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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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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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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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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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육손(陸遜)(2)

DUMMY

나는 밝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육의에게 답했다.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지요.”


“제가 아직 출사 전이라서 무명(無名)입니다. 어찌 알고 이 험한 길을 찾아오셨는지요?“


“소문을 들었습니다. 육가주가 죽고 강동의 사대 대성인 육가가 없어지려는 찰나 혜성처럼 등장한 천재의 이야기를...”


육의는 조용히 나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 천재는 빠르게 육가를 휘어잡고 이리 떼처럼 달려드는 지역의 호족들에게서 육가를 지켜냈다고 합니다. 비록 육가의 많은 재물을 다 잃었지만, 미래의 자산이 될 보물 같은 아이들은 모두 지켜냈지요.”


육의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나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혼란의 시기에 수많은 호족이 멸족했습니다. 집안의 기둥이라 볼 수 있는 가주의 죽음은 그 집안의 빠른 몰락을 가져오지요.


그 당시 최고 권력자인 원술 때문에 그리고 손책에 의해 가주의 죽임을 맞이한 육가는 멸족의 위험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약관의 신임 가주가 모든 것을 짊어지며 가족들을 지켜내는 것을 소문으로 접한 저는 참으로 감격스러웠습니다.”


나는 육의를 진중히 바라보며 질문했다.


“손가는 육가의 적입니다. 진정 적에게 출사하시렵니까? 아니면 저의 손을 잡고 손가에 복수를 하시겠습니까?”


육의는 심각한 얼굴로 입술을 짓이기며 생각했다.


‘나는 시골에 박혀서 스스로 똑똑하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체 이 남자는 뭔가? 어떻게 내 속내를 이리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것인가?


세상에는 이런 괴물들이 많은데... 진정 난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자사님은 제 마음을 간파하시고, 계시군요!”


그때 유기가 별것 아니라는 어투로 말했다.


“제가 특별한 게 아닙니다. 그 이야기를 들었던 모든 사람의 마음은 움직였을 것입니다. 저는 마음과 몸이 같이 움직인 것뿐이고요.”


육의는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맞다. 육의는 이곳에 오면서 줄곧 생각했다. 지금 자신에게 새로운 동아줄을 잡을 기회가 온 거라고.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자사님의 제안은 너무나 감사합니다. 제게는 가물어 메마른 땅에 단비 같은 말씀입니다. 다만 저는 자사님의 제안에 응할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매우 아쉬웠지만 최대한 표정을 숨기고 물었다.


“육의님의 생각은 존중합니다. 혹시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그게···. 제가 육가의 총관이지만 실질적으로 가주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 혼자 형주로 출사하면 육가는 동오에서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 그럴 수는 없습니다.”


“육의님!”


나는 육의를 호명했다. 육의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육의님이 오해하셨나 봅니다. 전 그런 제안은 한 적이 없습니다.”


육의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자기 눈앞에 있는 형주자사는 제안이 틀어지자, 선을 긋는 것이다.


“네, 제가 오해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맞습니다. 육의님이 오해하셨습니다. 저는 육의님 만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육가 전체를 원하는 것입니다.


형주로 육가 전체를 이끌고 오십시오! 그게 저의 제안입니다.”


유기의 제안은 들은 육의는 온몸이 떨렸다.


“육가 전체를요?”


“그렇습니다. 육가를 새로운 땅에서 다시 대성으로 일으켜보십시오. 대를 이을 아이가 클 때까지 제가 모든 지원을 해드리겠습니다.”


“···.”


“안타깝게도 육의님의 대답을 오래 기다릴 수 없는 입장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결정해 주셔야겠습니다.”


“잠시 혼자 있게 해줄 수 있겠습니까?”


“그러시지요!”


나와 서성은 잠시 육의를 혼자 두고 객잔 일 층으로 내려갔다.


한참 시간이 지났다.


서성이 물었다.


“주군, 올라가 보셔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혹시 빠져나간 것이 아닐까요?”


“아니다. 잠시 더 기다려보자. 혼자 빠져나갈 위인은 아니니.”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까. 초췌한 모습은 한 육손이 객잔 일 층으로 내렸다.


그는 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무릎을 꿇었다.


“양주 오군 오현 사람 육의(陸議) 백언(伯言)이 자사님을 주군으로 모시고자 합니다.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나는 도리상영(倒履相迎)하며 육의를 맞이했다.


“당연히 허락하겠네. 앞으로 잘 부탁하네. 백언!”


“주군, 저는 이제 태어나고 자란 양주를 떠납니다. 형주에서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날 것입니다. 그래서 개명(改名)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저를....”


나는 숨을 멈췄다. 드디어 그 이름이 나오는 순간이다.


“육손(陸遜)이라 불러주십시오.”


육손은 역사적으로 백전백승의 명장이었다. '삼국지'를 통틀어 한 번도 패전하지 않은 장수는 육손밖에 없다. 육손은 유비·관우와 같은 당대의 명장들과의 대결에서도 승리를 거두었으며 이릉대전, 석정전투 등 명운을 걸고 싸운 중요한 전투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


삼국지에서 신하의 신분으로서 단독 열전이 실린 사람은 제갈량과 육손뿐인데 그 두 명을 얻었다. 드디어 기틀이 마련됐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다.


“주군, 육가를 최대한 빨리 정리해서 형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급하면 체하는 법이네. 천천히 하되 완벽하게 정리해서 형주로 오도록 하게!”


“네, 알겠습니다. 주군, 개인적인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해보게 무엇인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육가에 보(步)가의 여인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같이 가도 되겠습니까?”


“자네가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하게. 한데 보(步)가의 여인이 왜 육가에 있는가?”


“조조가 일으킨 서주의 전란을 피해 일단 여강으로 피신했다가 평소 왕래가 있던 육가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육가도 전란을 맞이하면서 다시 같은 피신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녀도 원하면 그렇게 하도록 하게!”


“감사합니다.”


“백언, 그런데 그 여인의 이름은 무엇인가?”


“보가의 연사(練師)라고 합니다.”


“자네 정혼자인가?”


“아닙니다. 육가와 보가는 형제 같은 가문으로 정혼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옛 어른들의 인연으로 인해 그저 잠시 보살피고 있을 뿐입니다.”


보연사!!


손권에게 미모가 눈에 들어 후궁으로 들어갔으며, 질투하지 않고 여러 여자를 손권에게 권해, 총애를 받았다. 그녀가 손노반과 손노육의 어머니이다.


여기서 주목한 사람은 손노반이다.


손노반은 손권과 보연사의 큰 딸이며 자는 대호(大虎)로 흔히 전공주(全公主)라고 불린다. 이궁지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최고의 악녀이다. 손상향과 더불어 손가의 개망나니라고 불리는 천방지축인 계집애다. 오죽했으면 자가 대호겠는가!


여기서 주목할 점은 손가의 핏줄이다.


손견도 강동의 호랑이라 불렸고 손책도 소패왕이라 불릴 만큼 강맹(強猛)했다. 손상향, 손노반등 여성들도 괄괄했던 것을 보면 손가의 핏줄은 무가의 특성 때문에 개인의 무력도 상당할 뿐만 아니라 성정들이 용맹했다.


좋은 면에서는 용맹함을 타고 난다고 볼 수 있지만 안 좋은 면으로는 성정이 급하고 괴팍한 것이 문제였다.


앞서 육손의 아들 육항을 생각해 보면 육항이 삼국지 후반의 최고 명장 반열의 올라선 것도 육손의 핏줄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손책의 외손자’로서 손가의 핏줄도 한 몫 단단히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여기서 생각했다. 육항이 태어나지 못할까 봐 손책의 딸인 ‘손백화’를 반장을 통해 형주로 데리고 오는 중이다.


반대로 손노반도 손가의 핏줄을 잇지 않는다면 그녀는 ‘희대의 악녀’가 아닌 ‘최고의 조력자’가 될 수 있을까?


그것은 일단 보연사를 만나보고 결정해야 한다. 손노반도 손노육도 보연사와 혼인을 해야 생기는 아이들 아닌가?


정말, 정말, 진짜, 진짜, 보연사가 미모가 뛰어났다고 알려져서 그런 게 아니다. 육손을 죽인 희대의 악녀를 없애보자는 선량한 마음에서 내가 희생하는 것이다···.


흠...그렇다... 내가... 그런거면... 그런 것이다...


나는 육손에게 말했다.


“자네가 데리고 오고 싶은 사람은 모두 데리고 와도 좋네! 전적으로 자네에게 맡기겠네.”


“감사합니다. 자사님.”


“언제쯤 형주로 올 수 있겠는가?”


“가문을 정리하고 모든 것을 이주하기 위해서는 이 개월 정도 걸릴 것입니다.”


“알겠네.”


나는 육손의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나는 신의(信義)를 지키는 자일세. 한번 맺은 약속은 꼭 지키는 사람이란 말이네. 백언 자네가 고향에 다시 가는 날은 형주군의 상장(上将)이 되어 오현을 정복하러 가는 날이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네. 내 약속하네.”


육손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날이 올 때까지 주군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나이다.”


“그러면 이만 헤어지세. 나도 돌아가려면 길이 멀다네. 아! 그리고 형주에 올 때 은밀히 사람 하나를 찾아서 데리고 오게. 이건 명령이네.”


“그 사람이 누굽니까?”


“여일(呂壹)이라 놈일세”


여일은 오나라의 인재로서 손권(孫權)에게 총애를 받았는데 권력을 가지니 속히 말해 막 나갔던 간신이었다.


중서가 되었을 때 여러 관부 및 주군의 문서를 맡아 교정했는데, 손권(孫權)의 총애를 등에 업고 술의 독점권을 방해해 관장하는 이익을 차지했다고 하며, 또 성격이 가혹해 법을 매우 엄하게 집행했다고 한다.


그러자 여일은 더욱 기고만장해져 죄상을 들어 작은 일조차 꼭 보고해 문서를 여러 번 보고 작은 잘못으로도 대신들을 깎아내렸고 대신들이 얼마나 많이 당했으면 한 사람이 네 번이나 죄행을 고발당했을 정도로 수많은 자들이 귀양을 가고 사직했을 정도였다.


다만 이렇게 마구잡이로 권력을 휘두르는 여일도 육손(陸遜)은 어려워했다고 하니 나는 여일을 데려와 야무지게 일을 시킬 생각이다.


나라를 운영하는 많은 일 중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일도 있지만 드러나지 못하는 일도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도 당연히 필요한 것이고 나는 간신 중의 간신인 여일을 택했다.


여일이 손권 밑에서 최고의 간신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 당시 육손 말고는 내부를 휘어잡을 수 인물이 없었는데 육손은 무창의 전선에 주둔하고 있었으므로 고옹과 반준으로는 여일을 막을 수가 없었다.


나는 여일을 데리고 와 정보부에 배치할 예정이다. 그는 문서를 분류하고 교정하는데 탁월했고 한다.


간신을 형주에 들이면 불안하다고 한 것은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 우리는 제갈량이 있다.


대한(漢) 제국의 승상(丞相)이 될 인물이며 상벌(賞罰)의 공정(公正)함을 무엇보다 우선으로 삼은 사람이다.


그에게 여일은 어린아이 같은 존재일 것이다. 심지어 실제 여일은 약관(弱冠, 20세)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이다.


사람은 어떻게 교육하고 쓰기 마련이다. 특별한 재능 있는 자를 데려와 잘 쓰면 되는 것이다. 안되면 육손을 시켜 '쓱'...아니다 '교육'을 하면 될 것이다.


그길로 나와 육손은 헤어졌다. 육손은 급히 오현에 있는 육가로 달려갔고, 나는 양양성으로 복귀했다.


자사부에 들어서니 한 여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여인은 나를 쏘아보며 물었다.


“당신이 나를 부른 사람인가요? 상향이는 어디 있나요?”


괄괄한 목소리로 나를 쏘아 부친 그녀는 ‘손백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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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비상(飛翔) +2 24.09.13 184 7 13쪽
» 육손(陸遜)(2) +2 24.09.12 185 6 12쪽
36 육손(陸遜)(1) 24.09.11 189 7 11쪽
35 공사다망(公私多忙)(2) +2 24.09.10 191 8 11쪽
34 공사다망(公私多忙)(1) +4 24.09.09 206 8 12쪽
33 장합(張郃)(2) +2 24.09.06 221 7 12쪽
32 장합(張郃)(1) +2 24.09.05 220 7 11쪽
31 삼고지례(三顧之禮)(4) +2 24.09.04 214 5 12쪽
30 삼고지례(三顧之禮)(3) +2 24.09.03 217 6 12쪽
29 삼고지례(三顧之禮)(2) 24.09.02 216 5 12쪽
28 삼고지례(三顧之禮)(1) +2 24.08.30 244 6 12쪽
27 담판(談判)(4) 24.08.29 218 6 12쪽
26 담판(談判)(3) +2 24.08.28 223 7 11쪽
25 담판(談判)(2) 24.08.27 229 7 12쪽
24 담판(談判)(1) 24.08.26 239 7 11쪽
23 전격(電擊)(5) 24.08.23 231 6 11쪽
22 전격(電擊)(4) 24.08.22 235 7 12쪽
21 전격(電擊)(3) +2 24.08.21 242 8 12쪽
20 전격(電擊)(2) +2 24.08.20 237 7 12쪽
19 전격(電擊)(1) +2 24.08.19 247 8 12쪽
18 만왕(蠻王) +2 24.08.16 235 8 10쪽
17 이질(痢疾) 24.08.15 238 6 10쪽
16 무릉(武陵)(7) 24.08.14 244 7 12쪽
15 무릉(武陵)(6) 24.08.13 241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57 7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76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81 9 12쪽
11 무릉(武陵)(2) +2 24.08.07 304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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