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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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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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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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고지례(三顧之禮)(1)

DUMMY

나의 질문에 사마가는 대답했다.


“본래 유공자의 사람이니 필요하면 쓰시오.”


그러자 손상향의 표정에 해방감이 나타났다. 그동안 사마가와 훈련하느라 너무나도 힘들었다. 사마가는 그녀를 여자로서 생각하지 않고 한 명의 전사로써 대했기 때문에 훈련의 강도가 어마어마했다.


“감사하오. 그리고 소만왕은 언제까지 양양 성에 머무를 것입니까?”


“어허, 내 얼마나 있었다고 벌써 나는 쫓아내려고 하는 것이오? 밥 축내는 게 아까운 것이오?”


“소만왕이 먹는 양이 원체 많아서 말이요. 무영전의 재정이 소만왕의 식대로 다 나간다고 원성이 자자하오!”


“어허, 너무 하구려. 내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하하하, 농담이오 농담. 설마 그럴 리가 있습니까? 소만왕의 일정을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여쭈어본 것뿐입니다.”


“허, 이제 나를 놀리는 것이오?”


사마가는 눈을 찢으며 나를 째려보더니 이내 웃으면서 말했다.


“유공자! 아니 이제 유형주라고 불러드려야 하나? 아무튼 나는 첫 번째 감람유가 이곳 형주에 도착하면 그 사람들과 함께 돌아갈 것이오.


무릉의 형제들이 장강을 통과해 이제 막 강릉항에 도착했다고 하니 이삼일이면 이곳에 도착할 것이오.”


“쩝. 아쉽습니다. 일손이 부족해서 소만왕님의 힘을 빌리고자 했는데 어쩔 수 없지요.”


“말을 다 하셨으면 나는 나가보겠소. 마지막 대련을 해야 하니 한시가 급하다오.”


그리고 사마가는 손상향의 팔뚝을 잡고 급하게 회의장을 나갔다.


내가 손상향을 데려간다고 했고 본인도 무릉에 돌아갈 때가 되자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는 사마가의 배려인 것이다.


물론 이제 사마가로부터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웃고 있던 손상향의 얼굴은 다시 울상이 되었지만 말이다.


손상향은 채염의 딸을 데려오기 위해 흉노로 보내야 한다. 아무리 흉노의 좌현왕이 여자에 미친 새끼라고 해도 양주자사의 동생을 어찌할 담은 없을 것이다. 양주와 흉노의 거리가 멀다 하여 그 영향력을 미치지 않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채염의 딸이 여자라서 오랜 시간 남자와 이동하는 것보단 손상향과 움직이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회의를 끝내고 무영전 담장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너무나 많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났던 급박했던 시간을 보내고 잠시 생각의 정리를 해야 했다.


원 역사대로라면 이미 유비가 형주에 귀의하여 신야에 주둔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이제 막 원소에 명을 받고 황건적 공도의 무리와 합쳐 수천 명의 병사를 이끌고 여남에 진을 치고 있다.


일정이 일 년 정도 늦춰진 것이다.


왜일까? 유비는 원소 밑에서 벗어나고자 여남에 진을 쳐 조조의 후방을 교란해야 한다고 원소에 꾸준히 건의했고 원소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 이면에는 유비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고 뒤에서 부축인 인물이 있을 터인데 그가 바로 채모였을 것으로 추측한다.


채모는 형주의 군권을 자사부에 넘기지 않고 자신이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중에 유비를 형주 전선에 합류시킴으로써 긴장감을 높인 것이다.


군권을 넘긴다는 것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일들이 동반되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시점에 군권을 남에게 넘기면 내부적이나 외부적으로 많은 부담이 있기에 긴장감을 높인 것만으로도 채모는 군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 후 채모의 친구인 조조가 직접 남하해 유비를 처치하고 형주를 차지하러 온다면 그는 형주를 조조에 바치고 높은 관직까지 오를 수 있는 쉬운 길을 모색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로 인해 모든 일이 틀어지고 만 것이다.


채모가 유비에게 원소에게서 벗어날 방법을 알려주었을 것이다. 유비는 그 말대로 수행하여 여남에 파견될 수 있었던 것인데,


그런 채모가 형주내 권력 다툼으로 인해 외부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졌다. 더군다나 죽어버리기까지 하자 유비가 참모들과 일을 도모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린 것이다.


어찌 됐든 조조는 원소를 격파한 뒤 몸소 남하하여 유비를 물리친다. 그러자 유비는 형주에 귀의한다.


여기서가 문제다. 유표는 유비에게 군사를 내어주고 신야에 주둔하게 하였는데, 나는 신야를 유비에게 내어줄 생각이 없다.


유비에게 내어줄 땅은 바로 ‘번성(樊城)’이다.


번성은 한수를 사이에 두고 북쪽에 위치하며 남쪽에 양양성이 있다. 번성전투(樊城戰鬪)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본래 형주라는 곳 자체가 북쪽과 남쪽을 연결하는 중요한 요충지이고, 그중에서도 양양성과 함께 번성은 형주 지역에서도 최고의 요새로 꼽혔다.


연의에서 유비가 조조군 삼 만에 맞서 싸우는 장면에 조인은 팔문금쇄술을 써서 유비를 물리치려 하나 서서가 계책을 써서 조조군을 물리쳤다. 조인은 다시 번성으로 달려가나 관우가 이미 번성을 빼앗은 뒤였고 조인은 허창으로 도망쳤다고 했다.


하지만 역사와는 다르게 실제로 번성(樊城)은 양양성의 바로 북쪽에 딱 이웃하는 위치에 있었다.


위치상 번성 위에 신야가 존재하는 것이다. 번성이 조조땅이었다는 것은 역사적, 지리적 착오로 생긴 일이거나 연의의 창작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는 신야 남쪽에 위치하는 만큼 줄곧 유표의 영토였다. 나는 이 번성을 유비에게 내어주고 조조의 남하를 막아낼 것이다.


유비가 번성에서 최대한 오래 조조군을 막아내야 양양성에서 내가 힘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것이고, 조조와 유비의 힘을 동시에 뺄 수 있는 계략인 것이다.


곧 유비는 조조에게 패배한 뒤 형주쪽으로 이동할 것이고 그를 번성에 안착시켜야 한다.


유비가 유표에게 귀의할 때 유표는 직접 교외에서 유비를 영접하는 등 유비를 상빈으로 대우하였다고 했는데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나는 그를 종친(宗親)이 아닌 철저한 용병(傭兵)으로 대할 것이다.


용병(傭兵)은 외부인이지만,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해 군사 분쟁에 참여하는 사람을 말한다. 공식적인 일원이 아니다. 용병에겐 금전 즉 그에 맞는 형태의 보수를 주면 되는 것이다.


난 유비가 가진 불가사의한 매력을 표출할 기회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유비란 인물은 참으로 기이함의 집합체이다. 그의 실제 인성과 매력은 알 수가 없지만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고 서주 최고의 거부 미가로부터 밑천을 받기도 하였으며, 그다지 싫어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중산정왕의 후예로 먼 방계지만 한실 혈통이며 엄청난 매력과 인덕이 있다고 한들 모든 사람이 유비를 마냥 환영하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그런 걸까? 나는 유비가 가진 기이한 것 중에 최고는 그가 가진 흡인력을 꼽는다.


전국 난세에는 가문, 무력, 재능, 책략, 배경, 재력 따위가 사람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이다.


유비는 그 중 어느 하나도 볼 만한 것이 없었지만 단 하나, 사람을 끌어당기는 흡인력을 갖고 있었는데 이것이 운을 불러들였다.


이 행운을 불러들이는 흡인력이 유비의 신변에 흘러 카리스마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곧 기이한 유비가 남하할 것이다. 그를 맞이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렇게 회의를 마치고 최근 며칠 동안 정신없이 보낸 나는 내일을 위해 휴식을 취했다. 정말 중요한 일이 있는 내일을 위해.


***


다음날 외출 준비를 마친 나는 나의 지낭(智囊)이자 ‘군사(軍師)’를 맞이하러 융중산으로 출발했다.


제갈량, 제갈공명, 세기에 천재라고 불리는 사나이. 그와 약속했다. 형주의 다음 주인이 되면 데리러 가기로.


아직 형주의 정식 주인은 아니지만 정식 후계자가 되었기 때문에 그를 만나러 갔다. 유비가 삼고초려를 한 시기보다는 몇 년이 빠르다. 그 말인즉슨 역사보다 먼저 그의 지혜를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혼자 천천히 융중산을 올랐다. 그리고 어느덧 제갈량이 머무는 초옥 앞에 도착했다.


초옥 앞에는 전에 봤던 소동이 나와서 누굴 기다리고 있는 듯 서성이고 있었다.


나는 소동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가?”


“네. 형주자사의 장남이신 유기 공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가, 바로 유기라네. 내가 오는 줄 어찌 알았는가?”


“선생님께서 이쯤에 오실 거라고 밖에서 기다리다가 정중히 모셔 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신기제갈(神機諸葛)’


이래서 신기제갈 신기제갈 하나보다. 어찌 내가 올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있었는지 참으로 궁금했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선생님께서 아침부터 기다리고 계십니다.”


나는 소동을 따라서 초옥 안으로 들어갔다. 저 멀리서 제갈공명(諸葛孔明)으로 널리 알려진 제갈량(諸葛亮) 마당의 나무 아래 서서 나를 맞이 했다.


그의 봉안(鳳眼)을 닮은 눈매는 뚜렷하면서도 지혜로워 보였고, 많지 않은 구레나룻과 수염은 정결한 인상을 풍겼으며, 백옥처럼 투명한 피부에 붉은 입술과 갈색이 뚜렷한 눈동자는 고결해 보였다.


옥색 학창의를 걸치고 훗날 와룡관(臥龍冠)이라고도 불리는 관건과 백색 우선을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공자님.”


제갈량은 입가의 은은히 미소를 머금고 나를 반겼다.


“제갈공명 선생, 선생을 모시러 왔습니다.”


“하하하, 공자님 성격도 급하시군요. 제가 예전에 공자님이 만약 형주의 주인이 된다면 공자님께 출사하고 싶다는 약속은 기억하고 있답니다.”


“저는 그 약속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이제 제가 형주의 주인이 되었으니, 선생을 모시러 온 겁니다.”


“저도 공자님의 행보를 눈여겨 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공자님이 오실 거라 예상했습니다.”


나는 제갈량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으고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내 비록 아직 이름도 날리지 못했고 덕도 부족하나 원컨대 선생은 비천하다 버리지 마시고 산에서 나오시어 도와주십시오. 기(琦)가 삼가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이에 제갈량은,


“량(亮)이 오랫동안 산속에 묻혀 지내서 공자님의 기대에 못 미칠까 두렵습니다. 그래도 저를 원하십니까?”


“기대에 못 미치다니요. 저는 선생을 현자(賢者)로 생각합니다. 부디 저의 청을 받아들이시어, 저와 형주 아니 중원 땅에 백성들을 구원해 주시오.”


나는 제갈공명을 향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신은 본래 하찮은 사람으로 형주의 땅에서 논밭이나 갈면서 난세에 목숨을 붙이고자 하였을 뿐, 제후를 찾아 일신의 영달을 구할 생각은 없었사옵니다.


하오나 공자님께옵서 황공하옵게도 신을 미천하게 여기지 아니하시고 무려 두 번씩이나 몸을 낮추시어 몸소 초가를 찾아오시고


또한 두 번씩이나 고개를 숙이며 신에게 당세의 일을 자문하시니, 신은 이에 감격하여 마침내 공자님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그 뜻에 응하겠습니다.”


나는 크게 소리쳤다.


"내가 제갈공명을 삼고초려(三顧草廬), 아니 이고지례(二顧之禮)를 통해 나의 군사(軍師)로 맞이하였구나!”


“공자님, 저는 지금 당장 공자님과 같이 가고 싶지만, 이 초가도 정리하고 같이 지내던 소동도 수경 선생님 밑에서 계속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모든 것을 처리한 후 이른 시일 내에 공자님을 찾아뵙고 군신의 의례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감격적이고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며 “그래. 그리하도록 하게.”


“두 번은 공자님이 저를 찾아주셨으니 ‘삼고지례(三顧之禮)’는 제가 공자님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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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공사다망(公私多忙)(2) +2 24.09.10 169 8 11쪽
34 공사다망(公私多忙)(1) +4 24.09.09 185 8 12쪽
33 장합(張郃)(2) +2 24.09.06 201 7 12쪽
32 장합(張郃)(1) +2 24.09.05 200 7 11쪽
31 삼고지례(三顧之禮)(4) +2 24.09.04 199 5 12쪽
30 삼고지례(三顧之禮)(3) +2 24.09.03 203 6 12쪽
29 삼고지례(三顧之禮)(2) 24.09.02 203 5 12쪽
» 삼고지례(三顧之禮)(1) +2 24.08.30 231 6 12쪽
27 담판(談判)(4) 24.08.29 204 6 12쪽
26 담판(談判)(3) +2 24.08.28 212 7 11쪽
25 담판(談判)(2) 24.08.27 220 7 12쪽
24 담판(談判)(1) 24.08.26 229 7 11쪽
23 전격(電擊)(5) 24.08.23 221 6 11쪽
22 전격(電擊)(4) 24.08.22 223 7 12쪽
21 전격(電擊)(3) +2 24.08.21 230 8 12쪽
20 전격(電擊)(2) +2 24.08.20 226 7 12쪽
19 전격(電擊)(1) +2 24.08.19 234 8 12쪽
18 만왕(蠻王) +2 24.08.16 223 8 10쪽
17 이질(痢疾) 24.08.15 225 6 10쪽
16 무릉(武陵)(7) 24.08.14 231 7 12쪽
15 무릉(武陵)(6) 24.08.13 225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44 7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60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65 8 12쪽
11 무릉(武陵)(2) 24.08.07 283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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