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들의 인간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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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는개
작품등록일 :
2024.07.27 22:31
최근연재일 :
2024.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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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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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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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12화. 공처가 하데스

DUMMY

“미친··· 도대체 당신 뭐야? 당신이 감독이야? 키스 지적질이라니···”

얼굴을 붉히는 현신에게 아프로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명색이 사랑의 여신인데.. 키스까지 가르치면서 연애해야 하나 해서 그런다.. 젠장.”


가뜩이나 연오에게 면이 서지 않아 마음이 울적했던 현신은 아프로의 장난에 크게 분노했다.

“내가 당신이랑 연애를 한다고? 당신 미쳤어? 당신 아니 너! 내가 반드시 뺀다. 이 드라마에서.”


미의 여신이었다. 그녀 앞에서 남자란 족속은 남신들을 포함해서 딱 두 부류 뿐이었다.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거나, 한 번 눈길을 주면 눈을 떼지 못하거나.


아프로는 난생 처음 겪는 상황에 적잖이 당황했다.

‘아씨. 인간 남자가 내 눈을 똑바로 보고 개짜증을 내다니,,, 젠장 방심했어. 케스토스 히마스를 가져오는 건데.’


'케스토스 히마스' 라는 신비로운 허리끈은 전남편 헤파이스토스에게 선물 받은 것으로 아름다운 아프로를 더욱 매혹적으로 보이게 하는 신비로운 마력을 지닌 물건이었다.


아프로는 정신을 집중하고, 아름다움 게이지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온 몸에서 별빛이 반짝였다.


그녀가 그의 앞에 바짝 다가서자, 연오와 키스신이 생각난 현신은 짜증이 극에 달했다.

“미친 소리 그만하고 꺼져라. 더 이상 여자라고 봐주기엔 내가 그리 매너 좋은 놈이 아니거든. 무엇보다 내가 지금 저세상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뿐이라!”

“그래? 원하면 지옥의 신 하데스에게 부탁해서 언제라도 지옥에 보내줄게. 대신 그 전에 우리 사귀면 안될까?”


그러더니 아프로는 뜬금포 애교를 떨었다.

“아잉, 그래야 돼~”

“미친..나 장난할 기분 아니다.”


현신은 아프로를 차갑게 노려보다 가버렸다.


혼자 남은 아프로가 주먹을 쥐며 중얼거렸다.

“이럴 때 보통의 다른 여신들이라면 무척 당황할 거야. 그러나 나 아프로디테는 당황하지 않지. 왜냐하면 내게 불가능한 남잔 없으니까.”


--------------------


그 시각, 대형 백화점 명품 매장 앞에서 손가락으로 귀를 파고 있는 지옥의 신 하데스에게 그의 아내 페르세포네가 소리쳤다.

“뭐 해요? 빨리 오지 않고,”

“누가 내 욕을 하나? 자꾸 귀가 간지러워서.”


이때 매장 앞에서 안내하던 직원이 페르세포네에게 물었다.

“178번이신가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감은 페르세포네가 입구에서 남직원에게 번호표를 내밀었다. 그녀 옆에 서 있는 하데스는 큰 여행 가방 2개와 쇼핑백 수십 개를 들고 있었다.


검은 옷, 검은 액세서리, 검은 손톱까지.. 두 사람의 올블랙 복장은 예사롭지 않았다.


매장 안에서는 직원들이 모여 입구 쪽을 바라보며 수군대고 있었다.

“정말 오늘도 왔어요?”


직원 하나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저기··· 방문 주기가 점점 빨라지는 것 같지 않아요?”


“에휴우우우”

직원들의 집단 한숨이 이어졌다. 모든 직원들이 들어오는 손님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폭탄 돌리기 시작!


‘난 지난번에 응대했어. 난 오늘은 절대 응대 안 한다. 죽어도.’

모두 똑같은 생각뿐이었다.


페르세포네와 하데스가 당당한 모델 워킹으로 런웨이를 걷듯 매장으로 들어오자, 모여 있던 직원들은 재빨리 흩어졌다.

“나, 재고 확인하러 창고 좀..”

“나도 저···암튼 바빠”

직원 하나는 핸드폰을 꺼내며 얼떨결에 말했다.

“전화가··· 곧 올 것 같아.”


늑대의 등장에 사슴 무리가 흩어지듯 모두 순식간에 사라지고, 결국 불변의 진리대로, 이제 갓 태어난 새끼인 신입 직원이 페르세포네의 먹이가 되었다.


신입 직원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체념한 표정을 짓다가 뒤돌아섰다. 순식간에 바뀐 그녀의 표정. 그녀는 환한 비즈니스 미소가 담긴 얼굴로 페르세포네에게 다가갔다.

“도와 드릴까요?‘


페르세포네는 명품 매장 안을 찬찬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저거”

그녀가 새로 나온 신상을 가리키자, 직원이 명품을 꺼내 보여주었다.


페르세포네의 길고, 검은 손톱이 신경 쓰인 직원은 생각했다.

‘저 손톱 때문에 제품에 스크래치라도 나면··· 그러나 그녀다! 조심하란 말은 자살행위야.’


페르세포네가 진열대를 다시 가리키며 말했다.

“저것도..”


이때 하데스가 가까이 다가와 끼어들었다.

“여보, 오늘은 하나만 사지?”


페르세포네는 가방에서 눈을 떼지 않고 도도하게 말했다.

“자기, 내가 지금 고르고 있잖아?”

“그지, 그지, 그러면 다른 색상도 사.. 전부 검정 색이잖아.”

“어쩌겠어. 내가 이미 지옥으로 시집 왔는데.. 지옥의 여왕답게 입어줘야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직원은 생각했다.

‘지옥 같은 결혼생활을 명품으로 달래는구나. 짠하네. 남편이 바람피우고, 가방으로 반성하나 봐.. 나라도 친절하게 응대해야지.“


전체 매장을 다시 한 번 세심하게 둘러본 페르세포네가 말했다.

“이거, 이거, 이거, 그리고 저거.”


하데스는 안도했다. 오늘은 겨우 4개라니! 하데스의 입꼬리가 기쁨으로 올라갈 때, 들리는 페르세포네의 끝맺음.

“빼고 다.”


하데스의 안도의 웃음은 순간 썩소로 바뀌었다.


“계산은 평소대로 하실 거죠?”

직원은 질문을 던지며 생각했다.

‘두근두근. 선배들에게 듣던 그 전설의 결제를 드디어 나도 해보는 건가.’


“물론.”

하데스가 결제 데스크로 갔다. 그리고 낑낑거리며 커다란 여행 가방 두 개를 데스크에 올렸다. 가방을 열자 보이는, 가득히 차 있는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지폐들... 하데스가 운영하는 클럽 ‘지옥’의 슬롯머신에서 벌어들인 돈이었다.


신입 직원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지폐를 세며 물었다.

“근데 백화점 상품권이나, 카드 결제하시면 더 저렴하게 구매하시고,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도 받으실 텐데.. 하하.”

“왜 세기 힘들어?”

페르세포네가 시큰둥하게 물었다.

“아니에요. 전혀. 그냥 여쭤본 거예요. 도움 되실까 해서,,”


“그래. 나도 그냥 물어본 거야. 앞으로도 쭉.. 우린 현금.. 카드를 못 만들어 우리가.. 신분이 좀..귀해서..”

“네.. 그러시구나.. 귀하시구나.”

다른 손님들도 결제 데스크에 산같이 쌓여가는 천 원짜리 지폐를 신기한 듯 보며, 터지는 웃음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신입 직원의 코끝에 맺히는 땀방울.


“진상 짓은 여전하구나.”

이때 우아하고 깔끔한 패션의 한 여자가 매장에 들어서며 페르세포네에게 말을 걸었다. 산같이 쌓인 천 원짜리 지폐를 보며 그녀는 말을 이었다.

“클럽의 슬롯머신에서 방금 꺼내온 따끈따끈한 남의 피땀으로 명품 삼매경이라니.”


그녀의 비난에 페르세포네는 쿨하게 대답했다.

“훗. 좀 치사하지? 너도 뭐 사러 온 거야?”


“아니..니 남편 좀 만나러..”

순식간에 페르세포네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내 남편을 왜?”

아르테미스가 그녀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이런 반응 뭐야? 너나 하데스 좋아하지. 니 남편 경매에 내놓으면 너네 클럽 얹어줘도 아무도 안 사.”


“흥, 우리 하데스의 진면목을 네가 몰라서 그래. 어둠의 신이 아니라 밤의 신이라니까.”

페르세포네의 야릇하게 수줍은 미소. 하데스는 아이처럼 기뻐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거 이거, 보여줄 수도 없고, 하하”

하데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페르세포네는 놀리듯 말했다.

“아 미안. 처녀신인 넌 이해 못하겠다.”


처녀신이자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가 하데스에게 싸늘하게 말했다.

“자꾸 연체하면 그렇게~ 잘 하시는 밤 일 못하게 되실 거예요. 제우스님이 저러고 계시다고 은근슬쩍 그럼 됩니까?”

“무슨 말이야?”

“설마 진짜 모르는 거예요? 모른 척하는 거예요?”

“그게···”

“아테네가 운용하고 있는 우리들의 공동 기금 말이에요.”


아르테미스는 신들의 공동 기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주류 사업을 통해, 의술과 태양신 아폴론이 성형외과를 통해, 지옥의 신 하데스가 클럽을 통해.. 등등 일부 신들이 벌어들이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금액을 기부 받아, 지혜의 여신 아테네가 운용하고 있는 신들의 공동 기금.


기금의 일부는 그리스 신화와 신들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쓰였고, 나머지는 인간 세상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신들의 생활비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아르테미스는 회계사 자격증을 따고, 현재 아테네의 공동 기금의 운용 및 투자를 돕고 있었다.


하데스는 낮은 목소리로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도 알지. 공동 기금의 중요성. 이곳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거.”


아르테미스가 하데스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시다시피, 아레스가, 아프로디테가 싫어한다는 그지 발싸개 같은 이유로 마피아 생활을 청산했잖아요. 마피아가 그 동안 벌어들인 돈이 얼마인데.. 그래서 공동 기금에 타격이 커요.”

“디오니는 주류 재벌이고, 아폴론 성형외과도 잘 되잖아. 굳이 나까지···”


아르테미스는 하데스를 째려보며 말했다.

“그래서 이 어려운 때, 마누라 가방은 펑펑 사 주면서 공동 기금 연체하는 인간만도 못한 짓을 하시겠다?”


양심이 찔린 하데스가 비굴하게 말했다.

“요즘 우리 클럽도 예전만 못 해.”

“자꾸 이러시면 아프로디테에게 부탁해서 아레스를 다시 지옥으로 보낼 수밖에 없어요.”


“아레스.. 우윀, 그 이름도 듣기 싫어. 여보 그냥 줘 버려.”

페르세포네의 말에 하데스가 재빨리 말했다.

“아무리 어려워도 이번 달에 석 달 치 한꺼번에 보내려 했어.”


그때 즈음에야, 겨우 현금 세기를 마친 직원이 하데스에게 말했다.

“저, 가방 값 지불하고 남은 돈은 가방에 다시 넣어두었습니다.”


하데스는 현금이 담긴 여행 가방을 직원에게서 받아서, 아르테미스에게 패싱하며 말했다.

“일단, 이걸로.”


아르테미스는 '쌩'하고, 여행 가방을 무시하고 지나쳐 점원에게 다가갔다.

“극한 직업이시네요. 저 사람들 응대하시려면..”

“아니에요.”

입은 아니라고 하지만 얼굴은 격하게 공감하는 직원.


“저 남자 넥타이 좀 보여 주세요.”

넥타이를 주문한 아르테미스는 다시 하데스를 돌아보며 외쳤다.

“십 원도 빠지지 않게 정산해서 수표로 보내요.”


직원이 넥타이를 가지러 간 사이, 페르세포네는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아르테미스에게 말했다.

“처녀 신이 남자 선물을 사다니. 아프로디테처럼 너도 요즘 인간 남자에게 빠져 있다더니.. 도대체 인간 남자 매력이 뭐기에 다들 이 난리야? 그렇게 좋아? 인간 남자가?”


그러자 거대한 덩치의 하데스가 쿵쾅거리며 달려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외쳤다.

“여보, 당신이 인간 남자 만나면 나는 죽어요.”


아르테미스는 그런 하데스를 비웃으며 중얼거렸다.

“잘됐네요. 지옥의 신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는데.. 페르세포네에게 인간 남자만 소개시켜주면 이참에 알겠네.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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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23화. 슬픈 신남 24.08.20 4 0 9쪽
22 제22화. 분쟁의 여신 에리스 24.08.19 8 0 9쪽
21 제21화. 산타클로스의 선물 24.08.17 10 0 10쪽
20 제20화. 무인도에 둘만?_2 24.08.16 15 0 10쪽
19 제19화. 무인도에 둘만? 24.08.14 19 0 10쪽
18 제18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4.08.13 17 0 11쪽
17 제17화. 프시케_2 24.08.12 19 1 9쪽
16 제16화. 프시케 24.08.11 21 3 10쪽
15 제15화. 인간 사냥꾼 24.08.09 21 3 11쪽
14 제14화. 낭만 살인자 24.08.07 17 3 10쪽
13 제13화. 마음의 방 24.08.04 22 3 11쪽
» 제12화. 공처가 하데스 24.08.03 28 3 11쪽
11 제11화. 첫 참사 24.08.03 24 3 10쪽
10 제10화. 번개 놀이 24.08.02 24 3 11쪽
9 제9화. 네온사인 사랑 24.08.01 25 3 10쪽
8 제8화. 영혼이 어린 아이 24.07.31 33 3 13쪽
7 제7화. 美친 민폐 24.07.30 37 4 10쪽
6 제6화. 키스플러스_2 24.07.29 35 3 13쪽
5 제5화. 키스플러스 24.07.28 41 4 12쪽
4 제4화. 첫 만남 24.07.28 45 4 11쪽
3 제3화. 크루아상 24.07.27 48 5 10쪽
2 제2화. 美친 여신 24.07.27 53 6 12쪽
1 제1화. 人神상열지사 24.07.27 9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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