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들의 인간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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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는개
작품등록일 :
2024.07.27 22:31
최근연재일 :
2024.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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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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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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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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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DUMMY

야외 촬영이 한창인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촬영팀은 서둘러 촬영 장비를 챙기고, 매니저들은 이리저리 우산을 찾아 뛰어갔다.


갑자기 천둥번개까지 휘몰아치는 돌발 상황, 순식간에 길에는 흙탕물이 차올랐다.


연오를 포함한 배우들이 흙탕물 앞에서 멈춰 섰다. 대부분 협찬 받은 의상이나 신발을 착용하고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었다.


순간 현신이 흙탕물로 들어섰다. 그의 발목까지 더러운 흙탕물에 잠겼다. 그리고 그는 갑자기 맨 앞에 서 있던 여배우를 번쩍 안아 올렸다.


“어멋, 어멋.”

현신의 품에 안긴 한 여배우는 흙탕물이고 뭐고, 폭신한 구름 위에 던져진 듯 나른함에 취했다. 현신은 그녀를 흙탕물 건너에 내려놓았다.


“다음 분.. 실례 좀”

다음은 여자 스태프, 현신은 또 그녀를 번쩍 안아 흙탕물 건너에 내려놓았다.


‘갑자기 내린다고 네게 짜증냈는데.. 비야, 고맙다! 네 덕분에 내가 현신 품에 다 안겨보는구나.’

여자들의 얼굴에 화사한 봄꽃이 피어올랐다. 그의 품은.. 따뜻했고.. 그의.. 살 냄새는.. 달콤했다.


더운 날씨에 찾아온 뜻하지 않은 웨이트 트레이닝에 현신의 이마에 살짝 땀이 맺혔다.


그렇게 어림잡아 열댓 명의 여자들을 안아 건네주고야 비로소.. 연오..


“엇..”

현신은 당황했다.


건장한 체격의 남배우가 현신의 품에 안길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팔을 벌리며 말했다.

“신상 구두라서..”


그의 바로 뒤에 서 있는 연오를 보며 현신은 생각했다.

‘젠장,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일단 널 제껴야 그녀니까.“


현신의 근육질의 팔이 그를 가뿐히 안아 올렸다. 그러나 현신은 느꼈다.


그가 자신의 품에서 느끼고 있음을..

‘이 미친 새ㄲ..’


현신은 서둘러 그를 집어던졌다.

“으악 헉.”


잠시 후, 지금까지의 고생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현신의 심장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이제 그녀를 안는다!


“언니~”


이 때 달려온 연오의 매니저. 흙탕물 구덩이를 사이에 두고, 그녀가 연오에게 장화를 내밀었다.


연오는 현신을 한 번 보더니 장화를 받아들었다.


현신의 이마에 매달린 땀방울들이 소리쳤다.

‘멍청아, 빨리 가서 그녈 안아. 아니면 대체 우릴 왜 태어나게 한 거냐?”


그러나 세상에 겁나는 것도, 신경 쓰는 것도 없던 현신의 모습은 언제나 연오 앞에선 숨어버렸다.


‘젠장, 이 세상 장화 다 사서 싹 다 태워버리겠어.’

현신은 눈물을 머금고, 연오가 장화를 신고 흙탕물을 건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의 마음이 울부짖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


파란 도화지에 아무렇게나 붙인 솜뭉치 같은 무심한 구름을 보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 가운데 교복을 입은 프시케가 서 있었다.


청초하고 예쁜 얼굴, 음침하고 어두운 표정. 그녀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는 검은 그림자는 단순히 ‘얼굴에 그늘이 있다’고 할 때의 그늘이 아니라 진짜 어둠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얼굴에는 없는 그 검은 그림자는 유독 프시케의 얼굴에만 어른거리고 있었다. 뚜렷하게 눈에 띨 정도인데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이때 잠시 후 버스를 타러 온 에로스. 프시케는 에로스를 한 번 힐끗 보더니 바로 무시했다.


에로스도 그녀를 무시하며 고개를 돌리려했다. 그러나 그는 깜짝 놀라 다시 그녀를 보았다.


‘아니 저건??“

에로스는 프시케의 얼굴에서 어른거리는 검은 그림자에서 서서히 시선을 옮겨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어깨를 두 발로 밟고 우뚝 선 상태로, 고개를 숙여 아래에 있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는 검은 형체.


물론 프시케의 눈에 그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에로스와 눈이 마주치자, 세 개의 머리를 동시에 숙여 깍듯이 인사했다.


말라비틀어지고, 여기저기 피부가 벗겨진 몸통 위, 찢어져 살점이 흘러내리는 얼굴, 화상으로 눌어붙은 얼굴, 그리고 눈알이 뽑혀 피를 흘리는 얼굴 세 개가 달린 흉측한 모습이었다.


에로스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포브스, 네 놈이 대체 왜 여기? 포브스가 붙었다니 저 애도 조금은 불쌍해지네.’


포브스는 전쟁의 신 에로스의 부하이자 공포의 신이었다.


프시케는 갑자기 에로스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불쾌해져서 쏘아붙였다.

“뭘 봐?


프시케의 안하무인의 태도에 에로스는 생각했다.

‘불쌍하긴 개뿔. 저거 저거 포브스한테 제대로 당해야 정신 차리지.’


-----------------


그 시각 교무실, 출근하던 선생님들 중 한 명이 교감에게 물었다.

“교감 선생님, 무슨 일 있으세요? 어디 편찮아 보이시는데.”


교감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서둘러 영로의 멧돼지 얼굴이 박힌 증명사진을 서랍에 숨기며 말했다.


“오늘 3학년 3반 담임 선생님 출근 못했죠? 조례는 제가 갑니다.”

“교감 선생님께서 직접요?”

“네.”

교감이 나가자 선생님들이 모여 앉아 일제히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교감 선생님, 요즘 이상하지 않아요?”

“그러게.. 그러게. 웬 사진을 보고 한숨을 쉬시지 않나, 사진은 매번 급히 숨기고”

“매일 야간 학습 땐 3학년 3반 교실을 몰래 훔쳐보시더라고요.”

“지난번엔 남자 화장실 앞에서 안 들어가고 계시길래, 왜 그러냐고 하니까.. 부끄러워하면서 아이처럼 도망가셨다니까.”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소년의 모습인데.. ”

“누구랑?”

“그게 나도 영..”

“혹시 3학년 3반 학생 어머니 아닐까?”

“왜 그때 온 에로스 새엄마?”

“하긴, 정말 이 세상사람 같지 않게 예쁘더라. 누구든 빠질 만큼.”

“에이, 그래도 교감 선생님 딸뻘인데 설마···


-----------------


잠시 후 교감은 교실 문 앞에서 깊은 쉼 호흡으로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문을 열고 들어서 교단에 섰다.

“자 오늘 제가 담임 선생님 대신 들어왔습니다. ”


교감의 시선은 시커먼 무리들 중에 영로를 찾기 바빴다.


불량한 모습으로 교실 뒤에서 아이들을 괴롭히는 멧돼지 한 마리가 그의 눈에는 너무나 사랑스럽게만 보였다.


멍하니 그를 보는 교감. 일순간 정적이 흐르고 아이들은 교감의 시선을 따라가다 영로를 발견하곤, 서로 ‘이거 무슨 상황이지?’ 하는 눈짓을 교환했다.


요즘 교감은 영로가 보고 싶어 물 한 모금 제대로 먹기도 힘들고, 잠 한숨도 제대로 자기도 힘들어 미칠 것 같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기에 더 애가 탔다.


잠시 후 시선을 느낀 영로가 교단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교감의 야릇한 시선과 눈이 마주치자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다. 그가 옆의 학생에게 외쳤다.


“에이 씨디. 왜 교감이 저기 있어?”

“야 또 너 본다.”

“아. 요즘 교감 얼굴만 봐도 구역질이 날 것 같아.”


“근데 눈길이 왜 저리 다정하냐? 완전 ‘나 너 좋아하니?’ 이런 눈빛인데?”

친구가 낄낄대며 말하자, 화가 난 영로가 받아쳤다.

“죽을래?”

그러다 영로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아니다 죽을래. 차라리 내가. 저 눈깔 계속 볼 바엔. 우웨웩. 진짜 구역질 날 것 같아.”


참다 못한 영로가 벌떡 일어나 교실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교감의 눈동자에 남몰래 맺히는 눈물 한 방울.


영로가 자신을 노려보고 나가버리자, 교감은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


교실을 나가는 영로를 보며 서운함에 소녀처럼 붉어지는 교감의 눈시울.


이때 종이 울리고.


교감은 조례를 마치고 나가려다 영로의 빈자리를 보곤 다시 화가 치밀었다.


결국 분을 참지 못한 그는 맨 앞에 앉아있던 학생의 머리를 아무 이유 없이 출석부로 내려치곤 나가버렸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약자에게 화풀이를 하는 교감. 이 모습을 본 에로스가 중얼거렸다.


“아직 덜 혼났구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약자에게 화풀이를 하네. 이 정도론 안 되겠어. 로미오와 줄리엣, 성춘향과 이도령도 울고 갈 세기의 사랑을 맛보게 해 줘야지. 사랑 레벨업이다!”


-----------------


잠시 후 에로스가 주위를 살피며 교감을 따라 복도를 걷고 있을 때였다.


이때 누군가 조용히 다시 교감에게 화살을 쏠 기회를 노리던 에로스를 불렀다.

“야!”

뒤돌아본 에로스는 상대를 확인하곤 퉁명스럽게 말했다.

“왜?”


프시케가 말했다.

“지난번에 우리 집 앞에서 본 거 비밀이야. 떠들고 다님 너 뭉개버린다.”

“내가 뭘 봤지?”


에로스는 곧 어제 자신의 집 앞에서 울부짖던 그녀를 떠올렸다.


“아아. 근데 네까짓 게 운 게 뭐 대수라고 떠들고 다녀.”

“두 번 말하지 않아. 경고했다. 난.”


“싸가진 없긴.”

에로스는 비웃으며 다시 말했다.

“그 예쁜 껍데기 뒤에 썩은 니 본모습을 왜 애들은 못 보는 거지? 도대체 어디가 예쁘다는 거야?”


프시케는 에로스를 경멸하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훗, 너처럼 껍데기까지 썩은 것 보단 낫지 않을까?”


에로스 분노했다.

“네가 자초한 거다. 그 잘난 얼굴로 애들 진심 짓밟고 다니는 널 진즉에 손봐주고 싶었지만, 그래도 같은 반이라 참아준 건데.”


프시케가 비웃으며 돌아섰다.

“마음대로 하세요.”


지금까지 그 어떤 때보다 분노한 에로스가 외쳤다.

“교감보다 네가 더 급해! 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상대와 널 엮어버리겠다.”

에로스의 손이 빛나며 왼쪽 손바닥에 나타난 황금화살.


에로스가 프시케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화살을 잡으려는 바로 그 순간. 앞에 가던 교감이 에로스와 프시케에게 다가와 소리쳤다.


“곧 수업 시작하는데 여기서 뭐 해? 그리고 손에 그건 뭐야?”


그러면서 에로스의 등을 밀친 교감. 순간 에로스의 손가락이 자신의 화살에 찔리고 말았다.


화살에 찔린 자신의 손가락을 보며 하얗게 질린 에로스의 얼굴.


“앗”

에로스는 서둘러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안 돼.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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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4.08.13 17 0 11쪽
17 제17화. 프시케_2 24.08.12 19 1 9쪽
16 제16화. 프시케 24.08.11 21 3 10쪽
15 제15화. 인간 사냥꾼 24.08.09 21 3 11쪽
14 제14화. 낭만 살인자 24.08.07 17 3 10쪽
13 제13화. 마음의 방 24.08.04 22 3 11쪽
12 제12화. 공처가 하데스 24.08.03 28 3 11쪽
11 제11화. 첫 참사 24.08.03 24 3 10쪽
10 제10화. 번개 놀이 24.08.02 24 3 11쪽
9 제9화. 네온사인 사랑 24.08.01 25 3 10쪽
8 제8화. 영혼이 어린 아이 24.07.31 34 3 13쪽
7 제7화. 美친 민폐 24.07.30 37 4 10쪽
6 제6화. 키스플러스_2 24.07.29 35 3 13쪽
5 제5화. 키스플러스 24.07.28 41 4 12쪽
4 제4화. 첫 만남 24.07.28 45 4 11쪽
3 제3화. 크루아상 24.07.27 48 5 10쪽
2 제2화. 美친 여신 24.07.27 53 6 12쪽
1 제1화. 人神상열지사 24.07.27 9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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