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들의 인간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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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는개
작품등록일 :
2024.07.27 22:31
최근연재일 :
2024.08.20 07:0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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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글자수 :
109,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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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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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14화. 낭만 살인자

DUMMY

그 시각, 에로스의 교실은 남학생들의 함성으로 시끄러웠다.


“야, 받았다. 해냈다. 내가!”

진수가 한손에 편지를 들고, 좋아서 교실을 뛰어다니자, 남학생 한 무리가 진수의 뒤를 따라다녔다.


“정말? 네가?”

“진짜 학교 퀸 프시케의 답장을 받았다고?”

진수는 골을 넣은 축구선수처럼 세리모니를 날리며 외쳤다.

“이야아. 내가 드디어!”


“야. 빨리 편지 열어보자. 이러다 영로 온다. 영로가 네가 프시케한테 답장 받은 걸 알면 널 죽일걸?”


영로는 이 학교 일진 무리의 대장이었다.


기쁨에 이성을 잃은 진수가 호기롭게 말했다.

“영로고 뭐고, 지금 죽어도 난 여한이 없다.”


더벅머리에 안경을 쓴 에로스는 교실 맨 뒤 책상에 앉아, 앞에서 벌어지는 소란에도 핸드폰만 보고 있었다. 평소의 꽃미남 모습과는 완전 딴판인 모습이었다.


에로스의 짝이자 유일한 친구 지원이 에로스에게 말했다.

“말도 안 돼. 10대 아름다운 얼굴 관광지가 프시케한테 다 까였다는데.. 진수? 뭐야! 유럽 여행에 질려 옆집 화장실 관광 좀 하자 이건가? 아 젠장. 나도 도전해 보는 건데.”


에로스는 지원의 말을 들은 척도 않고 핸드폰만 쳐다보았다. 그런 에로스를 보고, 지원은 슬쩍 의자를 당기며 에로스를 피했다.

“프시케 소식에 미동도 안하다니.. 넌 역시 그쪽 취향?.. 너 나한테 고백하면 죽인다. 난 여자 좋아해. 아니 프시케만 좋아.”


에로스가 여전히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슬쩍 무언가를 지원에게 내밀었다.

“뭐야?”


거울이었다. 지원은 에로스의 목덜미를 껴안으며 소리쳤다.

“거울 보고 주제 파악하라고? 이 자식아. 이건 동족상잔 행위야. 거울을 보는 게 얼마나 힘들 일인 줄 쟤는 몰라도 넌 알잖아?”

반에서 가장 잘생긴 아이를 가리키며 그가 외쳤다.


흥분해서 미친 야생마처럼 교실을 누비던 진수가 마침내 자리에 앉았다. 남학생들이 그의 주변에 몰려들었다.


진수는 경건한 표정으로 자신의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물티슈로 자신의 손을 깨끗이 닦았다. 신성한 의식의 제사장이 된 듯 참으로 경건하고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는 입 안에 고인 침을 삼키며 천천히 편지 봉투를 집어 들었다.


에로스를 제외한 남학생 전체가 매일 학교 여신 프시케에게 연애편지를 쓰는 것이 이 학교의 전통화 역사가 된지 어언 2년. 그러나 답장을 받은 건 진수가 처음이었다.


“아 떨려.”

진수가 천천히 편지 봉투를 열자 모두의 시선이 봉투에 꽂혔다. 편지봉투가 꽃봉오리처럼 수줍게 열린 지 채 3초도 지나지 않아, 이제 곧 성인이 될 진수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크으흑”


기대감으로 너무 달아올랐던 걸까? 결국 진수는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보통 이런 경우 남자 아이들은 진수를 놀리고 야유했을 테지만, 눈앞의 끔찍한 광경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이럴 수가?”


핑크빛 편지 봉투 속에는 낭만살인자에 의해 갈가리 사지가 찢긴 시체가 담겨 있었다.


진수가 머리를 쥐어짜는 창작의 고통을 이기고 출산했던 연애편지였다.


구경하러 뛰어갔던 지원이 에로스에게 돌아와서 나지막이 말했다.

“와. 받은 편지를 갈가리 찢어 예쁜 봉투에 담아 답장처럼 보내다니.. 프시케의 남성혐오는 거의 너의 여성혐오 수준이네. 에로스. 만약 네가 잘생겨서 인기가 많았다면 너의 잔인함도 프시케 못지않았겠지?”


에로스가 드디어 핸드폰에서 눈을 떼고, 책상에 엎드려 꺼이꺼이 울고 있는 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기본적인 매너는 지키는 편이야.”


지원이 에로스의 핸드폰을 힐끗 보며 중얼거렸다.

“매일 신문 기사만 살피고··· 것두 연예 기사도 아닌 사회면 기사만. 아무튼 취미 독특해. 어두워. 어뒤워.”


이때 뒷문이 벌컥 들리며 교감이 들이닥쳤다.

“이것들이. 대체 왜 이리 소란이야?”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그러더니 교감은 울고 있는 진수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거이거 공부도 못하는 게 또 분위기 망치고.. 왜 울고 자빠졌어?”


진수가 놀라 몸을 일으켜 세우자, 교감은 손을 높이 치켜들고는 진수의 따귀를 후려쳤다.


사이코패스 교감의 전형적인 수법. 그는 언제나 예측하지 못한 순간 폭력을 행사한다. 아이들이 카메라를 들 틈도 없이. 진수처럼 성격도 집안도 어중간한 희생자들만 골라.


아이들은 무자비한 폭력 앞에 뿔뿔이 흩어졌고, 교실 안엔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 교감은 갑자기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아 진수 어머니,, 이거 정말 죄송해서..진수가 또 사고를 쳐서.. 제가 부득이하게 손을 좀.. 정말 죄송합니다.”


멍하니 자신을 보는 진수와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의 입가엔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교감은 부잣집 아이를 안 건드리고, 가난한 집 아이만 때리는 하수는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옛 가르침을 지키는 예의 바른 부모를 가진 아이들만 건드렸다.


그리곤 언제나 그 부모에게 세상 다정한 선생이 되어 전화를 건다. 아이를 위해 부득이 사랑의 매를 들었다며···


핸드폰을 끊고 교실을 나가며 교감이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진수 어머니한테 다 양해 구했다. 너희도 봤지? 그니까 게시판에 신고한답시고 설치지들 말고.”


그러면서 그는 생각했다.

‘예전이 좋았어. 요즘 아이들 훈육하기 너무 힘들어.’


짜증나는 일이 있을 때마다 훈육이라는 핑계를 만들어 무자비한 폭행을 가해도,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힐 일이 없던 까마득한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어느 조직에서나. 작은 악마 하나가 나머지 99명의 명예를 더럽히는 건... 하나의 썪은 꽃과 대비될 때, 나머지 99송이 꽃의 더 돋보이기 때문인 걸까?


“야 너 어디 가?”

화난 표정으로 일어서는 에로스에게 지원이 물었다.


순식간에 교실 문을 나선 에로스.

“교감선생님!”


에로스가 복도에서 옆 반으로 향하던 교감을 불러 세웠다.

“왜? 뭐 할 말 있나?”


에로스가 말했다.

“양심에 안 찔리세요?”

“뭐? 이 자식아?”

“민원 제기 안할만한 집 애들만 추려서··· 주식이 떨어졌다는 그런 하찮은 이유로 따귀나 갈기고··· ”


화가 난 교감이 분을 참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뺨을 후려칠 기세로 에로스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런데 갑자기 그 자리에 얼어붙는 교감선생.

“너 이 자식 그게 뭐야?”


에로스의 어깨에는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커다란 화살 통이 걸려있었고, 에로스는 그 화살 통에서 거대한 황금빛 화살 하나를 천천히 꺼내들고 있었다.


“으악, 너 뭐하는 거냐?”


에로스가 천천히 활시위를 당겼다.

“제발 살려 줘. 으악”


활시위를 떠난 에로스의 화살은 쏜살같이 허공을 뚫고 날아가 교감의 심장에 박혔다.


에로스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폭력으로 인간의 존엄을 짓밟은 당신은 이제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존엄마저 지키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내 화살은 기억 못하겠지만!”


잠시 후 에로스가 천천히 교실 뒷문을 열고 되돌아와 말했다.

“영로야, 교감이 너 복도로 나오래.”


학교 일진답게 불량한 복장과 태도를 지닌 영로가 소리쳤다.

“에이 씨비, 왜 오라 가라 지랄이야.”


에로스는 교실 밖으로 나가는 영로를 보며 중얼거렸다.

“훗, 당신은 가장 먼저 눈에 띈 사람을 미치도록 사랑하게 될 겁니다. 그 사랑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이때 에로스의 핸드폰에 카톡이 울렸다.

[엄마, 교무실에 와 있어.]


깜짝 놀란 에로스가 외쳤다.

“엄마가 학교에? 젠장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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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악”

고막을 찢을 듯한 아프로의 비명소리가 교무실에 가득 찼다.


“너 이게 대체..”

아프로가 곧 기절할 듯 놀란 얼굴로 에로스를 보았다. 너무나 평범한 에로스의 외모.

“아 너 이게 무슨 꼴이니? 내가 널 이렇게 키웠니? 아 자존심 상해.. 이 꼴이 뭐야?”


아프로가 담임에게 외쳤다.

“꺄아아아악. 선생님 지금 우리 에로스 성적이 문제가 아니에요. 이런 꼴로 다니다니!!!”


담임은 황당한 아프로의 반응에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어머니. 복장도 단정하고. 아무 문제없는데요.”


아프로는 미의 여신답게 평소 아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녀에게는 에로스가 이런 평범한 외모로 나다니는 것은 벌거벗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보다 치욕스럽게 느껴졌을 것이다.


“엄마, 나가서 얘기 해..”

에로스가 아프로의 손을 잡아끌자, 아프로는 세 번째 손가락만 펴서 에로스를 위아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 촌시런 안경으로 왜 얼굴을 가리고. 공부는 못해도 돼. 근데 근데 이 꼴인 건 도저히 용납 못해!”


담임이 끼어들었다.

“어머니, 에로스가 고3인데 굳이 외모에 신경 쓸 필요가···”


에로스가 담임에게 말했다.

“선생님, 정말 죄송해요.”


담임은 연민이 가득 담긴 눈으로 에로스의 어깨를 다정하게 토닥였다.

“그래, 어서 모시고 가라. 네가 고생이 정말 많구나.”


에로스와 아프로를 끌고 교무실을 나가자 담임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 가엾은 에로스.. 어린 나이에 저런 짐을 지고 있었다니.. 미친 새엄마라니.. 안쓰러워.”


이때 다른 선생님이 담임에게 다가와 말했다.

“그래도 전형적인 새엄마 타입은 아니어서 다행이네요. 현신보다 잘생겼다니.. 훗, 에로스를 많이 아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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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17화. 프시케_2 24.08.12 20 1 9쪽
16 제16화. 프시케 24.08.11 22 3 10쪽
15 제15화. 인간 사냥꾼 24.08.09 21 3 11쪽
» 제14화. 낭만 살인자 24.08.07 18 3 10쪽
13 제13화. 마음의 방 24.08.04 23 3 11쪽
12 제12화. 공처가 하데스 24.08.03 28 3 11쪽
11 제11화. 첫 참사 24.08.03 25 3 10쪽
10 제10화. 번개 놀이 24.08.02 25 3 11쪽
9 제9화. 네온사인 사랑 24.08.01 25 3 10쪽
8 제8화. 영혼이 어린 아이 24.07.31 34 3 13쪽
7 제7화. 美친 민폐 24.07.30 38 4 10쪽
6 제6화. 키스플러스_2 24.07.29 36 3 13쪽
5 제5화. 키스플러스 24.07.28 41 4 12쪽
4 제4화. 첫 만남 24.07.28 46 4 11쪽
3 제3화. 크루아상 24.07.27 48 5 10쪽
2 제2화. 美친 여신 24.07.27 54 6 12쪽
1 제1화. 人神상열지사 24.07.27 9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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