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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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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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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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육손(陸遜)(1)

DUMMY

비구름이 걷히며 달빛이 떠오른 밤에 항주가 자랑하는 서호(西湖)의 전경이 펼쳐진 곳에 객잔이 있었다.


나는 객잔의 최상층으로 올랐고 창가에 자리를 잡으니 드넓게 펼쳐진 서호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공자님, 주문은 어떻게 하겠습니까요?”


점소이는 소호의 풍경에 정신이 팔린 나를 일깨웠다.


“여기서 제일 유명한 요리가 무엇이오?”


“여러 가지가 있죠. 딱히 생각해 두신 게 없으시다면, 잉어요리인 홍샤리위(红烧鲤鱼)나 붕어요리인 칭둔지위(清炖鲫鱼)를 추천해 드립니다. 서호에서 막 잡아 올린 싱싱한 것들이 들어왔거든요.”


“알아서 주시오.”


“예,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은자 열 개를 받은 점소이가 부리나케 주방으로 뛰어갔다.”


서호(西湖)는 항주(杭州)에 있는 호수이다. 그 옛날 미인인 서기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고 한다.


흔히 중국의 미인(美人)하면 소주(蘇州)나 항주(杭州)의 여자를 말하고 중국 미인을 흔히 소항형(蘇杭型) 미인이라고들 한다. 그만큼 이곳이 살기 좋고 아름다운 곳이며 그런 곳에서 미인들이 많이 나온다는 뜻이다.


항주는 말릉 인근으로 손권이 자신의 본거지를 말릉으로 옮기고, 추후 말릉은 건업(建業)으로 개명한다.


곧 음식이 나오고 나는 서성과 함께 요리와 술을 먹었다.


서성은 물었다.


“주군, 여기서 누굴 기다리시는지요? 명하시면 제가 데리고 오겠습니다.”


“여기는 적지 중에서 적지이네. 괜한 행동으로 눈에 띌 필요는 없지. 반장을 통해 서신을 전했으니 곧 그가 올 것이네. 그동안 경치와 식도락을 즐기며 기다리세.”


나는 그 말을 끝으로 창밖 풍경에 다시 눈을 돌렸다.


***


육의가 서재에서 날을 새며 위기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찾고 있을 때 육강의 아들 육적이 꼭두새벽부터 처소에 들이닥쳤다.


“형님!”


육적은 잔뜩 신이 난 발걸음으로 서재의 문을 열었다.


“이 이른 새벽에 웬일이냐?”


“소식 들었습니다. 어제 회계 태수가 왔다 가셨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냐? 회계 태수는 토로 장군(손권)이다. 토로 장군이 언제 여길 왔단 말이냐?”


“고가의 고가주 말입니다.”


“고가주가 어찌 회계 태수란 말이냐?”


“비록 관직은 토로 장군이 회계 태수이지만 실질적인 태수직은 고가주가 맡고 있는다는 것은 동오가 다 아는 일입니다.”


“하....”


육의는 이마에 손을 짚었다. 아직 어리지만 육가의 가주가 될 녀석이라 이리 저리에서 소문을 듣는 게 많았다.


“고가주가 온 것은 사실이다. 그것이 네가 호들갑을 떠는 것과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축하합니다. 형님!”


“무엇을 축하하는 것이냐?”


“이제 곧 임관하실 것 아닙니까? 고가주가 직접 이리 왔다는 것은 형님을 등용하기 위해서 아닙니까? 이제 육가에도 한 줄기 빛이 비치는군요. 어서 형님께서 임관하셔서 저희를 이끌어주십시오!”


육적은 과거의 일을 알지 못한다. 그저 고가주가 왔으니, 육가가 출사할 길이 열렸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들떠서 육의를 찾아왔다.


육의는 이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 말하진 못했지만, 죽은 육강은 육적의 아버지이다. 제 아비를 죽인 원수에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상황을 육적은 즐거워하는 것이다.


“하···. 육적아. 나는 당분간 출사할 생각이 없다. 그러니 그만 나가보거라!”


“아니, 형님 출사를 하지 않겠다니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육가가 출사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출사하셔야 합니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다. 그러니 나가보래도?”


“아니 못 나갑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형님의 위치나 기회도 다 제 것 아닙니까? 제가 나이만 어리지 않았어도 다 저에게 올 것인데 형님이 차지하고 계신 것 아닙니까? 그러니 제가 하는 말대로 출사하셔서 육가의 기회를 버리지 마십시오!”


육의는 거칠게 탁자를 내리쳤다.


“다 너의 것이라고? 그래, 내가 직접 고가주에게 말하마. 너를 출사시켜 달라고 너의 나이에 출사하는 게 없었던 것은 아니니 들어줄 것이다.


너의 것이라고 하는 것을 모두 가지고 가거라!”


육의가 육적에게 소리치며 서재를 벗어나려는 찰나,


육강의 아내이자 육적의 어머니인 서부인이 들어왔다.


서부인은 서재에 들어오자마자 육의에게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방안이 차가워질 만큼 날카로운 눈빛과 목소리로 육적을 불렀다.


“적아!!”


육적은 평소에 한 번도 보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어머니의 낯선 모습에 당황하며 대답했다.


“네, 어머니!”


“육가도 너의 것이고, 고가주의 제안도 너의 기회라고 하였느냐?”


육적은 쭈뼛대며 말했다.


“저의 표현이 과하기는 했으나, 맞는 말 아닙니까?”


“.......”


서부인은 육적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육적의 얼굴을 본인의 얼굴에 가까이 당겼다.


잠시 시간이 지나갔다.


그 잠시의 시간 동안 서부인의 눈에서는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서부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흐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육적은 당황했다. 아버지인 육강이 죽은 후 한 번도 눈물을 흘린 적 없었던 어머니였다. 그런 어머니가 엄청난 양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머니, 어찌 우시나요? 왜 눈물을 이리 많이 흘리시나요?”


서부인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 눈물을 흘리면서 대답했다.


“적아! 네가 출사하려는 곳이 원수의 소굴이니라. 손가가 너의 아버지를 죽였느니라!”


육적은 도무리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갔다. 손가가 왜 육가의 가주인 아버지를 죽인단 말인가. 육가는 예로부터 동오의 사대 대성으로 손가와는 돈돈한 사이였다.


심지어 손권의 아버지인 손견과 육강은 친우사이였다. 그런데 손가가 아버지를 죽였다니···.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손가가 아버지를 죽였다니요.”


“말 그대로다. 손책이 죽였다. 원가에게 바칠 제물이 필요해 육가를 물어다 준 것이다.”


서부인은 너무 많은 눈물을 흘린 탓에 탈수 증상이 와 비틀거렸고 육의는 서부인에게 의자를 건냈다.


“어머니, 왜 그간 이런 사실을 숨기셨나요?”


“육가는 힘이 없었다. 그래서 원가의 제물이 된 것이지! 그 사실을 알리려고 해도 힘이 있어야 알릴 수 있는 것이다. 힘이 없으면 헛소문으로 치부되고 다시 손가의 표적이 될 뿐이지.”


육적은 자리에 주저 앉았다.


서부인은 그런 육적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알량한 육가는 여기 육의가 아니었다면 이미 없어져 버렸을지도 모른다. 너의 아버지가 죽고 육가를 집어삼키려던 세력들에게 간신히 육가를 지켜낸 게 너의 형이다. 그런 형에게 머가 어쩐다고?”


서부인은 한숨을 쉬었다.


“아들아, 잘 들어라. 여기 육의가 우리의 동아줄이다. 고가주도 육의의 재능 때문에 방문했을 것이다. 육가의 남아있는 자산이라곤 육의 뿐이다. 그러니 정신을 차리고 형을 아니 육가의 기둥을 잘 보좌하거라.”


말을 마친 서부인은 육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종질, 언제든지 육가의 가주에 오르시려면 오르셔도 됩니다. 육가에는 종질이 필요합니다.”


“아닙니다, 당숙모님. 육가의 가주는 당숙의 아들인 적이가 이어받는 게 맞습니다. 적이가 약관에 오를 때까지만 제가 대신 하겠습니다.”


서부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다만 종질이 이끄는 동안에는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나는 종질의 뜻을 따를 것입니다. 여강을 떠나 이곳으로 왔을 때부터 우리는 더 잃을 것이 없었어요. 종질이 어떠한 선택을 하던 육가의 모든 구성원은 종질을 뜻을 따를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당숙모!”


말을 마친 서부인은 힘들게 일어섰다. 그러자 육적도 일어섰다.


“가자. 적아. 앞으로 육의 형을 호칭은 총관이지만 가주 모시듯 하여라.”


“예, 알겠습니다. 어머니.”


육적과 서부인이 서재에서 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던 육의는 더욱 고민에 빠졌다. 육가의 모든 것들이 육의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때 다시 하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총관님, 서신이 도착하였습니다.”


“누구에게 온 서신이냐?”


“발신자는 없습니다만 편지를 감싼 것이 꽤 고급스러운 비단이라서 일단 총관님께 가져왔습니다.”


육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편지를 받았다.


고옹은 이미 매파서를 주고 갔다. 이건 손가가 직접 편지를 보낸 걸일까 생각하며 편지를 열었다.


편지를 열어 글을 읽던 육의는 손을 벌벌 떨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육의는 혼자 말을 몰고 항주를 향해 달려갔다.


며칠을 달려 항주에 도착한 육의는 한 객잔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객잔문을 열였다.


그러자 점소이가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혼자 오셨습니까?”


“여기 사람을 만나러 왔네!”


“엇, 오층을 전세 내신 공자님 손님이군요. 공자님께서 손님이 오시면 즉시 안내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를 따라 올라가시지요!”


육의는 점소이를 따라 객잔 오층으로 올라갔다.


오층에 올라서니 어떤 사람이 창밖을 보고 있었다.


육의는 천천히 그를 살펴보았다.


그는 평범하게 생긴 얼굴이다. 그러나 그는 결코 평범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 나오는 기운은 육의를 천천히 감싸고 있었다.


육의는 유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


“당신이 형주자사이시오?”


유기는 소리 없이 빙그레 웃었다.


“제가 유기입니다.”


경악! 육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유기이다!


신임 형주자사!


중원 군벌 중에 가장 뜨거운 감자인 그가 형주가 아닌 동오의 한복판인 항주에 있다니!


보고도 믿기 어려웠다. 그래서 육의는 또 질문을 던졌다.


“형주자사 유기 본인이시라고요?”


혹시 동명이인(同名異人)일 지도 모르기에. 하지만 이미 육의의 머릿속은 동일인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렇게 부르더군요.”


유기는 한쪽에 시립해 있던 서성에게 물었다.


“문향! 내가 누구인가?”


서성은 즉시 대답했다.


“신임 형주자사님입니다.”


유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육의를 바라봤다.


“이제 믿겠습니까? 제가 이곳에 있어서 놀라셨습니까?”


육의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억지로 미소 지었다.


“조, 조금요. 형주자사께서 항주에 있다니 아직도 솔직히 믿지 못하겠습니다.”


욕손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자사님, 그런데 어떻게 저에게 편지를 보내셨습니까? 아니 그리고 어찌 이곳에 계시는 겁니까? 그리고 왜 저보고 이곳에서 만나자고 하셨습니까?”


“하나씩 물어보시오. 시간은 충분하니 천천히 애기합시다.”


나는 점소이를 시켜 음식과 술을 가져오게 하고 육손과 마주 보고 앉았다.


음식과 술을 마시던 나는 육손을 보고 말을 했다.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인재를 얻으러 왔습니다. 먼 길을 단 한 사람 때문에 왔습니다.”


육의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저 때문에 여기 계신 거라고요? 저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에 계신 거라고요?”


나는 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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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손(陸遜)(1) 24.09.11 202 8 11쪽
35 공사다망(公私多忙)(2) +2 24.09.10 203 8 11쪽
34 공사다망(公私多忙)(1) +4 24.09.09 218 9 12쪽
33 장합(張郃)(2) +2 24.09.06 233 8 12쪽
32 장합(張郃)(1) +3 24.09.05 233 8 11쪽
31 삼고지례(三顧之禮)(4) +2 24.09.04 224 7 12쪽
30 삼고지례(三顧之禮)(3) +4 24.09.03 233 6 12쪽
29 삼고지례(三顧之禮)(2) +2 24.09.02 231 6 12쪽
28 삼고지례(三顧之禮)(1) +2 24.08.30 257 6 12쪽
27 담판(談判)(4) +2 24.08.29 229 6 12쪽
26 담판(談判)(3) +2 24.08.28 232 7 11쪽
25 담판(談判)(2) 24.08.27 240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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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전격(電擊)(5) 24.08.23 239 6 11쪽
22 전격(電擊)(4) 24.08.22 244 7 12쪽
21 전격(電擊)(3) +2 24.08.21 251 8 12쪽
20 전격(電擊)(2) +2 24.08.20 245 7 12쪽
19 전격(電擊)(1) +2 24.08.19 256 8 12쪽
18 만왕(蠻王) +2 24.08.16 243 8 10쪽
17 이질(痢疾) 24.08.15 249 6 10쪽
16 무릉(武陵)(7) 24.08.14 255 7 12쪽
15 무릉(武陵)(6) 24.08.13 253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71 8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90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94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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