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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動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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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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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일부수정)

DUMMY

늦은 저녁.

여느 날처럼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있던 도현은 낯선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의아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은 도현은.

"아, 네네."

"아닙니다. 제가 신경을 못 쓴 거 같아서 미안하네요."

"알겠습니다."

이내 공손한 태도로 연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들어가십쇼, 선생님."

이화연, 현서의 담당 교사인 그녀에게 걸려온 전화였기 때문이다.

"아빠, 누구야?"

"아, 그냥 거래처 사람."

딸 아이에겐 차마 이화연에게 걸려온 전화라고 말하지 못했다.

- 현서에게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시면 좋겠어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약간의 책망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소홀하긴 했지..'

도현이 학교를 다니던 시기까지만 해도 엄한 선생님들이 많았다. '선생 님의 그림자도 못 밟았다'는 세대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교권이 강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화연의 한 마디가 더욱 와닿았다.

현서가 아이들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는 그 한 마디가.

딸 아이를 바라보는 도현의 눈빛에 미안함이 어렸다.


"현서야. 요즘 친구들하고는 잘 지내?"

"응! 아빠가 장난감 많이 사줘서 애들이 나 좋아해. 헤헤."


늘 그렇듯 해맑게 대답하는 현서 였지만, 도현은 더더욱 가슴이 아려 오는 것을 느꼈다. 장난감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좋아한다는 건, 장난감이 없었을 때는 소외되어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 없이 자란 티가 나나?'

도현 본인부터가 홀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엄마 없이 자랐다는 게 부끄럽진 않았지만,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은 적도 많았다. 적어도 딸 아이는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 현서야. 모레 학부모 참관 수업이지?"

"응! 아빠랑 같이 가기로 했잖아. 헤헤."

"우리, 쇼핑이나 하러 갈까? 현서 옷 산지 오래 됐잖아."

불과 한 달 전에 백화점을 털었다. 하지만 현서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헬로 키티 사도 돼?"

"당연하지! 현서 갖고 싶은 거 다 사줄게."

"우와아아! 아빠 최고오오!"

오도도도-

현서가 단숨에 거리를 좁혀 도현에게 안겼다. 새끼 다람쥐처럼 달라 붙은 아이의 모습이 귀여울 법도 하건만, 도현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부릉부릉-

딸 아이의 유치원으로 향하는 도현의 모습은 전과 180도 달라져 있었다.

넉넉한 하늘 색 와이셔츠에, 검정 슬랙스를 입은 그는 요즘 말하는 'MZ'한 패션의 소유자가 되어 있었다.

'준표 네 식구가 아니었다면 큰일날 뻔 했네.'

도현은 착장에 도움을 준 고등학교 동창, 준표를 떠올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울산의 시내인 삼산동에서 옷집을 운영 중인 준표.

그가 도현을 보자 마자 내뱉은 첫 마디는, '쌍팔년도에서 트립 했냐'였다. 군데군데 보풀이 일어난 체크 난방에, 도현이 데미지 진(Damage Jean)이라고 주장하는 무릎이 헤진 청바지. 거기에 덮수룩한 머리가 삼위일체를 이루어 완벽한 88년도 대학생의 패션을 재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 정가에 줄 테니까, 한 열 벌 챙겨.

요즘 유행한다는 [와이드 팬츠]부터 시작 해 린넨 소재의 가벼운 와이셔츠까지.

도현은 얼떨결에 총 10벌의 옷을 구매하고 말았다. 물론 도움을 준 고마운 동창에게 할인을 받을 순 없었기에, 모두 정가를 주고 카드를 긁었다.

- 니 사정 뻔히 아는데.. 그냥 가.

나 요즘 꽤 잘나가.

굳이 그 말을 하진 않았다. 장사도 안 되는데 옷을 정가에 주겠다고 한 친구에게 할 말은 아닌 거 같아서였다.

'조만간 회사 식구들 데리고 한 번 와야겠네.'

자칭 밀리터리 룩의 대가인 뽀꿀람이 좋아하지 않을까.


도현이 다음 방문한 곳은, 역시나 동창의 와이프가 운영 중인 헤어 샵이었다.

48만원.

딸 아이와 도현, 그리고 이명우의 머리를 손질하는 대가로 지불한 금액이었다. 미용실에서 이정도 돈을 쓰리라곤 예상치 못했기에 손이 벌벌 떨렸지만, 애써 괜찮은 척 카드를 내밀었다.

다행히 미용실은 돈값을 톡톡히 했다.


"어머. 너 현서 맞니?"

이화연이 화들짝 놀랄 만큼 현서의 외관은 달라져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 헤헤."

이화연의 반응에 현서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어린 아이라도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그 모습을 바라보는 도현의 눈빛에 안도의 기색이 어렸다.

'아빠가 조금 더 신경 쓸게.'

그 말은 속으로 삼킬 수 밖에 없었다. 하나 둘 씩 모이기 시작한 학부모들이 말을 걸어 왔기 때문이었다.

"어머, 현서 아버님이세요?"

먼저 말을 건 것은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철호라는 아이의 엄마인 그녀는 산뜻한 웃음을 머금은 채로 도현과 악수를 나누었다.

"반갑습니다."

"우리 한번 씩 뵙었죠? 현서 데리러 오실 때...."

아마 현서를 데리러 온 사이에 몇 번 마주친 거 같았다. 도현은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말씀 나누는 건 처음이네요."

"호호! 한번 씩 모임도 나오고 하세요. 애기들 유치원 생활에 대해서 말씀도 좀 나누고... 이제 곧 있으면 학원도 알아 봐야 하지 않아요?"

"... 마, 맞죠. 하하."

도현은 살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다섯 살인데 학원이라니.

한창 뛰어 놀 나이 아닌가. 벌써부터 학원이라는 굴레에 아이를 집어 넣을 생각은 없었지만, 애써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래 학부모들의 생각도 중요하니까.'

언제 또 이런 대화를 나눌까 싶었기 때문이다.

"혹시 현서 엄마는...?"

"아, 현서 엄마는 일이 있어서 혼자 왔습니다."


"아아 그러시구나. 그래도 현서 아버님은 몇 번 뵀는데, 어머님은 한 번 도 못 본거 같아서 여쭤 봤어요. 너무 오지랖인가요? 막 이래, 호호"

철호 엄마는 그 말과 함께 도현을 위 아래로 훑었다.

'웬일로 말끔하게 차려 있고 왔대?'

사실 학부모들 사이에서 도현은 꽤나 유명 인사였다. 학부모들이 진행하는 온갖 모임에 한 번도 얼굴을 비춘 적이 없기도 했고. 항상 후줄근한 옷 차림에, 무엇보다 '홀 애비' 소문이 돌았던 것이다.

'이렇게 보니까 생긴 건 또 멀쩡하네.'

외모 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말이 진부하다고 여겨진 지는 꽤 됐다. 일차적으로 상대방의 재력, 성격, 형편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현은 꽤나 많이 달라져 있었다.

요즘 유행 하는 오버핏 와이셔츠에, 가르마 펌.

키도 꽤나 커서, 지나가다가 바닥에 화장품을 떨어뜨린 척 하고 돌아볼 정도의 외모는 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엄마 없이 큰 애랑 다니게 할 수는 없지.'

매정하다고 욕 먹을 생각이란 건, 철호 엄마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철호에게 조용히 '현서랑 다니지 마'라고 귀띔한 건, 속물이라고 욕 먹는 게 아들의 성격을 버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 했기 때문이다.

좋은 집. 좋은 아파트에 사는 이유가 무엇이던가?

일종의 빅 데이터다.

구축 아파트, 빌라 단지 등등.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아이를 키웠을 때 아이가 엇나갈 확률이 높을까, 아니면 고가 아파트에 살았을 때가 높을까. 범죄자들이 대부분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것만 봐도 답은 나와 있었다.


철호 엄마를 비롯한 대부분의 엄마들은 '도박'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 예상대로네.'

한편, 철호 엄마의 시선을 느낀 도현은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었다.

은근한 무시와 차별이 깔려 있는 눈빛.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그는 속일 수 없었다.

학창시절부터 20대 초반까지 지겹도록 느껴왔던 시선이었기 때문이다.

'환경의 중요성은 이해 하지만...'

딱 '이해'까지다.

자신의 아이를 위한다는 핑계로 남의 아이를 무시할 수 있는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 딸 아이의 유치원을 옮겨 주기로 마음 먹은 도현은 가볍게 목례 했다.

"그럼... 먼저 학예회 장에 가 있겠습니다."

도현이 먼저 떠나고.

철호 엄마는 입 안에 모래가 들어간 듯한 찝찝함을 느꼈다.

'어째, 사람 자체가 많이 바뀐 거 같네.'

평소 자신보다 한참 아래로 봤던 도현이, 부쩍 커 보이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학부모 모임에서 도현을 가십거리 삼아 씹은 경험이 있었기에, 바뀐 도현의 모습에 웬지 모를 불안감이 드는 것 같았다.

[여보 빨리 와!]

[12시 30분까지라고 했잖아?]

[아 몰라, 빨리 오라고!]

괜히 휴대폰으로 반차를 내고 오기로 한 남편을 닦달하는 그녀였다.


"이번 순서는 꽃잎반 아이들이 준비한 학예회 차례인데요? 지난 한 달 동안 아이들이 땀 흘려서 준비한 무대이니, 학부모님들께서는 힘찬 박수와 함성 부탁드립니다."

사회자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학예회가 시작 되었다.

무대 장막이 걷히고 드러난 건, 2열 횡대로 서 있는 아이들이었는데.

"어머! 귀여워라!"

"도율아, 여기 봐!"

"오구구 내 새끼!"

꿀벌 분장을 한 아이들의 모습에 학부모들이 괴성을 지르며 카메라 플래쉬를 터트렸다.

"자자, 부모님들! 내 새끼 귀여운 건 알겠는데, 플래쉬는 좀 꺼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애기들이 눈이 부실 수 있습니다."

몇몇 학부모들이 뒤통수를 긁으며 플래쉬를 껐다. 하지만 영상 촬영을 멈추지는 않는 학부모들이 대부분이었다.

곧이어 이어진 아이들의 공연.


윙윙- 거칠고 험한 산을 날아가요-

윙윙- 머나먼 나라까지 꽃을 찾아-

야-!야-!야-!


씰룩씰룩-


아이들은 율동에 맞추어 작달만한 체구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다섯 살.

무릎까지 밖에 안 오는 아이들의 귀염뽀짝한 춤사위에 학부모들은 심장을 부여 잡고 쓰러졌는데.

'우리 현서... 언제 이렇게 컸니.'

그건 도현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해맑은 미소를 머금은 현서가 꿀렁꿀렁 몸을 흔드는 모습은, 도현의 눈사위를 촉촉하게 만들었다.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어떻게 이렇게 대견하게 자랐는지.

그냥 다른 아이들처럼 율동을 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직업 스킬을 얻었을 때보다 더한 성취감이 도현의 온몸을 잠식 했다.

'......응?'


그때.


도현의 눈가가 살짝 흔들렸다.

'스탠드 조명이..'

문득 무대를 밝히는 스탠드 조명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여보, 우리 미주 너무 귀엽지 않아?"

"영상 찍고 있지?"

"어쩜어쩜.."

슬쩍 고개를 돌려 보니,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스탠드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도현 역시 평소라면 그들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안전 감사 준비.

그 경험을 하며 주변의 위험 요소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기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안전 제일 주의]

스킬을 킨 것은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곧 세상이 무채색으로 바뀌고.

'노란색...!'

샛노랗게 물든 스탠드 조명이 눈에 들어 왔다.

중(重) 등급의 사고가 터질 수도 있다는 뜻이었는데.

[사고 임박]

[00:05]

그 순간.

절대 뜨지 않았으면 했던 시스템 알림이 떴다.

5초.

3M 높이의 스탠드가 아이들을 덮치기까지 딱 5초가 남았다는 알림이었다.

'현서야!'

도현은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땅을 박찼다.

팔레트 붕괴 사건 때만큼, 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빨랐다. 딸 아이가 다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온 몸에서 초인적인 힘이 샘솟았다.

딸 아이를 구한다-

오직 그 생각만이 머리 속에 가득 차 있었다.

"어머! 저 사람 뭐야?"

"현서 아빠 아니야?"

"이봐요! 애기들 공연하는데 왜.."

난데없이 무대에 난입한 도현.

학부모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도현을 바라 봤다. 하지만 그 표정이 경악으로 바뀌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삐이이익-!

귀청을 찢어 발기는 듯한 고음과 함께, 멀쩡히 서 있던 스탠드 조명이 우르르 무너지고 만 것이다.

"미주야!"

"처, 철호야!"

"하늘이 아빠! 빨리 뭐라도 해 봐!"

학부모들의 비명이 이어지고.

유일한 발광체였던 스탠드가 꺼졌다. 장내는 깜깜한 어둠으로 가득 찼는데.

"꺄아아아악-!"

"철호야아아!"

"어떡해 어떡해!"

"불, 불. 누가 불 좀 켜봐요!"

학부모들의 절규 어린 외침이 장내를 가득 메웠다. 시야가 가려지기 전, 마지막으로 본 건 3M 높이의 거대 스탠드가 아이들에게로 떨어지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30초.

누군가가 형광등 전원을 올리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침묵, 공포, 두려움.

학부모들 대부분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돌이 킬 수 없는 사고가 벌어졌을 까 두려워서.

그 당사자가 혹여 금쪽 같은 내 새끼라면,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

질끈 감을 눈을 서서히 떴을 때.

사람들은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하늘아!"

"처, 철호야!"

스무 명의 아이들이 아무도 다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한 남자가 30KG가 넘는 스탠드 조명을 한 손으로 받치고 있었다. 아이들이 무사한 것도 모두 그 남자 덕분이었다.

"우리 딸, 괜찮아?"

도현은 딸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뚝뚝-

조명의 유리 파편에 베인 팔에선 피가 뚝뚝 떨어 졌지만, 도현은 딸 아이가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생각 뿐이었다.




도현은 간단한 응급처지를 받았다.

학부모 건 교사 건 할 것 없이 도현 앞으로 모여 들어 연신 고개를 숙였다.

"현서 아버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마터면 저희 애가.."

이제 다섯 살 밖에 안 된 애기들이었다.

큰 사고로 이어졌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는 뜻.

몇몇 학부모들은 눈물까지 흘려 가며 도현에게 감사를 표했다.

"괜찮습니다. 아무도 안 다쳤으면 됐죠."

진심이었다.

시스템 레벨 10을 찍어도, 현금 100억이 있어도, 딸아이가 없는 인생은 무의미하다. 현서가 무사했으니, 그걸로 된 것이다.


도현은 미미한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딸 아이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히끅!....."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필사적으로 참으려는 모습. 도현은 그런 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빠는 괜찮아."

"진짜루...?"

"응, 당연하지."

그 말에 현서는 도현의 품에 쏙 안겼다. 그제서야 비로소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한 현서였다.


"이봐요! 저희 애도 다쳤다고요!"


그때.

철호 엄마의 악에 받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팔에 약간의 생채기가 난 아들을 부여 잡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어른 보다 애 먼저 치료해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녀는 좌중에게 호소하듯 말했지만.

".... 뻔뻔한 것도 유분수지."

사람들의 반응은 차가움 그 자체였다.

"철호가 장난 치다가 사고 날 뻔 한 거잖아요!"

"평소에 교육을 어떻게 시키길레..."

"철호 엄마. 자식이 잘못을 했으면 따끔하게 혼을 내야죠! 보니까 별로 까지지도 않았구만!"

스탠드 조명이 갑자기 쓰러진 게 철호 때문이었던 것이다.

무대 뒤에서 놀고 있던 철호가 음향 선을 당겼고, 거기에 걸린 스탠드 조명이 쓰러진 게 이번 사건의 전말이었다.

"지, 지금 우리 애가 잘못 했다는 거에요? 지연이 엄마, 경미 엄마! 뭐라고 말 좀 해봐요!"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학부모들을 언급해 봤지만.

"......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해야죠."

돌아온 반응은 철저한 외면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퉁퉁 치던 철호 엄마.

다음 순간, 그녀의 얼굴이 활짝 펴지기 시작 했다.

"여보!"

미래 자동차에 다니는 남편, 김성호가 등장한 것이다.

"무슨 일이야?"

"여보, 그게 있잖아요..."

상황을 전해 들은 김성호는 두 눈에 쌍심지를 켰다.

"아니 이 사람들이! 아무리 그래도 애부터 치료를 해야할 거 아니야!"

"......"

"그 다쳤다는 양반도 문제야. 애가 다쳤으면 어련히 애부터 치료 하라고 말을 했어야지!"

그 말에 몇몇 사람들은 고개를 숙였고, 몇몇은 진절머리 난다는 듯 시선을 피했다. 김성호. 미래 차의 차장인 그의 성격이 얼마나 권위적이고, 또 더러운 지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참 역정을 부리던 김성호가 갑자기 입을 닫았다. 그는 못이라도 박힌 듯 한 곳을 바라 보고 있었는데.

"이, 이도현 부장 님?"

성호는 무척이나 당황한 표정이었다.

설마 도현을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다는 듯이.

철호 엄마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당신 아는 사람이야?"

김성호는 아내 쪽은 거들떠도 안 보지 않고 중얼 거렸다.

"설마.. 그 다쳤다는 어른이.."

그의 시선은 붕대가 칭칭 감긴 도현의 팔에서 떨어지지 않았는데.

주르륵-

순간 그의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미친 듯이 흘러 내리기 시작 했다.

"죄, 죄송합니다."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철호 엄마의 두 눈에 당혹스러움이 어렸는데.

"뭐, 뭐야? 철호 아빠가 왜 허리를 숙여?"

"둘이 아는 사이야?"

사람들이 웅성 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굽어진 허리를 펴게 만들진 못했다.

- 혹시나 이 부장이랑 트러블이라도 생기면, 그 트러블 때문에 이 부장이 엔진 사업부쪽에 정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변웅석.

그의 까마득한 상사이자, 기계 공고 출신으로 실장 자리까지 꿰찬 입지전적인 그 인간이.

- 그 인간은, 내가 꼭 김지형이 꼴 나게 만들어 버릴 거야.

도현의 든든한 뒷배였기 때문이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일순 학부모들의 경악한 시선이 도현에게 꽂혔는데.

긁적긁적-

도현은 그저 멋적은 듯 뒤통수를 긁을 따름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드릉드릉>>부릉부릉으로 수정 했습니다. 왜 저렇게 써 놨는지 모르겠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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