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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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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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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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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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무릉(武陵)(5)

DUMMY

“네, 원수님. 우리 금범적이 사천을 떠나고 수많은 수적단이 사천, 무릉을 중심으로 생겼다고 합니다. 그것들이 열여덟 개나 되어 장강십팔단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태껏 우리는 왜 몰랐지?”


“우리 명성이 워낙 드높아 저 잡것들이 형주쪽에는 얼씬도 안하는 바람에 전혀 몰랐습니다.”


“끙. 사천과 무릉 쪽에 정보통을 심어놔야겠다. 뒤통수 맞은 기분이구먼. 쩝.”


수적들은 장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공존하기 때문에 다툼을 피하고자 서로의 영역을 확고하게 지키는 편이다.


그들도 배를 정박할 곳과 근거지가 있어야 하니, 자신들의 수적단이 위치한 곳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에서만 활동한다.


감녕과 금범적도 사천에서 형주로 근거지를 옮기고 활동하다 보니 무릉 및 사천 쪽 상황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독이 바짝 오른 독사처럼 감녕은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살기를 풀풀 날렸다.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사지를 자른 뒤에 갈기갈기 찢어 수장시켜 전부 물고기 밥으로 만들어 버려야겠다!”


감녕은 평소에 물소 꼬리로 만든 깃발을 등에 지고, 손에는 활 등을 들고, 허리에는 방울을 달고 전투가 발생하면 성격이 포악해져 사람을 죽이기를 좋아했다고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방울 소리만 듣고도 그가 찾아온 것을 알고 두려움에 떨었다고 한다.


“형제들아, 저놈들을 다 쓸어버려라.”


“예!”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금범적들이 앞으로 달려들었다.


“잠깐! 멈춰!”


“감흥패, 저 수적 놈들 나한테 맡겨줄 수 있겠소?”


“네? 공자님께요?”


“나도 실전을 치러야 실력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아, 기회를 보고 있었는데 저놈들이 딱 맞은 것 같거든.”


나는 히죽 웃었다.


“이 잡것들은 제가 처리해야 하는데.요. 지금껏 물 위에서 금범적을 먼저 공격하고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무리한 부탁인 건 알지만, 어떻게 안 될까요?”


“끙. 그러면 몇 놈만 공자님이 처리하시고 나머지는 우리가 처리하겠습니다.”


“양보해줘서 고맙습니다! 감흥패님도 적당히 장단만 맞춰 주면 좋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혹시 위험하면 저희가 나서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저 수적들 정도에 휘둘릴만한 실력은 아니고 여차하면 서문향도 있고, 손소저도 있으니까요. 혹시나 손이 부족하게 되면 도움을 청하겠습니다.”


“명만 내리십시오. 한 손이 아니고 두 손, 두 발까지 거들어 드릴 테니까요.”


그때 수적들의 두목으로 보이는 괴팍한 인상의 사내가 노성을 터트렸다.


“지금 당장 닻을 내리고 배를 세워라! 그리고 사람들을 한쪽으로 모아라!”


감녕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부하들에게 명했다.


“저 대단하신 수적님들의 말을 들어라.”


부하들은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가 속도를 줄이니 적의 배들도 속도를 맞추며 옆으로 달라붙었다.


쾅!!!

배 옆면이 서로 부딪히며 배가 한차례 크게 흔들렸다.


“모두 배에 올라라!”


거친 목소리와 함께, 병장기를 든 수적들이 갑판 위로 속속들이 올라왔다.


“헛!”

가볍게 갑판 위로 뛰어내린 사내가 누구보다 강렬한 살기를 흩뿌리며 주변을 쭉 둘러보았다.


그리고 소리쳤다.


“나는 무릉 수적단 단주, 석건이라고 한다.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듣도록!”


날카로운 눈으로 다시 한번 배 전체를 쭉 둘러보더니 시선이 감녕에게 고정되었다.


“네가 선장인가?”


역시는 역시인가. 감녕이 선장처럼 보였던 건지 보자마자 물어왔다.


감녕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예! 예! 제가 이 배의 선장인 감녕입니다! 장강의 대협님들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 아부가 마음에 드는 듯 사내는 나지막이 웃었다.


“잘 아는군.”


“예. 장강을 오가는 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일입니다. 장강에 대협님들이 계시니 저희가 이 험한 장강을 보호받으며 오갈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지켜보던 나는 감녕의 언변에 감탄했다. 저게 연륜이라는 건가?


잔뜩 겁을 먹고 말하는 것 같지만, 푹 숙여진 고개 아래로 날카로운 눈빛과 얼굴에 미소를 드리우고 있는 감녕의 모습에 감탄만 나왔다.


“장강을 관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그러니 우리가 관리하는 영역을 지나는 이들은 당연히 감사를 표해야겠지. 그렇지 않은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 법도를 모른다면 어찌 감히 장강의 물길에 몸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지금 당장 통행세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린 그리 느긋한 사람들이 아니야. 사지를 갈기갈기 찢는 걸 좋아한다네. 괜한 피를 보고 싶지 않으면 서두르자고.”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감녕은 가차 없었다. 뒤를 돌아보는 척을 하다가 사내를 그대로 날려버렸다.


“으, 으아악!”


입에서 피를 뿜어대며 날아오는 사내의 모습에 수적들이 주춤주춤 물러났다.


사내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태였다.


천천히 식어가는 사내의 육신에 수적들이 아연한 표정을 지을 때 감녕이 말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군. 이 잡것들이 머? 사지를 갈기갈기? 어쩐다고?”


감녕은 나를 보며 말했다.


“공자님, 죄송합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괜찮습니다. 아직 교보재(敎補材)들은 많은데요.”


순간에 두목을 잃은 수적들은 당황하는 모습들이 역력했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고 모두 흉흉한 기세로 병장기를 바짝 들었다.


죽은 두목 다음 서열로 보이는 수적이 우리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이놈들 사지를 자른 뒤에 갈기갈기 찢어, 모두 수장시켜 버려라.”


두 무리가 서로 맞붙을 찰나,


퍼억!


“아아아아악!”


앞쪽에서 대부를 들고 돌진하려던 수적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뒹굴었다.


“뭐냐!”


“웬 놈이냐!”


모든 수적이 나를 바라봤다.


“잠시 지나가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수적들 사이로 점잖게 걸어 나왔다.


“이건 뭐야?”


수적들의 얼굴이 못마땅하게 일그러졌다.


“방금 내 형제를 죽인 놈이 너냐? 웬 기생오라비 같은 놈이!”


“저는......”


“세상 물정 모르는 공자님 같은데. 꼬마야, 여기는 물 위다. 네가 어떤 신분이든, 무슨 배경이 있든 그 주둥이로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뜻이지.”


“그게 아니라 저는......”


“아니면 그 반반한 얼굴을 믿는 모양인데, 아쉽게도 나는 그쪽으로는 취미가 없다. 아니, 아니지. 우리 형제 중에 널 좋아하는 놈들이 있을 수도 있지.”


대머리에 얼굴을 가로지르는 두 개의 칼자국으로 섬뜩한 인상을 가진 사내가 소리쳤다.


“혹시 이놈을 취할 사람은 손을 들어라!”


한쪽 구석에서 덩치 큰 사내가 손을 들었다.


“헤헤헤. 형님 제가 손 한번 들어도 되겠습니까?”


“염병들 한다!”


뿌드득!


나는 몇 놈 하고 실전의 경험을 쌓고 싶었을 뿐이다. 나머지는 곱게 보내줄 요량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를 꺼내 가지고 화가 끝까지 뻗쳤다.


손을 들었던 눈치 없는 수적이 나에게 다가와 손에 든 단도를 들이밀고 위협했다.


“자자. 긴말할 것 없고. 이리 와라, 예쁜아.”


“와라.”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주둥아리 닫고 덤벼라. 뒈지기 싫으면. 아!!! 어차피 뒈질 운명이지···.”


“뭐?”


빠아아아악!


수적의 고개가 하늘을 향해 획 부러질 듯 격하게 꺾였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풀썩.


“어?”


“······어어?”


쓰러진 수적의 입에 게거품이 물려 있었다. 방심하던 와중에 턱을 얻어맞아 단번에 의식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우리 편도 수적들도 이 황당한 광경에 너나 할 것 없이 입을 쩍 벌렸다.


“공자님이 저 정도였나?”


감녕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몇 주 전 나랑 대결할 때만 해도 저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 짧은 순간에 많이도 발전하셨군.”


같이 밤낮으로 수련했던 서성만 흐뭇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심호흡으로 화를 가라앉힌 나는 죽은 두목 다음 서열로 보이는 수적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


“이놈!”


서걱!


“끄륵······.”


다음으로 나섰던 수적도 덜덜 경련하다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파아아아앗!


“아악!”


그 후에 찌르기가 연달아 이어졌고 달려들던 수적은 물론, 거리를 두고 위협하던 이들까지 모조리 피를 뿌리고 나가떨어졌다.


가슴 한가운데가 꿰뚫린 수적이 비명을 내지르며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수적의 가슴에서 검을 뽑은 나는 찌르는 자법 중에서 탄복자(坦腹刺) 라고 하여 즉, 배를 찌르는 검세를 취했다.


조금 전보다 조금 더 낮아진 자세였다.


굳센 바위처럼 단단하게 선 내가 나지막이 말했다.


“다음, 들어와.”


“······이익!” 수적들이 이를 악물었다.


무섭게도 차디찬 기세에 수적들은 순간 움찔하며 차마 섣불리 달려들지 못했다.


그때 감녕이 나섰다.


“내가 금범적의 수장인 감흥패다. 이놈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행패냐?”


수적들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감녕에게 물었다.


“아니 사천의 감흥패님이 여기 왜 있는 것이요? 그리고 금범적이면 같은 수적인데 왜 공격하는 것이요? 우린 형제 아니오?”


“뭐? 같은 수적? 형제? 말 같지 않은 소리하고 있네. 우린 너희같이 저질 수적이 아니란다. 어디서 형제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느냐? 그리고 공격은 너희가 먼저 했잖아. 화살 날린 놈들은 다른 놈들이냐?”


수적들이 당황하며 우물쭈물할 때 감녕이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놈들을 당장 쓸어버려라.”


“예, 원수님!”


나지막한 감녕의 한마디에 부하들은 일제히 달려들었다.


지금까지 지켜만 보고 있었기에 부하들의 몸놀림은 가벼웠다.


그들도 오랜만의 전투라서 그런지 흥분돼 보였고 또 자비가 없었다.


“꺽!”


그중에 제일 신나게 움직이며 수적들을 무자비하게 처리하는 사람이 눈에 띄었는데 그가 입은 옷이 특이했는데 여성들이 흔히 착용하는 경장을 입고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이 배의 단 한 명의 여성인 손상향이었다.


손상향은 철천지원수라도 만난 것처럼 수적들 사이에서 칼을 휘둘러댔다.


그것도 아주 환하게 웃으면서.


나는 두통이 와서 머리를 꾹 누르고 서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 미친년이었네. 재는 왜 저래?”


무예(武藝)에 미쳐 중원 제일이 되고 싶다는 여자. 일부러 싸움을 찾아 전장을 누볐다는 여자. 나도 그녀가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저 정도일 줄을 몰랐다.


나를 지키라고 호위로 임명했더니 저기서 저 지랄을 떨고 있다. 웃는 얼굴을 보니 소름이 끼쳤다.


손상향에게 잘해줘야겠다.


보통 미친년이 아닌 것 같다. 회까닥하면 완전히 피곤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금범적과 손상향의 무자비하게 휘둘러지는 칼질에 수적들의 시체가 빠르게 늘었다.


굳이 감녕이나 서성이 나서지 않아도 순식간에 정리가 되었다.


완전히 정리가 된 후, 배를 정리하는 동안 우린 무릉에 가는 첫 번째 관문이자 장강 남쪽 항구인 ‘공안’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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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전격(電擊)(2) +2 24.08.20 226 7 12쪽
19 전격(電擊)(1) +2 24.08.19 234 8 12쪽
18 만왕(蠻王) +2 24.08.16 223 8 10쪽
17 이질(痢疾) 24.08.15 225 6 10쪽
16 무릉(武陵)(7) 24.08.14 231 7 12쪽
15 무릉(武陵)(6) 24.08.13 225 7 12쪽
» 무릉(武陵)(5) 24.08.12 244 7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60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65 8 12쪽
11 무릉(武陵)(2) 24.08.07 282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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