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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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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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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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전격(電擊)(3)

DUMMY

나는 사마가에게 물었다.


“데려가 무엇을 하시게요?”


“내 보기엔 공자님의 호위라는데 너무 약해 보이오. 내가 한 명의 전사로 만들어 드리겠소!”


“맡겼는데 죽거나 그러면 내가 매우 곤란합니다. 외교 문제로 비하될 수 있습니다.”


“만계의 형제 중에서도 천방지축 같은 놈들이 없는 것이 아니오. 그럴 때 다루는 방법들은 꽤 많지요.”


“아무리 그래도 어려울 텐데······.”


손상향의 고약한 성질은 정사로 남을 정도다. 유비가 마음속으로 늘 두려움을 가질 정도였다고 하니 그 성격을 알만하다.


그러나 사마가는 자기 능력을 과소평가한다고 생각했는지 화를 버럭 내며 말했다.


“내가 만약 저놈을 인간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유공자의 동생이 되겠소!”


음? 나름 좋은 제안인가?


“그러면 당분간 소만왕에게 손호위의 훈련을 맡겨도 되겠습니까?!”


마치 자신을 물건처럼 취급하는 것에 화가 난 손상향이 벌떡 일어나서 다시 덤볐다.


“끙, 사람 앞에 두고 무슨 소리예요! 나는 소원을 위해 공자님 옆구리에 칼 한 방을 먹어야 한다···고···요....” 퍽!


사마가의 무쇠 같은 주먹이 강타하자 손상향은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잘 부탁합니다. 소만왕”


그녀는 소원이 무엇이길래 저리 집착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손상향의 생애를 생각해 보면 그녀는 너무나 절망적이었다.


화친을 위해서든 견제나 염탐을 위해서든 사랑이나 애정 없이 오로지 정치적인 목적을 이유로 유비와 결혼한 것이고, 결혼생활도 험악하기 그지없었다.


결혼생활을 마무리하고 돌아갈 때 유선(劉禪) 납치까지 시도했으니, 손상향과 유비 사이의 감정이 좋아지려야 좋아질 수가 없다.


그런데 이릉대전 이후 양국 재화친을 위해 다시 촉으로 보내졌으니, 귀빈은커녕 사람도 아닌 공물 비슷한 취급을 당한 꼴이다.


한마디로 오빠인 손권이 정치적인 이유로 동생을 또다시 촉으로 추방해 버린 것이다.


그런 손상향이 나에게 바라는 소원은 무엇일까? 뭔가 짠한 마음이 생기려 하다가도 한편으로는 원체 또라이라서 뭘 요구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섣불리 물어 볼 수도 없었다.


***


나는 아버지와 독대를 위해 다시 자사실에 방문했다.


“아버지, 어제는 불청객이 있어서 제대로 인사를 못 드렸습니다.”


“너의 대한 이야기는 들었다. 무릉의 왕과 함께 왔다는데 사실이냐?”


“네, 사실입니다. 그와 함께 왔습니다.”


“네가 무슨 생각으로 그와 같이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민감한 지역의 권력자이다. 감당할 수 있겠느냐?”


“네, 감당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를 정치적으로 데려온 게 아닙니다. 사마가는 개인적인 용무로 양양을 방문하였을 뿐입니다.”


“네가 데려왔으니 책임져야 할 것이다. 만약 양양성에서 무슨 일이 생긴다면 꽤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네, 아버지.”


“유기야, 나는 올바르게 살았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너도 나처럼 살길 원했지. 그런데 나는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내가 틀리게 정치했던 결과로 앞으로 형주의 어려움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너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구나.”


“부탁이라니요. 당치 않습니다. 말씀만 하십시오. 아버지!”


유표가 말했다.


“늦었지만 이젠 너의 정치로 형주를 이끌어가라.”


“아버지······.”


“네 정치의 원칙은 무엇이냐? 어떻게 백성을 이끌어 나갈 것이냐?”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나는 평소에 생각했던 것을 말했다.


“저의 정치의 첫 번째는 ‘공정(公正)’입니다. 공정이란 기준을 잘 지킨다면 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명확(明確)’입니다. 신상필벌의 명확함을 지키는 건 귀족이든 백성이든 신분을 따지지 않습니다. 누구든 어려운 일을 해낸다면 그에 따른 응당한 보상을 받아야 하고,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진심(眞心)’입니다. 백성들에서 진심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말 뿐인지 진심인지는 누구나 구분할 수 있으므로 진실한 태도가 중요합니다.


저는 공정(公正), 명확(明確), 진심(眞心). 이 세 가지의 기준으로 정치해 나갈 생각을 합니다.”


강하팔준의 수장이자 이 시대의 대표적인 유학자인 유표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나도 잠시 역사에 기록된 유표에 대해 생각했다. 특히 조조와 비교되어 날카로운 비판이 지배적이었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기에 조조의 행동은 정당하다고 말하면서 유표의 통치는 부정적으로 기록되었다.


유표의 인재 등용 기조는 대다수 외부인을 높은 직위에 앉히지 않고 대신 자신을 지지하게 만들기 위해 호족들에 높은 자리를 주었다.


반면 조조는 자신의 치세 초기에 이미 군사적 기반을 쌓아 올렸기 때문에 호족 의존도가 매우 낮았다. 또한 조조의 기반 지역은 유표에 비해 훨씬 넓고, 인구도 많고, 중원에 가까웠던 만큼 취할 수 있는 명문가 출신 인재들이 더 많았고, 그만큼 인재를 구할 때 지역의 구애를 덜 받았다.


유표의 통치 과정에서 조조에게 항복하라는 수많은 조언을 거부하는 모습, 군사적 결단을 앞에 두고 우유부단한 모습이라든지, 마누라와 시동생에게 이리저리 휘둘려 장남이 아닌 자를 후계자로 세우게 되며, 유종이 조조에게 싸움 한 번 하지 않고 항복하는 모습 등을 보면 유표에게 본받아야 할 점은 없다시피 하다.


하지만 이런 기록들은 무능력한 유표와 대비되어 조조가 유능하고 도량이 넓어 보이게 만들고, 결론적으로 형주를 취한 조조의 행동이 정당했음을 보여주기 위한 승리자의 기록이다.


물론 유표가 실제로 이런 성격이 아니거나 이런 치세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형주 지역에서는 암암리에 유표의 통치를 찬양하고 여기에 더해 유표의 평가는 호의적이었음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이 있다.


유표는 죽은 후 양양성 바로 동쪽에 묻혔는데 지역민들이 이곳에 긴 추도문을 바쳤고 이 문구는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 추도문에는 유표의 재능과 장엄함, 자애로움과 화합의 덕으로 시작해서 무력을 통한 형주 경계의 보전, 재능 있는 인재들의 결집, 농업 진흥, 학문 후원 등을 유표 치세의 공으로 언급한다.


이 비석에 유표의 참칭(한실 종친이면서 천자의 의장을 쓰고 천지에 제사를 지내는 등 황제 놀음을 했다고 한다.)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쓰여 있지 않지만, 그것을 제외한 유표의 치세에 대해서는 과분할 정도로 찬양하고 있다.


적어도 역사에서처럼 나약하고, 결단력 없고, 때때로 잔인해지며, 황제가 되리라는 망상에 빠져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둘 다 생각에 잠겨 시간이 길어지는 찰나 마침내 유표가 입을 열었다.


“아들아, 내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때는 형주에 전혀 기반이 없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나를 지지하는 호족들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유표는 잠시 숨을 고른 후 말을 이어갔다.


“나는 채모와 함께 간사하고 때론 잔인하게 백성들과 토호들을 억압하며 이 형주를 장악했다. 하지만 군사적 기반이 없었기에 채모가 대부분의 권력을 가져갔고 그로 말미암아 나는 나의 정치(政治)를 펼칠 기회가 없었단다.


유기야 너는 너의 정치를 하거라. 외부 요인에 의해 변화되지 말고, 네가 생각하는 그런 정치를 하거라.”


“네, 아버지. 꼭 그러겠습니다.”


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나의 후계자는 너다. 유기야!”


유표의 전격(電擊)적인 선언이었다.


아버지와 나는 늦은 오후까지 앞으로의 일에 대하여 계획을 세웠고 밤늦게 자사실을 나왔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다 무심코 뒤를 돌아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등을 보인 채 여전히 창가에 서 있었다. 아버지는 외로워 보였다.


“아버지, 부디 만수무강하시길.”


***


그리고 그날 저녁 채모는 홀로 유표의 처소를 찾았다.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인가?”


유표가 묻자, 채모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자사님, 주위를 물려주십시오. 긴히 드릴 진언이 있습니다.”


초조한 채모의 얼굴을 본 유표는 번뜩이는 눈빛을 띠었으나 금세 날카로운 눈빛으로 감췄다.


“어서요. 시간이 없습니다.”


“모두 물러가라.”


유표의 명에 시비들은 모두 물러났고, 유표와 채모 두 명만이 남았다.


“그래. 무슨 일인가?”


“지금 양양성에 하나의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는데 이를 방치하면 형주 전체에 헛소문이 퍼지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빨리 통제하지 못하면 형주가 무너질 것입니다.”


“무슨 소문 말인가? 전에 유기에 대한 소문도 그렇고 이번에는 양양성에 전체에 소문이 자자하다고 하는데 나는 금시초문(今時初聞)일세?”


“......”


“형주에서 나보다 더 높은 사람이 있는 게 분명하군!”


채모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유표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건 그렇고. 그 소문이란 게 뭔가?”


채모는 당황해서 말문이 막혔지만 잠시 숨을 고르며 말을 이어갔다.


“자사님이 형주를 차지할 때 수백 명의 호족과 백성들을 잔인하게 죽였던 끔찍한 일이 실제로는 원술 군이 아닌 자사님이 형주를 차지하기 위해 벌였던 일이었다는 소문입니다.”


“그날의 일은 나와 자네만 알고 있던 비밀 아닌가? 그런데 어찌 소문이 퍼졌을꼬?”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호족과 백성이 혼란과 공황에 빠졌습니다. 서둘러 조치하지 않으면 후계자도 정하기도 전에 내부에서부터 무너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 어떻게 형주자사에 올랐는지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유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말이야! 최덕규!”


“네, 자사님.”


“그날의 일은 내가 자네의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나 실제로는 모두 자네가 주도하여 시행한 일 아닌가?”


“......”


“그때의 나는 막 형주에 취임하여 내려와 전혀 기반이 없었고, 또한 누구를 제거해야 형주를 차지할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자네가 유력 호족들을 모았고 병사들을 동원해 그들을 모조리 참살하지 않았는가!”


“허!! 지금 그 일을 저에게 다 덥혀 씌우려 하십니까?”


“아니, 난 사실을 말한 것뿐이네!”


채모는 얼굴이 벌겋게 되어 소리쳤다.


“그게 누구를 위해서 한 일입니까? 다 자사님을 형주에 자리 잡게 하려고 했던 것 아닙니까?”


유표는 더욱 차분해진 목소리로 답했다.


“물론, 그렇기도 하네만. 경쟁 관계에 있던 호족들을 몰살시켜 채가가 형주에서 제일 큰 호족이 된 것은 사실 아닌가? 그것도 나를 위해서 그런 것인가?”


“그것은 저희 채가가 대 호족이 되어야만 자사님의 권력이 더욱 공고해져 그런 것이지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 충심을 믿어주십시오.”


“충심이라.... 그런데 말이야. 채덕규! 내가 형주에 부임한 지가 벌써 십 년이 넘었거늘 왜 지금까지 ‘군권’은 양도하지 않고 아직도 자네가 가지고 있는가? 군권을 자사부에 양도하라 몇 번을 말하지 않았는가?”


“예전부터 형주의 군권은 전쟁이 일어나면 자사부에 소속되나 평시에는 호족 사병의 개념이라 그렇습니다.”


“아! 그런가?”


“그럼, 자네가 생각하기에는 지금은 ‘전시’인가? ‘평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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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무릉(武陵)(5) 24.08.12 243 7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60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65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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