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이정기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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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수미르
그림/삽화
S수미르
작품등록일 :
2024.07.26 2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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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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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2. 협상의 묘, 이런 거 본 적 있나?

DUMMY

제22화 (협상의 묘, 이런 거 본 적 있나?)



“저를요?”


“그러하오. 꼭 이 공자가 나서야 협상을 시작한다 하오이다.”


“왜요?”


태평전을 나서는 이사도를 뒤 따라 온 두 사람.


적기장군 야율 가르한과 재무총감 마동성이었다.


“애초에 밀염방 소탕 당시 염상이 그랬소. 이 일을 꾸민 당사자가 누구냐고.”


“그래서요?”


“소장은 있는 그대로 말했소이다. 이사도 공자라고. 밀염방을 괴멸시키면 분명 접근하는 자가 있을거라 예측한 사람도 이 공자라고.”


야율의 말끝에 재무총감이 말했다.


“지금껏 몇 차례 협상에 나섰지만,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있어요. 그러더니 결국 이 공자를 찾습니다.”


“이것 봐라? 그쪽에 의외로 눈치 빠른 자가 있단 말이네요.”


사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됐네요. 협상력을 높일 물건이 마침 생겼으니, 만나 보겠습니다.”


***


얼마 걸리지 않아 이사도의 뒤켠 방으로 두 사람이 들어섰다.


“······!”


그 중 한 사람을 보는 순간 이사도는 숨이 턱 막히는 줄 알았다.


이건... 돼지다.


보통 돼지가 아니라 이강호로 살았던 50년을 다해도 처음 보는 통 돼지. 살이 겹치다 못해 흘러내릴 지경이다.


팔걸이가 있는 의자에 앉을 수 없어서 협탁을 끌어다 앉혀야 했다. 단단한 협탁이 삐꺽거리는 비명을 지른다.


“어서 오세요. 누추한 곳으로 오시게 해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소문 무성한 이 공자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뒤켠에 처박혀 조용히 사는 저를 어찌··· 아세요?”


“네. 갑자기 밀염방 동지들이 정리되더군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습니다.”


“그게 저와 무슨 연관이 있길래요?”


“원래 어두운 일을 하는 저희들은 구석구석 더듬이를 박아 놓지요. 그 더듬이 몇 군데에서 소식을 얻었죠. 이 일은 우연이 아니다··· 맞습니까?”


“오! 그쪽 더듬이가 우리 번진에 있다고 봐도 됩니까?”


“당연합니다. 이 공자님. 그런데 정작 큰 소식은 황도에서 왔습니다. 황제가 황후에게 건넨 옥 노리개, 여기 번진의 야율 장군에게 결초보은이라는 문구까지 새겨 준 것으로 압니다. 이를 흔들어 많은 걸 뺏었다··· 맞습니까?”


이 사람. 말끝마다 ‘맞습니까?’ 하는 게 버릇같다. 재차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희한한 일이네요. 그 자세한 내막, 특히 옥 노리개에 새겨진 글귀를 아는 사람, 몇 안 되는데 말입니다. 혹시...?”


“네. 지금 이 공자께서 생각하는 그 자 맞습니다. 향후 가치가 좀 떨어지겠지만 시원하게 시인합니다.”


“그··· 고추 없는 사람?”


“그렇습니다. 돈 먹는 소새끼죠. 관리비가 꽤 많이 듭니다.”


이것 보소!


이건 정말 특급 비밀에 속한다. 황제의 최측근, 복심으로까지 불리는 성 태감을 더듬이로 쓰고 있는 이 사내.


그런 극비 정보를 거침없이 이사도에게 나불거리는 이유가 뭘까?


“오늘 말이 통하는 분을 만났군요. 차 드세요.”


“이거 좋군요. 고소한 것이 명차 같습니다.”


“예. 예. 저에게 많이 있으니 가실 때 싸드릴게요. 많이 드세요. 쭈욱!”


“이 차 이름이 뭡니까? 저는 처음 마셔봅니다.”


“숭늉.”


“예···?”


“우리 고구려 사람들이 보리밥을 먹고 난 다음 꼭 마시는 겁니다. 무쟈게 고소해요.”


“···그러니까, 이게 보리로 만든 차다?”


“뭐 차라기보다 숭늉처럼 마시죠. 명차에 비교해도 더 고소하다며요?”


“······.”


한 방 먹었다는 듯 고개를 젖는 사내. 이내 빙긋 웃으며 이사도가 따라준 숭늉을 거침없이 마신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제가 대륙 전체 염상주 (鹽商主)의 아들이자 총 행수를 맡고 있는 왕희안입니다.”


“거물이셨군요. 반갑습니다.”


현재 당나라와 발해는 물론 신라, 대식국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지역의 모든 소금 유통을 담당하는 거대 조직이 염상이다.


그들이 굴리는 돈은 당나라 예산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다. 어둠의 상인이지만, 엄청난 조직이 아닐 수 없다.


“귀 번진의 소금은 전 대륙 생산량의 절반에 해당합니다. 그 주인이 하루아침에 바뀌었어요. 저희들로서도 심각한 일이 벌어진 것이죠.”


“왕 행수.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 영토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세금도 내지 않는 불측한 무리가 독점하고 있는 걸 어찌 두고 보겠습니까?”


“예. 그건 동의합니다. 그래서 새 판을 짜려고 제가 왔습니다.”


“허어. 너무 직설적입니다.”


내공 만렙이다. 군더더기가 없다. 바로 정곡을 찌른다. 생각할 틈을 안 줘서 당황하게 만든다. 먼저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고도의 상술이다.


그러나 착각한 것이 있다.


이사도는 10살이지만 그의 영혼은 50살 먹은 이강호라는 사실.


“좀 더 내셔야 하겠습니다.”


“전에 염삼에게 주던 것과 똑같이 내겠습니다.”


"그게 얼마였는데요?"


"총 판매금액의 일 할이었습니다. 엄청난 돈이죠."


“안 될 말이오.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평로치청 번진은 황제도 인정한 절도사이자 요령군왕의 영역이요. 음지에서 몰래 캐먹고 살던 밀염방 무뢰배와 같이 받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이 할을 내지요.”


“오 할.”


“삼 할로 합시다. 어차피 백성들도 세금을 그리 내지 않습니까?”


“육 할.”


“불가능한 수치올시다. 우리도 남아야 장사를 할 거 아닙니까? 소금 유통이란 게 녹록치 않습니다. 삼 할 오 푼 어떻습니까?”


“칠 할.”


“공자님은 말이 통할 분으로 생각했는데, 의외군요. 이러면 협상이 안 되지 않습니까?”


“팔 할.”


결국 사내가 입을 닫았다. 정말 실망한 눈치였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후희일 전대 절도사 제거, 이정기 현 절도사 추대, 세제 개편, 황제와의 담판 승부, 밀염방 괴멸, 이 모든 일의 배후가 이 공자라는 걸 저희는 압니다.”


“네. 더듬이를 워낙 많이 깔아 두었으니, 그럴 만 하죠.”


“그래서 이 공자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 정도 배포를 가진 분이면, 말이 통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막상 만나보니 실망했다. 그렇게 들립니다만.”


“비슷합니다. 협상의 묘리는 밀고 당기는 데 있습니다. 즉, 서로 이익을 가지는 중용(中庸)의 도를 찾는 게 또 협상입니다. 하지만 이 공자님은 일방의 주장만 하고 계세요. 그러면 협상이 안 됩니다.”


이사도는 그렇게 말하고 일어날 자세를 취하는 왕 행수의 잔에 숭늉을 재차 따라 주었다.


“드세요. 아까처럼 급하게 들이키지 마시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천하에 소문난 명차보다 더 맛있어요. 또 장 건강에 좋습니다.”


막 일어서려던 사내는 이사도를 다시금 바라보았다. 눈이 반짝 빛을 발했다.


“뭐가 있군요. 제가 모르는 정말 중요한 비밀이.”


“네. 소금은 엄청난 이익을 주지만, 여러가지 제약이 따릅니다. 우선 당이 불법으로 규정해 놓아서 관의 눈을 피해야 하고, 이동에 많은 인원이 필요하고,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는 판매 대금을 다른 물건으로 받아야 합니다. 그 물건을 팔아 다시 돈으로 바꿔야 비로서 거래가 끝납니다.”


“네. 그래서 우리가 비싼 수수료를 받는 것입니다.”


“그런 복잡한 유통 과정을 저는 이해합니다.”


왕 행수가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는 총명한 사람이다. 이런 음성적 소금 유통에 관한 불가피한 사실을 다 알면서 무리하게 팔 할까지 주장한 이사도.


과연 이사도가 바보일까?


천만에. 오히려 이사도가 희대의 천재라는 건 여러가지 정황이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 이사도가 내 놓을 패, 그게 너무 궁금했던 것이다.


“여기까지 오시는 동안 모두 성시(城市)만 거쳤습니까?”


“아닙니다. 간혹 야숙을 하기도 했지요.”


“예. 그랬을 겁니다. 그럼 야영지에서 밥도 짓고, 또 범이나 승냥이를 피하기 위해 불을 피우셨겠네요?”


“네. 다 살려고 하는 짓인데, 안전이 제일이죠.”


“그 불이 산적을 꼬이게 하면 어쩌려고요?”


“저는 혼자 움직이지 않습니다. 지금 여기 청주성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염상의 밀객(密客)들이 백 명 넘게 잡입해 있습니다.”


“오! 그것도 놀라운 일이네요. 어떻든 그 많은 사람들이 야숙하려면 꽤 고생스럽겠습니다.”


“뭐, 하루 이틀 겪은 일이 아니라 괜찮습니다. 불 피우는 게 제일 문제지만, 그것도 하나의 불씨만 살리면 여러 개로 옮길 수 있으니까요.”


그 말끝에 이사도가 소매자락 속에서 작은 물건을 꺼내 탁자에 올렸다.


“이거 한번 보시겠습니까? 마침 오늘 처음으로 절도사님 앞에서 공개한 물건입니다. 따끈따뜬한 신상이죠.”


“······?”


아무리 더듬이를 박아 놨어도 알 수가 없지. 이건 방금, 최초로 공개하고 온, 이 세상에 없는 물건이거든.


이사도가 태평전에서와 마찬가지로 성냥 대가리를 모래와 적린을 섞어 도포한 사면에 긁자.


“헉!”


“보이죠? 이게 불이란 겁니다. 아직 제 손의 작은 나무조각에 붙어 있죠? 이렇게 바람만 가리면, 다 타기 전에는 꺼지지 않습니다.”


이 새끼, 눈동자가 풀려 버렸다. 촛점을 못 잡고 멍하니 이사도의 손가락에서 타고 있는 나뭇조각에 빠져 있었다.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모습이다.


놀랐지?


그래도 고수는 고수. 바로 머리를 세차게 흔들더니 또 머리가 물레방아처럼 회전하는 게 보였다.


“아직 세상에 선을 보이지 않았다. 맞습니까?”


“네, 세상에서 두번 째로, 왕 행수에게만 선을 보이는 귀물이죠.”


“아무도 모른다. 맞습니까?”


그놈의 ‘맞습니까?’는 여전하다.


“맞습니다만.”


“이걸 저에게 보여주는 이유, 맡겨줄 수도 있다. 맞습니까?”


“그야 뭐. 조건이 맞아야죠.”


“이제 이해가 됩니다. 여기 오는 동안 오줌 지린내가 진동을 하더니, 다 이걸 만들기 위한 것이었군요.”


빠르다. 바로 눈치 깐다.


“유사품이 나오긴 하겠죠. 그러나 적어도 한 해 이상은 독점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복제품이 나와도 품질은 이것이 제일이고요.”


“한 해는 완전 독점이 가능하다. 맞습니까?”


아, 이 새끼. 말뽄새하고는. 그놈의 맞습니까를 입에 달고 산다.


“맞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에 출시할 다른 제품도 있다로 들립니다. 맞습니까?”


역시 보통이 아니다. 벌써 앞날을 내다본다. 그 다음 이사도의 속셈까지 꿰뚫고 덤빈다.


“일단 더 밝히기 곤란하니, 여기까지 합시다. 이제 가격을 쳐 보시죠.”


“우리 상단에서 철전 한 닢에 매입, 도매가로 한 닢 두 푼, 최종적으로 구매자에게는 한 닢 닷 푼. 이렇게 하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태평전의 백관들은 은자 한 냥에도 팔릴 것이란 의견이 있었소만.”


“그건 두 가지 점에서 불가합니다. 이 공자님.”


“들어볼 까요?”


“에이, 다 아시면서 왜 그러십니까?”


“그래도 왕 행수의 생각과 제 생각이 일치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요.”


왕 행수는 흘러 내리는 살점을 바로 잡더니 혀를 내 밀어 입술에 침을 발랐다. 그리곤 숭늉을 단숨에 들이켰다. 목이 타는 모양이다.


“말씀대로 한 냥을 불러도 팔립니다. 돈 많은 상인, 고관대작들, 혹은 전장에 나서는 고위급 장령들은 쾌히 구매할 겁니다.”


“네. 그런데요?”


“하지만, 일반 백성들은 못 삽니다. 은자 한 냥은 반 달치 생활비입니다. 괴롭고 귀찮고 힘들어도 입김을 후후 불며 부싯돌을 팅길 겁니다. 스무 번만 참으면 은자 한 냥이 절약되니까요.”


“네. 그렇겠군요.”


“하지만 철전 한 닢 닷 푼에 이 상품을 풀면 다 삽니다. 개도 소도 이걸 한 봉씩 지니고 다니는 세상이 도래합니다. 또 이 제품은 소모품입니다. 스무 번 사용한 다음에는 재구매로 이어집니다. 엄청난 장점이죠.”


“일리 있는 설명이군요. 또 다른 하나도 들어볼까요?”


“이 공자님께서는 이미 모조품이 나올 걸 예상하고 있습니다. 일 년 후 가짜 제품은 훨씬 싸게 풀립니다. 그럼 우리 상품은 창고에서 썩게 되겠죠. 한마디로 반짝 상품이 된다. 맞습니까?”


둘 다 정확하다. 고로 이 놈은 진국이다. 적어도 장사 수완에 대해서는 이놈이 프로다.


“일 년 동안 시장을 장악하면서 상표화하면 그래도 어느정도 방어가 되지 않을까요? 모조품은 우리 상품의 품질을 따라 올 수 없거든요.”


“이 공자님. 어떤 점이 다를 지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발화 성공 확률, 불이 지속되는 시간, 건강에 치명적인 독성이 없다는 점, 이런 게 확연히 다릅니다.”


애매하다. 모조품은 무조건 쉽게 제조할 수 있는 황린으로 나올 것이고, 이건 사람을 서서히 죽인다. 다만, 그걸 증명할 의학수준이... 이 시대에는 없다.


“다 좋습니다. 그 콩알만한 대가리를 접착면에 긁으면 바로 불이 붙는다. 이 것만으로도 전 대륙에 풀 수 있어요. 맡겨 주신다면, 우리 상단이 하고 싶습니다. 엄청나게 팔아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느긋한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어떡하든 이걸 독점하고 싶은 마음이 여실히 보였다.


“좋군요. 왕 행수. 그럼 소금은?”


“처음 부르신 오 할에 동의합니다. 덕분에 우리 수익이 많이 줄겠지만, 이런 귀물이라면··· 제 영혼을 저당 잡혀서라도 얻고 싶군요.”


협상이 타결 되었다.


이사도가 포권하자, 왕 행수도 마주 포권했다.


“상인의 기본은 신뢰, 맞습니까?”


이번에는 ‘맞습니까?’를 이사도가 먼저 했다.


“네. 신뢰가 무너진 상인은 쓰레기가 됩니다. 비록 음지의 염상 짓을 하고 있지만, 우리 휘하에는 양지의 상단이 몇 개 더 있습니다. 이 귀물은 그 곳에서 취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양지의 상단 중 내가 아는 이름이 있을까요?”


“익히 들어보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장 큰 걸 들자면, 만금상단입니다.”


“허어! 진짜 의외로군요.”


만금상단.


익히 들어본 정도가 아니라 길거리 꼬마들도 다 아는 이름이다. 현재 당나라 황실에 물품을 독점 납품하는 곳이다. 그래서 성 태감 같은 이를 더듬이로 포섭했겠지.


‘미래와 비교하자면 삼성물산 정도 된다는 말이네. 꽤 쎈데?’


가만!


“말은 어떻습니까?”


“어디에서 나온 말 말씀이신지?”


“발해산 대형마 말씀이죠.”


“없어서 못 팔죠. 다만, 발해는 상당히 꼬장꼬장합니다. 쉽사리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그쪽으로는 또 몰랐군요. 절도사님께서 해운압신라발해번등사(海運押新羅渤海兩蕃等使)직을 제수받았습니다.”


“듣긴 들었습니다만, 그 직책이 무슨 역할을 하는 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쉽게 말씀드리죠. 앞으로 신라, 발해. 왜국의 사신단부터 상단은 우리 번진의 허락이 없으면 대륙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그 직책은 이를 공식적으로 증명하는 거고, 실질적으로도 삼국은 어쩔 수 없이 우리 번진을 거쳐야 하니까요.”


“그, 그, 그건 지금까지 암묵적으로 승인했던 일 아닙니까? 당 황조의 입장을 배려해서 말입니다.”


“혼란기죠. 산적도 들끓고, 마적패도 많고. 하다못해 굶주린 농부들조차 낫과 창을 들고 도적으로 돌변할 수 있죠.”


“오! 이제부터 그걸 공식화 하겠다. 맞습니까?”


“그래요.”


“통제를 따르는 사신단과 상단은 철저히 보호해 주겠지만, 슬쩍 들어가는 놈들은 가차없이 죽여 묻어버린다. 맞습니까?”


“너무 노골적이오. 나는 그리 말한 적 없습니다.”


“멋지군요. 발해산 명마를 들여올 수 있다니. 이것도 큰 돈이 벌릴 사안입니다.”


“신라의 특산물, 왜국의 물품, 발해의 명마를 가져오고 당의 물품, 또는 은전과 바꾸는 무역. 구미가 당기시죠?”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많을 걸 쥐고 있는 이사도에 비해 왕 행수는 내밀 건수가 별로 없었던 것이다.


“두 말하면 잔소리죠. 평로치청 번진의 번영을 위해 우리 밀영방과 만금상단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됐어. 전국 상단을 손아귀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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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협상의 묘, 이런 거 본 적 있나? +2 24.08.22 646 2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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