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무협

새글

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2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0,911
추천수 :
323
글자수 :
175,720

작성
24.09.10 18:00
조회
202
추천
8
글자
11쪽

공사다망(公私多忙)(2)

DUMMY

유연천리래상회(有緣千里來相會) 무연대면불상봉(无緣對面不相逢)하고 했던가.


인연이 있으면 천리를 떨어져 있어도 만나게 되고, 인연이 없다면 얼굴을 마주하고 있어도 만날 수 없다는 의미인데.


내가 황승언에게 제갈량의 혼사를 압박을 하기도 전에 황승언은 이미 매파를 보냈고 제갈량과 황완정간의 혼사 약속은 이루어졌다.


이번 일로 깨달은 봐가 있다. 내가 개입해야 사건이 일어날 거라는 위험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어차피 일어날 일이고 일어나야만 하는 일이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해야 왜곡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시 한번 생각을 곱씹었다. 손책의 딸인 손씨와 육손의 결혼을 막아버린다면 오나라 말기에 최후의 명장이라 칭송받는 육항(陸抗)도 태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육손이 다른 이와 결혼한다고 하여도 손책의 핏줄이 없이는 또 다른 육항이 태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그날 저녁 반장을 호출했다.


“주군, 부르셨습니까?”


“그래, 번성의 상황은 어떤가?”


“유비는 그의 형제들과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가. 특별한 것은 없고?”


“가끔 유비의 유세객과 서주의 장사치들이 방문하는 것 이외에는 없습니다.”


유비의 유세객은 손건을 말하는 것일 테고 서주의 장사치라···. “서주의 장사치 이름은 누구던가?”


“미축이란 자입니다.”


미축!!


그가 유비 곁에 없고 서주에 있다···.


아!! 서주에서 유비를 위한 자금은 모으고 있다. 몰랐으면 큰일이 날 뻔 했다.


자금이 풍족하게 생기면 다른 생각이 나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미축의 서주에서 행보를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그게 유비를 억제하는 방법 중 제일 효율적일 것이다.


“내가 자네에게 명할 것이 있어서 불렀다. 오군에 한번 다녀와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하겠는가?”


“오군 말입니까? 전 형주에 귀부한 상태라 공식적인 방문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공식적인게 아니네. 은밀히 누굴 데려와야 하는 일이야.”


“누굴 말입니까?”


“양주 오군 오현(吳縣)의 손백화(孫百花)”


“그 사람이 누굽니까?”


“손상향의 사촌 언니지!”


반장은 잠시 생각하다가 소리쳤다.


“소패왕의 딸!!”


“주군, 소패왕의 딸들은 하나같이 그 아비를 닮아 강단 있기로 유명합니다. 제가 데려온다면 살아있는 상태로는 힘들 것입니다. 죽여서라도 데리고 올까요?”


“아니네, 그녀가 스스로 오게 하는 방법이 있네!”


“그게 무엇인가요?”


“그건 말일세....”


내 명을 받은 반장은 즉시 오현으로 떠났다. 그는 육항의 어머니를 데려올 것이다.


이제 내가 육항의 아버지를 데리러 갈 차례이다.


***


양주(揚州) 오군(吳郡) 오현(吳縣)에 산 중턱의 허름한 장원


육의(陸議)는 전대 가주인 육강의 책상앞에 서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손책의 공격으로 육강이 죽고 말았고 결국 어린 육적은 가주가 되기 위한 충분한 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가주가 될 수밖에 없었고 너무 어린 탓에 육의가 대신하여 육가를 관리했다.


육가는 여강에서 많은 것들을 다른 가문에게 양도하고 안전을 위해 격란의 중심지에서 벗어나 조용한 오현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육의가 육가의 미래를 생각하며 고민에 빠져있을 때 하인이 문을 열며 말을 걸었다.


“저. 가주님.”


“가주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냐?”


“고옹이라는 분이 총관님을 뵙고 싶다고 찾아왔습니다.”


고옹(顧雍)!!


오군의 명가인 사성 중 고씨 문중 출신으로 자는 원탄(元歎)이다. 손권이 오왕이 된 뒤에는 상서령, 태상 등을 거치며 후의 작위에 봉해졌고,


손권이 칭제한 다음에는 초대 승상인 손소가 죽고 난 뒤 그 뒤를 이어 승상이 되었다. 고옹의 장남 고소가 명성이 높아지자, 손권이 손책의 딸을 그에게 시집보냈다고 한다.


“정중히 돌아가시라고 하게.”


하인은 곤란한 얼굴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총관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손가의 손권이 동오를 장악했다는 소문은 들었다. 아무리 이런 시골에 처박혀 있었다지만 눈과 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육가의 보전을 위해서 늘 눈과 귀를 열어두고 바깥의 소식을 찾아왔었던 육손이다.


그렇기에 육의는 더욱 가문을 단속했다. 손가와 육가는 원수 사이였기 때문이다.


고옹의 장남이 손책의 딸과 혼사를 맺었다. 혈연으로 동오의 대 호족들을 자신의 세력으로 흡수하려는 것이다.


그 마수는 육가에도 뻗쳤다. 하지만 육가의 직계는 나이가 어린 관계로 육의 자신에게 제안이 온 상태이다.


하지만 육가의 직계들은 육가주가 손책에게 살해당할 당시 어렸던 관계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육의는 그때 그 사건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이건 그냥 잊힐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원한이다. 그것도 두 가문 중 하나가 없어져야 하는 깊은 원한이다.


죽은 육가의 가주인 육강(陸康)과 손책의 아버지인 손견(孫堅)은 친우 관계였다. 손책은 원술에게 신뢰를 사기 위해 아버지의 친우인 육강을 살해하였다.


이 사건을 벌인 손책도 곧 죽음을 맞이하였지만, 당사자가 죽었다고 하여 두 가문에 쌓인 원한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육강이 손책 손에 죽는 그날 육의는 다짐했다.


손가에 남아 있는 단 한 명의 살마저도 씹어먹을 것이고 손가의 모든 존재를 지워버릴 것이며 그들의 이름을 꺼내고 생각하는 자마저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손가와 육가의 원한은 시작되었다. 그 어떤 것으로도 갚을 수 없는 피의 원한이 말이다!


육의는 그날의 분노가 다시되살아나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데 그런 손가에서는 뻔뻔하게 손책의 딸을 시집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것도 고옹을 통해 ‘손가의 여식과 결혼을 통해 과거의 원한은 잊고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자.’라고 연락을 해왔다.


도대체 육가에게 뭘 더 얻을 것이 남아 있다고 손가는 이리 집요하게 접근을 해오는지 육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육가가 비록 명가이고 한때 동오의 사대 대성이긴 했지만, 지금은 쇠퇴하여 육가보다 훨씬 영향력 가문들이 많이 존재했다.


육의는 눈을 감고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만나겠다고 하게.”


잠시 후 육의는 접객당으로 갔다. 접객당에는 고옹이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있었다.


고옹을 마주하며 육의는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입니다.”


“그래, 오래간만이군 육가주. 아니 총관이라지?? 자네도 매우 헌양해졌군.”


“제안의 답변은 서신으로 드렸는데 왜 직접 찾아오셨습니까?”


고옹은 품에서 비단으로 감싸진 종이를 꺼내어 올려 놓고는 말했다.


“손가와 혼인을 받아들여 원한을 풀어라.”


육의는 그 종이를 펼치지도 않고 손으로 가만히 덮고는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원수의 가문과 어떻게 결합하겠습니까?”


“싫다는 것을 억지로 권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전대 육가주와 손가의 관계는 잘 알고 있네.”


“그걸 아는 분이 이런 제안을 하십니까?”


“하지만 과거의 일이잖아? 언제까지 과거에 그리 집착할 생각이야?”


육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옹을 바라봤다.


“고가주님, 진짜 하시고 싶은 말씀이 무엇입니까?”


“똑똑한 사람이 모르는 척을 하니 내 단도직입(單刀直入)적으로 말해주지.”


“손가의 밑으로 들어와. 손중모에게 출사하란 말일세!”


고옹도 손권이 회계태수로 임명될 때 그에게 출사하여, 회계군의 승(丞)으로 태수의 일을 대신하도록 했다. 실질적인 회계태수인 셈이다.


그럴 줄 알았다. 육의는 눈살을 찌푸린 후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만 죽어도 손가의 밑으로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고옹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흐른 뒤 육의를 바라봤다.


“육가의 상황을 보란 말이야. 이 한적한 동네 산 중턱에 있는 현실을 생각하란 말이지, 육총관!”


육의는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슨 말인지는 알고 있었다.


“나는 육총관 자네가 이제 슬슬 우리와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네.”


고옹의 말은 손가와 손을 잡으면 다시 주류에 설 수 있고 관직에 출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들도 인재가 필요할 것이고 육가는 동오에서도 영특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섭섭할 가문이었다.


고옹은 말에 육의는 한숨을 쉬며 답했다.


“육가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지는 고가주님께서 제일 잘 아시잖습니까?”


“그때는 원술의 힘이 강남을 지배할 때니 어쩔수 없었음을 자네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지나간 일은 지나간 것일세. 동오는 이제 앞만 보고 나가야 할 때고 육가도 그 배에 올라타야 할 시기네. 자존심이 식구들을 먹여 살려 주진 않지.”


고옹의 말 중에서 그냥 손권 신하가 되는 것이 아닌, 손가와 결합을 하라는 이야기는 자신이 손가의 일원이 되라는 것인데. 그만큼 육가가 가치가 있단 말인가?


지역에 다른 가문들도 많은데 왜 집요하게 육가에 집착하는지 육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육의를 바라보던 고옹은 히죽 웃었다.


“생각이 많은가 보군.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려주지. 우리는 육가가 필요한 게 아니야. ‘육의’ 자네가 필요한 것이지. 영 찜찜하다면 자네가 육가를 나와서 자네만 출사해도 되네.”


육의는 거칠게 탁자를 내리쳤다.


“고가주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저보고 육가를 버리라는 말입니까? 그런 절대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하. 이거 참.”


너스레를 떨던 고옹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자네가 아닌 육가로 매파를 보낸 것 아닌가? 자네를 많이 배려했음을 알아야 할 것이야.”


육의는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그게 배려입니까? 육가로 보내졌다는 것은 혹시 제가 거절이라도 하면 육가의 인재들 전체가 출사할 수 없음을 알리는 협박 아닙니까?”


고옹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육의를 바라보았다.


육의의 말 그대로다.


“허허허···. 자네처럼 똑똑한 녀석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단 말이지. 그래서 자네를 좋아하는 것일세.”


고옹은 천천히 육의에게 다가갔다.


“아무튼 잘 생각해 봐. 생각할 시간 정도는 줄 테니까. 두어 달 시간을 줄 것이네! 잘 생각해 보고 나를 찾아오게.”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보지.”


고옹은 육의의 어깨를 두드리며 상냥히 말했다.


“그럼, 현명하게 생각하게나.”


고옹이 밖으로 나가자 육의는 거칠게 탁자를 내리쳤다. 화를 내며 몇 번이나 탁자를 내리치던 육의는 다리에 힘이 풀리며 다시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다.


“소패왕의 딸이라....”


그만큼 손가에서 자신을 높게 본다고 할 수 있다는 증거다.


육의는 매파서를 구겨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이것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육의는 함부로 이것을 거절할 수 없었다.


고옹은 자신이 아닌 육가를 인질로 잡고 있었다. 자신이 이 혼사를 거절하면 육가의 다음 대를 이를 아이들의 출사 길이 막혀버리는 것이다.


육의는 주먹을 꽉 말아쥐며 접객당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상옥거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임명(任命)(3) NEW +2 7시간 전 69 5 11쪽
40 임명(任命)(2) 24.09.18 133 7 12쪽
39 임명(任命)(1) +1 24.09.16 180 8 12쪽
38 비상(飛翔) +2 24.09.13 201 7 13쪽
37 육손(陸遜)(2) +2 24.09.12 196 6 12쪽
36 육손(陸遜)(1) 24.09.11 201 8 11쪽
» 공사다망(公私多忙)(2) +2 24.09.10 203 8 11쪽
34 공사다망(公私多忙)(1) +4 24.09.09 218 9 12쪽
33 장합(張郃)(2) +2 24.09.06 233 8 12쪽
32 장합(張郃)(1) +3 24.09.05 233 8 11쪽
31 삼고지례(三顧之禮)(4) +2 24.09.04 224 7 12쪽
30 삼고지례(三顧之禮)(3) +4 24.09.03 233 6 12쪽
29 삼고지례(三顧之禮)(2) +2 24.09.02 231 6 12쪽
28 삼고지례(三顧之禮)(1) +2 24.08.30 257 6 12쪽
27 담판(談判)(4) +2 24.08.29 229 6 12쪽
26 담판(談判)(3) +2 24.08.28 231 7 11쪽
25 담판(談判)(2) 24.08.27 240 7 12쪽
24 담판(談判)(1) 24.08.26 249 7 11쪽
23 전격(電擊)(5) 24.08.23 239 6 11쪽
22 전격(電擊)(4) 24.08.22 244 7 12쪽
21 전격(電擊)(3) +2 24.08.21 251 8 12쪽
20 전격(電擊)(2) +2 24.08.20 245 7 12쪽
19 전격(電擊)(1) +2 24.08.19 256 8 12쪽
18 만왕(蠻王) +2 24.08.16 243 8 10쪽
17 이질(痢疾) 24.08.15 249 6 10쪽
16 무릉(武陵)(7) 24.08.14 254 7 12쪽
15 무릉(武陵)(6) 24.08.13 253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71 8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90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94 1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