할 계획이었다.


손가락을 자르기는 왜 잘라.

현직 조폭 이사 붙잡아다가 다이렉트로 낙원에 바칠 작정이었다.

꼴보기 싫은 반달 새끼도 처리하고, 낙원에 실력도 증명하고.



새 삶의 꿈을 안고 부장이 사무실을 나서려는 순간.

사무실에 웬 빡빡이 새끼랑 양아치 새끼가 찾아왔다.


‘취직하러 왔나? 병신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새로이 시작할 마음을 먹어서 그런지 부장의 표정이 참 친절하기도 하다.

분명히 가는 말이 고왔는데 오는 말은,


“너거들 싹 때려 죽이러 왔는데요.”


짝! 렉스의 솥뚜껑같은 손바닥이 부장의 뺨과 고막을 폭발시키듯 터뜨려 버렸다.

바닥에 쓰러진 부장을 오토가 케이블 타이로 뜨드드득 묶었다.


“지문 등록 완료. 오늘 전직원 출근일이니까 523명 남았네요.”


빡빡이와 양아치는 바이크용 풀페이스 헬멧을 썼다.


오토와 렉스, 1층부터 청소 시작.





“착륙하겠습니다.”

“네. 태워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쵸퍼 씨.”


유영은 금월 빌딩 옥상에 착륙했다.

방송국과 달리 헬기 착륙장도 없고, 경호 팀의 움직임도 없다.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다더니.

조폭 회사가 이렇게 방비가 허술해도 되나 싶었다.


“깨끗하게 청소하고 곧 돌아오겠습니다.”


수백명을 상대해야 하는데도 유령은 짐이 단출하다.

가진 건 고작 송곳 한 자루.


옥상 문을 열고 내려간다.

꼭대기 층 복도를 유유히 걸어간다.


털썩, 털썩. 양복 입은 건장한 사내들이 픽픽 쓰러진다.


“뭐야, 너 왜 그래? ··· 읏!”


쓰러진 놈을 살펴보러 온 놈도 쓰러진다.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놈도 곧 쓰러진다.


노크도 없이 회장실 문이 열렸다.

회장은 쓰러진 경호원을 발견했다.


“뭐야!”


회장은 항쟁이 일어났나 싶어 리볼버를 장전했다.


“... 결국에는 뒤통수를 때리는구만. 얼른 들어와, 이 새끼들아!”


아무래도 사이가 나쁜 조직을 의심하는 것 같았다.


“이미 들어왔습니다만.”


탕! 탕! 탕! 탕! 탕! 탕! 짤깍. 짤깍.


갑자기 뒤에서 소리가 들린 탓에 회장은 심히 놀랐다.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무차별적으로 리볼버를 난사했다.

두꺼운 통유리에 탄환이 박혔고, 금간 유리 틈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역광 때문에 사람이 마치 그림자처럼 보인다.

파바바바박! 회장의 등 뒤에서 그림자가 재빠르게 움직이자 회장은 맥없이 쓰러졌다.



대가리 잡는 데 3분 걸렸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계단 청소하듯 싹싹 쓸며 내려가야 하니까.

머리 다리 꼬리까지 싸그리 모아서 쓰레기통에 처넣어야 하니까.





건물 위층은 쥐죽은 듯 고요한 반면, 아래층은 소란스럽다.


“헉, 헉. 이 새끼들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데?”


기업형 조폭이래봤자 지방덩어리 육수충일 거라고 생각하고 왔던 렉스는 당황했다.

진짜 조폭은 문신을 까고 설치지도 않았으며 체지방률도 낮았다.


그리고 도구를 사용할 줄 알았다. 그것도 아주 잘.


“전원 복대 두르고 너, 너는 빠따. 너는 소화기. 너는 창고 가서 총 갖고 와!”


총이란 말에 오토와 렉스가 서로를 동시에 쳐다봤다.

풀페이스 헬멧 너머로도 서로의 생각이 들리는 듯했다.


‘좆됐다.’


“렉스 형님. 총은 제가 어떻게든 해 볼게요.”

“알겠어.”


렉스는 오토를 믿었다.


오토는 유령을 믿었다.

그리고 유령이 믿는 자신을 믿었다.


‘나도 할 수 있어. 유령 님이 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


오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사제 총기를 가지러 달려가는 조폭 똘마니를 빠르게 쫓아가는 일.

뒤에서 비겁하게 똘마니의 아킬레스건을 끊는 일.


“끄아아아아아!”


재빠르게 주머니를 뒤져 창고 키를 빼앗는 일.

열쇠를 훔치자마자 바로 튀는 일.


“너 일루 와, 이 개새끼야!”

“싫어. 나는 싸움 못 하거든.”


그렇게 사제 총기를 비롯해 석궁, 전기충격기, 테이저 건 등의 특수무기들이 봉인됐다.

렉스가 돌격전차라면 오토는 보급부대의 허리를 자르는 특수기동대였다.


이목이 렉스에게 끌린 사이 오토는 후방을 돌면서 츅츅츅 얍삽하게 칼질을 했다.

존재감을 감추는 기술이 없었기에 높은 확률로 들켰지만 또 튀면 그만이었고.


압도적인 전력차인데도 렉스와 오토는 착실하게 숫자를 줄여나가고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렉스의 체력은 무한이 아니라는 점.


50명 쯤 때려눕혔을 때부터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팔다리 이곳저곳이 욱신거렸고 주먹은 점차 느려졌다.


“헥. 헥···. 와··· 기업형 조폭은 다르긴 다르구나···.”


기업형 조폭은 일부러 힘을 숨기고 있는 놈들이다.

허세 가득한 동네 깡패랑은 질적으로 달랐다.


서규원네 고등학교에서 만났던 용역 깡패는 서른 명이었다.

금월 직원 대여섯 명이 그 비곗덩이들을 다 합친 것보다 강했다.


강했다. 금월은 예상보다 너무 강했다.

빠각! 렉스의 뒤통수를 묵직한 몽키스패너가 강타했다.


“렉스 형님!”


오토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무릎에 골프채가 무자비하게 날아들었다.


“아아악!”

“너 이 개새끼, 다리몽둥이부터 분질러야겠어.”


금월 직원이 오토의 다리를 향해 묵직한 골프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안 되지. 오토 형은 다리가 재산인데.”


하지만 골프채가 오토의 다리를 박살내는 일은 없었다.

수직으로 대기하고 있던 송곳에 막혔기 때문이었다.


그림자가 골프채 든 직원을 푹푹푹 찌르자 빌딩은 비로소 조용해졌다.


“휴. 아슬아슬했네요. 알려진 것보다 머릿수가 훨씬 더 많은 것 같은데요.”

“...형님!”


렉스와 오토가 1,2층을 박살내고 3층에서 고전하고 있을 때.

유영은 13층부터 깨고 내려와 렉스와 오토를 구해 주었다.



정식 등록 된 사원 수 외에 불법체류자, 신원미상자 등을 포함해 937명.

전원 무력화.



***


금월의 부장은 깨어나자마자 헛소리를 했다.


“저도 낙원 편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받아 주십시오! 단지(斷指)의 맹약이든 혈주(血酒)의 맹세든 하겠습니다!”


조폭으로 살던 놈이 낙원을 지향하다니.

원한다니 낙원에 가긴 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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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휴식 24.09.14 8 1 17쪽
60 사이비 종교(7) 24.09.13 8 0 16쪽
59 사이비 종교(6) 24.09.12 9 0 14쪽
58 사이비 종교(5) 24.09.11 8 1 14쪽
57 사이비 종교(4) 24.09.10 10 0 14쪽
56 사이비 종교(3) 24.09.09 10 0 14쪽
55 사이비 종교(2) 24.09.08 10 0 12쪽
54 사이비 종교(1) 24.09.07 9 0 13쪽
53 특별 훈련 24.09.06 10 0 13쪽
52 대통령의 의뢰 24.09.05 9 1 12쪽
51 필요악 24.09.04 11 0 13쪽
50 대통령의 진노 24.09.03 10 0 12쪽
49 호들갑 24.09.02 11 0 12쪽
48 사형수(7) 24.09.01 10 0 13쪽
47 사형수(6) 24.08.31 10 0 11쪽
46 사형수(5) 24.08.30 9 0 11쪽
45 사형수(4) 24.08.29 9 0 11쪽
44 사형수(3) 24.08.28 8 0 11쪽
43 사형수(2) 24.08.27 11 1 11쪽
42 사형수(1) 24.08.26 10 0 11쪽
41 단절과 이어짐 24.08.25 12 0 11쪽
40 유영과 소장의 데이트 24.08.24 13 0 12쪽
39 층간소음 보복 임무(3) 24.08.23 15 0 13쪽
38 층간소음 보복 임무(2) 24.08.22 15 1 10쪽
37 층간소음 보복 임무(1) 24.08.21 17 0 11쪽
36 걔 안 죽었는데요? 24.08.20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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