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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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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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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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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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電擊)(1)

DUMMY

내가 양양성으로 막 복귀하는 시점에 채모는 자사실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있었다.


“어서 오시게, 채도독.”


“자사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늘은 개인적으로 드릴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근래에 채도독의 방문이 없긴 했지, 할 말이 무엇인가?”


“후계자에 대해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유표는 오랜 시간 동안 후계자 문제에 관하여 채모의 압박을 받았다. 채모는 오늘 또 그 문제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유표는 무심한 듯 입을 열었다.


“그 이야기는 이미 끝난 것으로 기억하는데?”


수많은 압박 속에서 유표는 채모와의 마지막 대화에서 곧 결정을 내릴 테니 기다리라고 한 상태였다. 그러기 때문에 이 시점에 이 문제를 꺼낸다는 건 예의에 어긋났다.


하지만 그걸 모를 채모가 아니었다. 그는 무언가 또 다른 이유가 있어 자사실에 찾아온 것이다.


“오늘 막 첫째 공자님이 외유를 마치고 돌아오셨다고 합니다. 아마도 첫째 공자님에 대한 그간의 행보를 듣는다면 큰 벌을 내리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큰 벌을 내려야 한다? 유기가 무엇을 하였기에?”


“공자님이 외유를 나간 것은 자유라고 하나, 양양성으로 복귀하면서 공자님의 일행 중 입에 담기도 미개한 무릉만 오랑캐의 왕인 ‘사마가’와 함께 돌아왔다고 합니다.”


“채덕규, 자네는 첫째를 미행이라도 했나?”


“미행이라니요! 저를 어떻게 보시고? 이미 양양성에 소문이 자자합니다.”


“양양성에 소문이 자자하다고 하는데....” 유표는 잠시 말을 멈추고 채모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도대체 왜? 양양성의 통수권자인 나는 금시초문(今時初聞)이란 말인가?”

“........”


채모는 말문이 막혔다.


“그런 정보는 내가 제일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혹시 나에게 오는 모든 정보를 채덕규 자네가 먼저 듣고 있었던 건가?”


“아닙니다. 자사님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전 그저 양양성내에 소문을 들었을 뿐입니다.”


채모는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그때 자사실의 문이 열리며 내가 들어갔다.


“아버지!”


나를 보며 아버지가 못다 한 말을 이어 나갔다.


“이 아이도 양반은 못 되는가 보군. 그래 잘 다녀왔느냐?”


“네, 아버지! 지금 막 복귀했습니다.”


나를 발견한 채모는 놀랍다는 듯한 눈빛을 했다.


“의외군요. 첫째 공자께서는 곧장 별채로 가실 줄 알았는데.....”


채모는 내가 별채에 들러서 그간의 양양성과 호족들의 상황을 듣고는 사마가와 함께 복귀한 핑계를 마련한 다음 자사부에 올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바로 오는 바람에 나와 맞닥뜨린 것이다.


“채도독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도독님 말씀대로 별채부터 가려고 했습니다만 아버지께 보고드릴 것이 있어 부리나케 왔습니다.”


사실 나는 막 외유에서 돌아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그간의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모두 예형의 발 빠른 조치 덕분이었다.


예형은 내가 돌아오는 날을 예측하여 하루 전날 복귀 동선에 마중 나와 있었다. 그리고 복귀하는 시간에 그간의 사정에 대해 샅샅이 전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이것저것 준비하지 않고도 바로 자사부에 올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공자님, 오랜만에 보았는데 그간의 분위기가 좀 달라졌습니다! 먼 길을 다녀오셨는데 어찌 혈색은 더 좋아 보이시고 건강해 보이십니다!”


“저는 뭐든 달라지면 안 되는 사람인가 봅니다? 또한 저는 건강해지면 안 되는 사람인가요?”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전 그저 좋아 보인다고 한 것뿐입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채모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사님, 아까 말씀드렸던 공자의 일행에 관해서는 안 물어보실 겁니까? 그 오랑캐 말입니다.”


“방금 도착한 녀석이네. 내일 물어봐도 늦지 않음이야.”


채모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들아, 오늘은 자세히 물어보지는 않겠다. 추후 보고하거라 먼 길 오느라 피곤할 텐데 이만 가서 쉬어라.”


“네, 아버지. 내일 날이 밝으면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리하거라.”


담담하게 말하며 자리를 일어나서 자사실을 나가는 아버지.


그 뒷모습을 보는 채모의 얼굴은 표현할 수 없는 만큼 복잡해 보였다.


채모가 하필 이때 아버지를 방문하여 나와 마주친 것은 계획에 없었지만, 아버지에게는 예형을 통해서 ‘사마가’가 동행한다는 사실은 선 보고를 했다.


어찌 됐든 무능 지도자의 아들이자, 다음 후계자이다. 그런 사람이 방문하는 것은 민감한 사항이었다. 당연히 아버지께 허락을 맡고 양양성으로 이동하였다.


사마가가 양양성에 온 있는 이유는 만계에서 감녕하고 한바탕 대련을 한 후 둘은 절친이 되었다. 우리를 배웅한다는 핑계로 일행에 합류하더니 감녕과 투닥투닥 시간을 보내다 보니 강릉항까지 온 것이다.


출발과는 다르게 복귀 때는 남들의 눈을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 대놓고 복귀한다고 알려야 더 안전할 것이고 또한 양양성의 나의 세력들에게도 준비할 시간을 줄 수 있었다.


그래서 강릉항으로 당당하게 들어왔다. 강릉항에 온 사마가는 감녕과 같이 있기를 원했지만, 감녕은 사천과 형주 물길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부하들과 대규모 함대를 이끌고 떠났고 사마가는 의외로 멀미가 심해서 배는 질색이라며 나를 따라왔다.


하지만 중원에서는 보기 힘든 색목인 특유의 외모 때문에 어딜 가나 주목받는 것은 피할 수가 없었다.


채모는 가는 눈으로 나를 쏘아보며 말했다.


“역시 자사님의 아들이라서 그런지 영특하십니다. 못 당하겠습니다. 이미 자사님과 모종의 대화를 나누셨군요!”


“무슨 말씀입니까? 전 방금 도착했는데요.”


“맞지요. 그래서 제가 잠시 방심했나 봅니다. 공자님의 수족들까지 지켜봐야 했는데···.”


나도 채모를 한번 쳐다보고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채도독님, 그건 그렇고 이 늦은 밤에 아버지께 무슨 용무였습니까? 왜? 자사실 밖에 채도독님의 종제(從弟)가 버티고 있던데··· 무슨 일이라도 벌이려고 하셨습니까?”


오늘 나는 숨김없이 드러냈다.


“유공자!! 무슨 일을 벌이다니요? 그런 무슨 말입니까?”


실제로 채모에겐 채중, 채화, 채훈이라는 세 종제(從弟)들이 있는데 이들은 유비 암살 작전에서 채모의 도왔던 행동대장이었다.


“아니면 말고요? 뭘 그리 발끈하십니까? 전 피곤하니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 말을 뒤로하고 나는 자사부를 나왔다.


***


채모의 거처


“이런 쳐 죽일 놈을 보았는가?”


채모는 걷잡을 수 없이 피어나는 분노에 칼을 뽑아 들고 방안 집기들을 모두 부수기 시작했다.


한참 난동을 피우고 잠잠해진 틈을 타 채중, 채화, 채훈 세 명의 종제가 방으로 들어갔다.


“형님, 고정하시지요.”


“내가 고정하게 되었나? 그 천방지축(天方地軸) 같은 망아지 새끼가 나를 면박 주는 것을 못 보았는가?”


“····”


“내 정을 생각해서 지금까지 살려두었거늘···. 그놈이 나를 무시해!”


지금까지 채모는 유기를 살려둔 것이 아니다. 유표의 눈치가 보여 죽이지 못하였을 뿐.


“형님, 지금 유기 공자의 일행이 문제가 아닙니다. 양양성에 퍼지고 있는 괴소문이 심상치 않습니다.”


“괴소문?”


“유표가 형주를 차지할 때 수백 명의 호족들과 백성들을 죽었던 사건 기억하십니까? 그것이 형주를 노린 원술(袁術)이 저지른 일이 아니고 실제로는 형님이 주도하여 시행한 일이었다는 소문입니다.”


채모는 그 일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 올랐다.


잔인하게 토호들과 관련된 백성들을 학살하던 그때의 일!


새로 임명된 유표의 신임을 얻고 동시에 경쟁 관계에 있던 호족들을 몰살시켰던 그날의 일은 유표와 채모 두 사람만 알고 있던 비밀이었다.


또한, 원술 군이 형주를 차지하기 위해 벌였던 일로 조작되었던 일이. 어찌 이 시점에 양양성에 돈다는 것인지 채모는 이해가 안 갔다.


본인이 아니면 유표가 소문을 냈다는 말인데 유표 또한 자신의 치부였으므로 발설할 이유가 없었다.


채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소문을 낸 자를 색출하라고 채근했다.


“종제들은 어서 소문을 낸 자를 색출하여 내 앞에 데려와라.”


그의 명령을 받은 채모의 종제들이 군사들을 이끌고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수색에 나섰지만, 소문을 낸 자를 찾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소문을 낸 자는 ‘예형’이었기 때문이다.


예형이 양양성에서 한 일이라곤 불안해하는 백성과 호족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줬을 뿐이었다.


채모가 자신의 부귀영화(富貴榮華)를 위해 형제 같은 형주의 호족과 그 가족들을 몰살시켰고 또한 채모가 둘째 공자 ‘유종’을 후계자로 옹립하려는 이유는 조조에게 형주를 가져다 바치는 것이라고.


그 이후론 예형이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호족들과 백성들이 모여 소문을 확대 재생산했다.


실제로 채모는 유력 호족인 가문의 후광과 더불어 성품 또한 담대하고 호탕하며 말재주가 뛰어나 형주 내 유력 인사들을 잘 포섭했다고 한다.


또한 조조가 천하의 대세라는 것을 파악하여 조조에게 형주를 양도하자고 한 판단 자체는 틀리진 않았으나,


그가 역사적으로 비난받는 이유는 백성들을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부귀영화나 지위를 보존하고 싶어 투항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채모는 조조의 친구이다.


애초에 채모의 유종 옹립은 핑계일 뿐이고 유표가 죽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유표가 죽자마자 바로 자기 친구한테 형주를 줘버린 것이다.


조조의 밑에서 채모는 종사중랑(從事中郞)과 사마(司馬)를 거쳐 장수교위(長水校尉)를 역임하였으며, 이윽고 한양정후(漢陽亭侯)에 봉해지는 등 높은 관직에 올랐다.


그러나 사람들은 채모가 유종을 돕고 유기를 모함했던 까닭에 이를 책망하며 그를 천시, 경멸하였고 오직 조조만 그를 벗으로서 대하였다고 한다.


한참 뒤 채모의 종제들은 다시 채모 처소에 돌아왔다.


수색에 성과가 나지 않자, 채모가 칼을 뽑아 들었다. 채모의 포악한 성격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그는 자기의 안위라면 종제들도 가차 없었다.


“네놈들이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고도 목이 성할 줄 알았느냐?”


채모의 종제들이 잘못 했다고 용서를 구했지만, 채모는 종제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려고 했다.


그때 괴월이 채모의 처소에 들어오면서 만류했다.


“그만두시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자네 너무 흥분했어.”


채모는 괴월을 바라보면서 칼을 내렸다. 그리고 신경질적으로 종제들에게 외쳤다.


“모두 물러가라!”


채모의 명령에 용서를 구하던 종제들이 급히 처소를 벗어났다.


“휴, 괴이도 이제 어쩌면 좋겠소?”


채모가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괴월은 예전 사건은 알지 못했다. 양양성의 소문도 괴소문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후계자 문제가 과열되자 걱정이 되어 채모를 방문한 것이다.


괴월이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 형주의 호족들은 고단한 시기를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소.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안정되다 보니 느슨해져 초심을 잃었소이다. 그건 형주자사를 비롯하여 모두 포함되오. 물론 거기에 나나 채덕규도 포함되어 있소. 처음에 형주를 차지할 때 그 절박함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오!”


채모는 괴월에게도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이렇게 있다가는 후계자가 유기에게 넘어갈 것이고. 그건 형주를 넘기는 것이외다. 내 그것만은 용납할 수 없소이다.”


사실 사람들은 형주자사 유표와 군사 괴월이 형주의 실세라고 했지만, 진짜 실세는 군권을 움켜쥐고 있는 채모였다.


채모가 군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유표와 모종의 거래가 있어서 가능했지만, 만약 유기가 형주자가가 될 경우 군권을 내놔야 할 판이었다.


채모가 생각에 잠기자, 괴월이 물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하시는 거요? 설마 유기를 죽일 생각이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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