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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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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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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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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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무릉(武陵)(6)

DUMMY

장강 남쪽, 공안 인근의 항구는 생각보다 규모가 크진 않았다.


남쪽에서는 꽤 큰 항구라고 들었는데, 역시 북 형주보다는 환경이 많이 낙후되어 보였다.


제돈과 위치를 확인하고 돌아왔던 병사들에게 위치를 다시 물으니, 공안에서 남쪽으로 한참을 더 가야 하는 지역이었다.


나는 감녕과 서성, 손상향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현 상황을 설명하였다.


“목적지가 공안 근처만 돼도 형주자사부의 군사력이 닿는 곳이니 한결 수월하겠다고 예상했는데 무릉 깊은 곳까지 진입해야 하는 상황이오.”


감녕은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음, 그렇군요. 될 수 있으면 오계만이들과는 안 엮이고 싶은데 어쩔 수 없지요.”


“지금부터 잔릉을 거쳐 임원현 무릉군까지는 열흘이 넘는 여정이 될 것이오.

많은 인원이 함께 이동하는 것은 남들 눈에 띌 것임으로 문향과 감흥패, 그리고 손소저만 나와 함께 움직이고 감흥패의 부하들은 열 명 단위로 나누어서 열흘 후 목적지에 도착하게 하시오.”


감녕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서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문향은 튼튼한 말 몇 필을 구해오시오.”


“공자님, 마차로 이동하지 않으시고요?”


“여기서 무릉만까지는 평야 하나 없이 계속 산만 넘어야 하오. 마차는 걸리적거리기만 할 것이니 말로 이동하는 게 좋을 것이오.”


“네, 공자님.” 서성과 감녕은 바로 임무를 수행하러 나갔다.


서성과 감녕이 나가자, 손상향이 나를 보며 말했다.


“저.... 공자님.”


“왜 할 말이 있으시오?”


“공자님, 서성님과 감녕님은 이름을 부르시고 왜 전 ‘소저’라고 하시나요?”


“아.....그건 손소저도 자(字)가 있으시오? 자(字)가 있다고 하더라도 남녀간의 예의가 있는데 어찌 여인에게 이름은 부른단 말이오.”


“전 여인이 아닙니다. 저 공자님의 호위(護衛)입니다.”


“남녀 사이의 예의에 맞는 건 아니나 손소저께서 그리 원하시니 이 여정의 끝까지는 손호위라고 부르겠소.”


“네, 공자님 감사해요.”


분명히 어제까진 미친년 눈빛이었는데, 오늘 보니 또 순둥순둥하다.


“그럼, 손호위는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해 주시오.”


잠시 후 서성은 튼튼한 말 대여섯 마리와 함께 돌아왔고 감녕은 부하들에게 각자 무릉으로 출발을 지시한 다음 돌아왔다.


“흥패! 제일 먼저 도착하는 부하들에게는 상을 내릴 것이라 전해주라는 말을 깜빡했소. 그래야 부하들도 신나게 이동할 것 아니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때문에 사천에서 형주로 근거지를 옮긴 후에 최대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고 근처 마을에 외출도 못 하게 했습니다.


오랜만에 출정이라고 지금 애들이 신이 났습니다. 말을 타고 가는 우리보다 목적지에 일찍 도착하는데 제 방울을 걸죠!!”


“바아아울?”


“네, 방울이요!!”


“남자에게 있는 방울 말이요? 두 개 있는 거···. 그거요?”


“허!! 공자님 그 방울이 아니고 이 흥패를 상징하는 이 방울 말입니다.”


감녕은 허리춤에 있는 방울을 꺼내 보이며 펄쩍 뛰었다.


저것이 그렇게 명성이 자자한 감녕(甘寧)의 방울이구나.


앞에서 말했듯이 감녕은 성격이 포악(暴惡)하고 사람을 죽이기를 좋아하여 사람들은 감녕의 방울 소리만 듣고도 그가 찾아온 것을 알았다고 한다.


감녕의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로 감녕의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이 실수하였는데 그는 감녕에게 혼이 날까 두려워 즉시 여몽(呂蒙)에게 달려가 투항했다고 한다.


여몽은 감녕이 그 사람을 죽일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돌려보내지 않았다. 허나 감녕이 예물(禮物)을 가지고 여몽의 모친을 만나 부탁을 하자 여몽은 할 수 없이 그 사람을 감녕에게 돌려보냈다.


감녕은 여몽에게 그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돌려받았지만, 감녕의 배로 돌아오자마자 그 사람을 나무에 묶어놓고 직접 시위를 당겨 활을 쏘아 죽였다.


이에 여몽은 매우 노여워하며 병사들에게 감녕을 공격하라고 했다. 이런 사정을 안 여몽의 모친이 ‘주군(孫權)에게서 중대사를 떠맡은 네가 주군의 신하인 감녕(甘寧)을 너의 사사로운 노여움 때문에 죽이게 된다면 신하 된 자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라며 여몽을 만류(挽留)하였다.


여몽은 본디 지극한 효자(孝子)였으므로 모친의 이 말을 듣고 곧 마음을 풀고는 감녕(甘寧)의 배로 가서 웃으며 감녕에게 ‘흥패여, 어머니께서 그대를 식사에 초대하셨으니 어서 오시오!’ 하며 화해(和解)를 청하였고, 감녕은 이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흐느끼며 여몽에게 사과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정사의 감녕전(甘寧傳)에서 ‘감녕은 사납고 살생(殺生)을 좋아했지만 호방하고 맑은 성정과 계략(計略)이 있었다.’고 설명하는데 확실히 대범(大凡)하고 계략(計略)은 있지만 잔인한 면 또한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감녕의 방울을 잠시 구경하고는 돌려주었다. 감녕은 방울을 돌려받고는 다시 허리춤에 찼다.


그리고 무릉으로 출발할 시간이 되어 각자 말을 타고 출발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바깥 풍경을 보니 아름다운 협곡이 장관을 이루었다. 너무 아름다워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이 아름다운 협곡은 현대에서는 관광지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지금 시대에는 험난한 지형 때문에 접근이 어려워 무릉만은 상당히 오랜 세월 동안 외부와 단절되어 독자적인 왕국을 만들게 되었다.


협곡이 지난 후로도 한참을 평야 하나 없이 계속 산만 넘어야 했다. 산을 수십 개쯤 넘은 후에 드디어 평탄한 지형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앞에 드넓은 평지가 나타났다. 그리고 협곡을 벗어나자마자 바로 기온의 변화가 느껴졌다. 후끈한 것이 양양이 있는 북형주와는 기온 차이가 크게 났다.


여기가 바로 선발대 병사들에게서 들었던 그 지역이다. 산을 수십 개쯤 넘은 후에 나타나는 첫 번째 큰 평야, 여기에 바로 ‘제돈과’가 있다.


다만 이 지역은 오계만(五溪蠻)이 중에서도 만계(樠溪)의 지배력이 닿는 지역이다.


오계만은 예전부터 한인의 풍습에 물들어 농업과 방직에 종사하는 경향이 강했고, 외부와의 소통도 잘 되는 편이었다. 그래서 다른 무릉만이들 중에서도 발전 속도가 가장 빨랐다.


제일 왕성하게 활동할 때 오계만 인구는 몇십만에 육박할 정도였고, 그중 만계의 인구는 십만에 달했다.


‘제돈과’를 구하려면 결국 만계와 협상해야 한다.


제돈과 몇 그루를 가져가서 북형주에서 재배하며 기름을 짜내기에는 양이 턱없이 부족했으며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는 제돈과가 북형주에서 잘 자란다는 보장도 없었다.


잠시 후, 우리는 어느새 만계 부족의 성으로 짐작되는 커다란 성 앞에 도착해 있었다.


무릉지역의 독특한 건축 양식인 푸른색 기와로 멋들어지게 장식된 전각들이 보였다.


성 위를 경비하고 있던 병사들은 우리가 다가오는 걸 보며 놀랐는지 도열해서 경계하고 있었다.


“멈춰라! 어디서 오는 무리더냐?”


병사 중에서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나왔다.


“여기는 오계만(五溪蠻) 중 제일인 만계(樠溪)의 족장이 다스리고 있는 지역이다. 무슨 용무로 방문하였느냐?”


나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면서 말했다.


“만계의 족장에게 형주자사의 장남이 왔다고 전하여라.”


“힉! 형주자사의 아들이 여긴 무슨 일이냐?”


“말단 병사인 너에게 할 말은 아니니 어서 가서 전하여라.”


병사는 부리나케 뛰어 성안으로 들어갔고 나머지 병사들은 우리를 경계하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서성이 나에게 질문했다.


“공자님, 이 지역은 만이라고 하는 오랑캐가 사는 낙후된 지역이라고 들었는데 직접 와서 보니 꽤 발전되어 보입니다.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을까요?”


“그건 우리 아버지의 영향이 제일 크지. 그것이 여기서 내 말이 먹히는 이유고.”


“형주자사님이요?”


“그래, 우리 아버지는 고령에 형주를 점령하셨지. 아버지도 젊었던 적에는 무척 강경한 사람이었지만 나이가 드셔서는 무력으로 찍어 누르기보다는 문치(文治)를 강조하셨지.


여기서 문치(文治)란 학문과 법령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정치를 뜻하지. 그동안 이들의 세력이 커질까 막아놨던 무릉만에 대한 물자 봉쇄를 아버지가 문치(文治)하면서 풀어버리자,


남부 지역의 대량의 물자들이 부유한 형주 지역으로 가기 위해 최단 거리인 무릉으로 모여들었고 만이들을 거쳐 형주로 들어가기 시작했지.


그러자 자연스럽게 그중 일부는 만이들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었고 이에 따라 그들의 세력은 더 커져 버렸지.”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서성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갑자기 성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쿠우우쿵!


성문밖으로 서너 명의 장수가 걸어 나왔고 그 중에서 제일 앞선 장수는 한눈에 봐도 다른 사람 두 배쯤 되는 거한(巨漢)이었으며 새빨간 얼굴에 푸른 눈동자를 번득이며 한 손에는 둔기, 다른 손에는 활을 들고 있었다.


“색목인(色目人)”


사마가(沙摩可)는 서양인이었다.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저게 철질려골타(鐵蒺藜骨朶)라는 무기구나.’


옆에서 내 말을 들고 있던 감녕이 물어왔다.


“공자님, 저 거한의 장수를 아시나요?”


연의에서 감녕을 죽이는 사람이 저 사마가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말해줄 수는 없으니


“흥패가 나에게 무릉의 만계중에서 조심하라고 했던 소만앙(小蠻王)이 저 장수인 것 같은데요”


“힉!!! 저 장수가 사마가(沙摩可)라고요. 저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데 소문대로 더럽게 크긴 크군요.”


“네, 저도 실제로 본 사람 중에서 제일 거대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공자님, 눈동자 색깔이라든지 피부색을 보니 한족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런 사람들을 보고 색목인(色目人)이라고 합니다. 만 길 바다를 건너 사는 민족이죠.”


이때 천둥같이 큰 목소리로 사마가가 말했다.


“형주자사의 장남이 왔다고 들었다. 누구인가?”


옆에 있던 서성이 발끈하며 나섰다.


“저 건방진.....”



나는 서성을 막아서며 앞으로 한 발 나서고는


“무릉에서 최고 용맹하다는 장수이신 만계의 사마가님, 제가 형주자사의 장남인 유기(劉琦)입니다. 자는 백달(伯達)이라 합니다.”


사마가는 나를 한참 바라봤다.


“........”


“당신이 유기이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소? 여긴 왜 오셨소?”


캬!! 직진으로 물어본다. 시원시원한 것이 내 스타일이긴 한데 좀 예의가 없다. 먼 길을 온 우리에게 물 한 모금도 안 주고, 부족 내로 들어오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이놈들 인정머리 없는 놈들!


내가 대답하려는 찰나,


조용했던 분위기에 모두의 귀를 의심케 하는 한 마디 외침이 들려왔다.


“어? 저건 뭐야? 괴외에애물”


손상향이 내 옆에서 사마가를 보며 주둥아리를 놀렸다.


‘허! 저 똘아이 같은 년!’


“서성, 저것 입 좀 막아라!”


그러나 이미 늦었다. 사마가 주위에 병사들이 모두 무기를 꺼내 들었다.


촤아악 채애애앵!!!!!


그러자 감녕, 서성, 손상향도 맞서 각자 무기를 꺼내 들었다.


사마가는 푸른색 눈을 번뜩이며 다시 물었다.


“지금 뭐라고 했느냐? 괴물?"


일촉즉발(一觸卽發)에 상황,


살얼음 같은 분위기가 흘러갈 때 부족 뒤편에서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주변을 장악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사마가 그만하거라. 형주자사 장남도 그만하시게나.”


만계의 진정한 만왕(蠻王)이 부족민들과 병사들을 가르며 입구로 나왔다.


“나는 만계의 족장인 시내암(施耐庵)이라고 하오. 먼 길 오느라 수고들 하셨소.”


만계의 모든 병사와 우리를 구경하고 있던 주민들은 무릎을 꿇었다.


나 역시 예의를 갖추며 시내암을 향해 답했다.


“만계의 족장이자 무릉의 지배자이신 만왕(蠻王) 시내암(施耐庵)님을 형주자사의 장남 유기(劉琦)가 뵙습니다.”


“역시 부언유설(浮言流說)이라고 했던가 형주의 유기는 몸이 불편해 하루 종일 누워만 있다고 했거늘, 아무 근거 없이 널리 퍼진 소문이었구먼.”


“아닙니다. 소문처럼 얼마 전까지 실제로 누워만 있는 신세였습니다.”


“허허! 지금은 너무나 건강해 보이니 다행이구먼. 먼 길 오느라 고생했네. 어서들 들어오시게.”


잠시 후 우리는 시내암의 안내를 받아 만계(蠻溪)의 중심부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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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전격(電擊)(4) 24.08.22 222 7 12쪽
21 전격(電擊)(3) +2 24.08.21 229 8 12쪽
20 전격(電擊)(2) +2 24.08.20 225 7 12쪽
19 전격(電擊)(1) +2 24.08.19 233 8 12쪽
18 만왕(蠻王) +2 24.08.16 223 8 10쪽
17 이질(痢疾) 24.08.15 225 6 10쪽
16 무릉(武陵)(7) 24.08.14 230 7 12쪽
» 무릉(武陵)(6) 24.08.13 225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43 7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59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65 8 12쪽
11 무릉(武陵)(2) 24.08.07 282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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