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무협

새글

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최근연재일 :
2024.09.16 18: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9,382
추천수 :
296
글자수 :
165,605

작성
24.09.02 18:00
조회
202
추천
5
글자
12쪽

삼고지례(三顧之禮)(2)

DUMMY

무영전으로 돌아온 나는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볼을 꼬집고 또 꼬집었다. 제갈량이 나의 군사가 되었다.


제갈량은 천문(天文) 및 팔진도(八陣道)로 대표되는 군사적 병법은 물론이고 기문진법(奇門陣法)과 역리(易理) 등 모든 부분에 능통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하루 일찍 제갈량과 황완정(黃婉貞)을 이어줘야 하는데, 이번에 황승언과 인연을 만들어놨으니 매파를 보내도록 재촉해야겠다.


제갈량의 능력 중에 토목기관지술(土木機關之術)은 그녀의 재능이기 때문이다.


***


여남(汝南)의 유비 진영


유비는 그의 처소에서 황건적 잔당 유벽(劉辟)과 단둘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유벽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제야 살 것 같습니다.”


“유벽 장군이 밖으로 나와 사람을 만나는 게 오랜만이라고 들었습니다.”


유비의 말에 유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공도(龔都)와 함께 이곳 여남에서 수천 명의 황건적 형제들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조조의 압박으로 인해 여남에서 벗어나질 못하니 무장이 된 몸으로 좀이 쑤시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이번에 저와 함께 조조를 잡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황실을 무너트리고 협천자를 자처한 역적이니까요.”


유비가 빙긋 웃으며 유벽을 응시했다.


“저는 여남의 대장이라고는 하지만 그다지 군사 전략에는 재능이 없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원본초께 믿을 만한 장수를 보내달라고 요청을 드렸고요.”


“그렇습니까?”


유비의 얼굴에 화색이 퍼져 나갔다.


유벽의 말은 그 믿을 만한 장수가 자신이라는 얘기였다.


유벽은 여남에서 만큼은 수천 명의 병사를 거느리고 있는 소군벌이다. 그런 유벽이 자신을 믿고 있다고 하니 여남에서 자신이 다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애써 태연한 척을 하려 해도 자꾸 입가가 실룩거리는 것을 막기 어려웠다.


유비는 여남으로 내려오는 길에 관우, 장비, 조운을 만나 마음에 안정을 얻었다. 이제 병사만 얻을 수 있다면 다시 한 지역의 패자가 될 수 있으리라 꿈을 꾸고 있었다.


“전 형식적인 상관일 뿐이니, 신경 쓰지 마시고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 주시면 됩니다. 유비 장군만 믿고 있습니다.”


유벽이 대화를 마치고 헛기침하며 막사 밖으로 나갔다.


유벽이 멀어지자, 막사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관우가 앞으로 나오며 코웃음을 쳤다.


“능력 없는 사람이 병력을 가지고 있다고 형님의 상관이라니, 정신이 제대로 된 사내는 아니로군.”


“관우야, 지금 나에게는 마지막 동아줄 같은 존재니 그런 말 하지 마라.”


유비가 빙긋 웃었다. 관우가 혀를 찼다.


“바로 어젯밤에 형님이 그러지 않았소. 저자를 말로 잘 구슬려 방심하게 만들어 병력을 우리 것으로 만들겠다고.”


“그것과는 별개다. 유벽은 가벼운 사람이지만 그 밑에 있는 공도는 쉬운 사람이 아니다. 수천의 병사를 모았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능력을 짐작할 수 있지. 지금 우리가 무턱대고 이 병력을 빼앗으려 했다가는 되려 아무것도 못 얻고 쫓길 가능성도 있다.”


“쫄았구먼.”


관우가 거듭 혀를 찼다. 유비가 목소리를 낮췄다.


“그래서, 다들 준비는 잘 되고 있느냐?”


“일단 자중(子仲, 미축)은 먼저 출발했소.”


“자중의 역할이 중요하다. 서주는 지역 호족들의 입김이 어느 곳보다 강한 지역이야. 사전 작업을 잘해야 서주를 되찾은 이후에 빠르게 체제를 확립할 수 있어.”


유비는 이 기반을 가지고 다시 서주로 복귀하려는 계획 중이었다.


미축은 서주 제일의 거부(巨富)이자 도겸 때부터 중책을 담당하다가 유비를 따른 인물로, 아직도 호족들 사이에서의 영향력은 누구에 비해서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 양반이야 잘하겠지. 워낙 귀하신 분 아니오.”


입을 삐죽거리던 관우가 이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보다 이해가 안 가는 건 공우(公祐, 손건)이오. 대체 왜 공우를 형주로 보낸 거요?”


“그러면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란 말이냐?”


“당금의 천하에서 조조의 최대 적은 원소요. 지금 관도에서 밀리고 있는 형세긴 하지만 기주의 저력은 그리 만만치가 않소. 언제고 다시 조조를 밀어붙일 수가 있을 것이오.


형님이 원소에게 도망쳐 나온 이유는 대략 짐작은 하지만, 그래도 원소가 확실한 우군이 아니겠소?”


관우의 의문에 유비가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우리가 다시 가야 할 서주와 접한 청주에는 원소의 맏아들 원담이 주둔하고 있다. 만약의 경우 원병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뒤집어 말하면 경계를 접하고 있으니, 우리를 직접 흡수하려 들 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다시 조조 쪽으로 붙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우리로서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이지.”


“하긴. 원소 그놈도 욕심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놈이니.”


관우가 공감했다. 유비가 설명을 이어갔다.


“반면 유표는 우리와 경계를 접하고 있지 않으니 그럴 염려가 없다. 게다가 그는 지금 후계자 문제로 정신이 없다. 형주의 호족들이 지금 후계자 때문에 두 패로 나뉘어서 건곤일척의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


유표가 원하는 후계자를 우리가 후원해 준다면 가장 크게 이익을 보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유표이다. 이해관계가 일치하니 적극적으로 나를 위해 나서줄 거다.”


“그렇게 되면 좋겠구려.”


고개를 끄덕인 관우가 궁금한 듯 물었다.


“유표가 우리를 도와주는 것은 별개로 우리가 조조의 남하를 막아낼 수 있겠소?”


“맞다. 진짜 문제는 관도대전으로 인해 힘이 빠지긴 했지만, 원소를 막아냈던 조조군의 병력을 과연 우리가 막아낼 수 있느냐는 거다.”


“조조가 완벽하게 준비하고 내려오면 막아내기 어려울 것인데, 형님이 생각해 둔 바는 있소?”


유비가 피식 웃으며 관우를 바라봤다.


“그래서 우리는 여남에서 가만히 조조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여기 여남은 유벽에게 맡기고 우린 ‘허도’으로 출병한다.”


“허도?”


“그래 조조의 병력이 더 모이기 전에 ‘허도’을 칠 것이다.”


***


조조는 조홍에게 관도 수비를 맡기고 십만 대군을 이끌어 여남으로 향하던 도중 허도로 가는 길목에서 유비 군과 마주친다.


길목에서 조조군을 기다리고 있던 유비는 첫 전투에서 승리하고, 패배한 조조는 농성에 들어간다. 서로 대치한 지 십여 일이 지나는 동안 조조는 은밀히 유비의 후방에서 군량 수송부대를 공격하고 우금에게 지시하여 여남성을 점령한다.


수송부대와 여남성을 지원 나간 장비와 관우가 포위되자 유비는 조운과 함께 몰래 군을 돌려 여남성을 구원하려다 조조군에게 포위당한다.


조운이 죽기 살기로 유비를 보호하며 조조군을 막아서지만 이미 전세가 역전되어 유비는 홀로 도주한다.


유비는 패주하여 도망가는 도중에 유비의 식구들을 데리고 이동하던 유벽과 만나게 되고, 얼마 되지 않아 악진과 고람의 공격을 받게 된다.


악진과 고람에게 앞뒤로 공격당할 위기에 처하자, 유비는 탄식하며 자결하려 한다. 이때 유벽은 유비를 만류하고 고람과 대적하다 전사한다.


또한 적진을 뚫고 유비를 찾아온 조운이 고람을 죽이고 하후돈과 대적하던 중 관우가 하후돈의 포위망을 무너뜨리고 조운과 함께 앞뒤로 공격하여 하후돈을 패주 시킨다.


하후연에게 전사한 줄 모르고 공도를 구하러 간 장비는 악진에게 포위당해 고전하다 자신을 찾으러 온 관우의 구원으로 다시 유비 일행과 합류한다.


조조의 추격이 계속되자 유비는 손건 등에게 식구들을 보호하게 하여 먼저 이동시키고 조조군과 싸우며 도주하기를 반복한다. 조조는 유비가 멀리 달아난 것을 보고 더 이상 추격하지 않는다. 유비 일행은 한수(漢水)에 이르러 잠시 주둔한다.


“매번 도망이나 다니고, 근거지 하나 없는 무능한 날 버리고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나라.”


관우가 유비를 쏘아보며 말했다.


“싸우다 보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것이지. 어찌 형님을 버리고 우리가 떠난단 말이오.”


손건도 옆에서 거들었다.


손건은 유표에게 도움을 청하러 가는 길에 유비의 급박한 소식이 전해지자 다시 돌아와 유비의 가족을 구해냈다.


“주군, 여기서 양양성이 가깝습니다. 유표에게 의탁하시지요. 제가 먼저 유표를 찾아가 뜻을 물어보겠습니다.”


손건이 양양성에 도착하여 유비의 의탁을 요청하자, 유표는 병을 핑계로 결정을 보류하고 나를 불렀다.


그리고 자사부에서 나와 손건이 만났다.


“그대는 유비를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찌 여기에 왔소?”


손건은 대답했다.


“유장군은 천하의 영웅이고, 공과 같은 한 황실의 종친이며, 수많은 전투에 임하였고 승전도 하고 패전도 했지만, 지금은 운 나쁘게 조조에게 패전하여 한수에 잠시 머물러 있습니다. 종친인 유표님에게 의지할 곳을 부탁하러 찾아왔습니다.”


“오! 유장군에 대해선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소! 그런데 말이요. 유장군은 조조에게 있다가 다시 원소에 붙어먹다가 결국 망하여 끝내 여기로 오는 것 아니요?


우리가 유장군을 받아주게 되면 괜히 조조에게 미움을 사서 형주를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줄 것인데 왜 우리가 유장군을 받아주어야 하오?”


손건은 나를 초조하게 바라봤다.


“내 당장 당신을 베어 조조에게 바치고 조조와의 관계를 확고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손건은 절박하게 말했다 “그야 종친 아닙니까, 종친!”


“맞다. 종친이지.”


“그리고 조조는 한 황실을 무너트리고 있는 역적입니다. 그런 역적을 한 황실의 종친인 유형주와 유장군께서 물리치심이 당연한 거로 생각합니다.”


역시 손건은 눈치가 백단인 사람이었다. 나를 유기가 아닌 형주의 주인이라는 뜻으로 유형주라 부르고 있었다.


나는 유비의 행보 중 적어도 대여섯 번은 의지했던 사람을 배반에 가까운 형식으로 버리고 그가 끊임없이 친구와 적을 바꾸는 것을 곰곰이 생각했다. 유비를 좋지 않게 보는 이유 중 하나가 그 교활함과 변화무쌍함이다.


이미 모든 일은 결정되어 준비하고 있었지만 어렵게 결정한 듯이 말했다.


“내 종친을 저버릴 수는 없지요. 유장군을 받아들이지요.”


“감사합니다. 유장군께 어서 이 기쁜 소식을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손건을 지긋이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단, 유장군의 가족들은 이곳 양양성으로 보내고 유장군과 그의 형제들은 번성에서 주둔하시오.”


“번성이요? 그리고 유장군의 가족은 양양성에 보내라는 것은 ‘인질’ 아닙니까? 종친끼리 인질을 삼으시다니요.”


나는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인질이라니!”


그러나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예형이 병사들과 함께 자사부로 들이쳤다.


“주군! 무슨 일이 있으신지요?”


“아니네! 내 잠시 흥분했네. 정평”.


예형은 나에게 짧은 목례를 하고 손건을 향해 소리쳤다


“내 밖에서 듣자 하니 손전령의 말이 오만방자하여 안 끼어들 수가 없어 한마디 하겠소?”


“오만방자하다고요?”


“저 십만 대군의 조조와 척을 지면서 너의 주인인 유비를 받아들이겠다는 우리 주군의 뜻을 뒤로하고 ‘인질’이라는 그 불경스러운 단어를 입에서 꺼내는 너의 그 태도가 오만방자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아니. 가족을 양양성에 보내라고 하심은 그 가족으로 우리 주군을 얽매이게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게 인질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손건이 예형을 향해 대꾸하자 별안간 예형은 손건의 귀싸대기를 올려붙였다. 얼마나 세게 올려붙였는지 손건의 입술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그 '인질'이라는 단어를 또 쓰는구나. 이런 못 배운 놈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상옥거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추석 당일 휴재 공지 (2024. 9. 17) NEW 10시간 전 12 0 -
39 임명(任命)(1) NEW +1 10시간 전 62 6 12쪽
38 비상(飛翔) +1 24.09.13 134 7 13쪽
37 육손(陸遜)(2) +2 24.09.12 148 6 12쪽
36 육손(陸遜)(1) +2 24.09.11 161 7 11쪽
35 공사다망(公私多忙)(2) +2 24.09.10 169 8 11쪽
34 공사다망(公私多忙)(1) +4 24.09.09 185 8 12쪽
33 장합(張郃)(2) +2 24.09.06 201 7 12쪽
32 장합(張郃)(1) +2 24.09.05 199 7 11쪽
31 삼고지례(三顧之禮)(4) +2 24.09.04 198 5 12쪽
30 삼고지례(三顧之禮)(3) +2 24.09.03 203 6 12쪽
» 삼고지례(三顧之禮)(2) 24.09.02 203 5 12쪽
28 삼고지례(三顧之禮)(1) +2 24.08.30 230 6 12쪽
27 담판(談判)(4) 24.08.29 203 6 12쪽
26 담판(談判)(3) +2 24.08.28 212 7 11쪽
25 담판(談判)(2) 24.08.27 219 7 12쪽
24 담판(談判)(1) 24.08.26 228 7 11쪽
23 전격(電擊)(5) 24.08.23 221 6 11쪽
22 전격(電擊)(4) 24.08.22 222 7 12쪽
21 전격(電擊)(3) +2 24.08.21 230 8 12쪽
20 전격(電擊)(2) +2 24.08.20 226 7 12쪽
19 전격(電擊)(1) +2 24.08.19 234 8 12쪽
18 만왕(蠻王) +2 24.08.16 223 8 10쪽
17 이질(痢疾) 24.08.15 225 6 10쪽
16 무릉(武陵)(7) 24.08.14 230 7 12쪽
15 무릉(武陵)(6) 24.08.13 225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43 7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60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65 8 12쪽
11 무릉(武陵)(2) 24.08.07 282 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