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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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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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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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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왕(蠻王)

DUMMY

치료를 시작하자 이곳저곳에서 바로 치료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환자들은 적리를 멈췄으며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성인은 치료 효과가 금세 나타났지만, 어린아이들은 아직 몸이 약해서 그런지 치료가 더뎠다.


나는 격리지역 안에서 또 구역을 나누어 어린아이들을 모은 다음 만계 부족 의원들에게 그들을 중점적으로 치료하게 했다.


또 며칠이 지나고 대부분은 공사는 마무리되었고 환자들도 회복되었다. 만계에서 전염병의 공포가 사라졌고 백성들은 얼굴은 활기차게 변했다.


그리고 어느 날 저녁 나는 시내암과 독대했다.


“유공자, 만계 부족의 부족장으로서, 아니 만계의 한 아버지로 감사를 표하오. 우리 부족을 이질의 늪에서 건져주어서 감사하오.”


시내암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 아니 어찌 이러십니까? 저도 원하는 게 있어서 그런 것뿐입니다.”


“그것은 그것이고 우리 부족의 미래인 어린아이들을 구해준 것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네.

그 일에 대한 인사니 받아도 되네.”


나도 시내암을 향해서 고개를 숙였다.


말 그대로 시내암은 왕(王)이다. 만계의 십만 백성의 왕인 것뿐이 아니고, 만계가 오계만의 수장 역할을 하니 오계만 삼십만의 왕이며, 무릉 전체 만이들의 왕인 것이다.


나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런 만왕이 남에게 고개를 숙이다니! 그것도 자기보다 한참 어린 나에게 말이다.


시내암은 말을 이어갔다.


“자네 아버지인 유경승은 아주 특별한 사람이지. 무력으로 지배하던 다른 권력자들과 달리 문치(文治)로 무릉을 다스렸다네. 하지만 나는 형주자사가 우리를 위해서 그렇게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네.”


역시나 시내암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시내암의 환갑이 넘은 나이의 연륜(年輪)과 수십만의 백성을 다스렸던 경험(經驗)은 만만치 않았다. 나 역시 아버지가 무릉만이들을 위해서 문치를 선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형주지사로 취임하여 내려왔을 때, 형주에 전혀 기반이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때 채모와 협력하여 북형주의 호족들 백여 명을 불러 모았고, 병사들을 동원해 그들을 모조리 참살했다.


채모와 함께 북형주를 간사한 계략으로 차지한 아버지는 북형주가 안정되자 앞서 한 행동에 대한 죄책감과 혹시 그 일이 밝혀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다시 학문에 몰두하게 되었고 남형주만큼은 특유의 학자 된 마음으로 문치를 강조했던 것이다.


남형주의 백성들을 위해서가 아닌 오직 자기의 만족(滿足)을 위해 그랬다.


“어찌 됐든, 형주자사는 여러 가지 봉쇄(封鎖)를 풀고 우리를 도왔고 자네는 이질을 퇴치해 주었으니, 우리도 자네를 돕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네.


감람유를 원하는 만큼 내어주겠네. 단 우리는 감람유를 따로 모아두질 않으니, 열매를 수확해서 기름을 짜내는 시간은 필요하다네.”


“감사합니다. 당연히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요.”


“준비되면 직접 양양성으로 운반해 주겠네.”


“감사합니다.”


“유공자에게 질문하나 해도 되겠는가?”


“네.”


“외부에서 보면 작금의 형주는 아주 평화로워 보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 풍전등화(風前燈火)처럼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생각하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유공자, 관도의 큰 전쟁이 끝이 난다면 다음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다음은 형주가 되겠지요.”


“잘 알고 있구먼. 다음은 형주가 전장이 될 것이네. 조조 입장에선 허도(許都) 턱 밑에 있는 형주를 가만히 놔두진 않겠지.”


시내암은 큰 한숨을 쉬었다.


“유공자, 나는 그 전쟁에 개입할 마음은 없네. 오계만이 끼어들 만한 자리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단 말일세. 하지만 우리 만계가 감람유를 형주자사부에 공급한다면 만계와 형주자사부간의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세력이 생겨날걸세.


당장의 동맹으로 이득은 커녕 큰 재앙만 가져오리라 생각하네. 그러니 할 수만 있다면 자네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었네.”


“만왕님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 도움만 받고 약속을 어기면 다들 우리를 비웃을 것이네. 혹시 이 사실이 다른 오계만 놈들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얼굴이나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


만왕은 굳은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유공자! 자네는 조조를 막아낼 수 있겠는가?”


크나큰 시험이다. 여기서 합당한 답을 한다면 나는 십만의 우군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별 볼 일 없는 답을 내놓는다면 감람유 몇 통을 얻고 말 것이다.


“저도 그전에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만왕님은 어찌하여, 원소가 아니고 조조가 관도의 대전에서 승리하여 남하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나도 다 듣는 귀가 있다네. 관도에서는 이미 원소의 군이 대패하여 기주로 후퇴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네. 그러니 조조가 승리했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겠는가?”


“원소의 저력은 대단합니다. 기주에서 생산되는 엄청난 양의 양곡과 병사들은 패배의 기억을 단숨에 지워줄 것입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지. 하지만 원소는 다시는 출정하기 어려울 것이네!”


“그것은 왜 그런 것입니까?”


“원소가 관도의 패배를 딛고 다시 대군을 일으킨다고 하더라도 이젠 그들은 이끌만한 장수나 참모가 없기 때문이지!”


“맞습니다. 원소는 관도의 전쟁에서 수 많은 장수와 참모를 잃었지요.”


“또한 원소는 아직 후계자를 정하지 못했지. 장성한 아들이 세 명이나 되니 하루빨리 후계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것 또한 원소의 발목을 잡을 것이네.


영특한 자네라면 이런 것쯤은 예상할 것이라 생각하네. 내가 대답했으니, 자네도 대답할 차례네. 막아 낼 수 있겠는가?”


“막아 낼 수 있습니다. 아니 반드시 막아냅니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잠시 시간의 기간을 둔 다음 말을 이어갔다.


“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현재의 나보다 과거의 내가 더 빛나 보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왜 이 망할 세상은 망하지 않는 걸까?’라는 생각했습니다.”


난 환생 전 프로게이머로 살아갈 때 이야기를 했다. 나의 말에 시내암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계속 말했다.


“사실 생각해 보면 간단합니다. 망할 세상이 왜 망하지 않느냐면, 아직은 세상이 망할 때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


“그럼, 왜 아직은 아직 망할 때가 아닐까요?”


“자네,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나는 시내암의 질문을 무시하고 말을 이어 나갔다.


“그건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고 도전하며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저도 조조의 남하를 막아내는 것이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어떻게든 막아내기 위해 준비하고 도전한다면 해 낼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이 모르는 비장의 수가 있어야겠죠.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려면 만왕님 같은 숨은 조력자가 필요합니다. 세상이 불가능하다고 할 때 저는 품속에 비책을 숨기고 그 어둠에 맞서서 한 줄기 두 줄기 빛을 모아서 어둠을 밝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조조를 막을 방법입니다.”


“······”


“만왕님께 약속하겠습니다. 나 유기는 필사(必死)의 각오로 조조를 막아 형주의 평화를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그 소중한 빛들을 모으고 모아서 어둠을 향해 전진(前進)하겠습니다.”


시내암의 눈이 빛났다. 나의 말은 형주 방어가 끝이 아닌 중원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뜻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자네, 우리에게 헛된 희망을 주지 말게.”


하지만 시내암의 마음속 중원 진출의 희망은 누구보다 간절했다. 만계의 미래인 아이들을 오랑캐가 아닌 중원인으로 키울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었다.


“유공자”


“네, 말씀하시지요.”


“자네는 우리가 형주 방어에 도움을 주길 원하는가?”


“만왕님,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만계에서 형주자사부에 도움을 주는 게 아니고 저의 대업에 만계가 함께 하는 것입니다.


만왕님 저와 함께하시겠습니까?”


시내암의 눈이 가늘게 찢어졌다. 그리고 말없이 한참을 바라보았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입을 열었다.


“허허. 그 자신감 하나는 대단하구먼! 하지만 지금 자네는 아무것도 해낸 것이 없네. 굳이 찾자면 우리 만계에게서 감람유를 가져가는 것뿐이겠군.


아무것도 보여준 것 없는 자네에게 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대를 걸어보고 싶네. 하지만 만계의 백성은 십만이야. 내 직감하나에 그들을 사지에 내보낼 수는 없는 일이네.”


“만왕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전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형주의 후계자가 되거나, 아니면 공식적인 형주자사가 된다면 우리 만계는 자네와 앞날을 함께 하겠네.”


파격적이다. 보수적인 만계의 족장이 이 정도로 나온다는 것은 꽤 파격적인 결정인 것이다.


“좋습니다. 어차피 제 동료인 감녕도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형주자사가 되어드리지요.”


“좋네, 그럼, 다음 일은 형주자사가 된 후에 마저 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만 돌아가도록 하지요.”


나는 뒤돌아 시내암의 거처에서 나가려고 했다. 그때 시내암이 나를 불러세웠다.


“잠시만, 우리가 공을 세운다면, 한가지 청을 말해도 되겠는가?”


“무슨 청인지 모르겠지만, 제 능력 안에서라면 들어드리도록 하지요.”


“당연히 자네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네. 곤란한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게.”


“알겠습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나와 시내암은 그 이후로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며칠 뒤 우린 무릉을 떠나 형주자사부로 복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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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전격(電擊)(2) +2 24.08.20 226 7 12쪽
19 전격(電擊)(1) +2 24.08.19 234 8 12쪽
» 만왕(蠻王) +2 24.08.16 224 8 10쪽
17 이질(痢疾) 24.08.15 225 6 10쪽
16 무릉(武陵)(7) 24.08.14 231 7 12쪽
15 무릉(武陵)(6) 24.08.13 225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44 7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60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65 8 12쪽
11 무릉(武陵)(2) 24.08.07 283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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