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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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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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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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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고지례(三顧之禮)(4)

DUMMY

유비 일행이 자사부에서 막 빠져 나올 때 예형은 밝게 웃으며 유비에게 뛰어갔다.


“장군님”


“......”


“처음 뵙는 것 같은데 누구신지요?”


“아... 전령에게 말씀 못 들으셨나 보군요. 전 예형이라고 합니다.”


자기 유세객의 따귀를 올려 부친 자가 저렇게 웃고 있다니. 자사부만 아니면 관우에게 시켜 저놈의 목을 베어버리고 싶었던 유비는 애써 웃으며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 유명한 예정평님 아닙니까.”


유비는 내색 없이 반갑게 예형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예형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유비에게 질문했다.


“야~ 이거 우연이군요! 자사부엔 무슨 일이십니까?”


우연? 아까 자사부에 들어갈 때 옆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것을 봤는데. 필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유비는 속으로 한 바가지 욕을 퍼부은 후 예형을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


“유기 공자께서 저와 함께 조조를 막아내자고 하시더군요. 그 문제로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습니다.”


“오! 번성을 지키신다구요! 그거 현명하신 생각입니다! 저하고 차라도 한잔하시면서 방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시겠습니까?”


예형의 밝은 미소와 제안에 유비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제가 일정이 바쁘니 차를 마시는 것은 어렵겠습니다. 여기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그러면 그러시죠. 어차피 오래 걸릴 사항은 아닙니다. 유장군님, 번성을 잘 지켜주십시오. 유장군님의 운명이 번성과 함께 할 것이니까요?”


“저의 운명이 번성과 함께하다니요?”


“말 그대로입니다.


번성이 조조에게 떨어지면 유장군님의 목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그걸 염려해서 장군님께 조언드리는 것뿐입니다.”


옆에 있던 관우가 너 같은 놈의 목은 한 손으로 꺽어버릴수 있다는 듯 예형에게 눈을 부라리며 다가갔다.


“아우야, 멈추거라.”


“아니, 형님 이런 수치를 당하고 참으십니까!”


“멈추라고 했다. 그리고 예정평님 솔직히 까놓고 묻겠소.”


“말씀하시지요.”


“왜 저에게 적대적입니까? 예정평님과 저는 처음 뵙는 것 같은데요”


“적대적이라니요? 저는 다만 유장군께서 저희에게 아주 중요하신 분이니 조언을 해드린 것뿐입니다.”


예형의 말에 한숨을 내쉰 유비는 주변을 둘러본 후 예형을 노려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이 개자식. 어린놈이 독랄하고 집요하기 그지없구나. 다음에 만나면 단칼에 베어주마.”


이 말을 끝으로 유비는 자사부를 빠져나갔다.


예형은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유비는 자신의 힘이 아닌 타인의 힘으로 성장하는 자입니다. 주군께서는 반드시 천하의 주인이 되실 분입니다.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요. 그렇기에 유비는 주군의 힘을 바탕으로 또 다른 성장할 자입니다. 끝없이 타인을 희생시키고 이용해 가며 자신을 키워가는 아주 쓰레기 같은 놈이라는 것입니다.’


***


유비가 밖으로 나가자 그를 스치듯이 제갈량이 자사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걸쳐입은 학창의를 벗어 개어놓고는 관건과 우선도 한쪽에 내려놓고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준비해 온 글을 읽어 나갔다.


“신(臣)은 본래 베옷을 입고 남양(南陽)에서 직접 농사지으며 난세에 그저 목숨이나 보전하면서 제후들에게 명성이나 영달을 구하지 않았는데, 주군께서 신을 비천하게 여기지 않으시고 외람되게도 직접 몸을 굽히시어 초가집으로 두 번이나 신을 찾아주시고 신에게 출사를 권하셨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감격하여 마침내 주군께 온 힘을 다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어진 신하를 가까이하고 소인을 멀리한 것이 전한(前漢)이 융성했던 이유이고, 소인을 가까이하고 어진 신하를 멀리한 것이 후한(後漢)이 기울어져 무너진 이유입니다.


모시고 지키는 신하들이 안에서 게을리하지 않고, 충성스러운 뜻을 지닌 군사들이 밖에서 몸을 돌보지 않게 하는 것은 주군께 보답하고자 하는 것이니, 진실로 성스러운 들으심을 열고 펴시어 덕을 빛내며 뜻있는 선비들의 사기를 키워주셔야 합니다.


또한 궁중(宮中)과 부중(府中)이 모두 한 몸이니, 상벌(賞罰)과 포폄(褒貶)을 달리해서는 안 됩니다. 만일 간사한 짓을 하고 법을 어기는 자와 충성스럽고 착한 일을 하는 자가 있거든 마땅히 담당자에게 맡겨 그 상벌을 논의하여 폐하의 공평하고 분명한 다스림을 밝게 하실 것이며, 치우치고 사사로이 하여 안과 밖으로 법을 다르게 해서는 안 됩니다.


바라건대 노둔한 재주를 다하여 간악하고 흉악한 자들을 없애고 한 황실을 회복하여 옛 도읍으로 돌아가는 것이 신이 주군께 보답하고 한 황실에 충성하는 직분입니다.


원컨대 주군께서는 신에게 역적을 토벌하고 한 황실을 회복하는 일을 맡기시어 공을 이루지 못하거든 신의 죄를 물으시고 허물을 책하시어 그 태만함을 밝히십시오.


다만 주군께서도 스스로 계획하시어 올바른 길을 물으시고 바른말을 살펴 받아들이신다면 신(臣)은 은혜를 입은 감격을 이기지 못할 것입니다.


주군께서 신(臣)에게 두 번의 발걸음을 해주셨으니 세 번째는 제가 주군께 삼고지례(三顧之禮)를 올리니 저를 거두어주시기를 바랍니다.”[1]


그 말을 끝으로 제갈량은 나에게 오체투지(五體投地)를 올렸다


오체투지란 경례하는 법의 하나로 최상의 경례법에 속한다. 먼저 두 무릎을 땅에 꿇고, 두 팔을 땅에 대고, 그다음에 머리를 땅에 닿도록 절을 하는 것이다. 제자가 스승에게, 신하가 주군에게 지극한 존경과 신성을 다 바치는 의미로 행하는 인사법이기도 하다.


나는 제갈량을 향해 다가가서는 두 손을 맞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는 제갈량에게 말했다.


“나에게 전해준 그대의 의지를 잘 받았네. 앞으로 그대를 내 부하로 생각하지 않고 나의 선생으로 생각하겠네. 앞으로 잘 부탁하네.”


제갈량은 감격한 듯 눈에 눈물이 고였다.


감격스러운 제갈량의 출사를 뒤로하고 제갈량과 나는 바로 국정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다.


“정식 직책을 맡길 때까지는 공명 선생으로 부르겠네. 공명 선생, 지금 형주는 인재가 너무나 부족하네. 무장, 학자 가릴 것이 없어. 이를 어찌하면 좋겠는가?”


제갈량은 잠시 생각하다가 곧 대답했다.


“주군, 괴월은 치부가 있고 욕심이 많으나, 형주의 대 호족으로 기반이 튼튼하고 군사, 병법에 밝습니다. 전대에 이어서 중용하심이 좋겠습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채모가 죽고 호족의 대표자가 없어져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때 괴월이 그 역할을 해줄 적임자고, 또한 형주의 군사 자리는 곧 제갈량에게 넘어갈 예정이지만 지금껏 군사 역할을 해온 만큼 군사적으로 정통한 게 괴월이다.


제갈량은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저와 함께 학습한 서복(徐福), 방통(龐統)은 모두가 선량하고 진실하여 생각이 충성스럽고 순수합니다. 이 때문에 주군께서 뽑아 옆에 두시고 일의 크고 작음을 막론하고 그들에게 자문하신 뒤에 시행하신다면 반드시 부족한 점을 보충하여 유익함을 증가시키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서복(徐福)!!, 방통(龐統)!!


서복은 그 유명한 서서의 초명(初名)으로 자는 원직(元直)이며 예주 영천군 장사현 사람이다. 유비가 신야에 주둔 중일 때 서복은 유비를 섬겼다고 한다. 유비는 서복과 만나고 그를 중히 여겼다. 그 후 서복이 유비에게 제갈량을 천거했다.


조조에게 투항한 뒤 서복은 어사중승(御史中丞)에 오를 때 이름을 서서로 개명했다고 알려진다.


그리고 방통(龐統)은 중국 후한 말의 전략가로 자는 사원(士元), 별호는 봉추(鳳雛)이다. 형주 남군 양양현(襄陽縣) 사람으로, 인물평의 대가이면서도 제왕을 곁에서 모실 인물로 여겨졌다. 유비 군의 군사적인 전략을 관장했으며, 익주를 탈취할 것을 제안하여 유비의 입촉을 수행하였다. 낙성을 포위 공격하던 중 유시에 맞아 젊은 나이에 전사했다.


“역시, 제갈 선생이요. 괴월은 내가 직접 처리할 것이니, 선생은 추천한 서복와 방통을 천거하시오.”


“네, 그리하겠습니다. 제가 학문에 집중하여, 무장들의 정보는 어두워 추천해 드리지 못한 점은 송구합니다.”


“아니요, 무장은 내 직접 알아보겠소.”


“네, 그러면 저는 수경 선생님께 가서 서복와, 방통을 만나보겠습니다.”


대답하고 제갈량이 돌아섰다.


***


삼 개월 전 황하강 일대.


황하 물길 위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 불에 타 가라앉는 누선들을 보며 원소군 감군 저수(沮授)는 눈물을 삼켰다.


감군(監軍)이란 큰 전투나, 군사적 요충지 및 각 지역의 방어 및 주둔 군대의 책임을 맡았던 기관이나 장수를 뜻한다.


즉 관도에서 원소군의 감군인 저수는 조조와의 대전에서의 총사령관직을 수행하는 최고 명령권자였다.


고람이 남은 배 위에서 최선을 다해 조조군을 몰아내고 있었지만, 한 척, 한 척 타오르는 배와 죽어가는 병사들을 보면서 더는 버틸 수 없음을 알았다.


특히 앞을 막고 있는 하후돈보다는 퇴로를 가로막은 조홍이 문제였다.


“호굴에 내 발로 들어온 격이군. 이 물길을 돌아가야 했는데 여기로 온 결정이 패착이군.”


잠시 후 하후돈과 맞붙던 고람이 저수가 타고 있는 배 위로 올라왔다. 하후돈과 공방을 벌이던 고람의 몸에는 혈흔이 가득했다.


“감군! 황하의 길을 따라 후퇴하는 게 최선이었습니다. 너무 낙담하지 마시지요.”


그 말에 저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상륙해서 육로로 가야 했네. 자네가 추천했다 한들 내가 결정했으니, 책임은 당연히 나에게 있네.”


“그나저나 더 이상 진군은 힘들겠습니다”


저수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맞네. 이미 하후돈의 병사들이 우리를 완전히 포위하고 있고 후미에는 조홍까지 버티고 있네. 이걸 통과해 넘어가기는 힘들 테야.”


“그럼, 육지로 상륙할까요? 수로가 막혔다면 상륙해 통과하는 건 어떨까 합니다.”


그 말에 저수가 주위를 돌아보았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수만의 적군들로 인하여 이미 아군의 사기가 꺾였다. 상륙하더라도 적군에게 잡힐 건 뻔했다.


그걸 알아본 저수는 이맛살을 좁혔다.


“상륙한다 하여 우리가 살아 돌아가긴 그른 것 같네.”


“그래도 주군과 봉기는 도망치지 않았습니까.”


“원소는 병사로 변장하고 봉기와 빠져나갔네. 설마 적군들도 그가 원소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테지.”


저수는 씁쓸하게 웃었다. 이제 주군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원소의 치졸함이 그 자신을 구한 것이다. 하지만 남은 자들은 제물이 되었다.


저수는 관도에서의 전투가 시작되기 전 이미 원소의 패배를 예상하고 동생 저종을 비롯한 일족에게 재물을 나눠주었다.


그는 알았다. 원소의 고집과 아집, 그리고 비겁함을 말이다.


그때 한 척의 투선이 다가왔다.


적의 대장선에 펄럭이는 깃대에 수놓아진 이름은 하후돈.


하후돈은, 화살 거리 안까지 들어왔다.


그러나 하나의 화살도 낭비할 수 없는 저수는 활을 쏘라고 명령하지 않았다.


하후돈은 저수를 향해 외쳤다.


“이제 싸움은 그만하지. 보아하니 원소도 도망친 것 같고, 굳이 불쌍한 병사들을 죽일 필요가 있을까?”


그 말에 저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기 병사들은 지치고 힘겨운 표정으로 모두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그래도 저수는 조조에게 포로가 되는 건 아니라고 여겼다.


“조조는 협천자이다. 그자에게 항복하느니 차라리 죽겠다.”


“끝까지 해보시려고. 불쌍한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겠단 말이지.”


저수는 고람을 돌아보았다. 고람은 누선을 몰고 하후돈에게 붙었다. 하후돈은 즉시 공격하지 않고 달려든 고람에게 소리쳤다.


“얼마든지 와라. 우선 너부터 죽여주마.”


하후돈은 고람을 향해 외쳤다.


두 개의 함선이 붙었다. 서로가 갈고리를 던지고 뱃전을 잡아당긴다. 마치 자석처럼 찰싹 달라붙은 함선은 하나의 배처럼 합쳐졌다.


그리고 비현실적인 상황이 벌었다. 고람이 천천히 하후돈의 배에 올랐다. 하후돈의 군사들도 어찌 된 일인지 고람을 막지 않았다.


그리고 고람은 하후돈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신 고람, 임무를 달성했습니다.”


작가의말

[1]출사표(出師表)는 원래 전후 양편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전출사표(前出師表)를 가리킵니다. 문장이 유창하고 뜻이 간절하여 역대 산문 가운데 명문으로 꼽히곤 합니다.

본문의 제갈량의 글은 전 출사표를 각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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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고지례(三顧之禮)(4) +2 24.09.04 199 5 12쪽
30 삼고지례(三顧之禮)(3) +2 24.09.03 203 6 12쪽
29 삼고지례(三顧之禮)(2) 24.09.02 203 5 12쪽
28 삼고지례(三顧之禮)(1) +2 24.08.30 230 6 12쪽
27 담판(談判)(4) 24.08.29 204 6 12쪽
26 담판(談判)(3) +2 24.08.28 212 7 11쪽
25 담판(談判)(2) 24.08.27 220 7 12쪽
24 담판(談判)(1) 24.08.26 229 7 11쪽
23 전격(電擊)(5) 24.08.23 221 6 11쪽
22 전격(電擊)(4) 24.08.22 223 7 12쪽
21 전격(電擊)(3) +2 24.08.21 230 8 12쪽
20 전격(電擊)(2) +2 24.08.20 226 7 12쪽
19 전격(電擊)(1) +2 24.08.19 234 8 12쪽
18 만왕(蠻王) +2 24.08.16 223 8 10쪽
17 이질(痢疾) 24.08.15 225 6 10쪽
16 무릉(武陵)(7) 24.08.14 231 7 12쪽
15 무릉(武陵)(6) 24.08.13 225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43 7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60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65 8 12쪽
11 무릉(武陵)(2) 24.08.07 282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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