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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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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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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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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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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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武陵)(4)

DUMMY

“급이요? 다 같은 수적 아니요?”


“허! 우리 공자님, 모르시는 말씀하시네. 장강 수적 중에 통행하는 상인들을 위협해서 통행세를 받아내는 놈들은 하급이며,


상인들과 강가 도시 주민들을 약탈하거나 터는 수준이 되면 중급, 물길을 장악해 인근 주요 이권 사업 및 무역을 독점하고 있다면 상급으로 구분합니다.


저와 형제들은 상급으로 일반 주민들이나 왕래하는 상인들은 건드리지 않고 대상인들을 보호하거나 장강 지역 치안을 유지한답니다.”


밖에서 보면 이놈이나 그놈이나 똑같은 놈들이다. 그들끼리 구분하여 주류 세력들과 잡범의 구분을 짓는 것이다.


“그러니까 감흥패님의 형제들은 주변 상인들과 주민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이제 이해를 하시네. 그렇습니다.”


감녕은 무뢰배로 지내온 이력과는 달리 의외로 문무겸비의 재원이었다. 허허실실 웃고 있지만 어리석고 모자란 사람이 아니다.


어리석은 사람이 어찌 일개 수적으로 시작하여서 한 지역에 패자로 군림할 수 있겠는가.


감녕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한 예로 감녕의 천하이분지계를 들 수 있다. 천하이분지계를 설명하기 전에 그 유명한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천하'를 삼등분하는 제갈량의 계책이다. 그래서 '융중대(隆中對)'라고 부르기도 한다.


천하가 삼분되면 서로의 힘이 비슷비슷한 세 세력이 서로서로 견제하게 된다. 이 때문에 어느 하나가 특별하게 강해지기도 힘들어서 불안하면서도 안정적인 상황이 만들어진다. 설령 어느 하나가 강해지게 되어도 다른 둘이 연합하여서 일 대 이로 경쟁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오서 감녕전〉에 보면 감녕은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와 비슷한 주장을 손권에게 펼치는데 그 내용은


“지금 한나라는 매일매일 쇠미해지고 있고, 조조는 더욱더 교만해져 끝내는 제위를 찬탈하려고 할 것입니다. 남쪽의 형주 땅은 산세가 편리하고 강과 하천의 흐름이 원활하니, 진실로 유리한 형세입니다.


저는 이미 유표를 관찰했는데, 그의 생각은 원대하지 않고, 자식들 또한 모자라서 기업을 계승하여 전할 수 있는 자가 아닙니다. 공께서 이것을 일찍 살펴보기만 한다면 조조의 뒤에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루빨리 황조의 군대를 파괴하고 북을 치며 서쪽으로 진군합니다. 그리고 서쪽에서 초관(楚關)을 점거하여 대세를 넓히면 점차 파군과 촉군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기회를 틈타 황조를 격파한 이후 파촉까지 진군해 조조에 대항하자는 내용이다.


이른바 천하이분지계(天下二分之計)인 것이다.


이것은 감녕의 천하를 대승적으로 보는 관점과 지혜 및 객관적인 시각이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장강뿐만이 아니라 저의 동료가 되어 중원에서도 이름을 떨쳐보셔야지요.”


“하하하, 꼭 그리되길 바랍니다.”


“감흥패님, 그러면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질문드려도 될까요?”


“해보시지요!”


“지금 관도대전이 한창입니다. 관도대전이 끝나면 우리 형주는 어떻게 될까요? 저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요?”


나는 감녕의 지혜를 시험해 보고 실제로 도움을 받고자 질문했다.


“후! 동료가 된 것으로 너무 어려운 것을 물어보시는군요. 질문 자체에 위험한 냄새가 납니다.”


역시 감녕은 눈치 백단이다. 내가 본인을 시험하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동료끼리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어디에 말을 전하지도 않을뿐더러, 옆에 있는 서성 또한 한배를 탄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럼, 제 생각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관도대전이 끝나면 그 승자가 누가 되든 간에 그 다음은 형주를 노릴 것입니다. 중원에 남은 것은 형주 하나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지금 형주자사는 무엇이든 결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책은, 관도대전의 승자를 예측하여 줄은 대는 것이요.


중책은, 동오의 손가와 화친을 맺어 관도대전의 승자에 대항하는 것이며,


상책은, 조조가 원소와의 전투에 전력을 다하고 있을 때 조조의 뒤를 쳐 천자를 확보해 새로운 군벌로 올라서는 길이지요.”


역시 감녕의 눈은 예리했다.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공자님, 제가 공자님의 동료가 되어 곁에 있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공자님은 유표의 장남이시니 유표의 성향을 그대로 닮았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소비 부장의 추천을 받고도 시큰둥했지요. 원래 계획은 공자님을 한번 만나 뵙고 회계로 넘어갈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게 된 공자님은 제 예상과 너무 다르신 분이셨습니다. 군주가 되실 분이 제가 싸움을 걸다고 해서 그걸 받으시다니요.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도 제 칼을 받아내실 정도의 강단이 있었습니다. 저는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너무 놀랐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잠시나마 공자님 옆에서 지켜봐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감녕은 굳은 얼굴과 강한 어조로 말했다.


“공자님의 아버님이신 유표는 태생이 학자라 군사의 일은 잘 몰라 사세를 살피는 데 의심이 많고 결단력이 부족하니 지금처럼 난세에서는 무능한 인물로 보입니다.


공자님, 관도대전이 끝나기 전에 형주를 차지하시고, ‘허도(許都)’로 진군하셔야 합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제 한 목숨 죽을 때까지 공자님의 위해 바치겠나이다.”


감녕은 말을 마치고, 나를 향해 고개를 깊이 숙였다.


“감흥패, 일어나시오. 지금 우리는 동료가 아니요! 내가 누구에게도 하지 않은 말을 당신에게 해주겠소.”


“우리는 ‘허도(許都)’로 가지 않을 것이요.”


감녕의 얼굴에 실망스러운 기운이 스쳤다.


“나는 강동을 장악할 것이오. 즉, 강남 패자의 길이 걸을 것이요.”


감녕이 눈을 크게 치켜뜨며 나를 바라봤다.


“공자님, 그 방법은 저역시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 길은 상책은 아닙니다. 만약 관도대전에서 조조가 승리한다면 그는 우리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형주로 내려올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번양에서는 방어가 힘들 것입니다. 넓은 평지에서는 조조의 대군에 승리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어서 허도(許都)로 올라가 낙양에서 내려오는 광성관(廣成關)에 진을 친다면 적들을 격퇴하진 못하더라고 패퇴시켜 하남 일대를 장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시 감녕은 대국을 보는 큰 시야를 가졌다.


하지만, 나는 안다. 유비가 신야(新野)에서 조조군의 조인(曹仁)을 서서(徐庶)와 함께 한번 물리치고 또 제갈공명과 함께 박망파에서 하후돈(夏侯惇)과 우금(于禁)의 대군을 매복 및 유인하여 화공으로 대파한다.


조조의 대군을 막아낼 수 있다.


여기서 유비의 역할이 중요한데, 유비는 현재 원소에 의탁하고 있다. 원소와 조조가 관도에서 대치하는 동안 여남으로 보내져 허도를 공격하게 된다.


허도 인근 예주 여남군(汝南郡) 여양현(汝陽縣)은 원씨의 본적지라서 원소에 호응한 세력들이 많았기 때문에 후방 교란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유비는 원씨 고향이 있는 여남군, 그중에서도 헌제가 있는 허도 바로 남쪽에서 중점적으로 활동하며 교란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데 조조는 유비가 허도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설치는 것을 근심했다.


이후 관도대전에서 승기를 잡은 조조는 직접 남하해 허도를 공격하려는 유비의 세력을 무찌르게 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유비는 형주에 귀부하게 된다.


나는 유비를 이용해서 조조의 남하를 막아낼 것이다. 유비와 형제들의 능력과 나의 지원이 합쳐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 섰다.


유비와 조조가 건곤일척의 싸움을 하는 동안 나는 동오를 차지할 것이다.


“감흥패님, 관도대전 승자와의 전투에 관해서는 내 생각을 해둔 바가 있습니다. 나를 믿어주시오.”


감녕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내 말을 듣고 있었다.


“지금 강동의 손권을 처리할 기회를 놓친다면 회계 및 양주에 흩어져 있는 주(朱)씨, 장(張)씨, 고(顧)씨, 육(陸)씨 등과 같은 대 호족의 세력이 힘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것이다. 그러면 다시는 강동을 공격할 기회가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나는 언젠가 중원, 아니 전국통일(全國統一)을 이루어 낼 것이지만, 그 전에 강남 통일을 먼저 이루어 낼 것이다.”


감녕에게 하던 존대가 어느새 하대로 바뀌었다.


감녕은 그런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의 가슴은 미친 듯이 뛰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국통일(全國統一). 이 말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감녕은 미친듯이 뛰는 마음을 간신히 부여잡고 말했다.


“공자님의 말씀, 감명 깊게 잘 들었습니다. 그 대업을 이루기 전에 공자님께서 형주의 주인이 되신다면 이 감녕 공자님을 위해서 견마지로(犬馬之勞) 하겠습니다.”


역시 신중하다. 아직 내가 보여준 것이 없으니 형주의 주인이 되어 나의 능력을 보이라는 것이다.


나 역시 무턱대고 충정을 맹세했다면, 다른 의심을 했을 것이다. 이 솔직한 모습의 감녕이 더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그러지. 이 이야기는 그때 다시 하도록 하지.”


“그러시죠.”


감녕이 돌아가고 나는 어제 서성과 손상향의 비무를 떠올렸다.


서성과 손상향의 비무를 보고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결국 많은 실전을 겪어야 한다. 배우는 것과 실전은 천차만별이다.


실전은 말 그대로 실전이다. 칼과 창으로 싸우기도 하지만 모래나 흙, 옷가지와 생활 물품 모두 무기가 되는 게 실전이다.


말 그대로 어떤 수를 쓰든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그게 실전이다.


“나도 실전을 치러야 실력이 올라갈 텐데, 아쉽군.”


옆에 있던 서성은 대답했다.


“공자님,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많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곧 공자님도 수많은 전장을 겪을 것입니다. 전투를 사흘만 치러도 피비린내가 지긋지긋해질 것입니다.”


“하하하. 그럴까? 그때는 이 순간이 그리워질 테지!”


******


서성과 실전에 대해서 말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배 위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헛”


쑤우우융!


“습격이다!”


선원들이 다급하게 움직였고, 나와 서성도 갑판으로 나왔다.


나는 선원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


“저기! 저기 보십시오! 저 배가 공격해 왔습니다!”


“그래?”



나는 고개를 쭉 빼며 그가 가리킨 쪽을 바라보았다. 건너편에서 웬 배 한 척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감녕의 부하가 외쳤다.


“장강 수적단들이다!”


나는 급히 감녕을 불렀다.


“감흥패, 이 장강에서 만큼은 감흥패를 위협하는 것은 없다고 하지 않았소? 그런데 수적들이 우리를 공격하다니 이게 무슨 일이요?”


감녕은 화가 많이 났는지 얼굴이 벌겋게 물들었다.


“우리가 상단으로 위장했기로 서니, 감히 이 감녕의 배를 공격해?”


감녕의 부하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라고 명했고 그 부하는 잠시 후 돌아와서 말했다.


“두목, 저놈들은 무릉 인근에 새로 생긴 수적단이라고 합니다.”


“두목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두목이 뭐야! 격 떨어지게.”


“아! 두목이 뭐라고 부르라고 했는데···. 그게 뭐더라? 채주? 형님?”


감녕은 부하의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채주는 그 무식한 산적들이나 쓰는 말이고 형님은 술자리에서나 불러. 이 무식 놈아.


원수(元帥)라고 원수! 앞으로 까먹기만 해봐라! 머리통에 구멍 날 줄 알아라!”


감녕은 씩씩거리며 부하랑 티격태격했다.


원수(元帥). 감녕의 호칭이다. 원수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하나는 감녕이 정한 대로 으뜸인 장수 최고 지도자란 뜻이고,


또 다른 하나의 원수(怨讐)는 원한이 맺힐 정도로 자기에게 해를 끼친 사람을 뜻하는데, 제발 나하고는 원수(怨讐)가 안 되길 빈다.


“그건 그렇고? 새로 생긴 수적단이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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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전격(電擊)(1) +2 24.08.19 233 8 12쪽
18 만왕(蠻王) +2 24.08.16 223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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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무릉(武陵)(7) 24.08.14 230 7 12쪽
15 무릉(武陵)(6) 24.08.13 225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43 7 11쪽
» 무릉(武陵)(4) 24.08.09 260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65 8 12쪽
11 무릉(武陵)(2) 24.08.07 282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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