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들의 인간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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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는개
작품등록일 :
2024.07.27 22:31
최근연재일 :
2024.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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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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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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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1화. 人神상열지사

DUMMY

이상했다.

원래 잘 나가던 놈이 ‘더, 더’ 잘나가는 건 그러려니 하던 놈들이, 제 발 아래 있던 놈이, 아니면 고만고만하던 놈이 조금 치고 올라가면, 입에 거품을 물고 분해하는 게.


이해했다.

AI시대 대한민국, 흐르고 흘러, 구르고 굴러 이 시대 이곳에서, 발아래는커녕 까마득해 보이지도 않던 잡것들 틈에 얹혀살고 난 후에.


주류 재벌로 우뚝 선 술의 신이나, 세계 최고의 성형외과 의사가 된 의술의 신처럼 인간 사회에 완벽하게 적응한 신들도 몇 있었지만, 은둔형 외톨이로 전락한 신들의 왕 제우스를 비롯해 대부분의 신들은 노숙자나 자연인으로 살며, 오늘도 이 텁텁한 하루를 꾸역꾸역 넘긴다.


그래, 올림포스 신들은 죽지 않았다.

너희들 틈에서 오지게 혐생을 살 뿐···


하지만 개가 똥을 끊지 신이 장난질을 끊나? 인간 사회에 셋방 사는 주제에 오늘도 우리는 집주인들의 운명을 놓고 소소한 내기를 한다.


도시의 인간들을 장기 말로 굴리며 노는 ‘新 트로이 전쟁’. 그것만이 요즘 우리가 사는 재미다.


--------------


“싹 다 죽여 버릴까?”


신들의 쇠락한 처지처럼, 밤하늘에 박힌 별들도 도시의 화려한 야경에 빛을 잃은 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강남의 한 아파트의 폭신한 소파에 앉아 분노하고 있었다.


허리까지 흘러내린 검은 머리카락에 은은한 별빛이 감돌고, 하얗다 못해 혈관이 비칠 만큼 투명한 피부와 신비로운 은빛이 감도는 검은 눈동자를 지닌 그녀는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아프로를 보면 누구나 깨닫게 된다. “아름답다”라는 형용사가 “빵”처럼 손에 잡히는 명사였다는 걸.


고급스러운 펜트하우스 거실은 그리스 신화를 다룬 조각상들로 과하게 꾸며져 마치 그리스 신전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어두운 조명 아래 값비싼 조각상들은 아름답다기보다는 음침하고 기괴해 보였다. 거실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한 줄기 빛. 그 빛의 끝에는... 거대한 TV가 있었다.


아프로가 TV에 나오는 여자 연예인들을 노려보며 아름다운 미간을 찌푸리자, 그녀의 아들 에로스가 다가와 말했다.


“지금이 바로 미의 여신이 패배를 인정하는 경이로운 순간인 건가?”


에로스의 말에 아프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공정이라는 가치가 훼손되잖아.”


“공정?”


“젠장, 성형으로 예뻐진 것들이 예쁜 척 하는 건 뭔가 공정하지 않잖아?”


“타고난 천재만 서울대 가야 돼? 엄마 같은 미모 금수저보단, 고통을 이겨낸 성형 미인이 공정에 오히려 더 부합하지.”


“미의 여신으로서 난 성형 용납 못해. 내 영역에 인간의 잡기술이 발을 들이다니!”


에로스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가 용납하고 말고가 이 시대에 무슨 의미가 있니?”


“젠장, 아폴론의 성형 때문에 인간들과 나의 미모 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엄마 얼굴이랑 분위기는 뭐랄까.. 눈, 코, 입이 서로 ‘내가 더 예뻐.’ 이렇게 피 튀기며 싸우는데.. 그게 좀 피곤하달까? 너무 뻔하게 예뻐.”


“나 아프로디테야. 미의 여신! 내가 올림포스에 있을 때는...”


“엄마, 라떼 마실래?”


“너부터 죽이고.”


“하하, 이 팍팍한 시대에 사랑이라도 없음 인간들 어찌 살라고. 미의 여신의 축복은 성형이 대체하지만, 아직 나 에로스의 사랑의 화살을 대체하는 기술은 없어.”


“내기 할래?”


“뭐?”


TV광고 속 한 남자를 보고, 아프로가 외쳤다.

“내가 쟤 한 달 안에 아빠로 만들어 줄게. 나 아프로디테. 아직 죽지 않았어.”


연예계 데뷔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탑의 자리를 내 준 적 없는 대세 배우 현신.


때마침 그가 광고 속에서 야릇하게 향수병을 응시하고 있었다.


탄탄하고 쫀쫀한 근육질의 넓은 어깨와 가슴. 2미터에 육박하는 큰 덩치와 달리 그의 얼굴은 그린 듯 아름다웠다.


에로스는 신비로운 섹시함을 뿜어내는 그를 보며 아프로에게 물었다.

“신의 기술 안 쓰고? 인간으로서 도전?”


“좋아.”


그렇게 미의 여신 아프로는 또 새 장난감을 찾았다.


------------


그 시각, 자신을 두고 미의 여신과 사랑의 신이 내기를 시작했다는 걸 알 리 없는 톱스타 현신은 광고 촬영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매니저 상혁이 최고급 밴 뒷좌석에 몸을 누인 현신에게 말했다.

“사람들한테 좀 친절하게 안 돼?”


현신의 반응은 여느 때처럼 차갑고 심드렁했다.

“친절? 그게 뭐지? 파는 거면 빨리 사 와.”


“그런 사람이 요즘 드라마 현장만 가면 왜 그렇게 친절하고, 실실 웃고, 수줍수줍하냐고!”


매니저의 말에 현신은 갑자기 수줍게 웃었다. 벌게진 귀.


“어어, 저 귀. 제발 그러지 마. 무서워 죽을 것 같다. 형”

“닥쳐.”

“사람들은 말했었지. 그는 웃는 법을 아예 모르거나, 얼굴 근육이 마비되어 웃을 수 없는 거라고.”


현신은 말없이 창밖만 보고 있었지만, 상혁은 계속 주절거렸다.

“난 그 시절의 싸가지 없던 형이 더 좋았다. 적어도 지금처럼 부끄러운 존잰 아니었지.”


현신은 대답 대신 차창에 손가락을 대고, 눈 내리는 거리를 걷는 한 커플을 부러운 듯 톡톡 두드렸다.

“지금 다들 연오씨랑 형 때문에 난리야.”


“연오?”

연오라는 단어는 항상 현신을 반응하게 한다. 연오는 지금 현신이 촬영 중인 드라마 “볼빨간 아프로디테”의 상대 여배우였다.


“형이 작년 연말 시상식 때 멍한 눈동자로 연오씨에게서 눈을 못 뗀 걸 팬들이 다 영상으로 찍어 올렸어. 그리고 그때 이단이 연오씨 쳐다볼 수도 있지, 그렇다고 죽일 듯 노려보냐? 연오씨가 형 거야? 그것도 세기의 질투라 칭송 받으며 영상 박제되었다고.”


“이단 그 자식 원래 마음에 안 들었어. 그런데 자꾸 누가 누굴 좋아한다고 이 난리야?”

“그러게. 주인은 아니라는데 그 놈의 눈, 귀 그것들이 다 따로 노니 문제지. 아주 흔들리고 벌게지고 난리야.”


“닥쳐. 계속하면 너의 눈과 귀, 다 따로 놀게 손봐줄 테니까. 아 근데 왜 이리 막히는 거야. 진짜.”

“그러게. 오늘따라 심하게 막히긴 하네.”


-----------------------------


꽉 막힌 도로, 늘어선 차들의 끝에는 도로 한 복판에 차문이 열린 채 정차된 차 한 대가 있었다.


차에서 내린 50대의 남자는 인도 위 사람들을 향해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저거, 뭐야?”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차가운 도시에 따뜻함을 입힌 밤, 갑자기 거리의 사람들이 겁에 질린 사슴 무리처럼 내달린다.


이때 갓난아기를 안고, 5살 아이의 손을 잡고 뛰어가던 아이 엄마는 홀로 무리에서 떨어져 뒤쳐지고 말았다. 곧 잡힐 듯한 거리.


무표정한 얼굴로 빠르게 걷는 남자의 손에 들린 시퍼런 칼날이 네온사인에 청량하게 반짝였다. 청량하지 않은 목소리로 남자가 소리쳤다.

“아 씨X. 억울해. 억울해. 억울하다고.”


아이 엄마는 쫓아오는 남자를 뒤돌아보곤, 넘어진 아이를 가까스로 일으켜 다시 달렸지만, 결국 따라잡혔다.


여자의 머리채를 낚아챈 남자의 얼굴에 옅은 미소 번졌다. 아이 엄마는 도망치라고 5살 아이의 등을 떠밀곤, 입고 있던 코트로 앞에 안은 아기를 필사적으로 감쌌다.


여자의 행동이 못마땅한 남자가 외쳤다.

“모성애 쩌네. 씨X. 우리 집 늙은 그X이랑 비교되잖아.”


남자가 머리채를 놓고, 여전히 엄마를 떠나지 못한 채 울고 있는 아이의 뒷덜미를 잡아 올리자, 아이 엄마는 다급히 남자의 손목을 물어뜯었다.

“아아악, 씨X, 억울한 놈이 짜증까지 나야겠냐?”


손목의 통증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남자가 회칼로 아이 엄마의 복부를 찌르자 핏물 기둥이 솟구치며, 그녀는 힘없이 쓰러졌다.


잠시 후 남자는 너무 놀라 꼼짝도 못하는 아이의 얼굴에 엄마의 피를 바르며 소리쳤다.

“자꾸 울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안 줘. 그니까 아저씨가 웃게 해 줄게.”


그가 칼로 자신의 입을 찢는 시늉을 하며 말을 이었다.

“조커 봤지? 조커 잘생겼지?”


아이는 겁에 질려 더 크게 울어댔다. 짜증이 난 남자가 아이의 입가를 향해 칼을 겨누자, 엄마는 죽어가면서도 남자의 바지를 잡고 늘어졌고, 남자는 그녀를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아이 엄마는 피범벅이 된 채 뒹굴면서도, 품에 안은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 와중에도 카메라를 찍기 바쁜 사람들. 한 유튜버가 영상을 촬영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그 묻지마 폭행이란 걸 제가 현장에서 눈으로 직접 보고 있습니다.”


이때 이 광경을 보다 못한 한 할머니가 다가와 남자와 아이 사이를 막아섰다. 할머니는 극강의 두려움에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벌벌 떨었다.


그녀는 울고 있는 아이를 한 번 보곤, 멀찍이서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던졌다. 할머니의 간절한 눈빛에 도와줘야할지 망설이는 사람들.


하지만 불행한 이웃을 돕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칼을 든 남자가 말했다.

“씨X, 할망구는 갈 때 됐다 이거지. 그래서 용기가 막 샘솟아?”


그러면서 그는 순식간에 할머니의 목에 칼을 꽂았다. 할머니가 피를 분수처럼 뿜으며 쓰러졌다. 유튜버는 카메라를 향해 소리쳤다,

“여러분, 실제 영상입니다. 여러분. 지금 강남대로 한 복판 맞고요.”


남자는 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덜덜 떠는 할머니를 힐끗 보곤, 아이에게 다가가 꿇어앉아 눈높이를 맞추며 말했다.

“임마, 너 그래도 이 할망구가 살려준 거야. 핫 아직 아름다운 세상이야. 이놈, 아름답게 살아.”

그리고 신이 나서 더 큰 소리로 외쳤다.

“세상! 아직 살만하네!”


남자는 도망치는 군중들을 향해 무대 위 배우처럼 허리를 숙이고, 한 팔을 휘두르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 뒤돌아서서 칼을 든 팔을 인사하듯 흔들곤 낄낄거리며 걸어갔다.


도시의 야경은 가까이서 보면 썩어 문드러진 나무고, 멀리서 보면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다.


누군가 현미경으로 도시를 내려다보면 끔찍한 범죄의 순간, 술 취한 사람들의 비틀거림, 쓰레기로 지저분한 거리가 보이겠지만, 멀리서 그저 바라만 본다면 시리고도 따뜻한 불빛만이 어른거릴 테니까.


-----------------------------------


다음 날 아침, 아프로는 디오니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포도주의 신이자 황홀경의 신 디오니소스.

그는 술의 신답게 일찍이 세계 주류 사업을 평정하고, 막대한 부를 축적해 지금은 세계 최대의 럭셔리 소비재 기업 '세멜레'를 운영하고 있다.


인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신들이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고 살 수 있도록, 지혜의 여신 아테네가 운용하고 있는 ‘공동 기금’의 30%가 디오니의 사업체에서 충당될 만큼 그의 재력은 막강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201층 건물인 ‘바쿠스’의 맨 위층에 자리한 디오니의 사무실, 나른한 오후, 한참 달아오른 야릇함이 사무실 전체를 가득 메웠다. 디오니의 거친 호흡과 함께.


아프로의 눈동자가 신비하게 반짝이자, 디오니의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넣어줘. 빨리.”


흥분한 디오니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왜 이래.. 심장 떨리게.”


통 유리 창문에 폭포수처럼 부서져 흐르는 햇살조차 아프로의 아름다움에 빛을 잃었다.

“어서.. 빨리”


아프로가 간절한 외침에 디오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덤빌 때 제일 예쁜 거 알아?”


팔굽혀 펴기 자세로 디오니를 위에 엎드려 있는 아프로의 길고 풍성한 머리카락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려 디오니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아프로가 섹시한 표정으로 그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넣어달라고... 빨..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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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들의 인간놀이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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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23화. 슬픈 신남 24.08.20 5 0 9쪽
22 제22화. 분쟁의 여신 에리스 24.08.19 8 0 9쪽
21 제21화. 산타클로스의 선물 24.08.17 11 0 10쪽
20 제20화. 무인도에 둘만?_2 24.08.16 16 0 10쪽
19 제19화. 무인도에 둘만? 24.08.14 19 0 10쪽
18 제18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4.08.13 18 0 11쪽
17 제17화. 프시케_2 24.08.12 20 1 9쪽
16 제16화. 프시케 24.08.11 22 3 10쪽
15 제15화. 인간 사냥꾼 24.08.09 21 3 11쪽
14 제14화. 낭만 살인자 24.08.07 17 3 10쪽
13 제13화. 마음의 방 24.08.04 23 3 11쪽
12 제12화. 공처가 하데스 24.08.03 28 3 11쪽
11 제11화. 첫 참사 24.08.03 24 3 10쪽
10 제10화. 번개 놀이 24.08.02 25 3 11쪽
9 제9화. 네온사인 사랑 24.08.01 25 3 10쪽
8 제8화. 영혼이 어린 아이 24.07.31 34 3 13쪽
7 제7화. 美친 민폐 24.07.30 38 4 10쪽
6 제6화. 키스플러스_2 24.07.29 35 3 13쪽
5 제5화. 키스플러스 24.07.28 41 4 12쪽
4 제4화. 첫 만남 24.07.28 46 4 11쪽
3 제3화. 크루아상 24.07.27 48 5 10쪽
2 제2화. 美친 여신 24.07.27 54 6 12쪽
» 제1화. 人神상열지사 24.07.27 9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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