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들의 인간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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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는개
작품등록일 :
2024.07.27 22:31
최근연재일 :
2024.08.20 07: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659
추천수 :
60
글자수 :
109,297

작성
24.07.27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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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2화. 美친 여신

DUMMY

“이렇게 막무가내로 덤빌 때.. 제일 예쁜 거 알아?”

디오니의 목소리엔 흥분과 갈망이 흘렀다.


“잠깐! 막무가내로 덤빌 때가 제일 예쁘다고?”

갑자기 정색하며 벌떡 일어나 앉는 아프로. 디오니도 당황해 그녀를 따라 일어났다.


“난 매 순간 완벽하게 예뻐. 그니깐 제일 예쁜 순간 따윈 있을 수 없다고.”

아프로가 목을 꼿꼿이 펴며, 도도하게 말하자, 디오니는 황당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프로가 그에게 명령조로 소리쳤다.

“넣어..달라고! 빨리.”


“이게 지금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야?”


“난 부탁을 이렇게 해도 되는 얼굴이야. 특히 얼굴이 다인 이 시대엔. 범죄자조차 얼굴이 되면 팬클럽이 생기는 지랄 맞은 시대니까.”


“아니, 내가 광고주긴 해도. 지금 한창 제작하는 드라마에 어떻게 갑자기 널 꽂냐고!”


“새 배역 하나 만들어. 광고 더 붙이고.”


“아니, 대체 내가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해?”


아프로가 귀엽게 웃으며

“글쎄··· 그럼 내가 행복하니까?”


디오니는 언제나처럼 한숨을 쉬며 굴복했다.

“좋아. 대신 앞으로 뭐 부탁할 때마다 잡아먹을 듯이 넘어뜨리는 짓은 좀 하지 마. 사자야 뭐야?


귀여운 원망이 담긴 디오니의 푸념에 아프로는 천연덕스럽게 답했다.

“훗. 뭔가 부탁할 땐 위에서 해야 해. 그래야 덜 꿇려.”


디오니가 클래식을 들으며, 소파에서 평온하게 커피를 즐기던 그때였다.


갑자기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고, 아프로가 들어섰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다짜고짜 디오니에게 달려들어 그를 넘어뜨렸던 것이다.


그녀의 돌발행동에 혼자 흥분으로 달아올랐던 자신을 떠올리자, 디오니는 부끄러워졌다. 그가 마음속으로 외쳤다.

‘아프로. 너의 그런 장난 남자에겐··· 인간만도 못한 잔인한 짓이라고. 사람 혼자 미치게 만드는.’


그녀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수천 년 전, 올림포스 그 시절부터. 하지만 그 누가 거부할 수 있겠는가? 애교 한 방울 섞인 미의 여신의 부탁을.


디오니는 결국 탁자에 있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동안 아프로는 천천히 통유리 창문을 향해 걸어가 창밖 도로에 늘어선 자동차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무심코 손가락을 창문에 대고, 늘어선 차들 중 검은 밴 하나를 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


운명처럼 그건 현신의 차였다.


-----------------


같은 시각, 현신은 톡톡 창문을 두드리던 아프로의 기운을 느끼기라도 한 듯 몸을 떨었다.

“갑자기 왜 소름이 돋는 거지?”


운전하던 상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뒤돌아보며 물었다.

“소름?”


“왠지 불길한 기운이··· 더럽게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뜬금없는 현신의 말에 상혁은 코웃음을 쳤다.

“가지가지 한다.”


“됐고. 좀 서둘러.”

“아직 충분히 여유 있다고. 두 시간이나 남았어.”

“일찍 갈수록 좋지.”


연오와 함께 하는 촬영장에 갈 때면, 평소와 달리 아이처럼 들뜨는 현신에게 상혁이 말했다.

“탈무드씨가 말했지. 인간이 무식함, 콧물. 사랑은 못 숨긴다고. 뻔한 개소리라 생각했는데··· 역시 할아버지 말씀은 진리야.”


현신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받아쳤다.

“탈무드는 사람이 아닌 책이고, 인간이 숨길 수 없는 세 가지는 기침과 가난, 그리고 사랑이다. 근데 널 보니 무식함을 추가하는 것도 좋겠군.”


“쳇, 형이 촬영장에 몇 시간씩 일찍 도착하니 감독이 불안해한데. 사람이 안 하던 짓 하면 죽는다고.”

“닥쳐.”


“형, 어제 광고 찍을 때. 초연씨가 못 일어나는데 좀 도와주지. 그걸 모른 척 하냐?”

“내가 왜? 옷 구겨져.”


“그래도 작년에 초연씨랑 같이 드라마도 찍었고, 베스트 커플 상도 받았는데···”

현신은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비아냥댔다.

“그러니까 네 말은··· 같은 공중 화장실에서 똥 누면 똥 닦는 거 서로 도와줘야 한단 거지?”


“그래서 어제 오토바이 신 찍을 때는 연오씨 손 잡아주고, 헬멧도 직접 씌워 줬어? 두고 봐. 초연씨 쌩깐 거랑, 연오씨 애지중지하던 영상이 교차 편집돼서, 또 사랑의 증거라고 유튜브에 올라올 테니.”


현신이 갑자기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연오도 봤을까? 나랑 엮는 그런 영상 그녀는 싫어하겠지?”


“아아, 제발. 그런 말 할 거면 차라리 내 귀를 잘라 줘. 도대체 어쩌다, 아니 왜 하필 지금! 여자에 빠진 거야?”


-----------------


맡겨 놓은 듯이 배역 하나 내놓으라는 최대 광고주의 황당한 전화에 담당 PD는 말했다.

“잘 됐네요. 그렇지 않아도 조연 하나가 사고가 나서 배우가 필요했었는데..”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돈은 절대 자신의 주인을 부탁을 하는 처지에 두지 않는다.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네 그럼..”


디오니가 전화를 끊자, 아프로는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으며 기뻐했다.


그녀의 팔이 목에 닿자마자 디오니는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게 무장해제 되었다.


그는 생각했다.

‘인간 자식을 꼬신다고 드라마에 넣어달라는 건데. 이 포옹 한 번이 이렇게 속없이 좋냐? 나 병’신‘ 맞네.‘


아프로가 핸드백을 집어 들며 말했다.

“나 간다.”


“벌써? 밥이라도 먹고..”

“나 바빠.”


“잠시만 더..”

디오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방을 나갔다.


혼자 남겨진 그는 서글프게 중얼거렸다.

"오늘은 정말 운수 좋은 날이네. 네가 먼저 날 찾아오다니. 다음에 널 만나려면 난 또 어떤 핑계를 만들어야 하는 거냐?"


짝사랑은 언제나 자신의 주인을 부탁하는 처지에 놓이게 한다.


이때 벌컥 문이 열리며 햇살처럼 눈부신 한 남자가 들어왔다.


퇴폐적인 매력을 지닌 디오니와는 다르게, 왕족처럼 우아하고 화려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두리번거리는 그에게 디오니는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내부 정보가 참 빨리도 샌다. 그녀는 갔어.”


햇살 같은 남자가 아름다운 미간을 찌푸리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녀라니? 난 그냥 지나는 길에.”


“멘트 좀 바꿔라. 매번 찾아내서 잘라도, 내 비서들 틈에 첩자를 섞는 네 노력에 비해 멘트가 너무 구려.”

그러면서 디오니는 그에게 쪽지 한 장을 건넸다.


“뭐야?”

“여신의 청구서지.”

아폴론은 아프로의 쪽지를 건네받았다. 귀찮은 일거리임을 알면서도 그녀의 손길이 묻은 종이까지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그였다.


“뭐야? 이번엔?”


디오니의 물음에 아폴론이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이번 주 로또 당첨 번호 보내래.”


“또?”

“그러게. 한 사람이 너무 자주 당첨되어 복권위원회에서 조사 들어갔다던데.”

“조사해봤자 나올게 뭐 있겠냐만, 예언의 신의 재능이 이렇게 소비되다니.”


“그래도 다행이지.”

“뭐가?”

“번호 알려줄 때 얼굴 한 번 볼 수 있잖아.”

“아폴론..”


그를 조롱하려던 디오니는 순간 말을 멈추었다. 아프로 앞에서 비굴한 약자인 건 자신도 그와 마찬가지였으니까.


수천 년의 시간 앞에서 사랑의 경쟁자가 어느새 짝사랑의 전우로 바뀐 것이 서글프게 느껴지는 그였다.


----------------


“자신감이 넘치네.”

엘리베이터에서 거울을 보는 여자의 어깨에, 아프로가 불쑥 얼굴을 얹으며 비아냥댔다.


소스라치게 놀란 여자가 뒤돌아보며 소리쳤다.

“당신 뭐에요?”


금수저 정도가 아니라, 수저 자체를 직접 사용할 필요가 없는 귀한 팔자를 타고 난 엘리베이터녀는 어디서도 이런 무례한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아프로는 호텔의 지하 주차장에서 그녀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었다.


아프로가 벽면의 거울을 보려는데, 그녀가 먼저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매만지자 빈정이 상한 아프로가 시비를 건 것이다.


“원래.. 자신보다 예쁜 여자 앞에서는 말이야.. 거울을 보고, 머리를 고치면서, 자신의 미모에 도취하기가 쉽지 않은데.”

아프로의 무례한 반말에 여자는 짜증이 치밀었다.


아프로의 한줌도 되지 않을 허리와 날아갈 듯 여리여리한 몸매를 보자, 여자는 싸워 볼 만하다 싶었는지 아프로를 노려보며 받아쳤다.

“저기 거울이 있고, 내가 보고 싶으면 보는 거지. 뭐래?


아프로는 세 번째 손가락만 펴서 그녀의 코를 가리키며 물었다.

“코는 제대로 했네. 아폴론 성형외과?”


아프로가 자신이 다닌 성형외과를 말하자, 여자는 흠칫 놀랐다.

“당신 뭐야? 스토커야?”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내 코처럼 성형하지 말라고.. 이렇게 내 미모를 성형으로 찍어내면.. 내가 화가 나? 안 나? 아폴론 이 자식 죽여 버리겠어.”


아프로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살기로 가득차자, 여자는 공포로 한발 물러서며 생각했다.

‘이렇게 예쁜 미친년도 다 있네.’


아프로가 주먹을 쥐며 중얼거렸다.

“아폴론. 오늘 내가 네 성형외과 불태워버린다. 젠장”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미친x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 여긴 여자는 도망치듯 급히 내리려다 40대의 한 남자와 부딪히고 말았다.


그녀의 명품 가방이 바닥에 떨어졌고, 그녀는 가방을 집으려 허리를 숙였다.


그 사이 검은 양복을 입은 죽음의 신이 40대의 남자 뒤로 서둘러 엘리베이터에 오르자마자,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혔다.


결국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 못한 여자. 짜증이 솟구친 그녀가 40대의 남자에게 소리쳤다.

“눈 좀 똑바로 뜨고 다녀요.”


남자는 당황해서 재빨리 가방을 집어 여자에게 건네주었다. 막노동으로 인해 굳은살이 가득한 거친 남자의 손.


축축한 인생에 찌든 남자는 부딪힌 게 자신의 잘못인 양 움츠러들었다.


가난이 지독한 건 자존감을 녹이며 온몸에 눌어붙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녀는 빼앗듯 가방을 받아들며 짜증 난 얼굴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또 습관처럼 사과하는 남자.

“죄송해요.”


그의 사과에 대한 대답인 양, 엘리베이터녀는 혼잣말인양 소리쳤다.


“아 진짜, 오늘 뭐야? 재수가 없으려니까. 지하철은 안타면 그만인데.. 엘리베이터에선 피할 수가 없네. 엘리베이터를 짝수 층, 홀수 층이 아니라, 타는 사람들 급으로 나눌 순 없는 건가!”


그녀의 조롱에 생기 없는 남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급이라, 그래. 난 급대로 살았어야 했어··· ”


그러다 중년의 남자는 갑자기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크흐흐흑, 엉엉···”


남자의 과한 반응에 엘리베이터녀는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흔들며 생각했다.

‘이게 울 일이야? 이 호텔도 다 됐네. 미친년놈 천지라니.’


이때 죽음의 신 타나토스는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인 아프로에게 가까이 다가서며 가볍게 목례를 했다.

“아프로님, 또 뵙네요.”


순간 달라지는 시간의 차원!


엘리베이터의 바닥이 마치 거울처럼 바뀌고, 아득히 떨어져 내렸다.


시간이 입자로 흩어지며 공간이 쪼개졌다.


네 사람이 있는 현실 속 엘리베이터와 두 신만이 존재하는 異차원의 세계.


그렇게 오늘도 같은 공간, 다른 시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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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23화. 슬픈 신남 24.08.20 5 0 9쪽
22 제22화. 분쟁의 여신 에리스 24.08.19 8 0 9쪽
21 제21화. 산타클로스의 선물 24.08.17 10 0 10쪽
20 제20화. 무인도에 둘만?_2 24.08.16 15 0 10쪽
19 제19화. 무인도에 둘만? 24.08.14 19 0 10쪽
18 제18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4.08.13 18 0 11쪽
17 제17화. 프시케_2 24.08.12 19 1 9쪽
16 제16화. 프시케 24.08.11 21 3 10쪽
15 제15화. 인간 사냥꾼 24.08.09 21 3 11쪽
14 제14화. 낭만 살인자 24.08.07 17 3 10쪽
13 제13화. 마음의 방 24.08.04 22 3 11쪽
12 제12화. 공처가 하데스 24.08.03 28 3 11쪽
11 제11화. 첫 참사 24.08.03 24 3 10쪽
10 제10화. 번개 놀이 24.08.02 24 3 11쪽
9 제9화. 네온사인 사랑 24.08.01 25 3 10쪽
8 제8화. 영혼이 어린 아이 24.07.31 34 3 13쪽
7 제7화. 美친 민폐 24.07.30 37 4 10쪽
6 제6화. 키스플러스_2 24.07.29 35 3 13쪽
5 제5화. 키스플러스 24.07.28 41 4 12쪽
4 제4화. 첫 만남 24.07.28 45 4 11쪽
3 제3화. 크루아상 24.07.27 48 5 10쪽
» 제2화. 美친 여신 24.07.27 54 6 12쪽
1 제1화. 人神상열지사 24.07.27 9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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