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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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최근연재일 :
20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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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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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담판(談判)(1)

DUMMY

그들이 융중산으로 피신한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채가와 형주 호족 간에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전투. 이로 인해 채가 구성원 중 여인들과 대를 이어갈 아이들은 미리 마련해 둔 피신처로 이동했는데 채가는 융중산 인근에 그 거처가 마련돼 있었다.


둘째, 융중산의 지형이 갖는 이점이다. 대피처에는 몇 달을 버틸만한 물자 및 음식, 식수 등이 있었기 때문에 산 위쪽이 유리한데 특히나 융중산은 경사가 가팔랐기에 더더욱 그랬다.


마지막으로 셋째, 채부인이나 유종은 채가의 피신처보다 형주자사부가 안전할 수 있는데 굳이 융중산의 피신처로 온 이유는 자사부의 안가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채모는 유표와 독대를 끝내고 유표가 작성해 준 명령서를 가지고 황승언을 처리하러 갔지만,


유표는 채모가 나간 즉시 자사부를 굳게 잠그고 모든 통행을 금지하고는 채모가 형주자사부인을 훔쳤다고 공표해 버렸다.


이 행동으로 말미암아 채모가 가지고 있는 공식 명령서의 효력은 없어져 버렸으며 채모 또한 형주의 정규군에서 반란군 또는 자사직을 찬탈하는 무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채모는 그 사실을 알고 급히 자사부로 갔지만 이미 성문은 굳게 닫혀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채부인과 유종은 자사부에 가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채가에서 마련한 피신처로 움직였다.


​***


융중산 채가의 피신처.


유종은 어머니의 손이 피범벅인 것을 보고는 놀라 물었다.


“많이 다치셨습니까?”


“아니다. 급하게 움직이느라 손에 상처가 생겼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넌 왜 여기 있는 것이냐? 다른 직계 아이들과 함께 오라고 하지 않았느냐. 혹시 모두 내팽개치고 너만 온 것이냐?”


“······”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유종이 고개를 끄떡였다


“네, 저만 왔습니다.”


“어째서?”


“제가 형주의 후계자이자 제일 중요한 사람인데 도대체 누굴 챙기란 말입니까?”


채부인은 얼굴을 찌푸리며 유종을 훑었다. 그 일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유종아, 유종아, 유종아, 왜 이리 아둔하단 말이냐!”


채부인은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유종아, 가족을 보호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 난리에 가족을 버리고 너만 오다니. 엄동설한 겨울에 너는 말을 타고 왔겠지만, 그 아이들은 바위산을 걸어 올라와야 할 것인데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려고 그랬느냐?”


채부인은 유종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아들아, 혹시 이 사실이 다른 사람들에게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네가 자사직에 오르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자사직과 이 일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러십니까?”


“아둔한 녀석아, 네가 버리고 온 아이들은 채가의 직계들이다 그 부모들은 자사부와 채가에 요직을 맡고 있지.


그 아이들에게 변고가 생긴다면 그 부모님들이 너를 지지할 것 같으냐? 그들의 지지가 없다면 자사직 임명에 크나큰 어려움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백성들이 생각하기에 자기 가족과 집안도 못 지키는 사람이 자사가 되어 형주 백성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유종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눈빛으로 채부인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어머니, 제가 조금 일찍 도착했을 뿐입니다. 별일 없으면 다른 아이들도 곧 도착할 것입니다.”


채부인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바로 얼굴에 그늘이 내려섰다. 다른 아이들이 무사히 온다고 해도 유종이 그들은 버린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꼭 그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일단 입구로 나가면서 얘기하자. 거기서 다른 아이들을 기다려야겠다.”


두 모자는 피신처 입구로 이동하며 나직하게 대화를 나눴다.


채부인은 유종의 손에 들린 편지를 보며 물었다.


“아버지로부터의 전갈이냐?”


“예. 당분간 자사부는 외부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할 것이니, 채가의 피신처에 가 있으라는 내용입니다. 어머니, 지금 아버지와 가주(채모)님이 묘책을 세우고 모두가 그 전술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곧 우리를 구하기 위해 올 것입니다.”


유종은 어머니의 표정이 다시 밝아지길 바랐다. 하지만 반대로 더 어두워졌다.


“하아. 그렇게 되면 좋으련만. 형주 전체를 책임지고, 집안과 가족을 책임져야 할 사람이 어찌 자사부의 출입을 통제하고 그 안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다니··· 지금 전 병력을 동원하여 채가를 도와 반란 세력을 몰아내도 모자랄 판에···”


남편인 유표를 탓하는 채부인의 얼굴은 이젠 완연히 절망으로 물들었다.


어두워진 채부인의 얼굴을 바라보던 유종은 밝게 웃고는 말했다.


“어머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채가는 이길 수 있습니다. 형주땅에서 채가에 대적할 세력은 없습니다.”


어느새 둘은 전각 사이의 길목을 빠져나와 입구로 나왔다.


입구에는 속속 채가의 중요 인물들이 도착하고 있었고, 미리 당도한 이들은 관리자들의 안내를 받아 각 거처로 이동하고 있었다.


채부인은 그들을 보며 피가 나게 입술을 깨물었다. 많은 이들이 피신처로 도착하고 있었지만 정작 유종이 책임지고 있었던 어린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유종아, 이제 어찌해야겠느냐?”


채부인은 아들의 눈을 정면으로 직시했다. 그 아들의 눈에는 초조함과 비겁함이 들어 있었다.


“어머니! 제 말을 좀 들어주십시오. 저는 그 아이들을 버리고 온 게 아닙니다. 형주의 주인이 될 이 몸이 한발 먼저 온 것뿐입니다.”


채부인은 남들이 듣지 못하게 유종의 입을 막아버리곤 공터 구석으로 갔다.


그때 경비를 맡고 있는 채가의 병사가 채부인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유기 공자가 왔습니다.”


경비 무사의 말은 채부인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채부인은 잠시 어지러움을 느끼고는 유종에게 기대어 섰다. 그리고 다시 병사에게 물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이냐?”


“유기 공자가 채가의 아이들을 데리고 입구 앞까지 당도했답니다.”


“우리가 여기에 있는지 어떻게 알고······. 또한 왜 채가의 아이들을 유기가 데리고 온단 말이냐?”


“그런 잘 모르겠습니다! 곧 당도할 터인데 어떻게 할까요?”


“내가 나가볼 것이다. 안내하거라!”


​***


나는 급하게 달려 융중산(隆中山) 초입에 도착했다.


말을 타고 달려오면서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덧 201년의 새해가 지나가고 있었다.


올해만 지나고 202년이 되면 실질적으로 관도대전이 마무리된다. 원소(袁紹)가 패망(敗亡)하여 기주로 후퇴하고 그해 여름 죽음을 맞이한다.


물론 조조가 하북을 완전히 정복할 때까지는 앞으로 한참의 시간이 더 걸린다. 원담(袁譚), 원희(袁熙), 원상(袁尙) 삼 형제가 분열하여,


원담이 조조에게 패배하고 원희, 원상이 오환족의 답돈(蹋頓)에게 갔다가 요동을 지배하고 있던 공손강(公孫康)에게 죽임을 당할 때가 207년이니 조조가 남하할 때까지는 아직 시간상으로 여유는 있는 것이다.


다만 기주를 정복한 후 조조의 병력 및 자원은 일개 군벌이 아닌 ‘국가권력급’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한 주를 지배하고 있는 군벌들과는 물적, 인적 자원에서 다른 막강한 힘이 나온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관도대전이야 말로 전국 통일을 이룬 전투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쉽진 않겠지만 나의 개입으로 원담과 원상의 연합을 만들 수만 있다면 일말의 시간을 더 벌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유표가 원담과 원상에게 각기 서신을 보내 화해를 권했지만, 양쪽 다 따르지 않았다는 기록도 있다.


그건 그렇고 201년 새해의 겨울은 무척 추웠다. 말을 타고 급하게 이동하다 보니 코끝이 간질간질하다.


“에취!”


기침도 자주 나오고 귀도 간지럽다.


“누가 내 욕을 하고 있나?”


귀를 후비려다가 눈앞에 어린아이들의 행렬을 발견했다.


반장이 소리쳤다.


“너희들은 누구냐?”


겁먹은 아이 중에서 제일 큰 아이가 나오면서 말했다.


“저희는 채가의 아이들입니다. 근처 채가의 중지로 이동 중입니다. 저희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채가의 아이들이라. 아이들을 챙겨서 피신처로 움직였을 텐데, 왜? 다른 어른들은 안 보이고 왜 아이들만 있는 것인가?”


아까 대표로 나셨던 아이가 다시 대답했다.


“어른들은 재물을 옮기시느라 마차와 수레로 먼저 이동하셨습니다. 저희는 형주자사의 아들 유종 공자가 이끄셨으나, 무슨 이유가 있으셨는지 말을 타고 먼저 가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들만 채가의 중지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반장이 말했다.


“자기 목숨만 보전하려고 가족들을 버리다니 유종 이놈은 개돼지와 같구나!”


나는 이마를 딱 쳤다.


“개돼지!!”


실제로 조조는 유표의 아들들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고 한다. ‘아들을 낳으려면 응당 손권 같아야지. 유표의 아들들은 개돼지와 같구나!’


이 발언은, 자신에게 항복한 유종이야 그렇다 쳐도, 효성이 지극하고 나름대로 평판이 좋았던 유기마저 개돼지와 같다고 한 것은 본인의 숙적인 유비를 도왔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포함되지 않았겠느냐고 평가된다.


“주군, 다 죽이시죠. 채가의 어린아이들입니다. 채가의 힘을 줄일 좋은 기회입니다.”


반장의 잔인한 성품이 드러나는 발언이다.


“어린아이를 죽이자는 말인가?”


“채가의 어린아이들입니다. 저 아이들은 커서 후환(後患)이 될 것입니다.”


아까 대표로 나셨던 아이가 다시 끼어들었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으나, 저 이외에는 다들 열 살도 되지 않은 어린 동생들입니다. 저 하나 죽이시고 나머지 아이들은 살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오호!”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제 이름은 마량입니다”


“마량? 아니 채가 후계자들의 무리 속에 왜 마씨가 있는가?”


“저는 어렸을 때부터 채가의 학당에서 수학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채가 어르신들의 눈에 띄어 채가에서 숙식하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이번 난리에 채가의 후계자들이 다 어려서 제가 유종 공자를 보필하며 피신처까지 이동하는 걸 돕기로 한 것입니다.”


이 시기의 권세가들은 권세를 유지하기 위해 인재를 모으는 병이 있었다. 조조의 양부 조등(曹騰)이 영천의 인재들에게 엄청난 지원을 하여 곽가, 순욱, 정욱, 순유, 희자재 등이 자연스레 조조에게 출사한 것처럼


지역의 될성싶은 떡잎들은 어렸을 때부터 서로 교류하게 하고, 많은 지원을 하여 성인이 되면 자연스레 본인에게 출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마량이라. 자네가 백미(白眉)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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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담판(談判)(2) 24.08.27 219 7 12쪽
» 담판(談判)(1) 24.08.26 229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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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전격(電擊)(2) +2 24.08.20 226 7 12쪽
19 전격(電擊)(1) +2 24.08.19 234 8 12쪽
18 만왕(蠻王) +2 24.08.16 223 8 10쪽
17 이질(痢疾) 24.08.15 225 6 10쪽
16 무릉(武陵)(7) 24.08.14 230 7 12쪽
15 무릉(武陵)(6) 24.08.13 225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43 7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60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65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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