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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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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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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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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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사건(6)

DUMMY

오토는 총을 받아들고 머리가 조금 멍한 상태.


정의철은 오토를 커버해주기 위해 애를 썼다.


“조 회장이 나를 믿는다면 이 사람도 믿으셔야죠.”

“별개입니다. 의원님께서 속으셨을 가능성도 있잖아요? 게다가 어차피 낙원을 무너뜨릴 거라면 확실하게 주요 전력부터 제거해야죠.”


무당한테 홀랑 빠져 30억이나 쓴 사람이 갑자기 정곡을 찔렀다.

세 사람 모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핑계댈 만한 여지가 없는 상황.

정의철과 최 부장은 오토를 쳐다보았다.


조 회장도 오도현의 눈동자를 뚫어져라 봤다.

그 안에 흔들림이 있는지.


조 회장은 배신자라면 질색이었다.

이유가 어떻든 간에, 심지어 자기 명령으로 배신을 했어도 일이 끝나면 꼭 제거했다.

한 번 배신하면 두 번은 어렵지 않다는 게 조 회장의 철학이었으니까.



오토는 생각이 많아졌다.

그러나 단순히 생각하면 수락하느냐, 아니냐의 문제.

오래 시간을 끌어봤자 좋을 건 없었다.

명령을 거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답은 이것밖에 없었다.


“회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유령, 죽이고 오겠습니다. 착수금은요?”

“백지 수표를 받아본 적이 있나?”


조 회장은 멋지게 당좌수표를 내밀었다.


오토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100억이라고 적어도 되나요?”


그 표정에는 전혀 장난기가 없고 진지했다.


정의철과 최 부장은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고, 조 회장은 어이가 없었다.


“의원님. 진흙 속의 보석 같은 놈이네요, 이거.”


어디 이런 진창에 굴러먹던 놈을 데리고 왔냔 소리.

숨은 뜻을 이해한 정의철은 조금 머쓱했다.


“일은 잘 합니다. 믿어 보세요.”



오토는 진짜로 궁금했다.

그래서 얼마까지 줄 수 있는 건데!



***


“뭐, 그렇게 됐습니다. 유령 님.”

“예. 고생하셨어요. 일단 신뢰를 사려면 제 사체가 필요하단 얘기군요.”


“그냥 아무 살인범이나 하나 잡아 죽이고 유령 님이라고 우겨 볼까요?”

“뉴스에 얼굴이 알려지기 전이었다면 그런 방법이 먹혔겠지만 지금은 힘들겠네요. 얼굴 바로 옆에 사진을 놓고 비교해 볼 수 있으니까.”


“그럼 어떡할까요.”


오토와 유영은 고민하는데 렉스는 단순무식한 해결책을 내놨다.


“그냥 조 회장 그 새끼 잡아다가 고문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유영은 ‘그럴까···?’ 싶었는데 오토는 반대했다.


“렉스 형님. 조 회장같은 놈들은 지옥 갈 때도 노잣돈 챙겨갈 거예요. 죽어도 힘들게 모은 재산 함부로 내주지 않을 겁니다.”

“음··· 네 말도 일리가 있다. 근데 어떡해! 형님을 죽일 수는 없잖냐.”


“딱히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닌데요···. 하아··· 진짜 어떡하지.”


유영은 렉스만큼 무식하지는 않지만, 렉스만큼 단순했다.


“제가 죽으면 그만이겠죠.”



***


[낙원의 ‘유령’ 사망! 비밀리에 장례식 치러져]

[정의철 前 의원, “권선징악, 사필귀정. 지금이야말로 낙원을 검거할 때”]

[불법 총기를 이용한 살인 사건, 같은 직원 소행으로 밝혀져]

[추모 물결 이어지는 가운데 ‘범죄자 우상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높아]


뉴스 기사가 나오고 오토는 감탄했다.


‘내 생각이 짧았구나···.’


다른 사람 시체를 갖다가 유령 님이라고 속일까?

진짜 유령 님을 보여 주되 가사 상태에 빠뜨리는 약이라도 구해 달랄까?

이런 생각들을 했던 오토였다.


다시 생각해 보니 타인의 시체 따위가 먹힐 리 없었다.

가사 상태로 어찌저찌 만든다 해도 엄청난 위험이었다.

조 회장이 확인 사살이라도 하면 어쩌겠는가.

시체로 위장한 유령 님께 총이라도 쐈으면 정말이지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얕은 생각으로 유령 님을 죽일 뻔 했구나.’


오토의 자괴감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나는 유령 님께 어울리지 않는 존재야. 이번 일이 끝나면··· 스스로 팀을 떠나자.’





유영이 택한 방법은 사회적인 사망이었다.

딱히 깊은 고민을 한 건 아니었고, 사기 공부를 하다가 알게 된 사례 덕에 떠올린 거였다.


거액의 빚을 탕감하기 위해 죽음을 위장한 부부의 이야기.


남편 앞으로 생명보험을 6개나 들었고, 외국에 나가 사망신고한 뒤 화장까지 했단다.

사체를 어디서 구했는가는 모르겠다만 천벌받을 짓이다.


계획 자체는 완벽한데 너무나도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6개의 보험사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는 것.


보험금 부정수급에 대해서만큼은, 보험사는 그 어떤 수사기관도 능가한다.

빚이 있는데 생명 보험을 여섯 개나 들었다?

그럼 보험사는 죽었다는 사람도 살려낼 수 있다.


‘오호··· 실제로 부활 신청이라는 걸 했구나.’


여러 이유로 사망 신고가 처리된 사람이 실제로는 살아 있는 경우.

행정복지센터에서 부활 신청서라는 것을 작성해야 한다는 것까지 알았다.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사망했다가 되살아난 거군···.’


유영은 흥미를 느껴 사기의 세계에 점점 빠져들었다.

공부한 보람은 범죄자들에게 빛을 발할 것이었다.


···


“소장님. 저 죽으려고요.”

“...뭐?”


그렇게 유영은 간단히 사망했다.


사람 세 명이 모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 낸다는데.

팩트 체크 안 하는 기자 셋만 있으면 산 사람도 죽일 수 있었다.


***


“흐하하하하! 자네 진짜, 물건은 물건이구만!”


조 회장은 앓던 이가 쏙 빠진 듯한 느낌이었다.

유령 하나 죽었을 뿐인데 낙원 전체의 기반이 흔들렸으니까.

그만큼 유령의 사회적인 존재감이 컸다는 뜻이었고 조 회장은 철썩같이 오토를 믿었다.


오토는 약간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낙원의 추격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낙원을 나오면서 내부 정보를 싹 들고 왔는데요. 회장님 계좌 해킹이 목전이었습니다.”

“파하하하! 자기들이 무슨 수로? 내 계좌가 어디에 있는 지 알면···.”


“파나마, 사모아, 케이맨 제도랑 바레인이죠?”

“아니, 그걸 어··· 어떻게···.”


“낙원 정보 팀은 진짜 끔찍한 놈들이에요. 그것보다 회장님··· 그런 중요한 계좌를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 해서 만드시면 어떡해요.”


조 회장은 남을 너무 믿지 못해 탈이었다.

돈을 누구에게도 맡기지 않았고 그래서 덜미가 잡혔다.


최 부장이 회식 자리에서 들었던 정보.

‘야, 진짜 인터넷이 물건은 물건이더라. 세상에 페이퍼 컴퍼니를 인터넷으로도 뚝딱 만든다니까? 한 돈 삼백 주면 절대 추적 안 되게 해준대.’


그리고 지난 번 집무실에 왔을 때 발도 손도 빠른 오토가 조 회장 컴퓨터에 심어놓은 USB.

이 두 가지만으로 낙원 정보팀은 조 회장이 어떤 나라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은닉 계좌를 만들었는지 파악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계좌 주인과 계좌번호를 안다고 돈을 빼낼 수 있으면 이런 고생을 하지도 않았겠지.


이제부터는 ‘귀인들’의 역할이 중요했다.



최 부장은 짐짓 걱정하는 척했다.


“회장님. 큰일입니다. 저희 회사 식구중에 불법 토토방 운영하던 애들 있잖아요. 거기 애들은 스위스 뱅크에 돈을 넣어 놨는데도 털렸대요!”

“아니, 낙원이 무슨 수로? 어디 포스트잇 같은 데 계좌 비밀번호 적어놓은 거 아니야?”


“맞긴 한데요···.”

“그럼 걱정 없어. 나는 어디에다가도 계좌 비밀번호 같은 건 안 적어 놓는다고. 계좌마다 비밀번호도 다르게 해 놨고.”


“그래도 안전한 곳으로 옮기시는 게 어떨까요?”

“아니야, 아니야. 어차피 털릴 거면 다른 데 옮겨도 털려. 오히려 지금 옮기면 추적당할 가능성이 크겠지.”


최 부장은 속으로 조 회장을 욕했다.


‘쓸데없이 주도면밀한 개새끼. 제발 사람 말 좀 믿어라!’



사기꾼은 본인 외에는 다른 사람을 절대 믿지 않는다.

그렇다는 사실을 정의철은 잘 알았다.


“조 회장. 얻어맞기 전에 선빵을 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현 대통령님도 낙원에 대해 심각하게 골치아파 하세요.”

“그런데 궁금하네요. 어디엔가 교도소가 실존할 거고 소장도 실존하는 사람인데 왜 국가에서 나서서 잡지를 않습니까? 그렇게 눈엣가시라면 말이죠.”


“여론이 낙원에게 긍정적이고, 행정부든 입법부든 사법부든 낙원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누군가 먼저 나서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거죠.”

“그 역할, 의원님께서 해 주시겠습니까?”


“아무럼요. 그러려고 제가 오지 않았겠습니까?”

“하지만 결국에는 돈이 필요하다··· 이런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거지요? 그게 아니라면 저를 찾아오지도 않으셨을 테니까.”


“시원시원하니 대화가 잘 통해서 좋군요.”

“이상하네요. 요즘 왜 이렇게 내 돈을 원하는 사람이 많을까···.”


무당에게 바친 30억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 돈 뜯어먹는 일은 절대로 쉽지 않다.


일월보살은 꾼 중의 꾼.

만약에 누군가가 일을 쉽게쉽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 사람은 고수다.

전혀 일이 쉬워서가 아니고.


사람을 속이는 일은 쉽지가 않다.

정의철, 최 부장, 오토처럼 초짜에게는 더욱이.

상대가 의심병 환자인 조 회장이라면 더더욱.



정의철과 최 부장이 쩔쩔매는 사이 오토가 강수를 두기로 했다.


‘씨팔, 실패하면 그냥 목 따버리고 그 돈 내가 메꾸지 뭐.’


유영과 렉스에게 옮은 것인지 아주 단순한 의도를 가지고 발언하는 오토.


“회장님. 사람이 왜 사람을 믿어야 하는지 아십니까?”

“글쎄. 그럴 이유 같은 건 없다고 보는데. 사람은 사람을 믿지 말아야지.”


“세상에 믿을 사람 없으면 외롭고 비효율적이기 때문이에요. 지금 회장님은 일을 비효율적으로 만들고 계십니다.”

“허. 너 지금 굼벵이 앞에서 주름 잡는 거야? 지금 누가 누구한테···!”


조 회장은 위압적인 말투와 태도로 오토를 압박했다.


하지만 오토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유영이나 렉스처럼 매일 같이 지내는 괴물들에 비하면, 조 회장은 사기나 칠 줄 아는 좆밥새끼에 불과했으니.


“씨발, 싫으면 마세요. 도와주러 왔는데도 의심이나 처 하고 앉아 있는데. 저 갑니다, 의원님. 이 사람이랑 잘 해보세요.”


정의철은 급변한 서열 관계를 귀신같이 캐치하였으며 오토의 장단에 맞춰 주기로 했다.

그게 정치인이 가장 잘 하는 일이니까.


“아이고, 오도현이! 자네 없이는 아무 일도 못 한다는 거 알잖나! 조 회장, 이 사람 이렇게 떠나게 두면 안 됩니다. 엄청 어렵게 캐스팅한 사람이라고요! 아무리 총이 있었다 한들, 업계 최고인 유령을 죽이는 게 쉬운 일이었다고 봅니까!”


최 부장도 정의철을 거들었다.


“저··· 조 회장님. 죄송하지만 저는 이 쪽에 붙겠습니다. 오도현 씨 없이는 아예 낙원을 전복시킬 수가 없거든요. 본부 위치나 조직도나 아직 세간에 알려진 정보가 워낙 없기도 하고···.”


세 사람이나 자신을 떠나려 하자 조 회장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당하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일.

그것이 모든 사기의 공통적인 첫걸음이었다.


오토는 척 봐도 불안해 보이는 조 회장에게 쐐기를 박아 넣었다.


“어이, 조 회장. 지옥갈 때 노잣돈 든든하게 가져 가라고. 거기서도 뇌물이 먹힐까 궁금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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