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들의 인간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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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는개
작품등록일 :
2024.07.27 22:31
최근연재일 :
2024.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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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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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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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11화. 첫 참사

DUMMY

기다리다 못한 상혁이 말했다.

“언제까지 이럴 거야? 두드린다?”


현신은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문 앞에서 오락가락했다.

“응. 아니. 응. 아니..”

“아프로씨가 여신처럼 예뻐서 주연 여배우 분량이 줄 거란 소문에 연오씨 걱정되어 온 거면 그냥 들어가서! 딱 위로···”


이때 문이 벌컥 열리고, 문 앞에서 딱 마주친 연오와 현신.


코가 부딪힐 듯 가까운 거리에서 연오를 마주보자, 아프로 때와는 달리 현신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함께 반응했다.


이런 느낌은 정말 처음이었다. 평생 사랑에 빠진 친구들을 얼마나 비웃었던가? 심지어 그의 아이디는 “에로스는 개이름”이었다.


연오가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또 뵙네요,”

“당신이 진짜 여신입니다!!!”

갑자기 그녀를 보자, 현신의 입에선 저도 모르게 머리에서 맴돌던 말이 튀어나왔다.


“네?”

자신이 뱉은 헛소리에 당황한 현신은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아 젠장, 현신, 너 지금 뭐란 거냐? 그렇게 느끼한 말을 내뱉다니. 혀를 뽑아내고 싶다.’


현신은 너무 창피해 냅다 뒤돌아서서 뛰다시피 걸어갔다. 옆에 있던 상혁도 온몸으로 오글거림을 표현하며, 그의 뒤를 따라 도망치듯 가버렸다.


사라지는 그들 보며 멍하니 서있는 연오와 그녀의 스태프들.


연오에게 그녀의 매니저가 말했다.

“언니, 지금 언니 멕인 거 맞죠? 뜬금없이 웬 여신?”


코디네이터도 화가 나서 끼어들었다.

“새로 투입된 그 조연이 여신급이라고 다들 난린데.. 왜 갑자기 와서 저런 말을..”

“뻔하지. 멕이는 거지. 언니, 현신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아니.”


“근데 왜 여기까지 와서, 왜 굳이 저렇게까지 하는 거야?”

“글쎄..”

“아 생각났다. 지난 번 커피 약속! 언니 갑작스런 스케줄 때문에 취소했잖아. ‘내 커피를 거절한 여잔 네가 처음이야. 부숴버리겠어.’ 뭐 이런 건가?”


“훗, 설마~ 그렇다고 해도 이제 뭘 어쩌겠어. 근데 저분 원래 이성적이고, 소름끼치게 냉정하다고 하지 않았어?”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다들 AI 배우라고 하죠. 감정 좀비가 ‘액션’ 소리만 나면, 자동으로 상대 여배우 보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고. 그러다 ‘컷’ 소리 나면 다시 개무시.”


“난 그렇게 이성적인 모습은 한 번도 못 본 거 같은데. 볼 때마다 이상하게 허둥대시고.”

“근데 괜찮겠어? 언니?”

“뭐가?”

“이번 신이 하필 키스신이야.”


--------------------


당황한 현신은 상혁과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현신이 상혁에게 담배를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손을 흔들며 재촉하는 그에게 상혁이 말했다.

“형, 끊지 않았어?”

“닥치고 줘. 담배 아니라 독약이라도 마시고 싶은 심정이니까”


상혁이 담배 한 개비를 건네자 입으로 가져가던 현신이 갑자기 손을 멈췄다.

“왜?”

상혁의 물음에 현신이 소심하게 말했다.

“키스신이라며.”

“형, 그 수줍음 뭐야? 으으 미치겠네. 적응 안 돼서.”


현신이 침울하게 중얼거렸다.

“으아악. 내가 뭔 짓을 한 거야? 나 말리지 마. 나 뛰어 내린다.”

상혁이 현신을 한심하게 보며 말했다.

“응. 제발 그래 줘. ’당신이 여신입니다.‘라니. 으으윽. 형이랑 같은 남자라는 사실만으로도 내가 먼저 뛰어 내리고 싶은 심정이야.”


“내가 비아냥댄 걸로 오해함 어쩌지?”

“당연히 그렇겠지. 모두들 여주와 그 조연을 비교해. 인간 대 여신의 대결이라고. 연오씨는 이제 끝이라고 하는데. 연오씨도 들었을걸?”


“젠장. 안 되겠어. 가자. 가서 다시 해명해야겠어.”

“현신씨, 불행히도 해명 전에 키스부터 해야 합니다. 곧 촬영시작 해요.”


현신은 할 말을 잃었다. 세상 잃은 그의 표정에 상혁이 말했다.

“이번에 실력 발휘 제대로 해봐. 100만년 만에 나온 키스 명장 현신. 키스신 후 모든 여배우의 마음을 씹어 먹는다는 그 잔인한 스킬. 혹시 알아? 키스신 후 연오씨가 바로 용서해 줄지.”


--------------------


그로부터 30분 뒤..

“액션.”


현신과 연오의 키스신을 보기 위해 거의 모든 스텝들이 몰려들었다. 원래도 스킨십 촬영을 지켜보는 건 재미있는 일인데, 오늘은 키스 장인 현신의 촬영이니까. 현신의 한 손이 연오의 목을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조심스럽게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꿀떡”

이렇게 침이라도 삼키면 밝히는 사람으로 보일까봐 지켜보는 모든 이들은 침을 참고 있었다.


오랜 배우 생활에도 현신은 스킨십 촬영 때 단 한 번도 느낀 적이 없었다. 언제나 턱의 각도, 입술의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나노 단위로 계산하고, 완벽한 스킨십 신을 촬영하던 그였다.


살짝 열린 셔츠 사이로 보이는 섹시하고 단단한 그의 가슴 근육과 치명적인 키스 실력에, 상대 여배우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그에게는 그 흔한 떨림조차 한 번 없었다.


/ 드라마에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포스터 자세로 키스신을 촬영할 때, 드레스를 입은 여배우의 볼이 붉어지더니 '툭' 하고 손이 떨어졌다. 여배우 기절.


/ 영화 하녀에서 현신의 무릎 위에 앉은 자세로 키스신을 촬영할 때, 메이드복을 입은 여배우의 볼이 붉어지더니 '툭' 하고 손이 떨어졌다. 여배우 기절.


/ 사극에서 현신이 엉덩이를 받치고 안아 올린 자세로 키스신을 촬영할 때, 한복을 입은 여배우의 볼이 붉어지더니 '툭' 하고 손이 떨어졌다. 여배우 기절.


지켜보던 무리들 중 하나가 상혁에게 물었다.

“그의 키스 실력에, 키스신 도중 기절한 여배우들까지 있었다는 게 정말이에요?”

“한땐 그랬었죠. 근데 재밌는 건 우리 형은 제가 알기론 배우가 되기 전엔 키스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어요.”


상혁은 생각했다.

“배우가 된 이후엔 형에게 키스는 그냥 업무였으니까. 그러니 오늘의 키스는 형에게는 분명 ‘첫 키스’네.. 훗.”


살짝 고개를 숙인 연오의 속눈썹이 현신의 눈에 들어왔다. 사르르 떨리는 풍성한 그녀의 속눈썹이 그의 심장을 간지럽혔다.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싸는데, 너무 긴장이 되어 그는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의 동작이 어색해졌다. 서서히 연오의 입술 쪽으로 그의 입술을 가져가는데 저도 모르게 입술에 힘이 들어갔다.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하려하면 할수록 그의 동작은 딱딱해졌다.


너무 긴장해서 현신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현신과 연오의 콧날이 부딪히기도 했다. 현신이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각도를 바꿔 키스를 시도하는데, 결국 일어난 대참사!


“앗”

지켜보던 사람들은 눈앞에 펼쳐진 민망한 광경에 가까스로 웃음을 참았다.


너무 세게 부딪혀, 연오의 이마가 벌겋게 부풀었다. 고통에 이마를 부여잡았던 연오는 그가 무안할까봐 급히 손을 내리고, 아픔을 애써 참으며 웃어보였다. 미안함과 민망함에 현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컷”

감독이 외쳤다.


현신은 절망했다.

‘젠장, 현신 너 뭐하냐? 지금 그녀와의 첫 키스라고. 그런데 이게 무슨 꼴이야?’


당황한 그가 고개를 돌리며 짧게 말했다.

“잠시 쉬었다 가죠.”


그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한 마디 말만 내뱉고 자리를 뜨자, 연오는 무안해졌다.


그녀의 매니저가 뛰어와 그녀의 입술 화장을 고쳐주며 귓가에 속삭였다.

“키스 장인이 대체 왜 저런데? 아무래도 아까 비꼰 것도 그렇고 일부러 멕이려고 들이받은 거 아냐? 언니 잘 생각해 봐. 뭐로 찍혔는지.”


평소 담담한 연오였지만, 현신이 자신과의 키스를 싫어하는 티를 저리 내니 마음이 상했다.


“30분 휴식 후 다시 갑니다.”

막내 스텝이 외쳤다. 감독이 조감독에게 말했다.


감독과 조감독이 쑥덕댔다.

“절대 NG 안내는 현신이 이번 드라마에선 유독 NG가 많네.”

“그러게요. 그래도 눈빛 연기 죽이지 않습니까? 이번 드라마에서 특히. 여심이 아주 녹다 못해 콸콸 흐르겠어요.”


--------------------


화장실로 도망치다시피 온 현신은 세면대 앞에서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난생 처음으로 휘몰아치는 사랑 앞에서 인간은 정말 무력하단 걸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무력감에 너무 빠르게 중독되는 자신이 두렵기까지 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현신은 중얼거렸다.

“이렇게 드라마 끝나면.. 너 어떡할래? 그녀를 못 보면 못살잖아. 이제.”


잠시 후, 마음을 다잡은 현신이 화장실을 나섰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확’ 무언가가 순식간에 그의 앞으로 튀어나왔다.


“엇, 깜짝이야.”

눈앞의 여자가 아프로임을 확인하고, 빡친 현신이 소리쳤다,

“또 당신이야?

화장실 앞에서 그를 기다리던 아프로는 그의 앞을 막아서며 큰 소리로 외쳤다.

“너 뭐야?”


현신이 미간을 찡그리며 받아쳤다.

“너? 우리가 반말할 사인 아니지 않나?


아프로가 화난 얼굴로 소리쳤다.

“야, 너 키스 처음 해??? 젠장.”


그러더니 그녀는 아래위로 현신의 모습을 시선으로 훑으면서 느끼하게 속삭였다.

“이거 뭐야.. 포장지만 멀쩡한 거 아니야?”


현신은 분노와 황당함이 가득한 얼굴로 외쳤다.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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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23화. 슬픈 신남 24.08.20 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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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16화. 프시케 24.08.11 22 3 10쪽
15 제15화. 인간 사냥꾼 24.08.09 21 3 11쪽
14 제14화. 낭만 살인자 24.08.07 17 3 10쪽
13 제13화. 마음의 방 24.08.04 23 3 11쪽
12 제12화. 공처가 하데스 24.08.03 28 3 11쪽
» 제11화. 첫 참사 24.08.03 25 3 10쪽
10 제10화. 번개 놀이 24.08.02 25 3 11쪽
9 제9화. 네온사인 사랑 24.08.01 25 3 10쪽
8 제8화. 영혼이 어린 아이 24.07.31 34 3 13쪽
7 제7화. 美친 민폐 24.07.30 38 4 10쪽
6 제6화. 키스플러스_2 24.07.29 36 3 13쪽
5 제5화. 키스플러스 24.07.28 41 4 12쪽
4 제4화. 첫 만남 24.07.28 46 4 11쪽
3 제3화. 크루아상 24.07.27 48 5 10쪽
2 제2화. 美친 여신 24.07.27 54 6 12쪽
1 제1화. 人神상열지사 24.07.27 9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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