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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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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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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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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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고지례(三顧之禮)(3)

DUMMY

손건은 갑작스러운 예형의 폭력에 놀라서 얼굴을 감싸며 예형을 쳐다봤고 예형은 그런 손건을 보며 소리쳤다.


“보호다 보호. 그건 ‘보호’라고 하는 것이다. 번성은 곧 조조와 큰 전투가 벌어질 터 유장군의 가족을 더욱 안전한 양양성에 두려고 하시는 우리 주군의 세심한 배려를 몰라도 어찌 이리 모른다는 말이냐?


한 번만 더 인질이라는 불경한 소리를 내면 이번에는 귀싸대기가 아니라 그 목을 날려주마. 알겠느냐?”


“네 알겠습니다. 제가 오해를 했습니다.”


“사과는 나 말고 우리 주군께 하여라. 그리고 어서 유장군에게 가서 번성으로 이동하도록 전하여라”


“유형주님 제가 오해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네! 오해할 만도 했네. 어서 가보도록 하게.”


손건은 급한 발걸음으로 나갔고


나는 예형을 보며 말했다


“인질 맞는데!”


“압니다. 누가 봐도 인질이지요? 하지만 주군께서 인정하시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앞으로 이런 협잡(挾雜)은 제가 하겠습니다. 주군께서는 고결한 길만 걸으십시오.”


“허 참, 내가 고결한 사람이 아닌데 고결한 길만 어찌 걷나. 그건 그렇고 원래 전령은 안 건드리는 게 기본 중에 기본인 것인데 저놈이 많이 상했는데 괜찮으려나?”


“머 죽인 것도 아니고 손발 하나쯤 잘라 병신을 만든 것도 아닌데요. 괜찮습니다. 저놈도 쪽팔려서 말 못 할 겁니다.”


“그건 그렇고 자네 운동했는가? 귀싸대기 올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던데..”


“제가 조조 밑에서 북을 치는 고사(鼓史)로 오랜 시간 있었습니다. 고사가 얼마나 고된 일이지는 주군께서 상상도 못 하실 것입니다.”


“앞으로는 북 치는 고사도 조심해야겠구만...”


나는 웃음기를 지우고 예형에게 명을 내렸다.


“번성에 주둔하고 있는 서성과 반장에게 이 상황을 전해주도록 하게.”


유비가 한수에 진을 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서성과 반장을 번성에 보내 유비를 맞을 준비를 한 상태이다.


“네, 명 전하겠습니다.”


그날 저녁 유비가 형제들과 측근을 데리고 번성으로 들어갔고, 그의 가족은 양양성으로 보내졌다.

나는 예형을 시켜 유비의 가족들을 무영전 별채에서 지낼 수 있도록 했다. 그들은 나중에는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손님으로 대하고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조조는 당분간은 번성으로 쳐들어오지 못한다. 기주의 원소를 완전히 처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형주의 나를 적으로 삼는다는 것은 등 뒤에 칼을 놓고 앞의 적과의 싸움해야 하는 너무 위험한 짓이기 때문이다.



며칠 후 나는 유비를 양양성 자사부로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유공자.”


유비의 긴장한 얼굴을 마주하며 나는 부드럽게 웃었다.


이 사람이 유비(劉備)구나!


신장은 무장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도 컸고 몸집도 다부졌다. 인상은 선한 편으로 호감형의 외모와 풍모를 지녔다. 다만 유비에게는 수염이 없었다. 면도를 한 것처럼 매끈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환관처럼 수염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정사에 보면 유비의 수염에 관해서 언급된 내용이 있다.


유장의 종사 장유가 유비의 수염이 없음을 비꼬자, 유비는 장유를 미워하며 결국 하옥시키고 죽이려 했는데 제갈량이 직접 표를 올려 사면을 요청했지만 결국 죽이고 만다. 평소에 부하들에게 관대한 유비가 제갈량이 표까지 올렸건만 단호히 거절해 버렸다고 한다.


그토록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워 장유를 죽인 것은 아마도 그가 수염이 없었던 것이 상당한 외모 콤플렉스로 작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풍성한 수염은 윗사람으로서 권위와 위엄을 나타내는 데 가장 중요하며 요긴한 도구이다. 더욱이 유비의 아우인 관우의 경우 미염공(美髥公)으로 멋진 수염을 가졌다.


나는 유비의 콤플렉스를 건들지 않기로 했다.


“어서 오시오. 유장군, 항렬 상으로는 제가 조카가 되지만 지금은 전쟁중이니 호칭은 유장군으로 부르겠습니다.”


나와 같은 종친이나 지금은 전쟁중이니 혈연으로 묶을 생각하지 말라 하면서 유비의 희망을 단칼로 잘라버렸다.


“당연하지요. 그렇게 불러주십시요. 유공자! 형주자사님의 병은 차도가 있으신지요?”


“노환으로 인한 매병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지금은 제 얼굴도 못 알아보시는 상황이고요. 상태가 좋아지시면 유장군님께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꼭 뵙고 싶습니다. 연락해 주십시오. 유공자님 그런데 무슨 일로 저를 호출하셨는지요?”


무슨 소리를 하려고 부른 건지 모르겠지만 유비는 긴장했다. 자신을 받아주긴 했지만, 유기는 그 대가를 받아내려고 할 것이다.


“유장군님도 알다시피 지금 원소가 조조에게 패배할 것은 누가 봐도 당연한 결과요. 그다음은 대군을 이끌고 형주로 내려오지 않겠소.”


유비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그렇게 되겠죠.”


“네. 그래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유장군과 조조는 원수 관계입니다. 우리 형주 입장에서 유장군을 내치면 조조와의 분쟁을 피할 수 있으나 그것은 임시방편이라 생각됩니다.”


유비는 큰 한숨을 쉬었고 나는 말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고 그 탐욕스러운 조조가 이 형주를 가만히 놔두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유장군과 힘을 합쳐 조조와 싸우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유장군이 그를 처단할 수 있게 이 유기에게 도움을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조조는 한 황실을 무시하며 황실의 위엄을 세우기보다는 스스로 황제를 옹립할 생각밖에 하지 않는 역적입니다. 그런 이를 가만히 두는 것은 한 황실의 황족이며, 또한 충실한 신하이기도 한 저에게 있어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는 일입니다. 부디 유장군께서도 깊이 생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유비는 외통수에 걸린 것 같았다. 유기가 이렇게 나올 줄이야. 유기 말대로라면 조조 십만의 대군을 유비가 오롯이 막아내야 한다. 그는 자신의 가족들을 보호하고 있지 않은가?


혹 유비가 도망이라도 가면 온 세상이 유비를 비웃을 것이다. 그러나 조조의 대군을 유비가 혼자 막아내기도 벅찬 일이다.


그가 빠져나오는 수를 생각하는 동안 나는 탁자를 톡 친 후 당당히 말했다.


"그리고 유장군이 한 황실의 충신이고 황족으로서의 사명을 다하려면 번성에서 조조를 막아내고 나와 함께 허도로 가는 것이 옳을 것이오."


"무슨 말씀입니까?"


"조조를 막아낸다면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바로 천자의 구출이니까. 황실의 사람으로서, 장군이 힘을 보태주었으면 좋겠소."


황실의 종친임을 주장하며 자신의 명성을 쌓았던 유비다. 그런 유비가 여기서까지 거절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쌓아 둔 명성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릴 수 있다.


진짜로 유기가 황제를 구원하게 된다면 유비는 그것을 거절하고 제 한 몸 살자고 도망친 사람이 된다. 또한 유비가 도망친 것에 대해 유기의 비난이 시작되면 탁군에서부터 황족이라는 이름으로 의용병을 모집하며 지금까지 쌓아 둔 명성이 무너지고 그 명성만큼의 위선자라는 반동이 찾아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니 확실하다.


유비는 눈을 감았다.


외통수에 걸려버렸다.


지금까지 자신이 주장한 것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해버리니 자신으로서도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그러면 제가 아우들만 데리고 번성을 지켜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유장군에게 오천의 병사와 두 명의 장수를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번성은 형주에서 제일 견고한 성입니다. 유장군의 능력이라면 조조군을 능히 막아낼 수 있으실 겁니다”


유비는 결심한 듯이 나를 마주하며 말했다.


“저 역시 조조를 그냥 놔둘 수는 없지요. 제가 비록 지금 형주에 도움을 받고 있지만 나 역시 천자를 존경하며 한 황실의 뜻을 따르려는 사람. 그러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내 온 힘을 다해 조조의 대군이 형주로 오는 것을 막아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형주는 비옥한 땅이므로. 이곳을 조조가 차지한다면 한 황실에 좋은 일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저에게 부탁이라니요? 그게 무엇인가요?” 유비는 불안함에 쌓였다.


“큰 것이 아니고, 전에 환영회 때 유장군님의 아우들을 보아하니 실력이 아주 대단하더군요. 그러니 그 아우 중 한 명을 양양성에 파견하셔서 유장군님의 가족들을 보호하도록 하심이 어떻습니까?


양양성에도 인력이 부족하여 손을 보탤 사람이 부족합니다.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인 만큼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었으면 합니다.”


“······후”


유비는 한숨을 내쉬었다.


“유공자의 의견에는 찬성합니다만 제 아우들과 떨어지는 것에는 조금 난감할 수밖에 없군요. 제 아우들은 자존심이 강할뿐더러 저를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마저 바치려 하는 이들입니다. 그들이 과연 저에게서 떨어지려 할지는 의문입니다.”


“그러니 유장군에게 부탁하는 게 아닙니까. 한번 잘 말해보시지요.”


“제 아우들은 저의 부하가 아닙니다. 그들에게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공자님께서 꼭 필요하시다고 하시면 저를 따르는 부하 중에 제가 믿고 의지하는 ‘조운’이라는 장수가 있습니다. 그도 괜찮으시면 그를 파견하도록 하겠습니다”


상산(常山) 조자룡(趙子龍)


조운(趙雲)이다. 그가 유비의 입에서 나왔다.


조운은 기주 상산군 진정현 사람으로 자는 자룡(子龍)이다.


강직하고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 공과 사의 구별이 뚜렷하여서 일 처리가 공정하고 허물이 없었으며, 굳세고 용맹하여 맹장으로서 공훈을 세우고 위명을 떨쳤으며,


‘정사 삼국지’의 저자 진수는 조운을 평할 때 유비의 조아(爪牙) [발톱과 어금니라는 뜻으로 매우 쓸모가 있는 사람이나 용맹한 장수, 임금의 심복 등을 의미한다.] 라는 높은 평가를 내렸다.


위험을 무릅쓰고 주군에게 충언하거나 목숨을 걸고 주군의 가족을 보호하는 등 충성심도 대단한 장수였다.


조운의 이름을 들은 나는 가슴이 떨렸지만 최대한 의식하지 않은 척 대화를 이어 나갔다.


“유장군의 형제 중 한 명이 아니라 아쉽지만 유장군께서 믿고 의지하는 장수라고 하니 그 장수를 보내주시지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때 밖에서 호위장의 말이 들렸다.


“자사님, 말씀하신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어찌할까요?”


“그래, 그 사람이 왔는가. 어서 모시도록 하게.”


자사부의 병사들이 유기에게 ‘자사’라고 명칭 하는 것을 보고 유비는 마음 한구석이 답답해졌다. 이미 유기는 형주에서 자사의 권력을 다 가진 말 그대로 형주자사인 것이다.


“유장군님, 제가 중요한 손님이 오셔서 오늘 회담이 여기서 마무리해야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뵙도록 하시죠.”


“네, 공자님 또 뵙겠습니다. 그 장수는 곧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유비는 뒤돌아 자사부 문을 열고 나갔다. 그때 백색의 옷을 입은 학자가 들어왔다. 유비는 그와 지나치면서 자사부를 빠져나갔다.


자사부의 방에서 나온 유비는 무거운 한숨을 토해내었다. 그래도 동생들을 지킨 것이 어딘가.


심각한 얼굴로 나온 그는 자신을 뒤따르는 관우를 보며 물었다.


“여기가 과연 내가 있을 곳인지 모르겠구나.”


“그럼 어쩌실 생각이요?”


“글쎄···. 모르겠구나.”


유비가 이렇게 난감해하는 것을 처음 보았던 관우는 쓰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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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전격(電擊)(1) +2 24.08.19 234 8 12쪽
18 만왕(蠻王) +2 24.08.16 224 8 10쪽
17 이질(痢疾) 24.08.15 226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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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무릉(武陵)(6) 24.08.13 225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44 7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60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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