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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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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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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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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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판(談判)(4)

DUMMY

나는 채가의 병력과 대척점에 호족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황승언의 저택이 있는 곳으로 급하게 이동했다.


황승언의 저택은 이곳저곳 전각이 불타고 담벼락이 무너져 처참한 상태였다.


나는 급하게 예형을 찾았다.


잠시 후 서성이 예형을 데리고 왔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정평, 어디 다쳤나?”


“아닙니다. 주군! 말짱합니다. 이것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러면서 예형은 한쪽 손에 보자기로 싼 물건을 들어 올렸고 예형이 그것을 풀자 보자기 안에는 채모의 머리가 들어있었다.


“주군, 채모는 여기에 있습니다. 전에 공자님이 큰일을 처리하는 데 꼭 상의하라 명하셨지만 일이 급하게 진행되어 어쩔 수 없이 채모를 제 손으로 죽였습니다. 또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형주의 최고 권력자가 허무하게 죽었다. 나는 허망하고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채모는 어떻게 죽었나?”


“설명해 드릴 것도 없습니다. 그동안의 악행으로 채가는 명분을 잃어버렸습니다. 채모는 채가의 모든 사병을 데리고 바로 황승언의 저택으로 쳐들어왔지만,


이미 형주의 모든 호족이 병력을 황승언의 저택 주위로 집합하고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든 게 준비된 황승언의 저택으로 한 발짝 디딘 채모와 채가의 모든 사병은 학살당하듯이 죽어갔고 채모는 길길이 날뛰었으나 결국 붙잡혔습니다.


그리고 제 앞으로 온 채모는 주군께 무슨 말을 전하듯이 소리쳤지만, 전 그 말을 듣지도 않고 목을 베어버렸습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이 주군께 해가 될 것임을 짐작했기 때문입니다.”


예형의 과감한 결단력에 혀를 내둘렀다.


“혹시 채모에게 물어볼 게 있으셨다면 용서를 구합니다.”


예형은 채모의 머리를 옆에 두고 본인의 머리도 바닥까지 숙였다.


“음. 이 또한 어쩔 수 없었음을 고려하여, 자네의 죄는 사하도록 하겠네. 어서 일어나게.”


예형은 씽긋 웃으며 일어났다.


“하···. 이래서 제가 공자님을···.”


“정평, 아쉽게도 나는 그쪽으로는 취미가 없네.”


“주군!!!”


예형이 처음으로 정색하며 말했다.


“제가 부인만 세 명입니다. 세 명. 전 여자를 너무 좋아합니다. 주군은 인간적으로...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서 좋아하는 겁니다!”


“뭘 그리 정색하고 그러나. 하하하···”


나는 농담으로 잠시 분위기를 풀었고 다시 예형에게 물었다.


“정평의 충심은 내가 잘 알고 있지. 하지만 채모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었을 텐데 그 부분은 아쉬워..... 지나간 것은 어쩔 수 없고, 이제 어찌해야 할 것인가?”


“채모가 죽은 이 시점, 바로 지금이 중요합니다. 형주의 호족은 대 호족인 채가, 괴가와 더불어 방가, 양가, 요가, 마가, 상가, 습가 등 많은 호족으로 구성된 거대한 연합체입니다.


채모가 죽었다고 나머지 호족들의 영향력 자체가 사라지는게 아닙니다. 누군가 그 역할을 대신할 뿐이지요.”


예형의 말처럼 채씨 일가는 지역사회에 뿌리 깊게 내린 거대한 가문이었다. 채모의 죽음은 그들 구성원에게 크나큰 충격을 안겨줄 것이지만 그렇다고 채가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변이 없는 한 주군은 공식적인 후계자가 되어 형주자사 자리를 물려받을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 주군은 형주 내의 확고한 지지기반이 없습니다.


하루빨리 주군을 공식적으로 지지하는 세력을 만들지 못하면 향후 형주를 다스리는데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예형의 계획이 이어졌다.


“저희가 선택할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채모가 사라진 채가의 세력을 힘으로 빼앗는 겁니다. 기습적으로 쳐들어가서 항복을 받아내는 거죠. 이 방법의 장점은 깔끔하게 처리해 버릴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반발이 심해 희생자가 많이 나올 겁니다.”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내 취향이 아니야. 더구나 아직 우린 다른 세력의 도움 없이 채가와 전면전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예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작정 두들겨 부숴서 뺏는 것은 확실히 유기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숱한 피를 흘려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이대로 손을 떼는 겁니다.”


“그냥 손을 떼?”


“네. 저희는 저희대로 세력을 만들어가는 겁니다.”


“채모가 죽었어. 채가에서 그냥 있지 않을 텐데?”


“그렇겠지요. 하지만 채가는 확실한 후계자가 없습니다. 자체적인 정비를 하기에 바쁠 겁니다. 게다가 괴가를 비롯한 다른 호족들이 그냥 있지는 않을 겁니다. 사실 채모가 죽은 것에 가장 빨리, 가장 크게 반응할 쪽은 자사부가 아닙니다.


바로 괴가를 비롯한 다른 호족들입니다. 자기들 이익을 위해 이 기회를 어떤 식으로든 놓칠 자들이 아닙니다. 결국 채가는 저희에게 복수를 할 여유가 없을 겁니다. 뭐, 복수를 한다고 덤벼도 당할 저희도 아니지만요.”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 번째는 뭐지?”


“채가를 전략적으로 일부만 흡수하는 겁니다.”


“일부만 전략적으로 흡수해?”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첫 번째 선택과는 분명 다른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봐.”


“채가는 이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형이 손가락 네 개를 폈다.


“일 할은 채가의 직계 자손들입니다. 실질적으로 채가의 모든 권력과 자본은 일 할의 직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다음 삼 할은 채모의 강력한 지지자였던 사람들입니다. 채가의 권력을 나누어 가지고 모든 일에 먼저 나서고 앞장서 있었습니다.


또 다른 삼 할은 중도파입니다. 채모를 강력히 지지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불만도 없는 자들입니다.


나머지 삼 할은 반대파이자, 그들은 채가의 방계입니다. 겉으로 내색은 하지 못하지만 채가에 대해 불만을 지닌 이들입니다. 채모가 형주의 패권을 얻을 때 대부분 무력을 사용했습니다.


당시 채가 방계의 희생이 컸지요. 어쩔 수 없이 직계를 위해 싸우긴 했지만, 많은 자식을 잃은 그 원한을 쉽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한마디로 중도파와 반대파를 합치면 채가의 육 할은 주인이 바뀌어도 상관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들을 모두 흡수하자?”


“네. 바로 그겁니다. 그들만 흡수한다면 저희는 엄청난 자원과 전력을 얻게 될 겁니다.”


나는 예형을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 돌아가는 일이 그렇다. 지역의 패자가 되려면 군권만 강해진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세력이 있어야 했다. 자신의 세력이 든든하게 있어야 후일을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 세 번째 방법으로 준비하게. 나는 공식적인 절차와 유종의 처리를 위해 자사부에 다녀올 것이니 저녁에 무영전에서 보도록 하세.”


“네. 주군.”


전투의 뒤처리는 예형에게 맡기고 자사부로 이동하려는데 괴월이 나에게 다가왔다.


“공자님. 자사부로 가시는 것이면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괴군사가 왜?”


“형주 최고 세력인 채가와 나머지 호족들의 치열한 전투였습니다. 형주 역사를 통틀어서도 꽤 의미 있는 전투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자사님께 보고드리고 채모가 사라진 ‘공백’에 대해서도 의논해야 합니다.”


“그건 괴군사와 아버지가 하면 될 일 아니요? 왜 나와 함께 가려는 것이오?”


“공자님이 후계자 아니십니까? 공자님과 함께하는 것이 당연하지요?”


나는 괴월을 향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씽긋 웃어 보였다.


“지금 괴군사는 나를 공식 후계자로 인정하는 것이오?”


“자사님이 말씀하셨으면 당연히 인정하는 것이 당연하지요. 그게 국가의 명령체계 아닙니까!”


나는 허리춤에 있는 칼을 쓰다듬으며 다시 말했다.


“그럼 괴군사 본인은 나를 인정할 수 없으나 아버지의 명이라서 인정한다는 것이오?”


괴월은 순간 온몸에 식은땀이 흘렸다. 여기서 대답을 잘못하면 본인 목이 날아갈 수 있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괴월은 나를 향해 허리를 깊게 숙이고 말했다.


“아닙니다. 공자님. 자사님의 명도 있었지만, 저 역시 공자님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허. 그런 분이 왜 지금까지 나를 지지한다는 뜻을 한 번도 표출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괴월은 순간적으로 땀 범벅이 되었다. 어떻게 답변할지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는 찰나 나는 괴월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지금은 전투 관련 보고와 신병 처리 등 급한 것이 많으니 그 일은 다음에 다시 얘기하도록 하죠. 그럼 같이 갑시다. 괴군사!”



괴월은 생각했다. ‘나의 대화는 시작부터 잘못되었다. 많은 것은 손해를 보고 하는 대화인 것이다. 대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괴월은 깊은 구덩이에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다음 형주의 주인이 될 사람이다. 어떻게든 유기와의 관계를 풀어내야 괴가가 형주의 대호족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괴월은 그렇게 식은땀을 흘리며 나를 따라 나섰다.


잠시 후 자사부에서 아버지, 나, 괴월이 대담을 나누었고 유종은 장사로 보내졌다.


* * *


그날 저녁 오랜만에 무영전으로 모두 모였다.


나를 비롯한 감녕, 사마가, 예형, 서성, 반장, 손상향 그리고 마량도 있었다.


마량은 내 속관(屬官)으로 임명하였다. 속관은 요즘 말로는 비서 격인데 말이 좋아 속관이지 모든 잡일을 도맡아서 하는 중이다.


지금도 여기 있는 이들을 위해 차를 내리고 있다.


이 자리는 지금까지 일의 정리과 더불어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을 상의하는 자리였다.


나는 예형에게 물었다.


“채가 문제는 잘 처리하고 왔나?”


“네. 하지만 하루 이틀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닙니다. 채가가 그동안 벌여왔던 일이 원체 방대하여 시간이 꽤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선을 다하여 주군의 형주자사 임명식 전까지는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예형이다. 자사부에서 아버지와 괴월과 나의 대화를 그 자리에 있지도 않은 예형이 미리 알고 있었던 듯이 얘기하는 걸 보면. 그렇다. 곧 나의 형주자사 임명식이 진행될 것이다.


지금 시점에 유표는 원 역사와는 다르게 많이 약해져 있었다. 그것은 어찌 됐건 부인이 장자인 유기의 손에 목이 떨어지자,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였고 그것이 병세를 앞당겼다.


형주자사(荊州刺史)직은 다른 곳에 비해 매우 특별했다. 그 이유는 이각(李傕)이 유표를 자신의 편으로 삼고자 ‘형주자사’였던 유표에게 ‘형주목’의 강력한 권한을 가진 관직을 내린 것이다.


그것은 다음과 같이 매우 파격적인 것이였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사지절 정남장군 벽소개부 의동삼사 독교양이주 형주목(使持節 鎮南裝軍 開府辟召 儀同三公 督交揚二州 荊州牧)>


관직 이천석 이하의 관리를 처벌할 수 있는 군사 법권을 가지고, 정남장군 부(府)를 개설해 필요한 속관을 임명할 수 있고, 관직의 격은 삼공과 같으며, 교주와 양주의 군사 지휘권을 가진 채 형주의 군령, 군사법권, 군정, 민정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관직이다.


한나라가 당시 정상적인 국가였다면 절대 이런 관직을 내릴 수가 없다. 물론 그 시기에 양주와 교주는 각각 원술 혹은 손씨 일가와 사섭이 장악하고 있었으므로 명목상 그렇다는 것이지만 하여간 어마어마한 권리임은 틀림 없다.


유표는 조조가 협천자가 되기 전 황제의 황명(皇命)으로 형주를 다스리고 있다. 유표가 노쇠하여 더 이상 형주를 다스릴 수 없거나 사망할 때에는 아들에게 상속되는 것이 원칙이었고 선주(先主), 즉 유표가 표를 올려 유기(劉琦)가 형주자사(荊州刺史)의 벼슬을 계승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정평은 채가와 나머지 형주 호족들의 향후 거취를 잘 살펴주시오. 취할 것은 취하고 나눌 것은 나누되 형평성을 기초로 하여 뒷말이 나오지 않게 잘 하도록 하시오.”


“네. 주군.”


다음으로 나는 사마가를 불렀다.


“소만왕.”


“말씀하시오. 유공자.”


“손소저를 잠시 본관이 맡아도 되겠소?”


작가의말

문피아 서버에 문제가 있어서 재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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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무릉(武陵)(5) 24.08.12 243 7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60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65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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