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상옥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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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상
작품등록일 :
2024.07.26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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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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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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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武陵)(2)

DUMMY

“이곳은 양양성과는 매우 다르군.”


객잔의 창가에 자리를 잡은 유기는 장강의 강물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강릉은 유비가 조조군의 번성 침략을 피해 강릉으로 도망 올 때 그 유명한 장비의 장판파 전투, 또한 조자룡의 아두를 구하는 전투 등이 일어난 지역이다.


또한, 번양성 전투에서 여몽에게 강릉, 공안을 빼앗기고 남군을 지키던 미방, 사인이 배신하여 손권 군에 투항하면서 관우의 죽음으로 이어진 사건의 단초가 된 지역이 강릉이다.


하지만 실제 강릉(江陵)은 형주 내 주요 양곡 생산지이기 보다는 편리한 교통을 기반으로 한 물류와 교통의 중심으로서 의미가 더 컸다.


이곳은 대규모 유동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항구가 있었고, 배를 갈아타야 하는 지점이기도 했으므로 상업 발달에 유리하였다.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창밖을 보던 나는 점소이가 질문을 하며 다가오자


“제일 맛있는 음식들과 좋은 술 한 병 주시오.”


“곧 대령하겠습니다.”


점소이는 허리를 굽히고는 후다닥 뛰어 내려갔다.


“음식 나왔습니다.”


열심히 밖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내 앞으로 점소이가 커다란 접시들과 술병을 들고 나타났다.


잠시 음식과 가볍게 반주하는 사이, 입구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돈을 주셔야지요!”


“내가 급히 나오다 보니 돈 가지고 나오는 것을 깜빡했소이다.”


“그래서 지금 무전취식하시겠다는 말이오?!”


얼굴을 면사로 가린 여인은 점소이와 실랑이를 버리고 있었다.


“얼마지요?”


나는 점소이에게 물었다.


“일곱 냥입니다!”


얼마냐고 묻는다는 것은 돈을 내주겠다는 뜻이다. 점소이는 즉시 액수를 말했다. 이런 경우 뭉그적거리면 못 받을 수도 있었다. 누구에게든 받아야 하는 돈이다.


“여기 있네.”


나는 돈을 점소이에게 건내고 얼굴을 면사로 가린 여인에게 말했다.


“내가 돈은 냈으니 그냥 가시오.”


“이봐요! 왜 돈을 대신 내준 거요?”


여인은 나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소저와 점소이의 실랑이가 너무 길어져서 그랬을 뿐입니다. 제가 시끄러운 걸 싫어해서요. 그러니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급하게 가출(家出)하느라 돈을 못 챙겼어요. 이 돈은 꼭 갚겠어요.”


“공자님 이름을 알려줄 수 있으신가요?”


“딱히 갚을 필요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소저는 그냥 가시면 됩니다.”


“........”


남장 여인은 잠시 나를 쳐보고는 말했다.


“전 빚을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에요. 제 이름은 ‘손상향(孫尙香)’이라고 해요. 혹시 강동에 들를 일 있으시면 제 이름을 말하고 저를 찾으시면 됩니다.”



“손상향(孫尙香)?”


손상향(孫尙香)은 오군(吳郡) 부춘현(富春縣) 사람으로, 손책(孫策)과 손권(孫權)의 누이이며 유비의 정실(正室)이 되었다가 헤어진 여인이다.


손상향(孫尙香)은 209년에 유비와 결혼하였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병사한 후 유비가 형주목으로 추대되자 손권은 유비를 두려워해서 여동생을 유비에게 바쳐 동맹을 강화했다.


그녀는 재주가 날래고 성품이 굳세며 사나워서 여러 오라버니의 풍모를 두루 갖추었고 시녀 백여 명이 무기를 들고 늘 자신의 주변에서 시립하고 있게 하여 유비는 내실로 들어갈 때마다 늘 마음속으로 두려움을 가졌다고 한다.


유비(劉備)가 입촉(入蜀)하던 시기에 손권(孫權)은 손상향에게 사자를 보내 다시 오로 돌아오도록 했다.


손부인은 오로 돌아가면서 유비의 아들 유선(劉禪)도 같이 데리고 가려 했으나 제갈량은 조운에 명해 장강을 봉쇄해서 유선을 구출하게 했다.


이후 유비가 이릉대전(夷陵大戰)에서 패배한 후 다시 오와 화친을 하려 할 때 손권은 여동생인 손상향을 다시 촉(蜀)으로 돌아가게 했다.


그러나 손상향이 아직 촉에 도착하지 못하고 난강에 이르렀을 때 유비가 죽어버렸다. 이에 손상향은 강에 뛰어들어 자결했다고 한다. 삼국지 속 대표적인 비운의 여인이다.


“토로장군(討虜將軍)의 동생 손상향 소저시라고요?”


“네? 네. 맞아요. 제가 손상향입니다.”


“아니 회계 태수이자, 토로장군 손권의 동생분께서 이 형주땅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목소리 좀 낮춰요!! 누가 들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가출했답니다. 가출!!”


손상향은 여러 오라버니의 풍모를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여자가 재주를 숨기고 그런 사람이 회계에서 신부로서 갖춰야 할 교육만 받고 있었으니, 좀이 쑤셨을 것이다.


여기서 재주는 장수로서의 재주일 것이다. 강동 호랑이의 딸이며 소패왕의 동생이다. 그 전사의 심장이 어디 갈 일이 없다.


“가출하신 손소저는 돈도 없으신 것 같은데, 혹 어디로 가실 예정인가요?”


“그걸 공자님이 왜 관심을 가지실까요?”


하지만 손상향도 난감한 표정이었다. 대책 없이 가출은 했지만, 돈의 개념조차 없는 한 지역의 공주가 시비도 없이 혼자 오래 여행하기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이건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건 기회다.


손상향을 인질(人質)로 삼을 계획을 세웠다. 말이 인질이지 실제로는 손상향을 내 동료로 만들 생각이다. 손권의 동생을 미리 포섭해서 나의 편으로 만든다면 앞으로 손권과 수많은 분쟁에서 유리한 부분을 선점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


“손소저,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해도 될까요?”


“제안이요?”


“네. 소저도 좋고 저도 좋은 그런 제안입니다.”


“당신은 누구시길래? 나한테 제안하는 건가요?”


“아차차. 죄송합니다. 제 소개를 하지 않았네요. 저는 형주자사(荊州刺史)의 장남, 유기(劉琦)란 사람으로 자(字)는 백달(伯達)입니다.”


손상향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쳇. 저보다 더 유명하신 분이었군요. 역시나 제 이름을 말해도 매우 놀라지 않은 것을 보고 예상은 했는데, 제 예상을 벗어난 더 거물이셨네요.”


손상향은 난감한 듯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엄연히 서로 국지전을 벌이고 있는 적국의 수장인 것이다.


“유백달님이셨군요. 반갑네요. 그럼, 어디 한 번 제안해 보시던가요.”


“손소저, 저는 지금 무릉 원정을 가는 중입니다. 마침, 제 호위무사가 부족하여 사람이 필요한데 손소저가 그 자리에 딱 맞을 것 같습니다. 저와 무릉에 다녀오시지 않겠습니까? 간단하지요?”


손상향은 나를 이상한 사람 보듯이 쳐다봤다.


“간단? 지금 간단 이라고 했나요? 어이가 없어서···”


“형주자사의 장남과 동오 손권의 동생이 같이 외유를 가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인가요?”


“간단히 생각하면 간단한 일이지요. 제가 언제 오후(吳侯) 소패왕(小霸王)의 동생분께 호위를 받아보겠습니까?”


가끔 손책의 작위인 오후(吳侯)를 손권에게도 적용하여 손권을 오후라고 한다. 하지만 손권을 손책과 같은 작위로 표현하는데 그것은 어폐(語弊)가 있다.


한(漢)의 열후 작위는 아들에게 상속되는 것이 원칙이었고 형제에게 상속이 이뤄질 수 없던 만큼, 손책의 유일한 아들인 손소에게 오후 작위가 계승되었고,


손권은 오주(吳主)라고 표현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오의 주인이 아닌 오랑캐를 토벌하는 장군, 비상설직이며 잡호장군(雜號將軍)인 토로장군(討虜將軍)이다.


“소저도 마땅히 가실 곳도 정하지 않으신 듯하고 지금은 가진 돈도 없으신 듯한데, 이참에 좋은 곳에 취직했다고 생각하시지요!”


“허! 미친 사람인가!”


“급하게 대답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이 객잔에 내일까지 머물러 있을 계획이니 내일 아침까지 말해주시면 됩니다.”


손상향은 멍하게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그러면 생각해 보고 내일 아침에 말해도 될까요?” 하고 말했고


나는 바로 점소이를 불러서는


“이 소저께 방 하나 내어드리고, 좋은 음식과 술 준비해 주시게. 돈은 걱정 말고 내가 다 부담할 것이네.”


그러고는 손상향을 방으로 올려보냈다.


“그럼. 낼 뵙겠습니다. 손소저!”


다음날 조식을 먹고 있는데 부스스한 몰골에 손상향이 객잔 1층으로 내려왔다.


“손소저, 아침 드셔야죠. 뭘 드시겠습니까?”


“아침은 나중에 먹어도 되고요.”


객잔에 앉아 나를 마주 보고 있는 손상향은 상당히 피곤해 보였다.


“주무시지를 못한 모양입니다. 피곤해 보이네요.”


“일단 우리 이야기나 마무리하죠. 아무리 생각해도 제 머리론 이해가 안 가네요. 공자님이 호위가 부족해서 저에게 동행을 제안하신 건 아니라는 생각까지는 알겠는데, 도대체 진정으로 제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전 진정으로 호위가 필요합니다.”


“아니, 간단히 생각해 봐도 저와 함께 다니시면 적이 많아질 것이에요. 기존에 공자님을 노리는 적도 있겠지만 저를 노리는 자들도 합류할 것이니까요!


떠오르고 있는 토로장군을 견제하기 위해서 적들은 혈육인 저를 공격하는 것이 제일 쉬울 것입니다. 당장 생각나는 적들만 해도


조조나 원소, 양주를 위협하는 수많은 이민족, 그리고 형주의 유표 또한 그들 중 한 명이죠.”


손상향은 뭔가 깨달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앗! 혹시 제가 인질인가요?”


쓰벌 똑똑하다. 아닌 척 연기하고 있었는데. 들켰다. 까비!!!


일단 아닌 척 우기고 보자.


“인질이라니요. 제가 여인을 인질로 잡는 파렴치한(破廉恥漢)으로 보이십니까?”


“상식적으로 인질이 아니면 저를 원하시는 게 이해가 안 되네요.”


“그럼, 이해시켜 드리지요. 첫째로 손소저는 믿을 만한 분이니까요. 중원에서 손소저만큼 신분이 보장되고 확실한 사람이 있을까요? 그래서 호위로는 안성맞춤입니다. 그러니 오해하지 마시고,


그냥 제 호위가 돼주시면 됩니다.


둘째로 손소저는 가출하여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첫째의 이유와는 반대로 형주에서 저만큼 신분이 보장되고 확실한 사람이 있을까요? 제가 재워드리고 먹여드리고 외유까지 시켜드리겠다고 하잖습니까? 이런 기회가 어디 있습니까?


그러니 그냥 제 호위가 돼주시면 됩니다.


마지막 셋째로 손 소저는 강한 분이니까요. 여인의 몸이지만 한 사람의 장수로서 재주가 날래고 성품이 굳세다는 소문이 중원에 자자합니다. 어떤 이는 소녀가 강동의 호랑이 손견(孫堅)과 소패왕 손책(孫策)의 재주를 다 가졌다고도 합니다.

그런 장수가 제 호위가 된다면 얼마나 든든하겠습니까?


그러니 그냥 제 호위가 돼주시면 됩니다.”


“제가 아버지나 오라버니와 어찌 견주겠어요. 그런 말은 하지 마세요.”


손상향은 손사래를 치며 부정하면서도 볼이 발그레해졌다. 기분이 좋은 것이다. 그녀가 여자가 아닌 장수로서 인정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많은 여인은 중요한 역할을 맡았더라고 이름도 없이 역사에 기록되지 못했다. 손상향(孫尙香)이라는 이름도 후대에서 사용한 창작명으로 실제 역사와는 무관하다. 능력은 있었지만,


세력의 화친을 위해서 또는 견제나 염탐을 위해서 사랑이나 애정 없이 오로지 정치적인 목적을 이유로 사람으로서가 아닌 공물 비슷한 취급을 당했던 것이 바로 이 삼국시대의 여인들이었다.


그런 손상향에게 그녀의 재주를 칭찬하면서 여자가 아닌 장수 대우를 해주니, 손상향은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저는 사람의 배경보다는 가진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손소저 저를 지켜주십시오.”


“···.”


손상향은 잠시 바라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저로서는 공자님의 의중을 파악하기 어렵네요. 하지만 지금 생각은 ‘인질’일 지라도 공자님을 따라서 가고 싶습니다. 손씨가문을 위해서, 동오를 위해서, 오라버니의 뜻에 따라 이리저리 팔려 다니긴 싫습니다.”


손상향이 나를 뜨겁게 바라보더니 결심이 선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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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만왕(蠻王) +2 24.08.16 223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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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무릉(武陵)(7) 24.08.14 231 7 12쪽
15 무릉(武陵)(6) 24.08.13 225 7 12쪽
14 무릉(武陵)(5) 24.08.12 244 7 11쪽
13 무릉(武陵)(4) 24.08.09 260 8 12쪽
12 무릉(武陵)(3) 24.08.08 265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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