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들의 인간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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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는개
작품등록일 :
2024.07.27 22:31
최근연재일 :
2024.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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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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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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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16화. 프시케

DUMMY

늦은 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터벅터벅 골목길을 올라오던 프시케는 갑자기 멈춰 섰다.


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한 남학생. 그는 꽃다발을 내밀며 수줍게 다가왔다.

“프시케, 받아줘.”


얼마나 오래 그 자리에 서 있었는지 그의 온몸은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프시케는 혐오스럽다는 눈빛으로 남학생을 보았다.


“하루 종일 너의 집 앞에서 기다렸어. 여기까지 오면서 이걸 줄까 말까 정말 고민했는데.. 오늘 아니면 평생 고백 못할 것 같아서.”

뜨거운 풋사랑의 고백에 차가운 얼음꽃의 대답.

“오늘만 참지 그랬어. 그럼 평생 네 고백 따윈 안 들어도 됐을 텐데.”


그러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질리도록 받는 사랑만큼 끔찍한 게 있을까?


프시케의 살벌한 거절에 남학생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풀 죽은 얼굴로 말없이 서 있었다. 프시케는 그런 남학생에게 바짝 얼굴을 들이밀며 속삭였다.

“온 몸에 바퀴벌레 수만 마리가 기어가는 끔찍한 느낌 느껴본 적 있어?”


상상도 못한 질문에 남학생은 깜짝 놀라 프시케를 보았다.

“뭐?”

“지금 내 기분이 딱 그래. 젠장,”


프시케가 남학생의 손에 들린 꽃다발을 빼앗아 땅에 던지고, 미친 듯 짓밟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더 격해져서 자신의 얼굴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너 내가 예뻐서 따라다니지? 얼굴 말고 나에 대해 아는 거 있어? 아 씨x, 이 얼굴 그냥 칼로 그어버릴까?”


남학생은 이성을 잃고 날뛰는 프시케의 초점 잃은 눈빛에 극강의 두려움마저 느꼈다.

“난 그냥···”


프시케 싸늘하게 목소리로 말했다.

“씨x, 이 얼굴 망가뜨리면 나 좀 내버려 둘래? 어떻게 알았는데. 우리집.”


그러더니 프시케가 폭발하며 골목이 울릴 만큼 신경질적인 비명 소리를 질렀다.

“아니 왜 따라다니는데. 아아악!!!!!!”


-----------------------


“띠띠띠띠” 도어락 해제 소리.


욕실에서 씻고 나오던 여자는 벽시계를 보았다, 새벽 2시.


여자는 현관문을 힐끗 보고, 냉장고로 가서 물을 꺼내 마시며 말했다.

“왔어?”


“쿵”하고 문 닫히는 소리.


잠시 후 여자는 현관문에 들어선 사람이 남자친구가 아닌 에로스임을 알고 너무 놀라 물병을 떨어뜨렸다.


에로스는 순식간에 여자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얼어붙은 듯 서 있는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어 소파 쪽으로 갔다.


여자가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지만 에로스의 강한 힘에 아무 소용 없었고. 에로스는 여자를 바닥에 던져버리고 소파에 앉았다.


도망치려 했지만 두 발이 마비되어 움직이지 않자, 여자가 외쳤다.

“다리.. 다리..가 왜 이러지?”


여자는 결국 손으로 몸을 밀어 필사적으로 기어 도망쳤다. 그러자 에로스는 기어가던 여자의 머리채를 끌고 와서 소파 앞에 던지고, 다시 소파에 앉았다.

“힘 빼지 마. 자꾸 그럼 너만 더 힘들어져.”


여자는 두려움에 벌벌 떨며, 다리를 움직이려 다시 안간힘을 쓰지만 역시나 헛수고였다.


잠시 후 에로스는 가방에서 비닐에 겹겹이 쌓인 무언가를 꺼내 여자 앞에 놓았다. 여자는 악취에 저도 모르게 코를 막고 그것을 보았다.


에로스가 겹겹이 쌓인 비닐을 펼치자, 드러난 것은 발톱이 네 개 남아 있는 부패하기 시작한 남자의 발. 땅콩 아빠의 발이었다.


정강이부터 잘린 발이 마치 장화 두 짝처럼 나란히 탁자 위에 놓이고!!


에로스는 책가방에서 병 하나를 꺼내 뚜껑을 열어 그 발에 부었다. 그러자 염산이 고약한 냄새와 연기를 풍기며 썩어가는 발을 녹였다.


에로스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염산이야. 여자들은 얼굴이 생명이라던데.”


에로스가 남자의 썩은 발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말을 이었다.

“이게 니 얼굴이라고 생각하면 돼.”


여자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에로스를 보았다.

“쿵쿵”

미치게 뛰는 자신의 심장소리가 여자의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그녀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제발 살려 주세요. 저한테 대체.. 왜 이러세요?”


에로스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며 차가운 미소가 흘러나왔다.

“훗. 또 그 질문이네. 좋아. 그럼 나도 또 물어야지. 넌 대체 왜 그랬어?”

여자가 울먹이며 대답했다.

“뭘요? 제가 뭘···”

“에이, 그렇게 기억조차 못하면··· 에이, 죽은 사람이 너무 불쌍하잖아.”


여자는 공포에 질려 에로스를 보다가, 그가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다리를 움직여 보았다.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 않는 다리.


이때 에로스가 말했다.

“나야말로 너무 궁금해서 그러는데. 너한테 모든 걸 준 그 사람을 내연남이랑 절벽에 떨어뜨려 죽일 때, 어떻게 조롱까지 할 수 있었지?”


여자는 무언가 생각난 듯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에로스가 다시 말했다.

“넌 대체 어떤 마음이었어? 정말 조금의 미안함도 없었나?”


여자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소리치며 부인했다.

“아니에요. 보험회사가 사망보험금 안 주려고 제게 누명을···”


여자는 늙은 남편이 죽던 날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살만큼 산 놈이 나 같은 여자랑 1년이나 살았으면 된 거지!’


--------------


어스름한 저녁, 늙은 남자와 아들뻘의 남자가 절벽 근처에 서 있고, 두 사람의 사진을 찍어주던 여자는 더 뒤로 가라고 손짓했다.


“조금 더 뒤로, 그래야 사진이 더 생생하게 나와.”

늙은 남자가 뒤돌아 아찔하게 까마득한 절벽을 보고, 망설이자 젊은 남자가 말했다.

“아 무서운 거야? 형?”


늙은 남자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형’이라는 조롱에 끊어 오르는 분노를 누르고 있었다.


여자는 남편을 비웃으며 외쳤다.

“쪽팔리게 뭐 하는 거야? 뭐 하나 잘하는 게 없어. 아 창피해. 사진 하나도 제대로 못 찍고.”


늙은 남자가 말했다.

“사진 안 찍으면 안 될까?”

여자는 짜증 나는 얼굴로 외쳤다.

“아 됐어. 오늘은 가! 간다고 약속했잖아.”

늙은 남자가 결심한 듯 말했다.

“그게 당신이 원하는 거라면.”

여자가 소름 끼치게 웃으며 말했다.

“응, 원하는 거야. 당신한테 마지막으로.”

늙은 남자의 슬픈 눈빛이 짓밟힌 그의 진심을 안쓰럽게 들여다본다.


그 순간, 늙은 남자는 어제 아내라는 이름의 악마와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


핸드폰 너머 들리는 여자의 재촉이 늙은 심장을 조여왔다.

“이번 달 월급 보냈어?”

“지금 보내려고.”

“나 사랑한다며? 근데 이깟 돈 보내는 것도 내가 전화까지 해야 해?”

“미안해, 근데 나 5만원만 남기고 보내면 안 될까? 내 생활비가.."

“아 짜증나게 하네. 또. 그깟 푼돈 갖고 유세해? 월급이 모자르면 다른 일 하면 되잖아. 병x아.”

“지금도 배달 일이랑 경비 일···”

“아 됐고, 알아서 해.”


이때 통화 너머 지금 나를 형이라 부르는 그놈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기야 누구랑 통화해? 빨리 와. 나 지금 급해. 완전 달아올랐다고”.

그가 자신의 아내에게 뽀뽀하는 소리가 늙은 남자의 귀에 천둥처럼 울렸다.


여자가 전화를 끊으려 하며 말했다.

“됐고, 빨리 보내. 돈. 끊어.”

그러면서 여자는 통화가 채 끊기기도 전에 그놈에게 말했다.

“쉿. 아직 전화 안 끊었어.”

그놈이 말했다.

“누가 이렇게 끊어 오르게 만들래? 이리 와.”


잠시 후 남녀의 달아오른 짐승 소리가 ‘디디’ 끊긴 신호음으로 바뀌었다.


-----------------------


흔하디 흔하고, 뻔하디 뻔한 드라마 당골 소재.

늙은 부유한 노인이 젊은 여자에게 빠져 전 재산을 잃고, 아내와 자식과의 인연도 끊고.

결국 버려진다.


늙은 남자는 생각했다. 오늘을 어쩌면 예상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누구나 늙지만, 망할 놈의 마음은 늙지 않는다.


늙은 만큼 그녀의 향내 나는 젊음을, 팔딱 거리는 생기를 거부하기 힘들었다면 변명일까?


어차피 감당하지 못할 빚만 남은 삶, 어리석은 선택의 후회를 할 바엔 그냥 내가 선택했던 여자의 손에 가고 싶다 생각한 늙은 남자.. 어쩌면 그는 그냥 마음이 늙지 못한 남자였다.


결국 남자는 스스로 까마득한 계곡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두려움보다 차라리 홀가분함을 느꼈다. 물론 숨이 넘어가기 전까진 말이다.


타나토스가 말한 ‘자살의 대가’, 자연의 버퍼링처럼 그 순간을 홀로 영원히 겪는 것.


그는 영원의 시간 동안 이 절벽에서 홀로 떨어지고 또 떨어질 것이다.


매 순간 온몸의 뼈가 마디마디 부서지고, 살갗이 갈가리 찢기는 고통에 홀로 몸부림칠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심장은 그토록 하기 싫었던 후회로 젖어들 것이고···


그는 영원의 시간 또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조강지처에 충실했다면 인생은 달라졌을까?


한치 앞도 모르는 인생, 그 결과를 어찌 알겠는가. 그래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그는 그래보고 싶었다.


조강지처. 나의 젊음을 알고 나의 늙음을 함께 할 여자니까.


그러나 불행히도 다시 태어날 기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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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23화. 슬픈 신남 24.08.20 5 0 9쪽
22 제22화. 분쟁의 여신 에리스 24.08.19 8 0 9쪽
21 제21화. 산타클로스의 선물 24.08.17 10 0 10쪽
20 제20화. 무인도에 둘만?_2 24.08.16 15 0 10쪽
19 제19화. 무인도에 둘만? 24.08.14 19 0 10쪽
18 제18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4.08.13 18 0 11쪽
17 제17화. 프시케_2 24.08.12 19 1 9쪽
» 제16화. 프시케 24.08.11 22 3 10쪽
15 제15화. 인간 사냥꾼 24.08.09 21 3 11쪽
14 제14화. 낭만 살인자 24.08.07 17 3 10쪽
13 제13화. 마음의 방 24.08.04 22 3 11쪽
12 제12화. 공처가 하데스 24.08.03 28 3 11쪽
11 제11화. 첫 참사 24.08.03 24 3 10쪽
10 제10화. 번개 놀이 24.08.02 25 3 11쪽
9 제9화. 네온사인 사랑 24.08.01 25 3 10쪽
8 제8화. 영혼이 어린 아이 24.07.31 34 3 13쪽
7 제7화. 美친 민폐 24.07.30 37 4 10쪽
6 제6화. 키스플러스_2 24.07.29 35 3 13쪽
5 제5화. 키스플러스 24.07.28 41 4 12쪽
4 제4화. 첫 만남 24.07.28 45 4 11쪽
3 제3화. 크루아상 24.07.27 48 5 10쪽
2 제2화. 美친 여신 24.07.27 54 6 12쪽
1 제1화. 人神상열지사 24.07.27 9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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