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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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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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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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電擊)(5)

DUMMY

나와 예형, 그리고 사마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사마가는 무슨 말을 듣기도 전에


“유공자, 이건 그대의 싸움이니 우리 만계는 관여하지 않겠소. 다만 필요해지면 말하시오.” 라고 말하며 방을 나가버렸다.


사마가는 시내암과 나와의 약속을 알고 있었다. 형주의 주인이 되겠다는 약속! 이 싸움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나는 예형을 바라보며 물었다.


“정평, 채모를 칠 명분은 얻었지만, 구체적으로 어찌 처리할 계획인가?”


“그는 많은 사병을 보유하고 있어서 섣불리 공격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제가 한 가지 수를 계획했습니다.”


“그게 뭔가?”


“이호경식지계(二虎競食之計)”


“이호경식지계라? 두 마리의 호랑이가 서로 다투어 잡아먹게 하는 계략이란 말인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셈인가?”


“솔직히 이 전술은 제가 생각한 것은 아니고 예전에 조조가 유비와 여포를 제거하는 데 사용된 것입니다.”


“조조가?”


“네. 조조가 서주를 침공할 때 당시 서주는 유비가 장악하고 있었고, 여포와 유비가 연합하려 하는 상태였지요.


조조의 입장에서는 여포와 유비를 분리해서 이들을 이간시켜 두 사람 모두 세력을 약화해야 했습니다.


당시 유비는 황제의 황명(皇命) 없이 서주를 다스리고 있었으므로 순욱이 조조에게 말하길 ‘유비에게 서주목(徐州牧)의 벼슬을 내리면 유비는 감격하여 받을 것이고 이를 토대로 여포를 제압하도록 유도하면 된다.’라고 제안합니다.


즉 유비는 원래 촌부(村夫)라 큰 벼슬을 해 본 일이 없어서 벼슬로 유비를 유혹하고 유비가 여포를 제거하게 하면 둘 모두 세력이 약화되어 조조가 공격하기 쉬워진다는 말이지요. 이것이 이호경식지계입니다.


이후 조조는 순욱의 말에 따라 즉시 사람을 서주로 보내어 유비에게 정동장군(征東將軍) 의성정후(宜城亭侯)의 벼슬을 내리고, 서주목으로 임명하여 서주를 다스리게 하면서 여포를 제거하라는 밀서도 함께 보냅니다.


그러나 노련한 유비는 조조가 자기에게 밀서를 내린 것이 자기와 여포가 연합하여 조조를 칠까 봐 두려워서 꾸민 계교라는 것을 간파한 것이죠.”


“흠... 결국 실패한 전략 아닌가? 그런 전술은 쓰자고?”


“순욱의 이호경식지계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저는 성공할 자신이 있습니다. 이미 채모와 그의 매형 황승언은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됐습니다. 채모는 황승언의 딸을 죽이려고 하고 있고 이에 더해 황승언 본인까지 공격하고 있지요.


여기서 중요한 존재가 괴월입니다. 형주는 자사님이 최고 지도자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채모가 군권을 가지고 있고 정책을 담당하는 군사는 괴월이지요.


괴월은 그동안 본인의 정치적인 성향에 맞게 대학자 송충 등을 초빙해 오경(五经)를 편찬하는 등 학자들을 안위하고 구제하며 그 조력을 얻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괴월이 자사님에게 ‘치세를 다스리는 자는 인의를 앞세우고, 난세를 다스리는 자는 권모를 앞세우는 법입니다.’라고 전언했던 일도 괴월의 성향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예형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채모가 형주 학자들의 대표격이라고 볼 수 있는 황승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지요. 그의 딸 황언정 또한 재주가 비상하여 평소에 괴월이 꽤 관심을 가졌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점을 노리고 괴월에게 사람을 보내 ‘채모가 자사직를 차지하기 위해 형주의 학자들을 겨냥하여 유표의 기반을 허물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아! 알겠네. 괴월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채모와 한 몸이 되어 황승언을 공격하는 것과 황승언과 학자들을 구하고 우리 편에 서는 것 두 가지겠군.”


“역시 영특하십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괴월은 채모와 형주 집권 초기부터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함께했던 관계였기 때문에 쉽게 우리 쪽으로 돌아선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그래서 제가 채모 쪽에 소문 하나를 더 흘렸습니다. ‘황승언의 배후에 괴월이 있다.’ 라고 말입니다.”


나는 팔등에 돋은 소름을 문지르며 혀를 내둘렀다.


예형은 굳을 얼굴로 말했다.


“이게 순욱이 아닌 저의 ‘이호경식지계(二虎競食之計)’입니다. 채모와 괴월이라는 두 마리의 범이 싸우게 되면, 둘 중에 약한 놈은 싸우다 다치거나 죽게 되겠지요.


이때 우리는 힘들이지 않고 범 두 마리를 모두 잡거나 다친 놈은 죽이고 필요한 놈만 살릴 수 있을 겁니다. 어떤 놈이 필요한 범일지는 주군이 고르십시오.”


“정평은 정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후 예형은 많은 것을 얘기해 주었다. 그러나 실제로 전투에서 진행되는 상황은 다를 것이다.


예형이 보여주는 냉정과 치밀함 그리고 그가 말하는 것들이 하나둘씩 착착 맞아떨어지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묘한 흥분을 넘어 전율까지 일게 했다.


나는 예형에게 “그대가 나의 장자방”이라 말했다.


장자방은 고조 유방의 군사 장자방(장량)을 말하는데 조조가 순욱에게 “내가 그대와 더불어 일을 계획하면 천하에 무슨 근심이 있으리오.”라고 하면서 “나의 장자방”이라 말하며 극진하게 대접했다고 한다.


내가 남들보다 특별할 수 있는 것은 역사의 기록을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록을 안다고 하여 실제로 벌어지는 여러 상황에서 책략을 짤 수 있는 능력은 없었다.


나는 예형에게 역사가 그게 주지 않았던 ‘기회’라는 것을 대신 주었고 예형의 재능은 나의 지원 속에서 활짝 펴진 것이다.


“원래 계획대로 저도 주군과 함께 채부인과 유종 공자에게 가서 후계자 문제를 담판 짓고 싶지만,


지금 두 마리 범이 꽤 치열하게 싸운다고 하여 제가 가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역시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주군께서는 서성, 반장과 함께 빨리 움직이셔서 후계자 문제를 매듭지으십시오.”


갑자기 예형은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주군의 형주자사 취임을 미리 축하드립니다.”


“어이, 사람아! 누가 들으면 어찌하려고, 큰일 날 소리.”


“여기에 우리 둘뿐인데 누가 듣는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이제 누가 들어도 상관없습니다. 이미 대세는 기울었습니다. 주군, 전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주군께서도 어서 출발하십시오.”


예형은 병사들과 함께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황승언의 장원으로 이동했고 나는 잠시 출정 준비를 하면서 반장을 기다렸다.


잠시 후 반장이 도착하여 나는 서성, 반장과 함께 채가로 이동했다. 유종과 채부인이 형주자사 관저가 아닌 채가에 있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전력을 다해 채가에 도착해보니 안타깝게도 이미 채가는 텅텅 비어있었다. 채가 대부분의 병력은 전투를 위해 이동했고, 집안의 여인들과 아이들은 어디론가 빠져나간 정황이 있었다.


“서성! 반장! 어서 채부인과 유종을 찾아라!”


“네, 주군!”


서성과 반장은 집안은 샅샅이 뒤졌다, 잠시 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하인을 발견해 채부인과 유종의 위치를 캐물었다.


“대인, 저 같은 사람은 마님들과 공자님들이 어디 갔는지 알지 못합니다. 대피처는 집안 고위직만 알고 있습니다.”


반장이 하인을 향해 물었다. “대피처를 알만한 사람이 집안에 남아있느냐? 당장 말하지 않으면 경을 치게 될 것이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빠져나갔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 북방으로 시집갔다가 혼자 돌아와서 집안 별채에 머무는 아가씨 한 분이 계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내가 물었다. “그 여인의 이름은 무엇인가?”


“제가 어찌 아가씨 이름은 알겠습니까. 다만, 집안 어른들끼리 대화를 들었을 때 채소희라고 불리는 것 같았습니다.”


“채소희?”


채소희는 채염의 자이다. 당대의 석학이라는 채옹(蔡邕)의 딸이며, 역사에서는 195년 흉노가 동탁의 잔당들을 격퇴하기 위해 낙양에 쳐들어왔을 때 흉노의 병사에게 납치되어 남흉노 좌현왕(左賢王) 유표에게 바쳐졌다고 한다.


채염은 유표의 첩으로 십이 년간 지내면서 아이 둘을 낳았다. 후에 조조가 채옹과 친분을 앞세워 채옹(蔡邕)의 후사가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고 흉노족과 교섭하여 채염을 도로 데려오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채염의 아이들은 데려오지 못하고 그녀 혼자 돌아오게 되는 기구한 삶을 산 여인이었다.


그런 채염이 왜 여기에 있단 말인가? 일단 만나봐야 했다.


“어서 별채로 안내하거라.”


“네, 대인.”


채모의 집은 매우 넓었고 각 담장은 모두 푸른 돌로 만들어져 있었다. 게다가 건물이 사오십 채에 이르러 그동안 채가의 위력을 한눈에 엿볼 수 있었다.


하인을 따라 한참 동안 들어가자, 저 멀리 한 사람이 겨우 살 정도의 아담한 모옥(茅屋)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인은 나를 보며 말했다.


“대인, 여기입니다.”


나는 모옥 앞에서 조심스럽게 외쳤다.


“여기 채소희란 분이 계시오?”


안에서는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옆에 있던 서성이 “주군, 집안을 살펴볼까요?” 하며 물었다.


나는 “잠시 기다리거라.” 말했고 다시 한번 모옥을 향해 외치려는 찰나.


모옥 안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걸러 나왔다. “제가 채소희입니다. 공자님은 누구신가요?”


채염은 똑똑하고 언변이 뛰어났다고 전해졌지만, 외모에 대해서는 전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모옥 안에서 나온 여인은 침어낙안(沈魚落雁)이 딱 어울리는 외모의 여인이었다. 남흉노 좌현왕(左賢王)이 첩으로 삼을만했다.


채염이 어찌하여 이 시기에 이곳에 있는지가 매우 궁금했지만 그건 후계자 문제가 마무리되면 알아보기로 하고 일단 채씨 일가의 대피처에 대하여 알아봐야 했다.


“나는 형주자사의 장남, 유기라고 합니다. 물어볼 게 있어 들렀습니다.”


“저는 이 모옥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도 않고 화초를 키우고 책을 읽으며 살아가는 여인이랍니다. 그런 저에게 무슨 용무가 있으실까요?”


“채가의 대피처를 아시오?”


“......”


채염은 어두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의 기구한 운명이 또 저를 찾아왔군요. 형주의 채가는 저의 먼 친척으로 어려운 시기에 저를 도와줬답니다. 그런데 어찌 배은망덕(背恩忘德)하게 채가의 중지(重地)를 알려드릴 수가 있겠습니까?”


채염은 한숨을 쉬면서


“중지를 알려드리지 못함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것으로 제가 여기서 죽어야 한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는 꼭 소저에게 그 위치를 들어야겠습니다! 채가는 오늘이 지나면 무너질 것입니다.”


“채가가 무너지는 것과 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저는 채가에 의리를 지키는 것뿐이랍니다.”


“소저에게 무력으로 닦달해 봤자 말해줄 것 같지도 않고, 혹시 원하는 게 있소?”


“전 이 모옥 하나로 만족합니다.”


“그럼. 이건 어떻소?”


나의 말을 들은 채염의 얼굴이 굳었다.


잠시 후 우리는 양양 서쪽의 사산(西山)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산은 행정 지도상 명칭이고 실제 명칭은 융중산(隆中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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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육손(陸遜)(2) +2 24.09.12 148 6 12쪽
36 육손(陸遜)(1) +2 24.09.11 161 7 11쪽
35 공사다망(公私多忙)(2) +2 24.09.10 169 8 11쪽
34 공사다망(公私多忙)(1) +4 24.09.09 185 8 12쪽
33 장합(張郃)(2) +2 24.09.06 201 7 12쪽
32 장합(張郃)(1) +2 24.09.05 199 7 11쪽
31 삼고지례(三顧之禮)(4) +2 24.09.04 198 5 12쪽
30 삼고지례(三顧之禮)(3) +2 24.09.03 203 6 12쪽
29 삼고지례(三顧之禮)(2) 24.09.02 202 5 12쪽
28 삼고지례(三顧之禮)(1) +2 24.08.30 230 6 12쪽
27 담판(談判)(4) 24.08.29 203 6 12쪽
26 담판(談判)(3) +2 24.08.28 212 7 11쪽
25 담판(談判)(2) 24.08.27 219 7 12쪽
24 담판(談判)(1) 24.08.26 228 7 11쪽
» 전격(電擊)(5) 24.08.23 221 6 11쪽
22 전격(電擊)(4) 24.08.22 222 7 12쪽
21 전격(電擊)(3) +2 24.08.21 229 8 12쪽
20 전격(電擊)(2) +2 24.08.20 225 7 12쪽
19 전격(電擊)(1) +2 24.08.19 233 8 12쪽
18 만왕(蠻王) +2 24.08.16 223 8 10쪽
17 이질(痢疾) 24.08.15 225 6 10쪽
16 무릉(武陵)(7) 24.08.14 230 7 12쪽
15 무릉(武陵)(6) 24.08.13 224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43 7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59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65 8 12쪽
11 무릉(武陵)(2) 24.08.07 282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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