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들의 인간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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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는개
작품등록일 :
2024.07.27 22:31
최근연재일 :
2024.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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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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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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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7화. 美친 민폐

DUMMY

아프로를 걱정하며 서둘러 돌아온 디오니는 해변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아프로와 현신을 발견했다.


때마침 아프로가 넘어지려던 찰나, 디오니는 빛처럼 다가가 쓰러지려던 아프로를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


아프로가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한 그는 너무나 화가 나서 현신에게 소리쳤다.

“감히 인간 따위가! 지금 네가 누구에게 이런 무례한 짓을 한 건지 알고 있는 거냐?”


현신이 대답했다.

“감히 인간 따위가? 그럼 넌 뭐야? 신이야? 아 뭐 아프로디테의 바위엔 정신병자들도 커플로 출몰하는 거야?”


디오니의 분노는 진심이었다. 그가 차갑게 말했다.

“당장 꺼지는 게 좋을 거야. 아님 널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 같거든. 내가.”


현신은 디오니와 아프로를 번갈아 보다가, 정신병자 커플과 싸워서 가십 거리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 생각하곤, 백기를 들듯 양팔을 들었다.

“네네, 미안합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곧바로 자리를 뜨는 현신. 아프로가 현신의 뒷모습을 향해 외쳤다.

“어이, 오늘은 일단 잘 가. 우린 곧 만날 테니.”


그렇게 현신이 떠나고, 아프로와 디오니는 아프로디테의 바위에 앉아 검은 밤바다를 바라보았다.


디오니가 현신이 사라진 방향을 보고 물었다.

“저 자식이야?”


아프로가 고개를 끄덕이자 디오니가 뾰로통하게 말했다.

“무슨 그딴 내기를 했어? 인간 따위 유혹해서 뭐하게?”

“뭐 심심하기도 하고. 에로스의 비밀이 궁금하기도 하고.”


아프로가 입술을 뜯으며 불안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자, 디오니는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괜찮아?”

“주기가 빨라지고 있어.”


아프로는 자신의 긴 머리카락 몇 가닥을 잡고는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자 잘려진 머리카락은 모래사장의 구덩이를 향해 날아가 묻히고, 구덩이는 저절로 모래로 덮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디오니가 물었다.

“왜 갑자기 머리카락을 잘라 묻는 거야?”


아프로는 평소와 다른 진지하고 슬픈 얼굴로 중얼거렸다.

“내 일부 정도는 남겨 두려고.”


디오니가 그녀를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

“자꾸 두려...워져.”


디오니는 안쓰럽게 그녀를 보다가 애써 농담으로 받았다.

“와, 불멸의 삶 살만 하네. 망나니 아프로한테서 두렵다는 말을 다 듣고.”


아프로가 망설이다 말했다.

“혹시 내가 변하면···”

“절대 그럴 일 없어.”


아프로는 결심한 듯 말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늙어버리면.. 그래서 이곳에 와도 회복되지 않으면 난 차라리 소멸해 버릴 거야.”

“너 절대 안 늙어. 절대 그렇게 안 둬. 내가.”


“노화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이곳에 와서 수영하면 회복되긴 하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너 뿐만이 아니야. 자신의 고유 능력을 잃는 신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그런데도 우리들의 왕 제우스는 저 모양으로 지내니 정말 한심한 일이지. 그래도 지혜의 여신이 원인을 찾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


아프로는 자신에게 다짐이라도 하듯 다시 말했다.

“난 소멸은 참아도 젊음과 아름다움을 잃는 건 못 참아. 그건 미의 여신인 내게 모욕이니까.”

“그럴 일 없다니까. 나 믿어.”


아프로는 더 이상 디오니를 걱정시키기 싫어 씩씩하게 외쳤다.

“그래. 걱정한다고 뭐 달라지냐. 사실 지겹게 오래 살기도 했어. 호호.”

“너 혼자 갈 일 없다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그렇게 안 둔다고!!”


-------------


현신의 드라마 '볼빨간 아프로디테' 의 야외 촬영장에서 감독이 소리쳤다.

“컷”


카메라를 보던 감독은 당황한 얼굴로 옆에 있던 조감독에게 말했다.

“아, 큰일이네. 예뻐도 너무 예뻐. 주인공 압살하는 건 그렇다 치고, 시청자가 대사도 안 듣겠어.”

“그니까요. 감독님, 저런 미모 실화입니까? 사람 맞을까요?”


감독은 거친 몸짓으로 위아래로 손을 흔들며 조감독에게 말했다.

“닥치고, 가서 좀.. 좀..”

“어쩌라는 말씀이신지..”

“가서 화장을 이상하게 고치든지, 옷을 갈아입히던지.. 좀 덜 예쁘게 만들어.”

“지금도 화장 거의 안했어요. 옷도 친구1 딱 그 정도고.”


“젠장, 최대 광고주 부탁인데 뺄 수도 없고.”

“그니까요. ‘세멜레’ 그룹 대표 여친일까요? 재벌 여친이 굳이 왜 이런 조연을 한다고.. 그보다 저 얼굴에 길거리 캐스팅 됐어도 진즉에 됐을 텐데.”


디오니의 요청으로 아프로는 드라마의 배역을 따냈고, 오늘이 그 첫 촬영날이었던 것이다.


감독이 눈짓하자 남자 스태프 하나가 아프로에게 뛰어갔다.

“잠시만요.”


아프로의 머리카락을 정리하던 그는 숨이 막힐 듯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녀는 태양이었다. 카메라를 뚫고 나오는 그녀의 아름다움의 열기는, 코앞에서 그녀를 볼 때 느끼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야. 뭐해?”

확성기로 들리는 감독의 재촉에 드디어 정신을 차린 스태프는 아프로에게 다시 성큼 다가섰다. 그리고는 막무가내로 그녀의 별빛 흐르는 풍성한 머리카락을 마구 흐트러트렸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놀라서 휘둥그레진 그녀의 눈동자.


“아.. 죄송합..”

너무나 섹시한 그녀의 모습에 스태프는 말도 끝마치지 못하고, 뒤돌아 도망치고 말았다.


“젠장.”

카메라를 지켜보던 감독이 절망한 듯 외쳤다.


“그러게요. 이젠 섹시해지기까지 했네요.”

조감독이 카메라 속 아프로에게 정신을 빼앗기곤 멍하니 중얼거리자, 감독이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얼굴에 먹칠을 할 수도 없고.”

“아,, 하면 되죠, 감독님.”


“뭔 헛소리야?”

“어떡해서든지 일단 오늘 촬영은 마무리 해야죠.”

“그래. 직업은 대충 덜렁대는 화가로 하고, 물감 뒤집어쓰는 장면 하나 추가로 찍자.. 젠장, 살다 살다 민폐 미모 때문에 개고생 할 줄이야.”


-------------


오후 3시, 아프로의 지나친 미모로 인한 추가 촬영으로 주연 배우 현신과 연오는 뜻밖의 휴식 시간을 갖게 되었다.


복도에서 서성이던 현신은 오전 촬영이 끝나고 분장실로 가던 연오와 마주쳤다. 물론 우연을 가장한 의도된 만남이었다.


“일찍 오셨네요?”

그녀의 다정한 인사에 그는 말문이 막혔다.


그가 대답이 없자 무안해진 연오가 말했다.

“이따 뵈요. 아 참, 지난번 커피 약속.. 정말 죄송했어요. 갑자기 드라마 후시 녹음을 해야 한다고 연락이 와서.”

“네에.”


현신은 떨려서 짧은 대답밖에 못했고, 그녀는 지나쳐갔다.


현신은 생각했다.

‘아 다행이다. 그녀가 내가 부담스러워서 피한 게 전혀 아니었어.’

안도하는 현신의 얼굴에는 그제서야 미소가 번졌다.


“어어”

이때 현신에게 다가온 매니저 상혁이 눈알을 굴리며 현신을 놀려댔다.

“형, 그렇게 좋냐?”


현신은 연오와 대화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퉁명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닥치고. 너 여자한테 선물 해 봤어? 여자들은 뭐 좋아하냐?”

“형, 사랑은 돈이랑 같아. 너무 쫓으면 달아난다고. 그리고 맥락 없는 선물. 그건 최악이야.”


잠시 후, 복도를 걷는 현신에게 상혁이 말했다.

“근데 형 알아?”

“뭘..”

“그 때 그 레스토랑에서 만난 美친 여신이 이번에 드라마에 합류했대.”


현신은 아프로와 자꾸 엮이는 상황이 싫어 얼굴을 찌푸리며 외쳤다.

“절대 안 돼!!!”


현신과는 달리 상혁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그 여신을 촬영장에서 계속 볼 수 있다니. 아아. 형 매니저가 된 보람을 8년 만에 처음 느낀다.”

“그 미친 여자가 우리 드라마에 합류라니! 대본에 새로 등장할 배역이 있었어?”

“여주 동창생으로 나와. 분량은 아주 적어.”


레스토랑이나 사이프러스나 우연이라기엔 너무 절묘한 만남.


현신은 아프로가 정말 스토커가 아닌지 불안해졌다.


현신이 찝찝한 표정으로 상혁에게 말했다.

“조연 하나 붙는 것에 뭘 그리 호들갑이야.”


“다들 여주인공이 미모에서 너무 밀린다고. 연오씨 이제 큰일 났다고 아주 난리야. 감독도 미쳤지. 조연이 예뻐도 너무 예뻐.”


상혁의 말에 현신은 버럭 했다.

“누구랑 누구를 비교해?”

“그렇지 형도 인정? 이건 뭐 인간 대 여신의 싸움이니..”


현신이 오뚝한 콧날 위, 반듯하고 깨끗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금 네가 말한 여신이 당연히 연오가 아니라면...”


현신이 손짓으로 목을 그으며 살벌하게 다시 말했다.

“함께 하는 작업은 오늘로 끝. 앞도 제대로 못 보는 매니저는 사절이다.”


“그래도 지구는 돌아. 형엉. 알지? 가릴레오 가릴레오. 근데 걘 자꾸 뭘 가렸던 걸까?”


-------------


한편, 현신과 헤어지고, 자신의 분장실로 향한 연오. 분장실에서 화장을 고치기 시작한 연오에게 그녀의 매니저가 물었다.


“언니, 지난번에 현신이 왜 커피를 마시자고 했을까요? 너무 궁금해 미칠 것 같아.”

“글쎄.”

“아까 물어보지. 근데 언니.. 이런 말 좀 그렇지만.. 혹시 괜찮아요?”

“뭐가?”


매니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늘부터 같이 촬영하게 된 언니 동창생 역 그 조연 배우. 아프로라는.”

“으응.”

“그게..”

“너무 예쁘지? 난 보이지도 않을 만큼..”

“뭐.. 그 정도까지는..”


매니저는 미안해졌다. 아니라고 해야 하는데 양심상 아니라는 말이 바로 튀어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암튼 감독님도 그래. 지금 굳이 왜 저런 조연을 투입한 거야?”

매니저가 미안함에 애꿎은 감독을 욕하자, 연오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없지만, 세상을 대하는 내 태도는 바꿀 수 있다지? 훗. 난 계속 늙을 거고, 더 예쁜 여배우들은 계속 나올 거고. 그냥 내일 일어날 일이 오늘 일어난 것뿐이야.”


환하게 웃으며 거울을 보는 연오의 표정에는 미모 그 이상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건 절대 세월 앞에서 바래지지 않을 그런 성숙한 아름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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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17화. 프시케_2 24.08.12 19 1 9쪽
16 제16화. 프시케 24.08.11 22 3 10쪽
15 제15화. 인간 사냥꾼 24.08.09 21 3 11쪽
14 제14화. 낭만 살인자 24.08.07 17 3 10쪽
13 제13화. 마음의 방 24.08.04 23 3 11쪽
12 제12화. 공처가 하데스 24.08.03 28 3 11쪽
11 제11화. 첫 참사 24.08.03 24 3 10쪽
10 제10화. 번개 놀이 24.08.02 25 3 11쪽
9 제9화. 네온사인 사랑 24.08.01 25 3 10쪽
8 제8화. 영혼이 어린 아이 24.07.31 34 3 13쪽
» 제7화. 美친 민폐 24.07.30 38 4 10쪽
6 제6화. 키스플러스_2 24.07.29 35 3 13쪽
5 제5화. 키스플러스 24.07.28 41 4 12쪽
4 제4화. 첫 만남 24.07.28 45 4 11쪽
3 제3화. 크루아상 24.07.27 48 5 10쪽
2 제2화. 美친 여신 24.07.27 54 6 12쪽
1 제1화. 人神상열지사 24.07.27 9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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