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들의 인간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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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는개
작품등록일 :
2024.07.27 22:31
최근연재일 :
2024.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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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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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슬픈 신남

DUMMY

아폴론이 디오니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아프로가 이번엔 달라. 왠지···”

“왠지 뭐?”

“그 자식 얘기할 때 진심이 느껴져.”

“그 인간은 아프로에게 그냥 장난감 같은 거야.”


“디오니, 나 진지해. 아프로가 그 놈에 대해 얘기할 때 그 눈빛이··· 지금까지와는 달라. 난 알아.”

“아폴론, 찌질한 놈이 미치기까지 했구나.”

“찌질?”

“아프로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정정당당하게 그 인간 자식과 겨룰 것이지.. 그놈에게 그런 저주나 내리고.. 쯧쯧.. 언제 철들래?”


“너도 아프로를 사랑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담담할 수가 있지?”

“너의 사랑은 그냥 덜 익은 바나나에 불과해. 성숙한 이 형의 사랑은 당연히 너완 다르지. 난 그녀를 가질 수 없더라도 그녀가 다른 사람과 행복하다면 그걸 보며 행복한 걸로 충분해.”


디오니의 말에 아폴론이 외쳤다.

“나보다 사랑에 미친놈은 너야. 찌질한 미친놈은 찌질하게 복수하지만, 너그로운 미친놈은 참다가 어떻게 폭발할지 모르는 법이지.”


디오니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아폴론에게 물었다.

“아프로가 가장 싫어하는 게 뭐야?”

“누가 자기 것 건드리는 거···”

“아레스가 아프로가 사랑한 인간 아도니스를 죽여서.. 어떻게 됐지?”

“지금까지 그녀는 아레스하곤 만나지도 않지.”


“너도 아레스처럼 되면, 물론 내가 사랑을 쟁취할 승률이 올라가서 좋긴 하다만.. 아프로를 못 보면 넌 아레스처럼 견디지 못할걸. 전쟁의 신이자 냉혈한 아레스조차 아프로가 보고 싶어 지금까지 저렇게 망나니 폐인으로 살고 있는데. 난 적어도 한 사람은 제정신인 친구가 있었으면 한다.”

“아니야, 그래도 차라리 깨끗이 죽여야겠어. 그 인간 자식.”


“죽이든 살리든 네가 벌인 일은 네가 해결해. 하지만 할 거면 제대로 해, 그 인간이 너와 아프로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인간 속에 섞여 사는 신들의 평화도 위태롭게 될 테니까.”

“어디 가서 말해봤자 지만 미친놈 되지.. 그 말을 누가 믿겠냐?”


“이 얘긴 여기까지 하고.. 그보다..”

그리고 디오니는 심각한 표정으로 아폴론에게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뭐라고??”

디오니의 말을 들은 아폴론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버렸다.


-----------------


현신은 방송국의 한적한 장소에서 스폐셜 방송 일정을 조율하러 간 상혁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한참 동안 현신을 찾아다니던 아프로는 햇살이 밀려드는 창가에 앉은 그를 발견하곤 멍하니 중얼거렸다.

“남신들은 긴장 좀 해야겠는데.. 쳇, 진짜 멋지긴 하네. 인간 주제에.”


아주 연한 민트색 슈트와 하얀 셔츠가 현신의 깨끗한 피부와 너무 잘 어울렸다


정신을 차린 아프로가 소리치며 현신에게 다가갔다.

“어이, 오랜만이네”


현신이 두려운 표정으로 외쳤다.

“잠깐. 더 오지 마.”


그러면서 현신은 생각했다.

‘너만 만나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고!’


아프로는 장난기 어린 말투로 말했다.

“감사 인사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감사 인사?”


“나 아니면 무인도에서 어떻게 구조되어 왔겠어?”

무인도란 말에 현신이 반듯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 때문에 무인도에 간 거 같은데?”

“아항. 그니까 내가 뭐 바람의 신이라도 조종해서 네 행글라이더를 무인도에 떨어뜨렸다는 거지?”


스스로도 그녀가 어떻게 자신을 무인도로 보냈겠냐는 생각에 현신이 말끝을 흐렸다.

“그건 아니지만··· ”


현신은 아직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물었다.

“그런데 어찌 알고 넌 거기에 가 있었지?”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는 아프로.

“네가 올 줄 어찌 알았겠어? 그냥 난 무인도 여행을 좋아해. 그러다 널 만난 거고.”


적어도 바람을 조정했단 것보단 설득력 있는 그녀의 말에 현신도 그녀를 믿기 시작했다.


“최소한 생명의 은인한테 고마워하는 연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프로의 말에 현신은 바다 속 수중공원에서 숨 막혀 하던 자신에게 숨결을 불어넣어 준 그녀를 아주 어렴풋하게 떠올렸다.

“그래, 그때 분명 물속에서 네가 나한테··· 근데 꿈결 같기도 하고··· 기억이 왜 이리 희미한지.”


아프로는 빙그레 웃으며 생각했다.

‘그야, 내가 기억을 지웠으니까.“


현신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말이야. 대체 우리 어떻게 무인도에서 돌아온 거야? 난 전혀 기억이 없다고.”


아프로가 그녀의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애교를 부렸다.

“현신씨, 돌아온 기억은 없어도 무인도에서 내 덕분에 살아 돌아온 건 분명하죠? 그럼 최소한 생명의 은인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고마워. 사례는 할게.”


“뭘로 할 건데?”

“뭐든.. 돈이든 명품이든 뭐든 다 말해.”

“앞으로 한 달, 내가 보고 싶을 때 만나.”

“됐다. 그만 해라.”

“뭐든 해 준다고 했어. 네가.”

“싫어.”


아프로가 짖궂게 물었다.

“에이, 설마 무인도에서 그 일 때문에 나 피하는 거야?”


현신은 당황하며 외쳤다.

“피하긴 누가 피해? 그리고 그건 우리 서로 없던 일로···”


이때 현신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로비에 설치되어 있던 TV에 시선을 빼앗긴 아프로!


TV에서는 '세상에 요런 일이' 한창 방영되고 있었다.


-----------------------


TV속의 리포터가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네, ‘세상에 요런 일이’ 지금 생방송으로 시작합니다. 오늘은 지하철에서 춤을 추시는 여자 분이 계시다는 제보를 받고 찾아왔는데요. 지금 그분을 찾고 있습니다. 아 마침 저기 계시네요.”


지하철 안에서는 날씬하고 예쁜 여자가 지하철 칸마다 돌아다니면서 혼자만의 세계에 몰입해 춤을 추고 있었다.


지하철 안 승객들은 두려움, 호기심, 그리고 어이없는 웃음이 섞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참으로 고전적인, 마치 고대 그리스 신화에나 나올 법한 춤 사위.


자리에 앉아있던 할아버지 한 분이 들썩들썩 장단을 맞추며 외쳤다.

“잘한다. 잘해.”


그녀는 때론 지하철 손잡이를, 때론 지하철 봉을 활용해 점점 더 현란하게 춤추기 시작했다.


리포터는 춤의 삼매경에 빠져있는 여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죄송하지만, 왜 이렇게 지하철에서 춤을 추고 계신 거죠? 지하철 승객들의 제보로 찾아왔어요. 저희는 ‘세상에 요런 일이’ 팀입니다.”


그녀는 춤을 멈추지 않고 대답했다.

“전 예전에 아주 예전에 신들의 연회에서 춤을 담당하고는 했죠.”


‘신들의 연회’라는 한 마디에 크게 실망한 리포터...


리포터는 생각했다.

‘아, 역시 미친 여자가 기괴한 짓 하는 거였네. 오늘 분량이나 나오려나.’


여자는 리포터의 ‘역시’하는 표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춤을 추면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신들은 더 이상 춤을 즐길 여유가 없어요. 모두 인간 사회에 각자 뿌리 내리고 살기 바쁘거든요. 하데스님의 지옥에 가서 약에 취한 인간들을 위해 춤을 출 바엔..”

”아, 하데스? 그리스 신화의 지옥의 신이요?“


리포터의 표정은 ‘인터뷰를 더 해야 하나’하는 고민으로 가득 찼다.


결국 여기까지 찾아온 노력이 아쉬워 리포터는 계속 인터뷰를 시도했다.

“저 혹시 무슨 일을 하시는지 여쭤 봐도 될까요? 사시는 곳은?”


여자는 리포터를 아랑곳 않고 춤을 추다가, 자신의 춤에 호응하는 할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춤추다 보면, 단 한 명의 관중이라도 진짜 즐겨주니까.. 춤을 추는 동안 전 진짜 행복하거든요..”


단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해 신이 나서 작품을 써 본 무명 작가라면 이해할 것이다. 그녀의 춤의 의미를... 그녀의 '슬픈 신남'을...


그저 미친 여자의 춤이라기엔 너무나 고혹적이고, 아름다운 그녀의 춤 사위를 보며 리포터가 물었다.

“혹시 과거에 무용을 전공하신 건가요? 아니 그리스 문학 전공?”


그러나 여자는 이미 리포터에게서 돌아서서 다시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춤을 추고 있었다.


-----------------------


TV 방송에 시선을 고정한 아프로가 소리쳤다.

“어머, 어멋, 쟤 저기서 왜 춤을 추고 있어?”


현신도 아프로의 시선을 따라 TV방송을 보며 물었다.

“아는 사람이야?”

“응, 조금”


그러면서 아프로는 생각했다.

‘춤의 여신 테르프시코레라고 말할 순 없잖아.’


춤을 추는 여자는 학예의 여신들인 무사이 중 하나인 춤의 여신 테르프시코레였다.


창피함으로 볼이 빨개진 아프로는 외쳤다.

“어머, 저게 무슨 망신이니? 내가 다 창피하네.”


현신은 사이프러스에서 만났을 때 자신에게 ‘인간 따위가 감히!’라고 외치던 아프로의 동행, 디오니를 떠올리곤 말했다.


“혹시 너 어디 정신병원에서 집단 탈출한 거 아니냐? 아니면 너나 친구들이 어쩜 저리 다 이상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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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3화. 슬픈 신남 24.08.20 5 0 9쪽
22 제22화. 분쟁의 여신 에리스 24.08.19 8 0 9쪽
21 제21화. 산타클로스의 선물 24.08.17 10 0 10쪽
20 제20화. 무인도에 둘만?_2 24.08.16 15 0 10쪽
19 제19화. 무인도에 둘만? 24.08.14 19 0 10쪽
18 제18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4.08.13 17 0 11쪽
17 제17화. 프시케_2 24.08.12 19 1 9쪽
16 제16화. 프시케 24.08.11 21 3 10쪽
15 제15화. 인간 사냥꾼 24.08.09 21 3 11쪽
14 제14화. 낭만 살인자 24.08.07 17 3 10쪽
13 제13화. 마음의 방 24.08.04 22 3 11쪽
12 제12화. 공처가 하데스 24.08.03 28 3 11쪽
11 제11화. 첫 참사 24.08.03 24 3 10쪽
10 제10화. 번개 놀이 24.08.02 24 3 11쪽
9 제9화. 네온사인 사랑 24.08.01 25 3 10쪽
8 제8화. 영혼이 어린 아이 24.07.31 33 3 13쪽
7 제7화. 美친 민폐 24.07.30 37 4 10쪽
6 제6화. 키스플러스_2 24.07.29 35 3 13쪽
5 제5화. 키스플러스 24.07.28 41 4 12쪽
4 제4화. 첫 만남 24.07.28 45 4 11쪽
3 제3화. 크루아상 24.07.27 48 5 10쪽
2 제2화. 美친 여신 24.07.27 53 6 12쪽
1 제1화. 人神상열지사 24.07.27 9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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