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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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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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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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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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담판(談判)(2)

DUMMY

마량은 놀란 눈치였다.


“제 별명이 백미인 줄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자네 얼굴에 흰 눈썹이 있어서 백미라고 불렀을 뿐이네.”


“맞습니다. 제가 흰 눈썹을 가지고 있어서 친우들은 저를 백미라고 부르지요.”


마량(馬良)은 유비 휘하의 정치가로 자는 계상(季常)이며 형주 양양군(襄陽郡) 의성현(宜城縣) 사람이다. 흰 눈썹이 있어서 별명이 백미(白眉)였고 그의 다섯 명의 형제 중 가장 출중했다. 그래서 많은 것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 혹은 물건을 ‘백미’라 부르게 됐다.


반장이 재촉하며 다시 말했다.


“주군,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채가의 피신처로 움직여야 합니다.”


반장이 재촉을 하자 채가의 아이들이 벌벌 떨었다. 그러자 다시 한번 마량이 나섰다.


“저 하나의 목숨으로는 안 되겠습니까?”


나는 마량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말했다.


“내가 보기엔 너나 저 삼십여 명의 목숨이나 똑같아. 어차피 죽이려면 다 죽여야 후환이 없지.”


그때 무리 속에 다른 아이가 외쳤다.


“아닙니다. 대인 그자는 채가 사람이 아닙니다. 저희가 후환을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저 사람만 죽이시고 저희는 놔줍시오.”


빠직!


나는 대꾸할 말을 잃었다. 어금니를 깨문 채 채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늘 그랬다. 저 가진 놈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기들만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유종도 도망간 것이고, 저놈들도 마량을 앞세워 자기들만 살려고 하는 것이다.


난 피식 웃고는 마량을 보며 말했다.


“마량, 너도 살고 저들을 살릴 방법은 있다.”


마량의 눈이 빛났다.


“그 방법이 무엇입니까?”


“네가 저 삼십 명을 살릴만한 가치 있는 자가 되면 된다.”


“······”


“내 밑으로 와라.”


마랑은 당황했다. 그의 얼굴이 시꺼멓게 변했다.


“지, 지금 채가의 원수 밑으로 들어가라는 말입니까?


“그래. 나는 그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고 있다. 그리고 너는 선택하면 된다. 내 말을 따라 수하가 되든지 아니면 거부하고 저 삼십 명과 함께 장렬하게 죽던지···”


마량은 어금니를 악물고 나를 쏘아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많은 이들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 눈에 담겨있는 마지막 희망. 간절한 바람.


나는 선택을 재촉했다.


“당장 선택하지 않으면 모두 죽인다.”


마량은 깊은 한숨을 삼키고 다시 나를 보았다.


“공자님의 말대로 하겠습니다. 저들을 살려주십시오.”


“마량, 앞으로는 나를 주군이라 부르도록. 네 주군의 이름은 유기라고 한다.”


유기라니... 마량의 눈을 찢어지게 크게 떠졌다.


“마량, 너에게 첫 번째 임무를 내리겠다. 저들을 이끌고 가던 피신처로 마저 이동해라. 내가 저들을 앞세워 가면 채가의 병력은 섣불리 공격을 못 할 것이다. 채가의 미래들을 방패 삼아 가는데 화살을 퍼부을 간담이 큰 놈이 있겠느냐?”


마량은 체념한 듯 고개를 숙였다. 전쟁은 어린아이들을 내세울 만큼 잔인하고 냉혹한 것이다.


“어서 출발해라. 나의 백미(白眉)여.”


***


잠시 후 피신처에 다다르자, 방벽 위에서 병사들이 소리쳤다.


“움직이지 말아라! 너희들은 누구냐? 거기서 한 걸음이라도 더 다가오면 벌집으로 만들어주마!”


나는 앞으로 한발 나서며 소리쳤다.


“나는 형주자사의 장남이자 유종의 형인 유기라고 한다. 지금 당장 유종과 채부인을 불러라.”


방벽 안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그리고 모두 유종 모자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유종이 채 부인에게 말했다.


“어머니! 제 말을 좀 들어주십시오. 지금은 밖으로 나갈 때가 아닙니다. 유기는 많은 병력과 함께 여기에 왔습니다. 저를 죽이고 후계자가 될 모양입니다. 지금 즉시 도망가야 합니다.”


채부인은 유종의 초조함과 비겁함에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진정 모두가 지켜보는데 다시 도망이라도 치겠다는 거냐? 이 아둔한 녀석아. 여기서 너와 나, 둘 다 죽던지 저 유기 놈을 죽여야 끝나는 것이다.”


“어머니! 제발···”


유종이 채부인의 팔을 잡았다.


채부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아들이 잡고 있던 팔을 뿌리치고 피신처를 두른 방벽 위로 올라갔다. 그러더니 나를 향해 일갈했다.


“패륜아(悖倫兒) 유기야! 여긴 어쩐 일이냐? 나는 너에게 볼일 없으니 썩 꺼지거라.”


“채부인,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사신(死神)들은 제가 알아서 잘 처리했습니다. 신경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허! 내가 배가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나는 네 아버지의 하나뿐인 부인인데 끝까지 채부인이라 부르는구나.”


“그럼, 제가 어머니라고 불러주길 바라셨습니까? 그렇게 불리기엔 저를 너무 죽이려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 어머기 세상천지 어디 있습니까?”


난 피식 웃고는 다시 채부인을 보며 말했다.


“채부인이라는 호칭도 감지덕지(感之德之) 하시지요.”


“이놈아, 여기는 채가의 중지인데 어떻게 알고 여길 왔느냐? 여길 누가 알려주더냐?”


그때 내가 탄 말 뒤에서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채염’이었다.


채염은 이 시기에 흉노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형주에 있다. 역사가 변했다. 내가 환생한 것도 천기가 흔들리며 변해서 그런 것일지인데 모든 것이 역사처럼 그대로 흘러간다는 보장이 없었다.


원래 채염은 형주자사와 동명이인인 흉노 좌현왕(左賢王) 유표의 첩으로 십이 년간 지내면서 쌍둥이 남녀 아이 둘을 낳았다.


조조는 채옹과 친분이 있었고 채옹의 후사가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흉노족과 교섭하여 채염을 도로 데려오게 했다. 그러나 채염의 아이들은 결국 데려오지 못하고 그녀 혼자 돌아오게 되었다.


그때가 207년 조조가 하북을 정복한 후의 일이다.


그러나 채염을 만나고 급히 예형을 통해 그간의 사정을 알아보니 어찌 된 일인지 아버지도 채염의 부친인 ‘채옹’을 동경하여 흉노족에 거액을 내고 채염을 데려오게 했다고 한다.


그녀는 평소의 차분한 표정으로 채부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언니, 어째서 내가 아이들과 함께 이곳으로 오지 못하게 뒤에서 위력을 행사했죠?”


“소희, 네년이······. 지금까지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준 은혜를 원수로 갚아?”


갑자기 채염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그녀는 채부인을 차갑게 노려보면서 눈에서 피눈물을 뚝뚝 흘리며 소리쳤다.


“나는 채가의 알량한 권력 싸움에 관심조차 없다. 내 아이들이 같이 온다고 하여 너에게 아무 문제도 없을 터인데 왜 좌현왕에게 경고하여 어미와 생이별하게 했느냐? 이 악독한 년아!”


채부인도 채염의 소리에 맞서 큰 소리로 외쳤다.


“유(劉)씨라서 그랬다. 좌현왕도 유씨가 아니더냐. 저 유기 놈도 내 앞을 가로막아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네가 또 유씨 아들을 데리고 오면 유종의 걸림돌이 될까 그랬다.”


채염이 아이들을 버리고 온 고통에 치를 떨면서 채부인에게 소리쳤다.


“그런 이유라면 내 딸은 건들지 말았어야지! 자식 잃은 어미의 절규가 무섭지도 않더냐?”


채부인은 입을 굳게 다물고는 채염을 흘낏 보았다가 대꾸했다.


“유(劉)씨라면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다 우리 유종의 걸림돌이다.”


그리고 갑자기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잘못이라면 저놈을 죽이지 못한 것이겠지.”


“······?”


나는 울화통이 터졌다. 모든 잘못을 나에게 뒤집어씌울 속셈이었다.


나는 채염을 보며 말을 이었다.


“제가 알아보니 저희 아버지께서 채백개(蔡伯喈)님과 친분이 있었고 채백개님이 후사가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흉노족에 사신을 보내 거액을 지불하고 교섭하여 채염을 모셔 왔다고 합니다.”


“가주인 채모는 본인이 저를 데리고 왔다고 하였는데, 자사님께서 그랬다고요?”


“그렇습니다. 채모는 그저 먼 친척 일가라는 이유로 조용히 계실 장소를 제공한 것뿐입니다.”


채염은 배신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동안 그녀는 은혜를 갚는다는 생각으로 채가에 모든 협조를 했었다. 그중에는 잃어버렸던 채옹의 저술을 복원한 서적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채염님, 이제 진실을 아셨습니까? 채염님의 두 아이 중 아들은 좌현왕의 황자니 같이 오기 힘들었을 겁니다. 다만 딸은 충분히 데리고 올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한 상황이 이상하게 생각되어 알아보니 채가의 농간이 있었더군요.”


“그런데 유기님! 채가에서의 만남이 저와의 첫 만남이었는데 어떻게 그간 사정을 알고 제 딸을 데리고 와주시겠다고 하셨습니까? 제가 아이들을 잃었다는 말은 하지 않은걸로 기억하는데요.”


“저는 채염님이 어찌 된 영문으로 채가에 머물게 됐는지는 몰랐지만, 몇 해 전 흉노가 동탁의 잔당들을 격퇴하기 위해 낙양에 쳐들어왔을 때 채백개님의 딸을 흉노의 병사가 납치했다는 사실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홀로 채가에 머무르고 계신다는 것을 전해듣고는 아이들과 생이별했을 거로는 추측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의 ‘생환’인데 아들의 경우 어렵다고 판단해 딸만 약속드렸던 것입니다.


자세한 말은 나중에 하도록 하시지요. 지금은 눈앞에 급한 일이 있으니까요.”


나는 다시 채부인을 바라보며


“채부인, 당장 유종과 함께 성문 밖으로 나오시지요.”


“너하고 할 말이 없다. 저 패륜아에게 화살을 퍼부어라!!!”


채부인은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성문 위 병사들은 화살을 쏘기 위해 준비했고 활시위를 당기려는 순간


나는 반장에게 명을 내렸다.


“채가의 아이들을 풀어라.”


반장은 마량을 한쪽으로 이동하게 한 후 유종에서 버려졌던 채가 아이들의 포박을 풀었다.


채가의 아이들은 풀려나자마자 채가의 피신처를 향해 무작정 달려가기 시작했다.


채가의 후계자들이 달려오자, 병사들은 화살을 쏘지 못했고 채부인의 눈동자도 흔들렸다.


“이 악독한 놈. 아이들을 방패 삼다니···”


“원래 전쟁이란 잔인하고 냉혹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유종이 버린 낙오자들 아닙니까? 그런 아이들을 저는 다시 돌려보내 주는 것뿐입니다.”


아이들이 방벽 문을 향해 달려가자, 아이들의 부모들은 그 문을 열기 위해 문 쪽으로 달려갔다.


채부인은 다시 소리쳤다.


“다들 그 자리에서 멈춰라!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면 다 쏴 죽이겠다.”


채가의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채부인, 하늘이 두렵지 않으시오!”


나는 노기를 발했지만 채부인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하늘에 뜻이 있다면 유종이 있는데 어찌 너 같은 패륜아가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단 말이냐?”


채부인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는 또 낳으면 된다. 형주자사의 후계자인 유종도 있고 직계 어른들은 다 피신했으니 아이들 몇십 명 죽는다고 해서 채가는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병사들은, 지금 즉시 저것들을 향해 화살을 퍼부어라.”


채부인은 공격 명령을 내렸고, 병사들은 께름칙했지만 어쩔 수 없이 공격을 시작했다.


무수한 화살이 피신처로 들어오는 길목으로 쏟아졌다.


“으아아악!”


“바위나 나무 밑으로 몸을 피해··· 커흑.”


채가의 아이들은 자신들을 향에 쏟아지는 화살을 피해 절박하게 움직였다. 몇몇 아이들이 화살에 맞아 쓰러지자


아이들은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충격에 정신이 나갔다. 그리고 한 아이가 우리를 향해 달리자, 모든 아이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이란 존재는 작은 희망이라도 잡으려는 본능이 있었다. 상황이 위험하면 할수록 더 말이다.


이 순간만은 채가의 피신처보다 내 쪽이 더 안전하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그 모습에 채부인은 쓴웃음을 깨물었다.


채부인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소리쳤다.


“네 놈이 무슨 용무가 있어서 여길 왔단 말이냐? 나와 유종이를 따로 불러낼 것이 아니고 이곳에 있는 모든 자들이 알 수 있게 크게 말하거······”


내가 채부인의 말을 끊었다.


“오늘 나는 이곳에 있는 모든 것, 개미 새끼 하나 빼지 않고 죽이려고 왔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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