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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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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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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武陵)(7)

DUMMY

접객당에서 잠시 기다리자 잠시 후 고풍스러운 만계(蠻溪)의 옛 복장을 한 족장이 접객당으로 들어섰다.


시내암은 좌중을 돌아보며 특유의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서 소개했듯이 난 만계의 족장 시내암(施耐庵)이라고 하네. 반갑네! 경주의 주인인 유 경승(景升)의 아들과 동료들이여.”


“만왕(蠻王)님, 반갑습니다!”


“며칠 전부터 주위에 이상한 병사들이 출몰한다는 보고를 들었지. 누가 오려나 짐작만 했거늘 자네와 동료들이 왔구먼. 그래. 허허허···”


짝!!


옆에서 감녕이 큰 박수 소리를 내며 소리쳤다.


“역시 먼저 도착했군. 공자님 제가 말했잖습니다. 제 부하들이 먼저 도착한다고. 아핫!!”


“흥패! 쉿!”


감녕의 눈치 없는 행동에 나도 급해서 성도 안 붙이고 흥패라고 불러버렸다.


“헛! 공자님이 드디어 나를 흥패라고 불러주시네. 얼마나 좋습니까? 지금까지 거리감 느껴지게 호명할 때마다 감흥패, 감흥패 하시는거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제 흥패라고 불러주시니 속이 다 시원합니다. 앞으로 계속 그냥 흥패라고 불러주십시오.”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 눌러주고는


“알았네. 흥패, 중요한 자리니 눈치껏 하게.”


“너에여넷! 공자님.”


나와 감녕이 투덕거리는 모습을 보고는 시내암이 말했다.


“부하들이랑 격이 없어 보이니 좋구먼.”


“죄송합니다. 만왕(蠻王)님. 얘네들이 원체 눈치가 없어서 특히 흥패하고 저년, 아니 손소저, 아니 우리 손호위하고요.”


“무슨 만왕(蠻王)은 만왕인가. 우리끼리 그냥 의미 없이 부르는 호칭일세. 그냥 시내암이나 족장으로 불러주게.”

아니 될 말이다.


“아직 아무 직책이나 관직도 없는 제가 어찌 무릉의 지배자이시자 오계 중 으뜸이라는 만계의 주인에게 함부로 이름을 부른단 말입니까?”


족장이란 부족이나 씨족 등의 생활 공동체를 대표하는 정치 지도자를 지칭하는 단어인데 보통 씨족 단계를 벗어나 두 가문 이상 통솔하게 되면 군장, 그 이상의 연합체 단계가 되면 왕이라고 부른다.


주로 변방의 미개한 민족 연합체의 수장을 족장이라 부른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것은 중원의 관점에서 차별성을 두기 위해 미개하다는 의미를 담아 그 연합체를 비하할 때 족장이라고 칭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지역의 패자이며 자기 지역에서 만큼은 왕이란 표현으로 불리고 있다.


특히 오계만은 이미 몇십만의 연합을 이루고 있으며 그중 만계는 구성원 수가 십만 명에 육박하기 때문에 왕이라는 표현에 부족함이 없다.


그런 지도자를 일개 족장이라 칭하기에는 ‘나는 중화사상에 절어 있는 버릇없고, 철부지입니다.’ 라고 대놓고 광고하는 것이다.


시내암의 눈이 가늘게 찢어지며 연한 눈음웃을 지었다.


“그러면 호칭은 자네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게. 나는 자네를 유백달로 불러도 되겠는가?”


“네, 그리 불러주십시오.”


“그래. 유백달, 자네는 무슨 일로 무릉에 방문하였는가?”


“........”


“못 알아들었나? 여기를 왜 왔냐고 물었네?”


부전자전(父傳子傳).


시내암이나 사마가나 성격 급한 것은 똑같다.


여기서 시내암과 사마가의 성씨가 다른 이유는 만계는 철저한 모계가족(母系家族)이기 때문이다.


모계가족라는 것은 혈통을 강조한다는 의미다.


부족사회에서의 가족이란 부부 관계의 가족으로 구성되어 있던 것이 아니고 정해진 짝 없이 여러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면서 아이들을 낳았다. 이 때문에 아버지를 모르니 당연히 아이를 낳은 어머니가 중심되었고 그 혈통으로 이루어진 모계가족이 일반화되었다.


“만왕(蠻王)께서 단도직입(單刀直入)적으로 물어보니 저도 본론부터 말하겠습니다.”


모두의 이목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저는 제돈과의 열매를 얻고 싶어 왔습니다.”


“제돈과? 제돈과가 무엇인가? 나는 제돈과란 말은 처음 들어보네.”


시내암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옆에 있는 만계의 군사에게 질문했다.


“자네는 제돈과를 아는가?”


만계의 군사는 즉시 대답했다.


“아닙니다. 저도 처음 듣습니다.”


나는 제돈과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다.


“제돈과는 육 척 정도 자라는 나무이고 열매가 열리면 완전히 익어서 검게 된 것과 살짝 덜 익어 연두색인 것이 있습니다. 검은색은 상대적으로 단맛이 강하며, 반대로 연두색은 신맛이 세게 납니다. 특히 열매를 으깨면 열매 과육이 흘러서 기름처럼 나오는 특징인 나무입니다.”


“감람목(橄欖木)!!!”


시내암과 사마가 그리고 군사가 동시에 외쳤다.


“감람목을 말하는가 보군. 여기서는 그것을 제돈과라고 부르지 않고 감람목이라고 부른다네. 감람목에서 짜는 기름은 감람유(橄欖油)라 하고···”


“네, 그 감람유(橄欖油)를 구하고 싶습니다.”


“그 감람목이 우리 만계의 지역에 있다는 건 어찌 알았는가?”


이 질문이 나올 줄 알았고 준비해 놓은 답변이 있었기에 바로 대답했다.


“제 호위 병사중에 무릉 출신이 있습니다. 어느 날 그가 말하길 무릉의 만계가 다스리는 지역에 기름이 흐르는 나무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 기름으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하여 방문하였습니다.”


“무릉 출신이라. 그는 어디 있는가? 혹시 만계의 형제인가?”


“잘 모르겠습니다. 무릉 출신이라고만 했지, 만계의 언급은 없었습니다. 다만 애석하게도 같이 출발하였으나 도중에 병으로 사망했습니다.”


“우리 형제이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게 됐구먼. 그나저나 감람목을 원하는 게 아니라 감람유를 원한다고?”


“네. 감람목은 북형주로 가져가 봐야 그곳에서 뿌리내려 잘 자란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제가 원하는 수량만큼 가져갈 수도 없는 걸 잘 압니다. 그래서 감람유를 구하고 싶습니다.”


“호! 꽤 영특하군. 맞네! 감람목은 가져가도 키우기가 쉬운 나무는 아니지.”


시내암은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런데 감람유를 가져가서 어디에 쓰려고?”


“혹시 만계에서는 감람유를 어디서 쓰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건 우리 부족의 비밀이지만 자네는 형주자사의 아들이니 내 말해줌세.”


“감람목과 감람유는 우리 부족의 신성한 보물이라네. 감람유는 중요한 행사나 축제의 의식용으로 쓰인다네.”


나는 시내암의 눈을 바로 바라봤다. 그리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감람유로 아픈 사람을 고치고 병에 걸리지 않게 예방하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쓰려고 합니다.”


실제로 올리브가 가지고 있는 효능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 즉 항염 작용과 건강에 해로운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추어 고혈압과 심장병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그리고 이 시대 제일 위험한 것인 전염병의 원흉인 불결함을 없애기 위해 몸을 깨끗하게 씻을 수 있는 비누를 만들면 좀 더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고


또한 음식을 날것으로 먹으면 발생할 수 있는 수인성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기름에 튀겨 먹음으로써 병도 예방하고 맛도 높일 수 있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


시내암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감람유에 그런 효능이 있단 말인가?”


“네, 있습니다. 제가 수백 권의 책을 보고 알아낸 사실입니다.”


“유백달”


시내암이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감람유에 그런 효능이 있다는 건 이제 알았네. 아주 놀라운 사실이야. 하지만 감람유는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네. 감람목은 우리 만계 부족원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나무로 취급되어 힘과 번영 그리고 큰 복과 평화를 상징하지.


또한 감람목은 생장 속도가 느려 반 세대가 지나야 열매 맺고, 한 세대 이상이 지나야 비로소 수확다운 수확을 할 수 있게 된다네. 그런 감람유를 함부로 남에게 내어줄 수는 없다네.”


“제가 감람유를 얻을 방법은 없을까요? 혹시 저에게 원하시는 게 있으십니까?”


“원하는 거라? 형주자사 본인도 아니고 아무 관직도 없는 형주자사의 아들이 만계의 시내암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있다고 보는가?”


“.......”


“자네가 말해보게. 자네가 나를 위해 무얼 해줄 수 있는가?”


나는 시내암과 사마가 그리고 만계의 군사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질(痢疾)”


“이질?”


“네, 지금 만계에 퍼져있는 심각한 질병의 이름이 이질입니다.”


시내암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자네는 우리 만계에 질병이 퍼져 있다는 걸 어찌 알았는가?”


부족의 전염성 질병이 있다는 사실은 민감한 정보다. 자칫 잘못하면 부족의 존폐를 위협할 정도의 문제인 것이다.


시내암 옆에 시립하고 있던 사마가가 한 손에 쥔 둔기를 들어 올렸다.


“이 빌어먹을 놈들! 며칠 전부터 병사들을 우리 지역으로 들여보내더니 부족원들을 염탐하고 있었구먼. 우리 만계를 위협하는 너희들을 가만히 놔둘 수가 없구나. 여기서 죽여주마.”


시내암이 사마가에게 소리쳤다.


“사마가! 가만히 있지 못하겠느냐? 그리고 유백달, 사마가 말대로 이건 중차시한 사항이지. 어찌 우리 부족의 일을 알았는지 말해보시오! 합당한 답변을 하지 못할 시에는 난 사마가를 막을 명분이 없어짐을 알아야 할 것이야.”


대놓고 협박이다. 특히 사마가는 혈기가 왕성한 나이였다. 또한 새빨간 얼굴에 푸른 눈동자를 하고 수염 또한 붉었기에 외모는 한껏 험상궂어 보였다.


신력(神力)을 타고나 이백 근이 넘는 무기를 휘두르니 무릉에선 천하무적이었다. 그런 사마가가 무기를 들고 위협을 하니 꽤 위협적이었다.


“만계의 주인이시어. 제 말을 들어보시고 화를 내셔도 늦지 않습니다.”


나는 한 호흡을 고른 다음,


“저는 조금 전에 만계의 입구 넘어 접객당으로 올 때 수많은 주민을 봤습니다. 남자들은 단단하며 용맹해 보였고, 여자들은 아름답지만 당차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오랜 복통 및 설사로 인해 황달 끼가 있는 사람들과 발열로 인해 열꽃이 핀 아이들이 다수 보였습니다.


외지인들이 들어오는 것을 구경하러 온 주민들이 그 정도라면, 각자 집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누워서 고통을 받고 있겠지요.


그리고 접객당에 딸린 측간에 들렀을 때 적리(赤痢)를 보았습니다.”


적리란 이질의 대표적 증상으로 피가 섞여 피똥을 싸는 것이다.


“.......”


실내에 무거운 적막이 깔렸다.



이질(痢疾)은 현대의학에서 장티푸스라 불린다. 열대지방에서 주로 발생하는 세균성 질병으로 주로 대장과 소장을 침범하는 감염성 질환이다.


특히 전염성이 높고 어린이들에게 치사율이 매우 높아 심각한 질병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 시기에는 이질로 해마다 수많은 생명이 소실되고 있는데 유명한 일화로 이릉대전(夷陵大戰)에서 패배한 촉한의 황제 유비가 백제성에서 죽는다.


유비는 관우와 장비의 죽음과 형주 상실, 이릉대전 패배 등 잇따른 악재로 인한 화병이란 설이 있지만 실제로는 이질(痢疾) 탓에 죽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유비가 죽기 전 “짐이 처음에는 이질이란 병을 앓았으나, 그 뒤 잡다한 병으로 옮겨 거의 스스로 구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질이 창궐하는 이유로는 하수도, 특히 변소 시설이 매우 비위생적이었다. 대변을 본 후 손을 잘 씻지도 않으니 이 때문에 이질 보균자들이 대변을 보고 오염된 손으로 여기저기 만지면 접촉을 통해 이질균이 입으로 들어가 감염을 일으킨다.


또한 이질은 매우 전염성이 높아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한 명이 피똥을 싸기 시작하면 며칠 사이에 환자가 급증해 사람들이 차례로 쓰러져 태반이 죽어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또 다른 이유는 공동 우물에서 나오는 식수이다.


우물에서 발생하는 물은 기본이 지하수인데, 여기에 심각한 오염이 발생했다. 오계만은 예전부터 한인의 풍습에 물들어 농업이 발전되어 있었다. 농부들은 인간의 배설물을 이용하는 비료법으로 곡식밭과 채소밭을 비옥하게 하는 것이 매우 유익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수도 시스템이 없는 시기에는 많은 양의 배설물이 지하수에 쌓인다. 이 때문에 우물에서 나오는 식수가 오염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잠시 후 시내암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자네는 의원(醫員)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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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릉(武陵)(7) 24.08.14 231 7 12쪽
15 무릉(武陵)(6) 24.08.13 225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43 7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60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65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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