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들의 인간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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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는개
작품등록일 :
2024.07.27 22:31
최근연재일 :
2024.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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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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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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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17화. 프시케_2

DUMMY

여자가 죽은 늙은 남편을 떠올린 모습을 지켜보다, 에로스는 그녀에게 바짝 다가섰다.


“나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순진한 남편 사망보험금 받아서 남은 인생 떵떵 거리며 살 수 있다고 치자. 그럼 정말 행복할 것 같았어?”

여자는 발악하며 외쳤다.

“뭐가 어때서. 세상도 나한테 잔인했는데. 난 왜 안 돼?”


에로스는 한때는 맑았을 여자의 눈을 보며 말했다.

“그 남자는 네게 친절했잖아. 세상이 네게 잔인했다지만, 넌 그 남자에게 더 잔인한 세상이었어.”


여자가 반성 없이 고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에로스의 시선을 피하자, 에로스가 거칠게 그녀의 턱을 잡고, 눈을 맞추며 다시 말했다.


“번듯한 직장 다니며, 평생 반듯하게 살아온 그 남자가 가족을 버리고, 네게 모든 월급을 보내고, 라면을 사기 위해 단돈 몇 천원을 친구에게 빌리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알아? 그러면서도 버틴 건 ··· 그래도 사랑이었어.”


그러더니 에로스는 염산병을 여자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그제서야 여자가 다급하게 외쳤다.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난 갑질 중에서 사랑의 갑질을 가장 싫어해. 상대의 진심을 갖고 놀며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그냥 더 이상 네가 사랑의 갑질을 못하게만 만들어 줄게. 그 잘난 얼굴을 망가뜨려서.”


여자는 벌벌 떨며 에로스를 보았다. 에로스 염산 병을 천천히 여자의 얼굴에 부었다.


방에는 고약한 냄새와 여자의 처절한 비명 소리만이 가득해졌다.


남의 눈에 흘린 눈물보다 상상도 못할 만큼 더 많은 피눈물과 함께.


-----------------


여자의 집에서 나온 에로스가 골목길을 걸어내려왔다.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하는 비.


잠시 후 에로스는 골목길에 있는 프시케의 집 앞을 지나다 남학생과 프시케를 발견했다. 여자의 집과 프시케의 집은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던 것이다.


프시케가 남학생에게 받은 꽃다발을 땅에 던지고, 미친 듯 짓밟기 시작하자, 남학생은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뒤돌아서서 도망쳐버렸다.


에로스는 멀찍이서 두 사람을 지켜보다가 프시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시니컬한 표정으로 말했다.

“누구나 고백을 거절할 권리는 있다. 그래도 좀 더 매너 있게 할 수도 있잖아?


프시케가 소리쳤다.

“싫다고. 남자라면 끔찍하다고.”

“남자건 여자건 진심을 짓밟는 괴물이 더 끔찍한 것 같은데..”


에로스가 뭉개진 꽃다발을 집어들고 다시 비꼬았다.

“갑질 중에 난 사랑의 갑질이 제일 싫더라.”


프시케는 에로스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변퀴벌레 새끼.”


그녀의 마음이 외쳤다.

‘아무도 날 이해해주지 않아도 상관없어. 특히 너 따윈.’


순간 프시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프시케의 눈물이 너무 가식적이라 여긴 에로스가 말했다.

“넌 남자를 바퀴벌레처럼 보고.. 그 잘난 얼굴 때문에 바퀴벌레가 꼬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원한다면···.”

“원한다면?”

“그 잘난 얼굴 내가 망쳐줄 수 있는데.. 그럼 남자애들이 널 더는 귀찮게 하지 않을 거야.”


그러면서 에로스는 아까 자신이 망가뜨린 눌어붙은 여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때 간절한 프시케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래.. 제발 그렇게 해 줘.”

“훗, 너 내가 누군 줄 알면 그렇게 쉽게 부탁하진 못할 텐데..”


에로스가 뭉개진 꽃다발을 프시케에게 건네며 서늘하게 말했다.

“난 정말 이 꽃다발처럼 널 뭉갤 수 있는 그런 존재거든.”


프시케가 짜증 난 얼굴로 말했다.

“지금 그렇게 해 주면 고맙고, 아니면 꺼져. 피곤해.”


그러더니 그녀는 서서히 울먹이며 말했다.

“나..정말..피곤해···”

결국 그녀는 주저앉아 목 놓아 통곡하기 시작했다.


에로스는 갑자기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린 프시케를 흥미롭게 지켜보며 말했다.

“뭐야? 지금 우는 거야? 이렇게 갑자기?”


프시케는 어린 아이처럼 한참을 엉엉 울었다.


그녀의 눈물처럼 빗줄기도 점점 더 거세지기 시작했다...


-----------------


그날 밤, 여느 때처럼 아프로는 자신과 현신이 출연하는 드라마 ‘볼빨간 아프로디테’를 시청하고 있었다.


이때 현관문 열리는 소리 들리고.


잠시 후 거실로 들어온 에로스에게 아프로가 말했다.

“또 늦었네? 매일 밤 뭐하고 다니는 거야? 그게 공부가 아닌 건 확실하고. 학교에서 네 성적표 봤거든.”


에로스는 아프로의 옆에 앉아 함께 TV를 보다 시큰둥하게 말했다.

“미의 여신이 드라마에 등장하면, 인터넷 마비 정도는 돼야 하는 거 아님? 조용하네.”


이때 드라마 장면에 드디어 등장한 아프로. TV속에서 그림을 그리던 아프로는 계속 뒷모습만 보이다가, 실수로 넘어져 물감을 뒤집어쓰고!


“하하하, 저거 뭐야? 웬 물감을 뒤집어쓰고.”

“닥쳐, 내 얼굴 방송 타면 다음 주엔 여주인공 바꾸라고 난리 날 테니.”

“네네. 현신과는 잘 돼가?”

“당근 당짜지.”

“아닌 것 같던데.. 메이킹 영상 보니 현신은 이미 상대 여배우에게 푹 빠져 있던데..”


“나 아프로디테.. 내가 실패할 리 없잖아!”

“어머니, 워낙 오래 사셔서 잊어버리셨나 본데.. 제 사랑의 화살이 어머니를 도와준 적이 많습니다. 제가 사랑의 신으로서 자부심을 갖는 건 사랑의 미묘함 때문이지요. 사랑은 미모 순이 아니거든요.”


아프로가 에로스의 조롱에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네가 사랑을 알아? 한 번도 빠져본 적 없으면서. 하지만 너야말로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사랑의 신조차 어찌할 수 없는 게 사랑의 미묘함이란 걸.”


에로스는 아프로의 말에 저도 모르게 프시케를 떠올리며, 자신은 절대 혐오스러운 ‘여자 인간들’과 사랑에 빠지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아폴론이 너보고 이제 고등학교 제발 좀 졸업하고, 결혼정보회사 차리래. 사실 이렇게 건장한 아들을 두고, 매번 아폴론이나 디오니한테 생활비 받는 것도 좀 그렇긴 해.”


아프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팡', 에로스는 귀여운 아기 천사로 변해 있었다.


굽실굽실한 황금빛 머리카락과 오동통한 몸통, 건빵 구멍 같은 홈이 파인 통통한 손등, 무엇보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귀여운 날개는 너무 사랑스러웠다.


에로스가 공중을 날며 아기 목소리로 말했다.

“음마, 용똔은 지쩝 버러용.”

아기가 된 에로스는 아프로의 가슴을 파고들며 애교를 부렸다.


무표정의 아프로는 마치 강아지의 목덜미를 잡듯 에로스의 목덜미를 잡고는, 들어 올려 저멀리 던져버렸다.


‘쾅’, 벽에 부딪혀 주르륵 떨어져 내린 아기 천사 에로스.


“팡”

에로스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얏, 아파. 엄마의 모성애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평생 어떻게 코빼기도 보인 적이 없냐고.”

“어멋, 그래 그래, 잘 지내시냐고 나도 연락 좀 해 봐야겠다..”


잠시 후, 방으로 들어간 아프로는 에로스가 말한 메이킹 영상을 찾아봤다.


영상 속에서 현신이 연오의 팔을 잡아 당겨, 두 사람이 서로 눈을 바라보는데.. 너무나 다정한 현신의 눈동자!


‘젠장, 저건 연기가 아니라 사랑이잖아.’

아프로는 양반 다리를 떨며 외쳤다.

“인간에게 패한다면 내가 어떻게 얼굴 들고 살겠어? 이건 전쟁이야. 신과 인간의 전쟁. 이길 수 없다면 차라리 그 인간 여잘 죽여 버릴까”


이때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폭풍 검색하기 시작한 아프로.


[현신, 연오 포에버]

[제발 현신, 연오 현커 되게 해 주세요.]

현신과 연오의 현실 커플 되기를 응원하는 댓글과 영상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꺄아악, 에로스, 에로스”

자신을 부르는 아프로의 비명 소리에 에로스가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엄마 왜? 무슨 일 있어?"

“에로스, 이것들 싹 다 보내버려.”

“또?”


에로스가 한 손을 쫙 펴자 화살통이 나타났다. 화살통에는 상대와 사랑에 빠지게 하는 황금 화살과 상대를 증오하게 하는 납 화살, 그리고 최근 계발한 흙수저 모양의 화살이 있었다.


에로스는 흙수저 화살을 꺼내 잡고는, 댓글 아이디들을 하나하나 읊조리기 시작했다. 에로스에게 아프로가 외쳤다.

“저것들 평생 연애건 사랑이건 못하게 해.”

“엄마, 이렇게 랜선으로 보내는 에너지는 고작 삼 년이야. 대신 삼 년 동안은 어떤 연애도 실패하긴 하겠지.”


“공부는 그만하고, 저주 능력이나 올려. 고작 삼 년이 뭐야? 도대체 왜 신이라는 애가 왜 영원히 고등학생에 머물며, 그 지겨운 공부만 하는 건지..”


에로스는 그 이유를 몰라주는 엄마가 야속했지만, 전혀 표 내지 않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신님, 임무를 완수했으니 소인은 이만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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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23화. 슬픈 신남 24.08.20 5 0 9쪽
22 제22화. 분쟁의 여신 에리스 24.08.19 8 0 9쪽
21 제21화. 산타클로스의 선물 24.08.17 11 0 10쪽
20 제20화. 무인도에 둘만?_2 24.08.16 1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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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화. 프시케_2 24.08.12 20 1 9쪽
16 제16화. 프시케 24.08.11 22 3 10쪽
15 제15화. 인간 사냥꾼 24.08.09 21 3 11쪽
14 제14화. 낭만 살인자 24.08.07 17 3 10쪽
13 제13화. 마음의 방 24.08.04 23 3 11쪽
12 제12화. 공처가 하데스 24.08.03 28 3 11쪽
11 제11화. 첫 참사 24.08.03 24 3 10쪽
10 제10화. 번개 놀이 24.08.02 25 3 11쪽
9 제9화. 네온사인 사랑 24.08.01 25 3 10쪽
8 제8화. 영혼이 어린 아이 24.07.31 34 3 13쪽
7 제7화. 美친 민폐 24.07.30 38 4 10쪽
6 제6화. 키스플러스_2 24.07.29 35 3 13쪽
5 제5화. 키스플러스 24.07.28 41 4 12쪽
4 제4화. 첫 만남 24.07.28 46 4 11쪽
3 제3화. 크루아상 24.07.27 48 5 10쪽
2 제2화. 美친 여신 24.07.27 54 6 12쪽
1 제1화. 人神상열지사 24.07.27 9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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