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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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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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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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電擊)(4)

DUMMY

“중앙 정치가 혼란스러워지자 이를 명분으로하여 거의 모든 지방관의 이반이 일어났지. 때문에 국가가 공중분해 된거야.


조조는 황실을 그저 명목상의 존재에 불과하게 만들어 협천자이령제후(挾天子以令諸侯), 즉 천자를 끼고 그를 명분으로 삼아 제후들을 호령하고 있네! 지금 이 시국이 아직도 ‘평시’라고 생각하는가?”


유표는 채모를 더욱 몰아붙였다.


“아니면 조정의 정사를 전횡하고, 천자를 겁박하여 허도로 옮기고, 궁궐 안을 다스리면서 왕실을 능멸하고, 국법을 무너뜨리고, 기강을 어지럽히고 있는··· 작금의 상황···. 이를 주도하는 조조와 어렸을 때부터 친우지간이라 이 상황 역시 평화롭게 여겨졌나 보군?”


채모는 말문이 막혀서 입을 꾹 닫았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드디어 채모가 입을 열었다.


“자사님, 이번 일만 해결되면 ‘군권’을 넘겨드리겠습니다. 이 소문을 잠재우지 않으면 우리는 내우외환에 빠지게 될 겁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힘도 써보지 못하고 형주가 무너질까 두렵습니다.”


채모는 생각했다. 이번 일을 처리하고 후계자로 유종을 정한다면 그때 유표를 처리해도 늦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서 유표가 필요하다.


유표가 채모에게 도움을 구한 형태가 되어야 다른 호족들의 명분을 사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채모가 형주땅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자네는 내가 무엇을 해주길 원하는가?”


“일단 황승언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그를 잡아들여 그날의 학살이 우리가 아니고 원술이 했다는 것을 공표케 하고, 헛소문을 잠재워야 합니다. 그리고 호족과 백성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황승언?”


유표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황승언은 자네의 매형 아닌가? 그런 황승언을 잡아드리겠다니?”


황승언은 제법 유력한 호족이긴 해도 재야 선비에 가깝다. 형주의 정국을 주도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는 아니다. 또한 황승언은 채모의 작은 누나와 혼례를 치러서 처남 매부 사이라고 할 수 있다.


“황승언은 채가 사람이고 채가 역시 황가와 연이 적지 않은데 이번 일에 관련이 되어있다는 말인가?”


“조사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황가에서 이번 일을 주도한 것 같습니다.”


“황가가 무엇을 얻을 게 있어서 이런 일을 꾸민단 말인가? 형주에서 채가에 척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이야.”


“황승언에게는 못났지만 재주가 많은 딸이 한 명 있습니다. 그 딸년이 어떻게 이 사실을 알았는지는 몰라도 과거의 일을 부풀려서 말하고 다닌다고 합니다. 그 아비와 딸을 모두 잡아드려야 합니다.”


“그 후에는 자사께서 호족과 관리들을 엄정하게 휘어잡아야 합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그와 딸은 죽일 생각인가?”


“그렇습니다. 그들을 세작으로 몰아서 처형해야 호족과 백성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채모는 대답을 마치고 유표를 빤히 바라보았다.


유표는 이 행동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채모가 말한 내용을 유표의 공식 명령서로 내려달라는 것이다.


“살상은 그 둘로 끝내게. 더는 안 되네.”


“알겠습니다.”


유표는 명령서를 작성해서 채모에게 건네주었다.


채모는 그것을 받아들이고는 군례를 올리고 물러났다.


홀로 남은 유표는 한숨을 쉬었다.


“유기의 말이 옳았구나. 채덕규가 와서 황승언을 언급할 것이라고 하더니 어찌 한 치의 어긋남이 없구나.”


유표는 애써 위로했지만, 속내는 편치 않았다. 어찌 됐든 유표와 채모는 형주 집권 초기부터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함께했던 공신이자 가족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자사직에 오른데 공을 세운 사람들을 내쳐야 하는 상황이 못내 안타까웠다.


***


“황완정(黃婉貞)을 끌어들였다?”


“네, 주군! 형주에서 황가 정도는 끌어들여야 소문의 신빙성이 생깁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황가의 여식인 황완정(黃婉貞)을 포섭하였습니다.”


황완정(黃婉貞)이라고 하면 황부인(黃夫人), 황월영(黃月英)이라고도 불리는 훗날 제갈량의 부인이 되는 여인으로, 황승언의 딸이다.


황완정은 천문, 지리, 병법 등 재주가 많았다고 하며 특히 토목기관지술(土木機關之術)에 특출났다고 알려져 있다.


한 일화로 손님이 제갈량의 집에 가기만 하면 황씨가 쌀밥, 국수 등을 즉시 차려 나왔다. 이를 기이하게 여긴 손님이 부엌을 보니 나무 인형이 맷돌을 돌리고 나무 당나귀가 절구를 찧고 있었다고 한다.


제갈량이 훗날 목우유마(木牛流馬)를 만든 것은 아내 황씨의 재주를 전수하여서 가능하였다고 한다.


또한 황완정의 외모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데 지역의 명사였던 황승언은 제갈량이 결혼 상대를 찾고 있다고 듣고 그에게 이와 같이 말했다고 한다.


“내게 추한 딸이 있는데, 머리는 노랗고 낯빛은 검지만 재주가 당신과 배필이 될 만하다.”라고 하며 자신의 딸을 권하였고, 제갈량이 이를 허락했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황완정의 머리카락은 노랗고 피부는 검다고 표현되어 있는데, 아마도 인도나 아랍권 쪽의 혼혈일 가능성이 있다. 중국인 미의 기준에서 보면 머리가 검고 피부가 하얀 게 미인상이었으니 추녀로 평가되었을 수도 있다.


“채모나 괴월이 사활을 걸고 소문의 진원지를 찾고 다닐 텐데 그러면 황가가 위험해지는 것 아닌가?”


황원정은 살려야 했다. 다시 한번 그녀의 재능이 제갈량에게 이어지도록 하고 싶었다.


“아무래도 위험하겠지요!”


예형은 나를 한번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종이에 “전격(電擊)”이라고 적었다.


“그들이 위험해지기 전에 우리는 전격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채가와 전투의 선봉에는 괴군사가 설 것이며, 또한 문빙(文聘) 장군이 전격적으로 합류할 것입니다.


주군은 그 틈에 채 부인과 유종 공자에게 가서 후계자 문제를 확실하게 매듭지어야 합니다.”


“문빙 장군이라고?”


문빙(文聘)은 자는 중업(仲業)이며 형주 남양군 완현(宛縣) 사람이다. 본디 형주자사 유표의 장수로서 형주 북방을 지켰다. 208년 유표의 후계자 유종이 형주를 받쳐 조조에게 항복할 때 문빙은 형주를 지키지 못한 죄의 처벌을 기다릴 뿐이라며 흐느껴 울었다. 조조가 문빙은 진정한 충신이라며 후하게 대했다고 한다.


후에 강하 태수로 임명되어 수십 년간 강하를 안정적으로 지켜냈다. 문빙은 강하에서는 만점짜리 태수였다. 전투도 잘하는데 정치까지 잘해서 백성들에게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런 문빙이 나와 함께 한다니 어찌 된 일인지 예형에게 물었다.


예형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문빙 장군은 충성심과 책임감이 대단한 장수입니다. 저는 문빙 장군에게 멀리 관도에서 싸우고 있는 원소가 후계자를 장자로 세우지 않고 삼남을 세워 무너지는 것을 넌지시 말해주었을 뿐입니다.”


“허! 정평, 이곳저곳 분란만 일으키고 다니는구나! 이번 일은 잘하였지만, 다음에는 나하고 상의 후 진행하길 바란다.”


“당연합니다. 주군이 멀리 계셨기에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일 뿐입니다.”


예형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정평의 충심을 알기에 이 건은 넘어가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주군.”


***


무영전의 구석진 곳에 있는 조그마한 연무장.


“단 한 번, 만약 네가 내 주먹을 한 번이라도 막을 수 있다면 내가 너를 맡기로 했던 일은 없던 것으로 하겠다. 그러니 어디 한 번 발악해 보거라!”


손상향은 사마가의 말이 끝나자마자 즉시 몸을 날렸다. 추호도 봐주지 않겠다는 듯이 전력을 다한 움직임으로 단검을 찔러갔다.


사마가를 공격하는 손상향의 움직임은 반드시 끝장을 보겠다는 것처럼 거칠었다.


사마가의 싸늘한 시선이 손상향에게 꽂혔다.


사마가는 반격도 하지 않고, 물러나면서 손상향의 검을 피했다.


사마가는 손상향의 공격 방향을 미리 읽고 움직이는 느낌마저 들었다. 사마가의 거대한 덩치 때문에 둔해 보이던 느낌은 어느새 사라지고, 움직임은 시종일관 경쾌했다.


손상향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한 번만 걸려라. 언제까지 도망칠 수 있나 보자구욧!”


그런데 사마가는 손상향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즉시 반격에 나섰다. 공격이라 할 것도 없었다.


손상향의 옆구리에 자신의 주먹을 댔다가, 미끄러지듯 뒤로 물러섰다.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마가의 강렬한 안광이 두 눈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손상향이 자기 옆구리를 보며 어이없는 말투로 말했다.


“엇! 끝난 건가?”


조금 전에 사마가의 주먹에 조금만 힘을 주었으면 손상향은 중상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끝났다.”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을 쓰다듬은 손상향이 호흡을 뱉으면서 다시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이러니 놀란 쪽은 멀뚱히 서 있던 사마가였다.


“뭐야? 분명히 끝났다고 했는데! 크게 다쳐야 끝을 낼 것인가?”


사마가는 물론 방심하지 않은 상태라 즉시 손상향의 후속 공격을 피하면서 외쳤다.


“그래야 한다면 그렇게 해주마.”


손상향은 억지를 부렸다. 사마가가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지켜야 하는 사람도 있고 내기로 가져와야 할 ‘소원’ 있지 않은가.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만 급해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십여 합이 지났다.


사마가가 이번에는 무슨 생각에선지 손상향의 공격을 철질여골타로 튕겨내고 있었다.


사마가의 둔기는 손상향의 검을 부숴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상향의 검을 밀고, 누르고, 튕겨내면서 어우러지고 있었다.


사마가는 손상향의 실력을 가늠하는 중이었다.


사마가의 타고난 신력(神力)은 강력하다. 한 지역의 최고라는 칭호가 괜히 붙는 게 아니었다.


사마가가 손상향과 어우러지고 있는 이유는 손상향이 이 싸움에 집중을 하여 한 단계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혼자 무공을 수련하는 것과 실제로 비무를 펼치는 느낌은 하늘과 땅 차이다. 손상향의 적극적인 행동을 보자, 사마가의 피도 함께 끓고 있었다.


이때 사마가가 낮게 중얼거렸다.


“이제 진짜 가겠다.”


뜬금없이 말을 내뱉은 사마가가 독문무기 철질여골타를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휘둘렀다.. 손상향은 후려치려고 했으나, 둔기에 실린 엄청난 힘에 연무장 구석으로 튕겨 나갔다.


뻐억!


퍽 소리가 연무장에 울려 퍼졌다.


사마가의 둔기를 쳐내려던 손상향은 되려 앞으로 고꾸라지고 우당탕 소리를 내면서 바닥을 몇 번이나 굴렀다.


손상향은 고통에 찬 탄성을 지르고.


“크윽···!”


사마가가 무기를 한쪽으로 내려놓으면서 외쳤다.


“진짜 끝이다!”


한데 손상향이 인상을 일그러뜨리면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사마가를 향해 전진했다.


달려오는 손상향을 사마가가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고 손상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의 마음속에는 이미 ‘전사(戰士)’가 자리 잡고 있구나. 하지만 나의 일격을 받아내지 못하였기에 당분간 수련은 계속하겠다.”


손상향은 달려오던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사마가에게 물었다.


“저는 소만왕님의 제자(弟子)가 되는 건가요?”


사마가는 손상향을 보며,


“제자라고까지 할 것도 없다. 우리 만계에서는 싸움 좀 알려주는 것으로, 사제관계(師弟關係)라 부르지 않는다. 그냥 형제가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라.”


손상향은 놀란 표정으로 사마가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여인(女人)의 몸인데 소만왕님과 어찌 형제가 될 수 있단 말입니까?”


사마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부족을 지키고 가족을 지키며 형제, 친구를 지키는 전사(戰士)에게 남녀 성별이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손상향은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간신히 일어나려던 손이 흐느적거리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가 평생 바라고 추구했던 삶을 방향이 사마가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희열에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사마가는 그런 손상향을 혼자 두고 연무장을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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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격(電擊)(4) 24.08.22 223 7 12쪽
21 전격(電擊)(3) +2 24.08.21 230 8 12쪽
20 전격(電擊)(2) +2 24.08.20 226 7 12쪽
19 전격(電擊)(1) +2 24.08.19 234 8 12쪽
18 만왕(蠻王) +2 24.08.16 223 8 10쪽
17 이질(痢疾) 24.08.15 225 6 10쪽
16 무릉(武陵)(7) 24.08.14 231 7 12쪽
15 무릉(武陵)(6) 24.08.13 225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43 7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60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65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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