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들의 인간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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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는개
작품등록일 :
2024.07.27 22:31
최근연재일 :
2024.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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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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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분쟁의 여신 에리스

DUMMY

자신을 피해 자리를 뜨는 현신을 보며, 연오는 마음이 아려왔다.

‘지난 2주 동안 그 까칠함이 얼마나 보고 싶었던지. 당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니 노크도 없이 내 마음에 들어앉은 당신이 처음 보이더라구요.’


이때 연오의 매니저가 그녀에게 다가와 멀어져가는 현신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언니 들었어?”


연오는 서둘러 눈가를 훔치고 최대한 괜찮은 척 물었다.

“뭘?”


연오의 눈물을 보지 못한 매니저는 신이 나서 말했다.

“현신이 촬영도중 사고로 실종된 것이 아니라, 아프로와 함께 2주간 무인도에서 단 둘만의 시간을 보낸 거란 소문 말이야.”


연오는 놀라고 실망한 얼굴로 매니저를 보고 말했다.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

“무슨 소리야?”

“방송가에 이미 소문이 파다하던데··· 그게···”


매니저가 전하는 소문을 모두 듣고 난 후, 연오는 애써 충격과 슬픔을 눌러야 했다. 그러다 그녀의 고운 눈에는 결국 눈물이 맺혔다.


----------------


올림포스 신들 중 연예계에서 일하는 건 아프로만이 아니었다.


분쟁의 여신 에리스는 가장 실력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원래 분쟁의 여신은 두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갈등과 분쟁의 유발이고, 하나는 유익한 경쟁심을 유발하는 것이다.


“인간 세상은 모든 순간, 경쟁이 생활화되었죠. 내가 굳이 인간에게 일깨우지 않아도 인간은 언제나 경쟁해요. 그러니 어쩌겠어? 갈등과 분쟁에만 집중할 수밖에요.”

에리스는 언제나 이렇게 떠들고 다녔다.


그렇게 오로지 갈등과 분쟁의 유발에만 몰두하는 그녀는 언제 어디서든 문전박대를 당하곤 했다.


신이든 인간이든 갈등과 분쟁을 좋아하는 존재는 없으니까.


모든 신과 모든 사람이 자신을 멀리 할수록 에리스는 점점 더 비뚤어져갔다.


그녀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특히 싫어했다.


자신과 달리 미의 여신은 언제 어디에서나 환대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아프로가 인간 남자에 집착한다는 소문이 지상의 모든 신들에게 퍼졌다.


아도니스 이후 처음 있는 구경거리에 평소 아프로를 질투하던 여신들은 모두 신이 났다.


그 중에서도 이 일에 심장이 두근댈 만큼 가장 관심을 보인 건 바로 분쟁의 여신 에리스였다.


--------------------


아프로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분쟁의 여신 에리스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연예계에서 일하는 한 아프로와 마주치는 걸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슬픈 예감은 현실이 된다.


“어머, 이게 누구야?”


방송국 로비로 들어오는 아프로를 보고, 재빨리 모른 척 지나가려던 분쟁의 여신은 아프로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패션 감각이 뛰어난 40대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한 분쟁의 여신은 아프로에게 마지못해 웃으며 인사했다.

“아프로디테님, 정말 오랜 만에 뵙습니다.”


“그래, 네가 요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잘 나간다며?”

“잘나가긴요.. 그저.”

“하긴.. 잘 나가면 그것도 이상하지.. 올림포스 시절부터 네가 뭐 그렇게 미적 감각이 있다거나 그렇진 않았잖아. 호호.”


“하하, 아프로디테님. 모르셨구나. 미의 기준이 바꿨어요. 이 시대의 감각에 제가 맞는 거죠. 언제 한 번 오세요. 제가 메이크업 해 드릴게요.”

“어멋, 널 어떻게 믿고? 그리고 분쟁의 여신에겐 메이크업이 아니라 분탕질이 어울리지.”


분쟁의 여신 에리스가 태연하게 받아쳤다.

“모든 사람을 3초 내에 안티로 만드는 능력은 여전하시네요.”

“칭찬 고마워.”


농담을 빙자한 기싸움을 멈추고, 에리스가 갑자기 정색하며 말했다.

“인간 남자 따위에게 빠져서. 아레스님께 고통을 주는 짓 이제 그만 하세요.”

“인간 남자 따위 아니고, 내 남자야. 혹시 나 대신 그 남자한테 해코지하면 나 그땐 참지 않아.”


이때 지나가던 스태프들이 아프로와 에리스의 대화를 엿듣고 수군대기 시작했다.


“이야, 대단하다. 딱 봐도 메이크업 선생님이 스무 살은 많아 보이는데.. 지금 반말 한 거지?”

“그러니까. 아프로는 인성 걸레를 넘어 인성 쓰레기래.”

“쳇, 언제부터 대한민국에서 미모와 인성이 이렇게 정확한 반비례 관계가 됐냐?”

“그나저나 현신과는 무슨 관계일까?”

“왜?”

“못 들었어? 둘이 무인도에서 2주나 단 둘만 있었다던데?”

“단둘만?”

“암튼 아프로 대단해. 정말 믿기지가 않아. 현신보다 더 인기 있는 것도.. 현신보다 더 싸가지 없을 수 있다는 건 더...”


----------------


“언니, 이 분이 새로운 메이크업 선생님이세요.”


초연의 메이크업 담당이나 코디는 누구든 그리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녀의 까다롭고, 무례한 인성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연의 탑배우로서의 위치는 흔들리지 않았다.


인성걸레 현신의 인기 비결이 얼굴이라면, 초연의 경우엔 그녀의 인맥이었다.


대형 기획사 대표들, 대형 광고주들, 언론사 대표들 등 연예계에 권력을 행사하는 모든 분야에 그녀의 후원자가 있었다.


초연이 그들의 권력을 사용하는데 돈은 들지 않았다.


그냥 그들의 늙은 살 냄새를 몇 분 정도 참으면 그뿐.


늙은 육체의 그들은 오랜 시간 그녀를 괴롭히지도 못했다.


미모 하나로 화류계를 평정하고, 과거의 모든 흔적을 지우고 우뚝 선 그녀는 화려한 잡초였다.


초연이 에리스를 위아래로 훑어보자, 에리스가 먼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해요.”


초연은 도도하게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우리 일은 부탁으로 되는 게 아니고, 실력으로 되는 거죠.”


에리스는 이상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네, 아주 좋아요. 우리 배우님 아주 자질이 풍부하시네.”


초연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된 분쟁의 여신 에리스는 신이 났다.


분란을 조성하는 인간의 저속한 본성을 모두 지닌 초연이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성격이 급하고, 질투심이 강하고, 자기만 아는 성격은 언제나 분쟁 유발자로서 최상의 재료니까.


분쟁의 여신은 생각했다.

‘이 여자를 잘 쓰면 아프로한테 제대로 한 방 먹일 수 있겠어.’


그날 이후, 에리스는 만날 때마다 초연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메이크업을 받으며 눈감고 앉아 있는 초연에게 에리스가 말했다.


“이렇게나 예쁜데.. 연오는 사실 질리는 얼굴이지. 근데 왜 현신은 연오에게 빠져서 그 난리인지. 초연씨가 보트에서 개무시 당한 영상이랑 현신이 연오 앞에서 수줍은 소년처럼 웃고 있는 영상이 계속 비교되며 퍼지고 있던데.. 참 남자들의 눈은 이상하다니까요.”


초연은 그동안 드라마의 모든 상대 남배우들과 연애를 했었다.


늙은 남자들의 역겨운 살 냄새를 가끔은 잘생긴 남자와의 달달한 연애로 씻어내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스캔들이 공개된 적은 없었다.


초연의 대외적인 이미지는 연애에 관심 없는 걸크러쉬 여배우.


하지만 현신은 달랐다. 그녀는 현신과는 찐 연애를 해보고 싶었다.


잡초처럼 살면서 말라비틀어진 심장이 그의 앞에선 처음으로 말랑말랑해졌으니까.


분쟁의 여신의 도발에 초연은 현신에게 받은 무시를 떠올리며 분노하기 시작했다.


에리스가 그녀의 분노를 부채질하며 말했다.


“하긴 이젠 연오씨가 아니라 아프로랑 사귄다는 소문도 있던데. 초연씨만 현신 타입이 아니었던 건지. 하긴 우리 초연씨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바람둥이를 만나겠어요.”


드라마에 처음 출연한 조연 주제에 자신에게 망신을 주었던 아프로.


자신에게 무관심했던 현신이 아프로와 사귄다는 말에 초연은 자존심이 상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에리스는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입술을 보고 자신이 계획이 잘 진행되고 있음을 확신했다.


에리스는 초연의 어리석음과 현신에 대한 사랑을 파고들어 곧 떠들썩한 사건을 일으킬 것이다.


왜냐고? 불멸의 신들은 심심했고, 에리스는 아프로를 싫어했고, 그 아프로가 빠진 현신을 그냥 골려주고 싶었으니까.


----------------


그 시각, 아폴론은 디오니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와인 바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남녀 가리지 않고, 두 사람에게 쏠려있었다. 모두들 ‘유명 연예인들이 아닐까? 하는 기대로 그들의 잘생긴 얼굴을 곁눈질했다.


디오니가 아폴론에게 물었다.

“그러게 거기까진 왜 갔어?”


아폴론이 되물었다.

“무인도?”


디오니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아폴론이 힘없이 말했다. 그의 눈빛이 파르르 흔들렸다.

“안 갈 수가 없으니까. 근데 막상 가서 아프로와 그 놈을 보고 있자니.. 미칠 것 같더라고.”


디오니가 술잔을 들이키며 말했다.

“틀렸어. 같더라고가 아니고 넌 이미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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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23화. 슬픈 신남 24.08.20 5 0 9쪽
» 제22화. 분쟁의 여신 에리스 24.08.19 9 0 9쪽
21 제21화. 산타클로스의 선물 24.08.17 11 0 10쪽
20 제20화. 무인도에 둘만?_2 24.08.16 16 0 10쪽
19 제19화. 무인도에 둘만? 24.08.14 20 0 10쪽
18 제18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4.08.13 18 0 11쪽
17 제17화. 프시케_2 24.08.12 20 1 9쪽
16 제16화. 프시케 24.08.11 22 3 10쪽
15 제15화. 인간 사냥꾼 24.08.09 21 3 11쪽
14 제14화. 낭만 살인자 24.08.07 18 3 10쪽
13 제13화. 마음의 방 24.08.04 23 3 11쪽
12 제12화. 공처가 하데스 24.08.03 28 3 11쪽
11 제11화. 첫 참사 24.08.03 25 3 10쪽
10 제10화. 번개 놀이 24.08.02 25 3 11쪽
9 제9화. 네온사인 사랑 24.08.01 25 3 10쪽
8 제8화. 영혼이 어린 아이 24.07.31 34 3 13쪽
7 제7화. 美친 민폐 24.07.30 38 4 10쪽
6 제6화. 키스플러스_2 24.07.29 36 3 13쪽
5 제5화. 키스플러스 24.07.28 41 4 12쪽
4 제4화. 첫 만남 24.07.28 46 4 11쪽
3 제3화. 크루아상 24.07.27 48 5 10쪽
2 제2화. 美친 여신 24.07.27 54 6 12쪽
1 제1화. 人神상열지사 24.07.27 9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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