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들의 인간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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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는개
작품등록일 :
2024.07.27 22:31
최근연재일 :
2024.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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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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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마음의 방

DUMMY

대형마트 계산대. 북적이는 손님들 틈에서 이번에는 40대 여자의 모습을 한 여신 헤라가 캐셔 일을 하고 있었다.


이때 헤라의 옆 가판대에서 헤라와 등을 마주대고 서서 바코드를 찍던 동료가 그녀에게 말했다.

“자기야, 내일 저녁 나대신 일 해 줄 수 없어?”

“미안해요. 저녁에는 식당 일을 해서요.”

“자기 새벽에는 대리 운전 한다고 하지 않았어? 돈도 좋지만 건강도 생각하고 일해야지”


헤라는 대답 대신 계속 바코드만 찍었다.


빠르게 오고가는 사람들 사이로 몇 시간이고 무표정한 얼굴로 일하는 헤라.


매장의 사람들도 그 무엇도 그녀의 세상에는 없다. 기계처럼 일만 할 뿐.


시간이 흘러 어느 덧, 매장에는 손님들과 작별을 고하는 마감을 알리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 경쾌한 음악은 하루의 고된 노동에 지쳐 저도 모르게 내뱉는 마트 직원들의 한숨과는 ‘같은 공간, 다른 세상’의 소리였다.


--------------------


그로부터 한 시간 뒤...


마트 일을 마친 헤라는 또 다른 일터에 도착했다.


허름하고 낡은 뒷골목 식당 부엌에서 헤라는 산같이 쌓인 설거지를 시작했다.


희미한 형광등 불빛 아래 50대 식당 주인은 더러운 하얀 민소매를 입고, 음흉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큰 소리로 말했다.

“왜 이리 굼떠. 날 새겠구먼. 늦어서 가기 힘들면 여기서 자고 가던지.”


그는 헤라의 엉덩이와 가슴을 헤집듯이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 헤라는 반복되는 이런 일들에 무감각해졌기에, 무표정한 표정으로 하던 일을 계속 했다.


“벙어리야? 사람이 말하는데 답도 안하고.”

그가 음흉하게 헤라에게 다가서서 그녀의 엉덩이를 천천히 만지며 말했다.


헤라가 그런 남자를 경멸하며 소리쳤다.

“너 같은 인간들을 응징하는 것도 이제 신물 난다.”


정색한 그녀의 얼굴에서 위엄에 압도되어 남자는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리고는 다시 센 척하며 비웃는 남자,

“아이고 무시라.”


헤라가 고무장갑을 벗으며 말했다.

“내일부터 안 나와. 월급은 됐고.”


남자는 가게를 나서는 헤라 뒤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비싸게 굴긴. 생긴 건 곱상해서 성깔 있네. 나야 돈 굳어서 좋지. 요즘 같은 불황에 일자리 구하기 쉬운 줄 아나? 쳇”


식당에서 나온 헤라가 도심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의 방은 텅 비었고, 그녀의 발걸음은 유령처럼 세상과 겉돌았다.


평범한 밤거리. 평범한 사람들. 평범하지 않은 헤라. 신들의 여왕인 그녀는 오늘도 땅만 보고 걷는다.


--------------------


“형 오늘 사고치지 마.”

차에서 내린 상혁이 현신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사고? 사고는 네 전문 분야잖아.”


“오늘 신 중에 서브 남주가 연오씨 벽에 밀어붙이고, 강제로 딥키스 하는 신 있어. 형 사고 칠까 봐 미리 얘기해 주는 거야.”


현신이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뭐? 아니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댄데, 벽에 밀어붙이는, 호랑이 뽀뽀하던 시절 스킬을 쓰고 앉았어? 박 작가님도 이제 갈 때가 됐네. 그리고 강제 키스 이런 거..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유해하겠어? 응?”


상혁의 입가에 실소가 맴돌았다.

“형, 그냥 한마디만 하면 될 것을. ‘질투 난다.’ 이럼 되지.”

“질투는 무슨.. 드라마 걱정하는 거지.”

“너무 표나.”


자기가 생각해도 자신의 질투가 오버라고 생각된 현신은 화장실을 발견하고 말했다.

“먼저 가. 나 화장실 들렸다 갈게.“


드라마의 맥락상 필수인 걸 잘 알지만, 연기자로서 당연한 상황인 건 알지만 현신은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다.


그런데 원수는 화장실에서 만난다더니, 화장실에서 딱 마주친 서브 남주. 그는 때마침 정성스럽게 양치질을 하고 있었다.


그를 노려보는 현신.


현신이 옆 세면대에서 손을 닦으며 말을 걸었다.

“키스 신 때문에 양치질도 하고.. 매너가 좋네.”


서브 남주는 왠지 모를 현신의 적대감을 느끼곤 살짝 당황하며 말했다.

“아니에요. 오늘은 식사를 늦게 해서.”


손을 씻은 후 종이타월을 꺼내 닦으며, 현신이 다시 비아냥댔다.

“뭐야. 그럼 평소에는 키스 전에 양치질도 안하단 거야? 매너가 없네.”


이유 없는 시비에 마음이 상한 서브 남주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물었다.

“형, 저 마음에 안 들죠?”


그 순간, 갑자기 현신이 그에게 달려들어 그를 화장실 벽에 밀어 붙였다.


당황한 서브 남주는 바짝 들이댄 현신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며 생각했다.

‘아.. 새끼.. 진짜 잘 생기긴 했네.’


현신은 시선으로 X-레이 촬영이라도 하는 듯 서브 남주를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

“그건 오늘 니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지.”

“네? 뭐가?”


현신이 서브 남주에게 얼굴을 더 가까이 들이밀며 진지하게 말했다.

“잘 봐. 이 각도로 이렇게 하면.. 입술이 안 닿아도 더 리얼하게 키스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현신의 오바질에 참다 못한 서브 남주는 현신을 밀치며 외쳤다.

“아, 형.. 연오씨가 형 애인이에요? 설사 애인이라도 그렇지. 형도 연기자면서 예민하게 이게 뭡니까?”


차가운 표정은 냉미남 현신을 더 잘생겨 보이게 만들었다. 현신이 말했다.

“난 연기자이기 이전에 성질 더러운 수컷이니까. 적당히 하자. 아니면...”

나가려던 현신이 뒤돌아서서 말했다.

“내가 딥키스 해서 호흡곤란으로 너 저 세상 보내준다.”


황당한 서브 남주는 나가는 현신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뭐야? 연오씨가 자기 여자야?”


그로부터 30분이 흐르고..


“컷, 현신씨 아까부터 옆에서 뭐라는 거야? 촬영하는데..”

옆에서 계속되는 현신의 참견에 참다못한 감독이 말했다.


그러자 현신이 아주 작은 소리로 감독의 귀에 속삭였다.

“안 되냐구요..”

"그니까...뭐가?“


현신이 수줍게 말했다.

“키스신 대역 시키는 거요. 차라리 제가 할게요. 재혁이 쟤 키스신에 약해요. 이게 얼마나 중요한 신인데.”


감동은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그럴 거면 지난 번 본인 키스 신에서 사고나 치지 말지. 주연 여배우 이마에 아직도 혹 자국이 남아있어 CG로 지워야 할 판인데.‘


감독은 하고 싶은 말을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잠시 침묵하다가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대체?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 해?”

“전 그냥 우리 드라마를 위해서.”

“아 됐어. 내가 알아서 할게. 근데 현신씬 촬영 끝나지 않았어?”


감독의 꾸지람에 풀이 죽은 현신. 그가 힘없이 말했다.

“조용히 있겠습니다.”


잠시 후, 서브 남주가 연오에게 키스하려는 찰나. 현신은 결국 그에게 뛰어갔다.

“자자, NG 없이 한 번에 가자. 그 각도 아니지. 키스 한두 번 해? 일단 나랑 연습하고.. 마지막에.. 연오씨랑 해”


감독은 뛰어가는 현신을 보며 말했다.

“현신 왜 저래?”

조감독도 의아하단 얼굴로 답했다.

“그러게요. 혹시 연오씨랑 사귀나?”

“그런 말 못 들었는데. 그리고 사귀어도 그렇지. 이게 그럴 일이야?”

감독의 짜증에 조감독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상대 여배우들한테 너무 냉랭해서 악명 높더니··· 참 별일이네.”


현신이 서브 남주에게 키스 연기를 가르치는 것을 지켜보던 스태프들도 수군대기 시작했다.


“연오씨가 다른 배우랑 키스하는데 현신이 왜 저렇게 이상하게 굴지?”

“하도 여자한테 무심해서 현신이 게이라는 소문도 있던데.. 혹시 그거 덮으려고 연오씨 좋아하는 척 하는 거 아냐? 아님 노이즈 마케팅?”

“톱스타 현신이 노이즈 마케팅이 뭐가 필요해?”


이때 여자 스태프 한 명이 ‘아 낭만적이야!’ 하는 얼굴로 외쳤다.

“현신이 연오를 보면서 웃는 미소를 봐. 무장해제 되는 느낌. 저 녹아내리는 미소는 사랑이야.”


이때 아프로가 그 여자 스태프의 어깨에 뒤에서 얼굴을 불쑥 얹고, 비딱한 표정으로 말했다.

“쳇, 진짜 사랑의 여신이 여기 계셨네. 당신이 그리 잘 사랑을 알아? 니가 해라. 사랑의 여신!”


스태프들은 깜짝 놀라 서로 ‘뭐야?’ 하는 눈짓을 교환하며 아프로를 보았다. 그러나 정작 아프로 본인은 스태프들의 시선 따윈 전혀 개의치 않고, 불쾌한 얼굴로 계속 현신과 연오 번갈아 노려볼 뿐이었다.


--------------------


“안녕하세요?”

“네, 그런데 어떤 일로 오셨죠?”

“에로스 담임 선생님?”


그날 오후, 오전 촬영을 마친 아프로는 에로스의 학교를 찾아갔다.


아프로가 교무실에 들어서자, 교무실 안 모든 사람들은 마치 운동장 흙바닥이 순식간에 화려한 붉은 장미 꽃밭으로 뒤바뀐 듯 시공간이 달라진 느낌에 휩싸였다.


그녀가 착용한 명품 옷, 명품 가방들이 오히려‘순백의 화려함’을 내뿜는 그녀라는 달개를 단 것 같았다.


그녀의 미모와 패션 감각에 넋을 잃은 선생님들은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네, 제가 에로스의 담임인데요..”

에로스의 담임은 아프로를 위아래 쳐다보며, 어리둥절해서 말했다.


담임의 말에 아프로가 활짝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진학 상담하러 오라고 하셔서~ 저 에로스 엄마에요.”


기껏해야 에로스보다 너댓 살 많아 보이는 아프로를 보고 담임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말했다.

“에로스의 어머님이라구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녀가 고3 에로스의 엄마라니 담임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아프로의 순수한 미소를 볼 때, 자신을 놀리는 것 같진 않았다.

“우리 에로스 잘 하고 있나요?”

“아, 워낙 조용한 학생이라.. 있는 듯 없는 듯 사건 사고 없이..”

“있는 듯 없는 듯? 그건 우리 모자가 절대 못하는 건데.. ”

아프로는 세 번째 손가락만 펴서 자신의 얼굴을 위아래로 가리키며 말했다.

“보시다시피 우리 얼굴이 그게 안 돼요.”


그녀의 말에 담임은 더벅머리에 커다란 안경을 쓴, 정말 평범한 에로스의 얼굴을 떠올렸다.


“네, 우리 에로스가 연예계 데뷔만 하면, 현신 따위는 바로 요렇게..”

아프로가 엄지손가락을 다른 손으로 비틀며 말했다. 요즘 기승전 현신욕은 아프로의 습관이었다.


“하하, 배우 현신 말씀이시죠? 아.. 물론 어머님께는 그렇게 보일 수도.”

“어멋, 선생님껜 아니라는 듯이 말씀하신다.. 호호. 우리 애 미모로 눈부셔서 수업에 애로가 있으실까봐 제가 항상 선생님들께 죄송한데.”


담임은 더벅머리에 커다란 안경을 쓴, 정말 평범한 에로스의 얼굴을 ‘또다시’ 떠올렸다.


이제 에로스의 담임도 생각했다. 아프로를 만나면 모든 사람들이 3분 내에 하는 바로 그 생각!

‘이렇게 예쁜 미친 여자도 있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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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23화. 슬픈 신남 24.08.20 5 0 9쪽
22 제22화. 분쟁의 여신 에리스 24.08.19 8 0 9쪽
21 제21화. 산타클로스의 선물 24.08.17 10 0 10쪽
20 제20화. 무인도에 둘만?_2 24.08.16 16 0 10쪽
19 제19화. 무인도에 둘만? 24.08.14 19 0 10쪽
18 제18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4.08.13 18 0 11쪽
17 제17화. 프시케_2 24.08.12 19 1 9쪽
16 제16화. 프시케 24.08.11 22 3 10쪽
15 제15화. 인간 사냥꾼 24.08.09 21 3 11쪽
14 제14화. 낭만 살인자 24.08.07 17 3 10쪽
» 제13화. 마음의 방 24.08.04 23 3 11쪽
12 제12화. 공처가 하데스 24.08.03 28 3 11쪽
11 제11화. 첫 참사 24.08.03 24 3 10쪽
10 제10화. 번개 놀이 24.08.02 25 3 11쪽
9 제9화. 네온사인 사랑 24.08.01 25 3 10쪽
8 제8화. 영혼이 어린 아이 24.07.31 34 3 13쪽
7 제7화. 美친 민폐 24.07.30 37 4 10쪽
6 제6화. 키스플러스_2 24.07.29 35 3 13쪽
5 제5화. 키스플러스 24.07.28 41 4 12쪽
4 제4화. 첫 만남 24.07.28 45 4 11쪽
3 제3화. 크루아상 24.07.27 48 5 10쪽
2 제2화. 美친 여신 24.07.27 54 6 12쪽
1 제1화. 人神상열지사 24.07.27 9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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