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들의 인간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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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는개
작품등록일 :
2024.07.27 22:31
최근연재일 :
2024.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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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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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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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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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무인도에 둘만?_2

DUMMY

현신은 그녀를 한심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네가 어떤 사이코인지 몰라도, 여기서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네 물건엔 절대 손 안 댄다. 꺼져.”


그리고 그는 그늘이 드리운 바위틈에 앉아 눈을 감았다.


“뭐 시간은 내 편이니까.”

아프로는 그런 현신을 힐끗 보곤 “호르르륵” 맛있게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


그날 밤, 동굴 벽에 기대어 앉아있던 현신이 텐트 쪽을 보자, 텐트 안에서 세상모르고 잠든 아프로의 모습이 보였다. 현신은 홀로 조용히 동굴을 나섰다.


“철썩 철썩”

서늘한 바람과 어우러진 파도 소리는 청량했다.


밤하늘에는 누군가 검은 비단에 작은 다이아몬드 알갱이를 흩뿌린 듯, 촘촘히 박힌 별들이 강처럼 흐르고 있었다.


“무슨 이런 엿 같은 상황에 하늘이 뭐 저리 예뻐. 저 미친 여자가 아니라 연오와 여기 있었다면..”


현신은 어떻게 이 섬을 나가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도 핸드폰조차 잃어버린 지금, 인정하기 싫었지만 아프로의 존재는 그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캠핑 준비를 완벽히 해 온 걸 보니, 분명히 함께 버티다보면 누군가 구조하러 오는 건 확실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별빛 가득한 밤하늘에서 시선을 내린 현신은 경악하고 말았다.

‘헉‘


별빛이 흘러내려 그녀의 온 몸을 적신 것처럼, 온몸이 은은하게 반짝이는 아프로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람에 나부끼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


현신은 잠시 아프로의 미모에 넋을 잃었다가 고개를 흔들며 생각했다.

‘젠장, 보지 마, 눈깔아. 연오에 대한 의리를 지켜.’


그의 다짐과 달리 현신은 온 몸이 마비된 듯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겨우 시선을 돌렸다가도, 1초도 되지 않아 다시 그녀를 바라보며 현신은 생각했다.

‘현신, 너 이 정도 인간이었어? 눈깔아. 자꾸 이러면 너희 둘 모두 뽑아버린다.’

그는 결국 시선 돌리기를 포기했다.


‘젠장, 눈꺼풀을 내리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이여야 하는 거냐?’

현신은 마침내 두 눈을 질근 감아버렸다.


이때 아프로가 현신의 눈을 강제로 벌리며 소리쳤다.

‘어, 너, 이러는 거 아니야. 그만 해. 멈춰. 지금 미의 여신인 나를 두고 눈을 감은 거야? 자존심 상해. 당장 네 놈의 해태 눈깔을 뽑아 헤라의 공작새에게 달아주겠다.‘


헤라의 상징인 공작새의 꼬리깃털에 난 둥근 무늬는 백 개의 눈을 지닌 괴물 아르고스의 눈알이었다.


현신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로 아프로를 떼어내려 했지만, 아프로는 현신 옆에 앉아 다짜고짜 그의 입술을 덮쳤다.


‘안 돼’라고 소리치는 현신의 마음

그러나 그의 몸은···

반응...했다.


영원 같은 찰나가 흐르고..


그런데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 했던가? 남자는 약해도, 사랑에 빠진 남자는 강했다!!!


초인적인 자제심을 발휘한 현신이 그녀의 말랑한 입술에서 결국 자신의 입술을 떼어낸 것이다.


“난 그 사람 배신 안 해!!!”

자신에게 다짐하듯 현신은 큰 소리로 외쳤다.


굳이 그래야 했을까마는...


아프로는 황당해하며 중얼거렸다.

“이게 가능하다고? 인간 남자 따위가? 날 밀어내는 게?”


현신도 헛웃음을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또 인간 남자 따위라네. 하하.”


아프로를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쉰 현신이 말했다.

“무인도에 이 ‘미친’ 여자와 둘 뿐 인거냐? 정말?”


------------------


그렇게 2주라는 시간이 흐르고···


낮과 밤이 바뀌는 동안 현신은 수많은 아르포와 싸워야 했다.


/ 면이 아닌 선으로만 이루어진 옷 같은 검은 슬립 드레스를 입고 유혹하는 섹시한 아프로

/ 하얀 앞치마와 하얀 두건, 무릎까지 올라오는 프릴 양말을 신고 유혹하는 귀여운 아프로

/ 헐렁하지만 몸의 실루엣은 교모하게 살린 하얀 드레스를 입고 유혹하는 청순한 아프로

/ 군인, 경찰, 간호원, 스튜어디스 등 이 세상의 모든 제복을 입고 유혹하는 진격의 아프로


텐트 안 그녀의 커다란 옷가방은 이곳에서 1년도 거뜬히 지낼 만한 수많은 옷들로 가득했다.


----------------------


다음 날 아침, 입술이 쩍쩍 갈라진 현신은 바위틈에 쓰러져 있고, 그를 내려다보던 아프로는 발로 현신을 ‘툭, 툭’ 치기 시작했다.


“지독한 자식, 사흘 동안이나 버티다니.. 아니 키스를 거부하다 죽은 놈이 있다면 내 꼴이 뭐가 되냐고?”


일주일 동안, 치명적인 자세와 뇌쇄적인 표정, 사랑스럽고 청순한 매력 등 온갖 방법으로 그를 유혹했지만 모두 실패한 아프로는 어이가 없었다.


그녀의 눈길이 쓰러진 현신의 허리 아래 주요 부위로 향했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해낸 듯 아프로는 소리쳤다.

“혹시 너 그거니? 고.. 그지 그거지? 아니 그거여야만 해. 미의 여신의 자존심을 위해!”


아프로의 말에 현신은 어이없어하며, 세상 불쾌한 표정으로 엎드려버렸다.


그로부터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현신은 탈수 증세로 거의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 되었다.


결국 포기한 듯 아프로가 말했다.

“그래 일단 네가 이겼어. 마셔. 물.”


아프로는 현신을 돌려 앞으로 눕게 하고, 그의 머리를 받쳐 물을 주려 했지만, 현신은 이미 스스로 물을 마실 기력조차 없었다.


그가 거의 의식을 잃자, 아프로는 결국 자신이 물을 마시고, 입에 머금은 물을 조금씩 그의 입으로 흘려 넣었다.


잠시 후 현신이 얼굴을 찡그리더니, 조금씩 의식을 차렸다.


반가운 마음에 아프로가 현신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며 외쳤다.

“눈 떴구나. 괜찮아?”

현신은 그녀의 얼굴이 자신의 얼굴 가까이 다가오자, 사력을 다해 얼굴을 돌려 입술을 피해버렸다.


무안해진 아프로는 외쳤다.

“이 자식아, 키스하려던 아니라고. 너 오늘 내가 진짜 죽인다. ”


----------------------


결국 미의 여신은 유혹 포기를 선언했고, 두 사람은 극적으로 화해했다.


그날 저녁, 기력을 차린 현신과 아프로는 함께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


아프로는 생각했다.

‘보레아스. 이 자식 진짜 어떻게 된 거야? 가스도 음식도 떨어졌는데. 내일은 오겠지?‘


어두운 아프로의 얼굴을 보고 현신이 말했다.

“너희 부모님 걱정하시겠다.”


‘부모님’이란 단어에 아프로는 웃음을 터뜨렸다.

“부모님? 하하.”


“뭐야? 그 웃음?”

“글쎄. 부모님이라. 난 있어본 적이 없어서.”


현신은 아프로가 고아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불쑥 슬픈 가정사를 털어 놓냐. 사람 미안하게.’


가만히 있던 현신이 조금 누그러진 얼굴로 아프로에게 말했다.

“나도 두 분 다 돌아가셨어.”


거품에서 태어난 미의 여신이 물었다.

“부모님이란 어떤 느낌이야? 포근한 매트리스 같아?”


현신은 그녀가 갑자기 안쓰러워졌다.

‘부모님이 누군지도 모르고 버려졌나보네.’


현신은 처음으로 다정한 말투로 아프로에게 말했다.

“너무 슬퍼하지 마. 난 부모님이 계셔서 더 슬펐으니까.”


“부모님을 굉장히 원망하나 보네. 널 버렸어?”

현신의 눈빛이 애잔하게 흔들렸다.

“아니 내가 버린 거지.”

“!!?”


망설이던 현신이 입을 열었다.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슬픔보다 부끄러움이 더 크더라. 아무리 아이였어도 왜 그렇게···”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난 왜 그리 철이 없었을까? 우리 엄마 하늘에서 나 같은 자식 보고 참 허망했을 거야.”


아프로는 그의 슬픈 눈빛을 위로하려 다정하게 말했다.

“널 안지 오래지 않지만.. 네가 그랬다면 그럴 만했을 거야. 아니었더라도··· 어렸잖아.”


“우리 엄마..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아?”

아프로는 말없이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벼락 맞아 죽었어. 6살 때 내 눈 앞에서.”


깜짝 놀란 얼굴로 아프로는 생각했다.

“벼락이라고? 설마?”


아프로의 뇌리에 제일 먼저 떠오른 건 물론 하늘을 향해 번개를 던지는 제우스의 모습이었다.


현신이 말했다.

“그것도 크리스마스이브에. 내가 스키장에 가자고 조르지만 않았어도. 아니 나 따위가 태어나지만 않았어도.”


아프로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설마, 제우스 짓이라면 어째서 현신은 살아있는 거지?’


현신은 간신히 울컥하는 슬픔을 누르며 말했다.

“아빠는 말하곤 했지. 너희 엄마는 특별한 존재다. 특별해서 번개에 맞은 거다. 근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거든.”


안쓰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아프로에게 현신이 말했다.


“왜 하필 벼락을 맞았을까? 도대체 어떻게 살았길래? 라고 묻는 그 눈초리들. 엄마가 교통사고나 병으로 죽었다면 사람들은 안타까워했을 거야. 그런데 벼락 맞아 죽었다니 호기심과 불길함이 먼저더라.”


아프로가 현신을 위로했다.

“인간의 측은지심은 딱 거기까지지. 너무 얇아서 쉽게 찢어져 버려. 작은 호기심에도. 그러니 그깟 측은지심 의미 없잖아.”


“근데 말이야. 아빠도 엄마도 갑자기 사라진 아이한텐 그런 값싼 동정이라도 위안이 됐을 거야. 참 외로웠거든.”

“남에게 잔인하고 비열한 인간들은 언제가 결국 자기 자신한테 더 잔인하고 더 비열해질 거야. 그걸로 위안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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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23화. 슬픈 신남 24.08.20 5 0 9쪽
22 제22화. 분쟁의 여신 에리스 24.08.19 8 0 9쪽
21 제21화. 산타클로스의 선물 24.08.17 10 0 10쪽
» 제20화. 무인도에 둘만?_2 24.08.16 16 0 10쪽
19 제19화. 무인도에 둘만? 24.08.14 19 0 10쪽
18 제18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4.08.13 18 0 11쪽
17 제17화. 프시케_2 24.08.12 19 1 9쪽
16 제16화. 프시케 24.08.11 22 3 10쪽
15 제15화. 인간 사냥꾼 24.08.09 21 3 11쪽
14 제14화. 낭만 살인자 24.08.07 17 3 10쪽
13 제13화. 마음의 방 24.08.04 22 3 11쪽
12 제12화. 공처가 하데스 24.08.03 28 3 11쪽
11 제11화. 첫 참사 24.08.03 24 3 10쪽
10 제10화. 번개 놀이 24.08.02 25 3 11쪽
9 제9화. 네온사인 사랑 24.08.01 25 3 10쪽
8 제8화. 영혼이 어린 아이 24.07.31 34 3 13쪽
7 제7화. 美친 민폐 24.07.30 37 4 10쪽
6 제6화. 키스플러스_2 24.07.29 35 3 13쪽
5 제5화. 키스플러스 24.07.28 41 4 12쪽
4 제4화. 첫 만남 24.07.28 45 4 11쪽
3 제3화. 크루아상 24.07.27 48 5 10쪽
2 제2화. 美친 여신 24.07.27 54 6 12쪽
1 제1화. 人神상열지사 24.07.27 9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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