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들의 인간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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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는개
작품등록일 :
2024.07.27 22:31
최근연재일 :
2024.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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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297

작성
24.07.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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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5화. 키스플러스

DUMMY

현신의 테이블로 달려온 아프로는 다짜고짜 현신의 두 볼을 감싸며 힘을 주었다.


“헉”

입술이 비죽 나오며 현신의 얼굴이 아기처럼 귀여워졌다.


아프로의 신비한 눈동자가 그의 눈앞에 바짝 다가왔다. 그녀의 원초적인 아름다움에 그의 몸은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여느 남자들처럼 그의 심장은 저 멀리 아득히 가라앉으며, 팔다리의 모든 힘이 빠지고, 뜨거운 무언가가 용솟음치며 혈관 하나하나를 헤집었다.


아프로가 외쳤다.

“찾아다. 내 꺼!”


“어어!”

상혁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말려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감탄사만 내뱉었다.


아프로디테가 말했다.

“반가워. 실물이 낫네. 아도니스보다 잘 생겼어.”

“뭔도니스? 당신 대체 뭐야?”

정신을 차린 현신이 냅다 화를 내며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자 아프로는 맞은편에 앉으며, 테이블에 한 손을 올려 턱을 받히고 말했다,

“나? 앞으로 한 달 안에 당신이 사랑하게 될 여신.”


그리곤 손을 뻗어 황당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현신의 귀를 잡아당기며 속삭였다.

“너무 쉽게 넘어오진 마, 간만에 한 내기인데 너무 쉽게 이기면 재미없거든.”


그러더니 바로 일어서서 휑하니 가버린 그녀.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당황한 상혁이 말했다.

“형, 이거 꿈 아니지? 저런 저세상 미모가 정말 존재한다고?”

“저세상 가고 싶냐? 어떤 미친년이 방금 내 턱을 잡았는데 그게 지금 내 매니저가 하는 소리 맞지?”


“형, 다행이다.”

갑자기 상혁이 현신에게 와락 안기며 우는 시늉을 했다.

“연오씨한테 허우적대기에 미친 줄 알았는데.. 저런 미인한테 미친년이라니.. 형 역시 내가 알던 현신 맞구나.”


달라붙는 상혁을 떼어내며 현신이 던진 한 마디.

“너 이 새끼. 가자. 지금. 저세상.”


-------------


그로부터 며칠 뒤, 현신은 자신의 집에서 소형 영화관 스크린만큼 큰 거대한 TV를 통해 광고 영상을 반복해서 시청하고 있었다.


서울 한 복판에서 남해의 시리게 푸른 자연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해 낸 그의 대저택.


저택을 둘러싸고 흐르는 에메랄드 빛 인공 연못은 철저하게 계산된 착시효과 덕분에 마치 바다처럼 보였다.


도시와의 완벽한 분리. 그러나 도시의 몽환적인 야경만은 완전히 누리는 것. 이것이 현신의 집의 건축 철학이었다.


화이트와 그레이의 조합이 돋보이는 모던한 거실, 최소한의 가구만이 배치된 거실의 여백은 모네의 그림처럼 매 순간 변화하는 ‘빛의 인상’이 채우고 있었다.


대리석 바닥에 앉아 거대한 트렁크에 짐을 싸던 상혁은 참다못해 결국 소리를 내질렀다.

“형, 제발 그만 좀 봐. 미친 놈 같아.”


그러나 TV에 집중하고 있는 현신의 귀에 상혁의 말이 들릴 리 없었다. 현신은 TV 리모컨을 거칠게 누르며, 눈이 빠질 듯 화면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갑자기 현신이 외쳤다.

“저거 봐, 봤어?”

“뭘?”


현신이 눈 빠지게 시청하고 있던 건 이단과 연오가 함께 나오는 TV 음료 광고였다. 광고 속 영상에서 이단이 연오의 손을 잡고 캔 음료를 건네는 순간, 현신이 화면을 정지하고 소리쳤다.

“이단, 저 자식.. 굳이 저렇게 연오 손을 잡는 거..”


상혁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콘티대로 하는 거지.”

“아냐. 끈적하게 잡았어. 끈적!”


상혁이 비꼬며 받아쳤다.

“형. 그럴 거면 앞으로 연오씨가 출연하는 광고, 드라마, 영화 다 형이 같이 하면 되잖아.”


그러자 현신이 TV에서 시선을 떼고, 상혁을 보며 외쳤다.

“엇, 이 자식. 넌 천재야.”


“뭐? 왜? 내가?”

“대표님한테 전화 해. 앞으로 연오가 하는 광고, 드라마, 영화는 다 잡으라고. 출연료 안 받아도 상관없다고.”

“형, 미치더라도 곱게 돈 벌면서 미치면 안 될까?”


현신이 하얀 소파에서 일어나서 상혁에게 다가와 어깨에 한 팔을 두르며 말했다.

“넌 참 묘귀야.”

“묘귀? 그게 뭔데?”

“묘하게 귀엽다고. 정말 귀여워서 진짜 패버리고 싶게.”


그 순간 상혁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근데 형, 형은 연애해 봤어? 데뷔 후엔 내가 알기로 없고.. 그 전엔?”


모솔이지만 모솔임을 알리기엔 자존심이 상한 현신이 에둘러 대답을 피했다.

“이 자식아. 내 잘생긴 얼굴을 보고도 그걸 묻냐? 그렇게 눈치가 없으니 여태 모솔이지.”

“하긴.. 형이 모솔이면.. 형, 설령 모솔이라도 인정하지 마. 절대! 현신도 모솔인 이 더러운 세상. 내가 살아갈 희망이 있겠냐고!”


현신은 상혁의 눈길을 피하려 다시 소파로 가서 앉았다.

“형, 근데 드라마 홍보 인터뷰 때 말인데, 어떻게 카메라는 안 보고 계속 연오씨만 보냐? 시청자들은 형의 옆모습만 주구창창 보도록.”

“주구장창이야. 그리고 난 옆모습도 잘생겼어. 그니까 괜찮아.”

“드라마 홍보야? 아님 형 짝사랑 홍보야? 제발 자제 좀 하자.”

“헛소리 그만하고 짐이나 빨리 싸.”


상혁은 다시 여행 가방을 싸다가, 들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근데··· 아! 모쏠인 내가 키스의 나라를 다 가다니. 웃프네. 인생.”

“!!?, 키스의 나라?”

“우리 화보 촬영가는 나라 키스플러스 아니야?”


상혁이 입술을 오므리며 아주 느끼하게 다시 한 번 외쳤다.

“키스~플러스”


광고 촬영지인 지중해 섬나라 사이프러스의 또 다른 명칭이 키프로스였던 것이다.


현신은 상혁의 헛소리를 이제 포기했다는 듯 영혼 없이 대답했다.

“우리가 가는 나라는 싸이프러스야. 싸이가 태어난 나라지.”


싸이의 춤동작을 흉내 내며 현신이 외쳤다.

“난 새 됐어.”


자신을 놀리는 현신에게 진지하게 대답하는 상혁.

“헐, 싸이 형이 외국에서 태어났었어? 몰랐네. 비행시간이 15시간 넘는 섬나라라던데.”


현신은 두 손 두 발 다 든 표정으로 영혼 없이 인정해버렸다.

“어. 맞아. 짐이나 싸.”


-------------


지중해 동부에 자리한 섬나라 사이프러스(키프로스)의 서남부에 있는 도시 페게이아.


페게이아의 해변에는 2011년에 좌초된 난파선 에드로3호가 있다. 이 배는 여러 번의 견인 시도 후 결국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되었다.


하루살이처럼 매일 죽음을 맞이하는 태양.


오늘도 죽음 앞에서 숨을 헐떡이는 태양이 난파선의 돛대 위에 지친 몸을 기댄 순간, 석양과 버려진 난파선은 쓸쓸하고도 환상적인 절경을 만들어냈다.


바로 그 절경을 배경으로 현신의 광고 촬영이 한창인 가운데 상혁은 포즈를 취한 현신을 지켜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캬아. 그림이다. 그래. 저런 조각상이 인간성이 있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냐? 쳇. 우리 형 싸가지 없는 건 당연한 거지. 다들 괜히 뭐라 그래.”


항상 티격태격하지만, 상혁에게 현신은 그냥 연예인이 아니라, 친형과 마찬가지였다.


이때 함께 광고를 촬영 중인 여배우 초연의 매니저가 상혁에게 다가와 말했다.

“상혁씨, 우리 팀은 오늘 촬영 끝나고 관광 좀 하려는데 같이 가요.”


상혁은 예쁜 그녀를 보고 수줍게 대답했다.

“초연 배우님은 촬영 더 남지 않았어요?"


현신이 초연과 함께 찍은 드라마가 대박이 나면서, 작년 연말에 함께 베스트 커플 상을 받았고, 그 이후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함께 촬영하는 일정이 많아졌다.


초연의 매니저가 상혁의 눈치를 살피며 애교까지 섞어 말했다.

“우리 언니 일정 조정 됐어요. 아이, 현신 배우한테 얘기 좀 잘 해서 같이···”


예상치 못한 그녀의 애교에 상혁이 달떠 서둘러 말했다.

“그죠. 그죠. 키스의 나라까지 와서 그냥 가면 말이 안 되죠.”


아직도 사이프러스(키프러스)를 키스플러스로 알고 있는 상혁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때 상혁이 다시 말했다.

“형한테 제가 말해볼게요.”


상혁의 수락에 신난 초연의 매니저가 외쳤다.

“네, 우리 페트라 투 로미우 먼저 가 봐요.”

“페트라 투 로미 뭐요?”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탄생 바위래요. 보름달이 뜬 밤 그 바위 근처에서 알몸으로 수영하면 영원한 아름다움을 얻는다나요?”


모솔인 상혁은 지나치게 수줍수줍하며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알..몸이라···”


초연의 매니저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

“물론 위험해서 수영은 금지되었지만.. 그래도 사랑의 여신의 탄생 바위에 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 때문에 관광객이 넘쳐난대요.”


상혁이 비장하게 외쳤다.

“당장 가죠. 제가 급합니다. 사랑!”


바로 이때 어느 샌가 다가온 현신이 상혁의 귀를 당기며 외쳤다.

“그니까 당장 가자. 호텔로!”


상혁이 간절하게 말했다.

“형, 우리 초연 배우 팀이랑 오늘 관광 같이···”

“응, 안 돼.”

현신은 거절의 한 마디를 남기고는 혼자 가버렸다.


상혁이 현신을 따라가려다 뒤돌아보고, 초연의 매니저에게 눈을 찡긋하며 외쳤다.

“우리 형 내가 어떻게든 설득해 볼게요. 형이 또 제 말이라면 다 들어주니까.”


초연의 매니저가 외쳤다.

“꼭이요!”

과도한 간절함이 담긴 그녀의 목소리.


그도 그럴 것이 오늘도 현신과 함께 할 시간을 만들지 못한다면 불같은 성격의 초연의 짜증과 분노가 폭발할 것이고, 그것은 오로지 매니저인 자신의 몫이 될 터였다.


-------------


같은 시각, 아프로는 석양에 붉게 물든 자신의 탄생 바위 페트라 투 로미우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아름다운 해변은 관광객들로 붐볐지만, 그럼에도 여유와 자유로움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달콤한 키스에 취한 연인들, 다가올 사랑을 기원하는 솔로들, 순간을 영원으로 남기기 위해 사진 찍기 바쁜 사람들.


키스하는 연인을 보곤 싱긋 웃던 아프로는 저만치 수줍게 앉아 있는 썸남썸녀를 발견하곤 걸음을 멈추었다.


"사랑을 망설이기엔 젊음이 참 짧다고요."

그녀가 한 손을 가볍게 흔들자,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붉은 나비 두 마리가 날아가 두 남녀의 어깨에 살짝 내려앉았다.


그렇게 두 사람에게 사랑의 축복을 내린 사랑의 여신은 싱그럽게 미소 지었다.


잠시 후 아프로는 자신의 탄생 바위 위에 턱을 괴고 앉아, 붉은 석양을 바라보았다.

"후우, 오늘도 잘 살아냈다고 토닥여 주는 것 같네."


지금까지와는 달리 너무나 진지하고, 너무나 아리게 슬픈 그녀의 얼굴은 시린 석양처럼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


깊은 밤, 태양이 떠난 자리를 거대한 하얀 보름달이 차지했다. 낮과는 다른 매력을 뿜어내는 신비로운 해변.


현신이 홀로 아무도 없는 해변을 걸으며 중얼거렸다.

“쳇, 뭐 해서 나쁠 건 없지. 근데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현신은 아프로디테의 탄생 바위에서 사랑을 빌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던 초연의 매니저의 말을 떠올렸다.


현신은 페트라 투 로미우에 앉아 잠시 망설이다 어색하게 기도를 시작했다.

“어이, 사랑의 여신! 뭐 있다면. 부탁인데 나 연오랑 잘··· ”


은은한 달빛 아래 나체로 헤엄치는 인어의 존재를 기도에 몰두한 현신은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잠시 후 현신은 기도하던 팔을 내리고 중얼거렸다.

“아, 나 뭐하는 거냐? 지금. 내 아이디는 에로스는 개이름인데. 지금 이 밤에 사랑의 여신에게 기도를 다 하다니.”


“어이!”

이때 밤공기를 가르며 들리는 외침!


놀란 현신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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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23화. 슬픈 신남 24.08.20 5 0 9쪽
22 제22화. 분쟁의 여신 에리스 24.08.19 9 0 9쪽
21 제21화. 산타클로스의 선물 24.08.17 11 0 10쪽
20 제20화. 무인도에 둘만?_2 24.08.16 16 0 10쪽
19 제19화. 무인도에 둘만? 24.08.14 20 0 10쪽
18 제18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4.08.13 18 0 11쪽
17 제17화. 프시케_2 24.08.12 20 1 9쪽
16 제16화. 프시케 24.08.11 22 3 10쪽
15 제15화. 인간 사냥꾼 24.08.09 21 3 11쪽
14 제14화. 낭만 살인자 24.08.07 18 3 10쪽
13 제13화. 마음의 방 24.08.04 23 3 11쪽
12 제12화. 공처가 하데스 24.08.03 28 3 11쪽
11 제11화. 첫 참사 24.08.03 25 3 10쪽
10 제10화. 번개 놀이 24.08.02 25 3 11쪽
9 제9화. 네온사인 사랑 24.08.01 25 3 10쪽
8 제8화. 영혼이 어린 아이 24.07.31 34 3 13쪽
7 제7화. 美친 민폐 24.07.30 38 4 10쪽
6 제6화. 키스플러스_2 24.07.29 36 3 13쪽
» 제5화. 키스플러스 24.07.28 42 4 12쪽
4 제4화. 첫 만남 24.07.28 46 4 11쪽
3 제3화. 크루아상 24.07.27 48 5 10쪽
2 제2화. 美친 여신 24.07.27 54 6 12쪽
1 제1화. 人神상열지사 24.07.27 9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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