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들의 인간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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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는개
작품등록일 :
2024.07.27 22:31
최근연재일 :
2024.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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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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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인간 사냥꾼

DUMMY

어둠이 휘몰아치는 밤, 가로등 하나 없이 끝없이 펼쳐진 작은 도로 위, 안개와 고요를 헤치며 한 남자가 무작정 달리고 있었다.


“헉헉”

가쁜 호흡 소리. 어디인지도 알 수 없는 곳에 핸드폰도 없이 던져진 30대의 남자,


남자의 미간은 공포로 뻐근해지고, 그의 신경 하나하나는 자신이 곧 죽는다고 말해 주고 있었다. 그것도 상상도 할 수 없는 가장 끔찍한 방식으로.


혹시나 하는 간절함으로 남자는 뒤돌아보았다. 그러나 어김없이 저만치서 따라 오는 한 소년. 에로스였다.


에로스가 웃으며 외치는 소리가 그의 영혼을 때렸다.

“하하, 이번에도 도망가지 못했네요. 남은 발톱은 안 뽑을게요. 한 네 개 남았나? 근데 정말 죄송하지만 이제부턴 더 아플 거예요.”


남자는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피투성이가 된 두 발에 겨우 네 개 남은 발톱.


포기한 듯 주저앉는 남자. 어느새 에로스가 남자 곁으로 다가왔다.


이제 포기해야 할까? 그는 생각했다. 더 이상 도망칠 기운도, 의지도 없었다.


남자는 혀를 깨물어 고통 없이 죽을 용기만 있었더라도, 자신을 이런 상황으로 내몬 무자비한 신에게 감사했을 것이다.


남자는 눈물도 말라 버린 휑한 눈으로 에로스에게 말했다.

“저한테 왜 이러세요?”


에로스는 남자 앞에 쪼그리고 앉아 눈을 맞추며 대답했다.

“모두 처음에는 살려 달라고 떼쓰다가, 또 왜 나한테 이러냐며 분노하지. 한결 같은 패턴. 똑같은 인형들 같다니까.”


남자의 눈동자를 빤히 보던 에로스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 재미없다. 피곤하기까지 하고! 이젠 끝내야지.”


에로스는 조용히 그의 머리채를 잡고, 시체처럼 늘어진 남자를 질질 끌어 풀밭으로 들어갔다.


멀리 보이는 허름한 창고가 그의 목적지였다.


"똑, 똑"

에로스의 왼손에 들린 병에서 떨어지는 액체 방울. 그 방울이 닿자, 불타 녹아내린 풀잎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내려앉은 밤안개에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염산병이 달빛에 반짝였다.


남자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있는 힘을 짜내어 간신히 외쳤다.

“제발 살려... 주세요.”


에로스가 차가운 눈빛으로 남자를 보았다.

“남에게 귀한 것을 빼앗았으면 너도 귀한 것을 잃어야 공평하지.”


겁에 질린 남자가 힘없이 물었다.

“제가 뭘 가져갔다고··· 뭐든 돌려드릴게요.”

“널 죽이진 않을 거야. 팔다리만 모두 자를 거니까. 약속할게.”


자신에게 곧 닥칠 불행을 상상하자, 남자의 말랐던 눈물이 샘솟아났다. 그가 울먹이며 발악했다.

“도대체 저한테 왜 그러세요. 내가 뭘 잘못했다고?”


에로스는 담담하게 대꾸했다.

“왜냐고? 난 사랑의 신이니까.”

“네?”


남자를 끌고 가던 에로스가 멈춰 서서 다시 쪼그려 앉더니, 정말 궁금하단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근데 넌 왜 그랬어?”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며 남자가 소리쳤다.

“제가 뭘요. 우린 만난 적도 없는데.”


“나 말고. 그 여자한테. 그 여잔 널 사랑한 죄밖에 없는데.”

남자가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무슨 여자요??”


에로스는 남자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말했다.

“질식해 죽어갈 때··· 아빠라 믿었던 존재에 대한 배신감은 육체의 고통만큼이나 견디기 힘들었을 거야. 아무리 어려도 절대 몰랐을 리 없어.”

“?!!”

“아이가 흘린 마지막 눈물은 갈가리 찢긴 영혼이 흘린 핏방울이었지.”


그제야 그 일이 생각난 남자는 온몸이 얼어붙는 공포를 느꼈다.


-----------------------


그로부터 6개월 전의 일이었다.


“케켁”

방바닥에 누워 발버둥치는 3세 가량의 아이를 보고도, 남자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숨을 쉬지 못해 괴로워하며 점점 더 발버둥 치는 아기와 부엌의 싱크대에서 꿈틀대는 산낙지는 모두 삶을 향해 점점 더 몸부림쳤다.


저녁 반찬으로 산낙지를 사온 아내는 떨어진 참기름을 사러 나갔다.


그리고 엄마가 없는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아기는 자신이 누리고 경험할 세상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 어린 것이 공포가 담긴 간절한 눈빛으로 남자를 보았지만, 남자는 아이의 얼굴을 덮은 새하얀 수건을 더 세차게 누르기 시작했다.


남자는 말했다.

“어린 게 되게 질기네.”


숨이 넘어가기 직전 마지막 순간에 아기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 한 방울! 티끌 하나 없는 순수한 눈물이었다.


몸을 떨던 아기의 온몸이 힘없이 축 늘어지자, 남자는 서둘러 아기의 입을 벌리고 바닥 여기저기에 떨어져 있는 땅콩 조각들을 집어 아기의 입속에 깊숙이 넣었다.


아이의 크고 맑은 눈은 초점 없이 천장을 향해 있었다.


모든 일을 끝내고 일어선 남자의 눈에 들어온 싱크대에 붙어 꿈틀대는 산낙지들!!


남자는 산낙지들의 꿈틀댐을 보자, 아이의 버둥거림이 오버랩 되며 짜증이 치밀었다, 그래서 소주병을 들고 가선 잔인하게 산낙지의 머리를 내리쳤다.


“미친X, 돈 아깝게. 하필 산낙지야. 오늘 요리도 끝내지 못할 텐데.”


아기처럼 죽어 널부러진 산낙지! 이때 울리는 남자의 핸드폰.


핸드폰 넘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기야 다 끝났어?”


남자가 다정하게 말했다.

“애기야, 지금 전화하면 어떡해? 나중에 경찰들이 통화기록 다 볼 텐데.”


여자가 콧소리를 섞어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아 맞다, 자기가 전화하지 말랬는데. 미안.”


“일단 내가 장례 치르고 연락할 때까진 전화 하지 마.”

“잠깐! 오빠, 방금 생각난 건데. 자기 애가 죽었어도 그 여자가 자살 안하면 어떡해? 그럼 오빠가 사망보험금 못 받는 거 아냐?”

“그 여자가 지 아들을 얼마나 끔찍하게 생각하는데. 애새끼 죽은 거 보면 분명히 저도 못 살아.”

“진짜 그렇겠지?”

“재혼해서 내가 같이 산 세월이 얼만데. 알았으니까 일단 끊어.”


핸드폰을 끊은 남자는 서둘러 통화기록을 삭제했다.


잠시 후 남자가 욕실의 문을 열자, 아까부터 뜨거운 물을 틀어놓아 욕실 가득 김이 서려 있었다. 남자는 아내가 돌아오기 전 욕실로 들어가서 서둘러 옷을 벗고 샤워를 시작했다.


그리고 남자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로부터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자신의 부주의로 아기가 죽었다며 자책하던 아내는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


-----------------------



에로스가 머리채를 잡힌 남자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제야 생각났어?”


남자가 절박하게 외쳤다.

“잘못했어요. 죽은 와이프 전 재산은 사회에 환원할게요. 그니까 제발···”


에로스는 남자의 뻔뻔함에 참을 수 없는 구역질을 느꼈다.

“네가 용서를 구해야 할 상댄 불행히도 이 세상에 없어. 사랑의 신인 내가··· 그 불쌍한 여자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고작, 널 그 사람보다 조금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뿐이라니.”


지원이가 말처럼 에로스는 항상 사회면의 뉴스만 검색했다. 그것도 범죄사건만.


그가 오늘 오후 학교에서 읽은 신문 기사의 타이틀은 ‘땅콩 살인 사건 무죄 판결 선고’였다.


아내가 죽었는데도 너무나 평온하며, 마치 기다렸다는 듯 전 재산을 처분하고 바로 재혼한 남자. 그를 수상히 여긴 아내의 의사 여동생은 어린 조카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남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었다.


그러나 법은 언제나 그러하듯 증거 불충분이란 변명으로 남자를 용서했다.


그것이 바로 에로스가 낮에는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밤에는 사랑을 배신한 인간 말종들을 사냥하는 인간 사냥꾼으로 살아가는 이유였다.


-----------------------


시리게 푸르던 하늘 반쪽에 먹구름이 몰려들면서, 짬짜면처럼 푸른 쪽빛과 은색 먹빛이 공존했던 하늘에서 순식간에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여느 때처럼 수줍은 짝사랑 같은 조용한 봄비가 아니라 이제 막 뜨겁게 달아올라 휘몰아치는 뜨거운 사랑 같은 소나기였다.


가방에서 우산을 찾다가 지갑을 떨어뜨린 푸시케.


그녀는 빗물범벅이 된 운동장 바닥에서 반쯤 젖은 지갑을 주워 올렸다.


아프로나 연오가 선이 굵은 서구형 미인이라면, 프시케는 마치 난초처럼 선이 얇은 고혹적인 향기의 동양형 미인이이었다.


비를 피해 뛰어가던 남자아이들은 프시케가 나타나자, 역시나 고장 난 인형처럼 뛰던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주위만 맴돌았다.


프시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남자 아이들의 시선은 언제나 온 몸에 바퀴벌레 수만 마리가 기어가는 끔찍한 느낌을 주었다.


‘젠장, 이 얼굴을 칼로 그어버릴까?‘

프시케는 언제나 이렇게 고민했다.


그녀에게 아름다움이란 저주였다. 그 아름다움 때문에 그녀가 피하고 싶은 남자라는 바퀴벌레들이 언제나 그녀의 주위에 들끓었으니까.


“뭐야?”

숙였던 허리를 펴던 프시케의 코끝에 닿을락말락한 거리에서 보이는 남자의 하체.


조금 불룩한 바지 부분에 그녀의 시선이 꽂혔다.

‘미친 변퀴벌레 새끼!’


자신의 반경 1미터에 어떤 남자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았던 그녀에게 감히 그 부위를 들이미는 미친놈이 나타났다.


분노한 푸시케는 집어든 지갑으로 그의 주요부위를 냅다 갈겨버렸다.


“아앗.”

이렇게 비명 소리가 울리는 것이 당연한데 인간이 아니기에 고통을 느끼지 않는 에로스는 그냥 멀뚱멀뚱 서 있을 뿐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푸시케는 에로스를 밀어버리려 한 손을 뻗었지만, 에로스는 여유 있게 피했다. 오히려 그녀가 흙탕물을 향해 쓰러지던 그 순간, 에로스는 우산 손잡이로 끌어당겨 프시케를 구해주었다.


매혹적인 입술을 깨물며 프시케가 생각했다.

‘이건 뭔 신종 플러팅이야? 네 녀석의 손이 조금이라도 내 몸에 닿았다면 내 어떤 수를 써서라도 널 퇴학시켜 버렸을 거다.’


에로스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무심히 돌아서 가버렸다. 걸어가던 에로스에게 지원이 뛰어와서 팔을 둘러 그의 목을 조르며 말했다.

“이 자식. 나의 여신 프시케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에로스가 시크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까 걔가 허리를 숙이는 바람에 걔의 가슴골이 순간 우리들의 소중한 눈을 더럽힐 뻔했다고. 칠칠치 못하긴. 아침부터 재수 없이 여자 가슴골을 봐야겠어? 여러 사람 위해 가려준 것뿐이야.”


프시케가 지갑을 주울 때, 그녀의 가슴골이 보이기에 에로스가 다가가 가려준 것인데 프시케가 에로스를 오해한 것이었다.


지원이 아쉬운 얼굴로 속삭였다.

“여신의 축복을 네가 뭔데 차 버려? 보기 싫음 너나 뒤돌아 설 것이지. 너 정말 정체가 뭐냐? 최소한 한참 혈기왕성한 고2 남자는 아니라는데 내 성적을 건다.”

“네 성적을 걸어? 하긴 백점보다 빵점이 더 어렵다고 하니. 완전 말 안 되는 건 아니네.”


멀어져가는 에로스와 지원을 노려보는 프시케.

남성혐오증이 있는 그녀에게 에로스의 행동은 도움이 아니라 모욕이었다.


분노한 작은 나비가 폭풍우를 몰고 올 날갯짓을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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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22화. 분쟁의 여신 에리스 24.08.19 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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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18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4.08.13 18 0 11쪽
17 제17화. 프시케_2 24.08.12 20 1 9쪽
16 제16화. 프시케 24.08.11 22 3 10쪽
» 제15화. 인간 사냥꾼 24.08.09 22 3 11쪽
14 제14화. 낭만 살인자 24.08.07 18 3 10쪽
13 제13화. 마음의 방 24.08.04 23 3 11쪽
12 제12화. 공처가 하데스 24.08.03 28 3 11쪽
11 제11화. 첫 참사 24.08.03 25 3 10쪽
10 제10화. 번개 놀이 24.08.02 25 3 11쪽
9 제9화. 네온사인 사랑 24.08.01 26 3 10쪽
8 제8화. 영혼이 어린 아이 24.07.31 34 3 13쪽
7 제7화. 美친 민폐 24.07.30 38 4 10쪽
6 제6화. 키스플러스_2 24.07.29 36 3 13쪽
5 제5화. 키스플러스 24.07.28 42 4 12쪽
4 제4화. 첫 만남 24.07.28 46 4 11쪽
3 제3화. 크루아상 24.07.27 49 5 10쪽
2 제2화. 美친 여신 24.07.27 54 6 12쪽
1 제1화. 人神상열지사 24.07.27 9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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