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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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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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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아트테크의 세계

DUMMY

일단 아트테크 넥서스에 대해 알아보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세련된 화면이 펼쳐지더니 다음과 같은 회사 설명이 이어진다.


[2016년 12월 프리미엄 미술품 아트테크 서비스 ‘아트노믹스(Artnmics)’를 표방하며 설립된 아트테크 넥서스(ArtTech Nexus)는 미술시장의 대중화와 일반인의 접근성을 극대화하며···,]


“높은 수익 실현은 물론 역량 있는 작가의 창작 활동에 경제적인 기반이 됩니다? 당신의 투자로 미술계를 이끌어 갈 작가 발굴···, 재테크 그 이상의 가치를 누려보세요. 하, 좋은 말은 다 써놨네.”


강효인은 홈페이지 홍보문구를 읽더니 혀를 찼다.


“아트테크 자체는 의도가 멋있는 것 같네요. 개인 컬렉터로서 그림을 구매한다는 것부터가,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일 듯하거든요. 재테크 의도도 있지만 좋은 마음으로 그림 투자를 시작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트테크 업체의 진정성이 문제겠죠.”


두 사람은 저녁을 간단히 먹고 율무의 방에서 리서치 작업 중이었다.


“아트테크 산업이 최근 각광받아서 업체가 많네. 그런데 아트넥서스 이 업체가 가장 급성장했다. 와, 2022년 국내 미술작품 유통 금액은 1조 37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7.2% 늘었다는데? 생각보다 큰 시장인데.”


“그러게요, 아트테크 업체가 생각보다 많고 제각각인 거 같은데. 계약절차를 홈페이지에 게시한 다른 업체를 보니, 실제 그림을 판매하는 갤러리와 아트테크업체, 그리고 개인 컬렉터 셋을 당사자로 하는 3자 계약을 하는 곳도 있네요.”


“그게 맞지.”


“선배님, 채권 수익율이 어떻게 됩니까?”

“1년 만기 채권이 5%에서 7% 정도 될 거야.”


“그럼, 연렌탈 수익이 연 8%에서 10% 정도는 보장되어야 투자를 하겠네요.”


“이 모든 구조가 그림 가격이 올라야 의미가 있지 않나? 홈페이지 설명을 보면, 그림 가격이 상승하면 렌탈료가 두 배가 되는 경우를 상정해 놨는데, 만약 그림 가격이 떨어지면···?”


“투자니까 그것도 감수해야 되는 거겠죠. 그리고 그림 가격이 하락하거나 렌탈이 안 돼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사전 고지받고 구매한 거라면 사기가 아니죠.”


“맞아, 이게 폰지사기가 되려면, 수익보장 약정이 있어야 해.”


“그런데 넥서스는 3년 뒤 그림 가격이 하락해도 구입금액 그대로 매수하겠다는 약정을 합니다. 그림 가격이 상승한다는 전제에서만 유지될 수 있는 계약인걸요.”


율무는 잠시 말을 끊고 강효인을 바라봤다.


“원금 보장이라니 혹할만한 계약이야. 일단 이 업체와 개인 컬렉터간 체결한 계약서 조항을 봐야겠는데? 혹시 매달 위탁료 지급을 보장했는지, 실제 지급되고 있는지···. 개인 컬렉터를 찾아야 할 것 같아.”


“어떻게 찾죠?”


“다른 법무법인에서는 카페 개설해서 <피해자를 찾습니다> 이렇게 올리던데. 주로 기획 소송하는 로펌에서 그렇게 하지.”


“저희가 그런 식으로 공개적으로 찾을 순 없을 것 같은데요.”


요모조모 궁리하던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더니 같은 단어를 외쳤다.


“박변호사님?”



* * *



“차변, 김경남 변호사 건은 미안해. 나도 그런 놈이 내 밑에 있는 줄 몰랐네.”


박정수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 사건 이후로 얼굴을 볼 기회가 없었다.

그전에는 센터에도 가끔 내려오더니, 그 일 이후로 발길을 끊은 듯.


“아닙니다. 변호사님이 사과하실 일은 아닌데요.”

“아니야. 면목이 없네. 그런 놈은 법조계에서 퇴출해야 하는데 말이야.”


그 일을 생각하니 흥분되는지 말이 점점 거칠어진다.

워워, 진정하시고요.


강효인 선배가 ‘박정수 변호사님이 너라면 알려줄거다’ 라며 하도 옆구리를 쑤셔서 올라오긴 했지만, 그 근거가 뭔지는 모르겠다.


“박변호사님, 제가 최근에 다른 사건을 진행하다가 이상한 낌새를 챘거든요.”

“낌새? 하긴 우리 차변이 육감이 뛰어나지.”

“큼. 하여튼 폰지사기 구조를 갖춘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자를 찾아야 합니다.”

“폰지사기?”


박정수가 관심을 보인다.

차율무는 아트테크 업체에 대해 알아낸 사실을 몇 가지 서술했다.


“흠···, 검사 시절에 유사수신행위업체들 많이 보긴 했는데, 그림 투자라니 신선하긴 하네. 그래서 조사업체 소개가 필요하다?”

“네.”


박정수는 핸드폰을 켜더니 액정을 몇 번 눌렀다.

“명함 보냈다.”


어? 이렇게 쉽게요?

율무는 핸드폰으로 전송된 명함을 확인하고 좀 어리둥절했다.


“어, 접촉은 어떻게 합니까. 고스트메신저 같은 보안 메신저를 쓰나요?”

“응? 그냥 전화나 문자 보내.”

“아, 그래도 되는 겁니까?”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 사람들 다 사업자등록하고 일하는 거야.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 이런 구호는 다 구시대 유물이지. 4대보험 꼬박꼬박 내는 성실한 사업자라니까.”


“알겠습니다.”


너무 쉽네?



* * *



막상 접촉해 보니 생각과는 매우 달랐다.


- 박정수 부장검사님 소개라고요?


두껍고 걸걸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는 안 받길래 문자와 톡을 계속 남겼더니 그때야 콜백이 왔다.


“네.”


- 서울역 3번 게이트 앞에 있는 사물함에 의뢰 내용과 함께 돈가방을 넣어두쇼.


“네?”


그래, 그렇게 쉬울 리 없지.

박변호사님 말씀과는 다르구나.


-크큭. 하하하하. 박부장님께 연락받았습니다. 차율무 변호사 맞죠? 제가 이메일 주소 알려드릴 테니 거기로 의뢰 내용 보내주십시오. 내용 확인 후 견적서 회신하겠습니다.


아, 깜짝이야.

이 세상은 이상한 유머감각을 가진 사람들 천지다.

아니면 내가 이상한 건가?



유머감각과 별개로, 국정원 출신 민소장은 참으로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였다.

딱 3일 만에 아트넥서스와 계약한 개인투자자와 접촉하여 연락처를 보내준 것이다.


“안 그래도 이상하다는 생각에 변호사를 찾고 있었습니다. 민사장님이 본인도 같은 처지라면서 변호사를 소개해 준다는데 얼마나 고맙던지.”


민소장이 의심받지 않게 잘 접근한 듯했다.

아트테크 투자자 인터넷 카페-이런 카페가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를 다 뒤져 피해자로 추정되는 사람을 찾아내서 쪽지로 연락했다고.


아트테크 투자자 김성민 씨는 요즘 불안함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영업자로 바쁜 나머지 평소 관심은 있지만 깊이 있게 알지 못했던 미술 분야에 투자했다.

그림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다. 아트페어에서 그림을 구매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못 했는데, 투자까지 된다니 너무도 좋은 기회 같았다.


“저는 2021년 국내 작가의 작품을 6천만 원에 구입하고 렌탈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서 가져오셨습니까?”


“여기 있습니다.”


아트넥서스는 자신들을 통해 미술품을 구입한 투자자들에게 최소보장금액으로 매달 구매대금으로 1%, 렌탈 시 추가 사용료를 지급하는 내용의 ‘위탁 렌탈 계약’을 체결했다.


매달 구매금액 1%만 해도 시중 은행이율이나 채권이율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런데 렌탈시에는 거기에 추가지급이라니 터무니없는 수익률이다.


“계약을 맺으면 3년 동안 위탁 렌탈 사용료를 지급하고, 3년 뒤 재판매 요구가 있을 시 구입한 가격 그대로 재판매를 해주겠다는데 어떻게 안 넘어갑니까?”


김성민씨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만약 한 달 동안 해당 미술품이 팔리지 않으면 넥서스가 직접 이를 매입해 원금을 보장하겠다는 내용도 있네요.”


“맞습니다. 그리고 투자설명회를 L타워 프리미어룸에서 했는데, 넥서스 대표가 미국 주식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이라고 얼마나 강조 했는지 모릅니다. L타워 최고층에 살고 슈퍼카가 열 대가 넘고요, 심지어 달러 계좌도 보여주더군요. 대표만 믿고 투자해도 된다고 했지요. 거기다 유명 갤러리들과 계약 체결한 것도 보여줬어요.”


“그래서 투자 이후에 월 보장액은 받으셨습니까?”


“제가 2021년 4월에 구매했는데, 작년까지는 매달 1%가 입금됐고, 중간에 렌탈됐다면서 더 많은 금액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뒤에 이어질 말이 예상됐다.

폰지사기는 대부분 초반에는 엄청난 수익율을 그대로 지급한다. 그래야 투자자들이 신뢰하고 안심하고 원금요구를 안 하니까.


“그런데, 올 5월부터 돈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문의하니까 처음엔 좀 기다리라고 했죠. 그런데 최근에는 최근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더 이상 렌탈 사용료를 지급할 수 없게 됐다고 해요.”


흠, 역시 생각대로.


“그래도 그림이 남아 있으니까, 최소한 손해는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구매한 미술품의 보관 위치를 물었는데 그 후로 답변이 없어요.”


“그림 구매 계약서는 갖고 계시죠?”


“네, 여기 있습니다. 넥서스가 보관하고 있다는 내용도 같이 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주부 이민주씨도 넥서스에 5천2백만 원을 지불하고 작품 두 점을 구입했지만, 유사한 내용의 통보를 받았다.


이건 빼박인데.

개인 컬렉터이자 피해자인 김성민씨와 이민주씨가 아트넥서스를 고소한다 치자.

만약 실제 그림을 구매해서 보관하고 있다면 그림을 확보하면 된다.

하지만 만약 그림을 구매했다는 증서가 가짜라면?

피해자들은 그림을 실제로 본 적도 없다.


단순한 개인 형사 고소로 끝날 일이 아닌 것 같다.

폰지사기의 경우 피해자가 다수고 피해금액이 몇백억, 몇천억 단위지 않은가.


일단 김수미 관장에게 연락해야 했다.

계약서 검토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관장님, 제가 조사한 결과 아트넥서스라는 업체가 이상합니다. 일단 이번 계약 진행은 중단하시죠.”


- 후. 거기 대표가 아주 재밌는 사람이던데.


“네? 따로 조사하셨습니까?”


- 나도 눈치가 있어요. 비서한테 조사한 내용 보내라고 할게요. 계약은 없었던 일로 하겠습니다. 최종 보고 기다릴게요.


김수미 관장은 쿨하게 전화를 끊었다.

의외로 대화가 잘 통한다.



* * *



“차변, 웬일로 우리를 불렀어?”


정주형 센터장과 박정수 형사팀장을 소회의실로 소환했다. 일개 어쏘가 소환했지만, 흔쾌히 응해줬다.


강효인은 안 그래도 바쁜데 이 일까지 하게 돼서 퀭한 얼굴이다.

미안해요, 선배님.

하지만 율무의 꼴도 매한가지였다.


“YAS 김수미 관장님이 계약검토를 요청하셨습니다. 계약서 검토 중에 강효인 변호사님과 이상한 점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그래?”

정주형 센터장의 포근한 눈이 강효인을 따스하게 바라본다. 역시 최애.


차율무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말씀드릴 내용은 ‘아트테크 폰지사기’ 입니다.”


“아트넥서스는 요즘 각광받고 있는 미술품 투자 시장에서 가장 입지가 큰 업체입니다.”


강효인이 정리한 자료를 한 부씩 놓아주며 차율무의 말을 받아 이었다.


“아트넥서스와 개인컬렉터 간의 ‘위탁 렌탈 계약’의 핵심은 세 가지 보장사항입니다.

첫째, 자신들을 통해 미술품을 구입한 투자자들에게 최소보장금액으로 매달 구매대금으로 1%, 렌탈 시 보장금액의 7~9%를 추가 지급한다.

둘째, 거기다 3년 동안 위탁 렌탈 사용료를 지급하고, 3년 뒤 재판매 요구가 있을 시 구입한 가격 그대로 재판매를 해주겠다

셋째, 재판매 요구시 한 달 동안 해당 미술품이 팔리지 않으면 넥서스가 직접 이를 매입해 원금을 보장한다.”


정주형은 갑자기 쏟아지는 정보를 머릿속에서 처리하느라 앞에 놓인 프린트물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부동산 대세상승기처럼 미술품의 가격이 급속도로 상승했다면 불가능한 보장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최근 미술시장의 그림 가격은 대체로 하락세였죠. 주식보다 더 예측 불가능한 시장이기도 합니다.”


정주형은 프린트 종이를 책상 위로 던지며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위탁료 감당 못 하지. 그런데 이걸 속는 사람이 있어?”


“사기는 다 아는 사람에게 당하고, 내가 왜 속았지 싶은 기망에 속아요. 나는 이해된다, 차변.”

박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차율무는 두 사람의 말이 끝나자, 마지막 문제를 꺼냈다.


“실제 그림을 구매해서 보유하고 있다면 다행인데, 그게 아닐 경우라면 문제가 커집니다. 아트넥서스 대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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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2화. 아트테크의 세계 +5 24.09.18 2,458 111 12쪽
51 제51화. 예술이란 무엇인가 +10 24.09.17 2,834 114 12쪽
50 제50화. 업(業) +4 24.09.16 3,112 124 14쪽
49 제49화. 수습의 사정 +11 24.09.15 3,287 141 13쪽
48 제48화. 로또 +9 24.09.14 3,273 122 16쪽
47 제47화. 사랑도 의리다 +10 24.09.13 3,260 110 13쪽
46 제46화. 수국의 꽃말 +6 24.09.12 3,241 103 14쪽
45 제45화. 사랑의 유의어 +3 24.09.11 3,370 107 12쪽
44 제44화. 그림 +4 24.09.10 3,398 112 12쪽
43 제43화. 대리전 +3 24.09.09 3,535 101 12쪽
42 제42화. 우당탕탕 별헤는밤 +2 24.09.08 3,585 110 12쪽
41 제41화. 대파전 +6 24.09.07 3,564 110 13쪽
40 제40화. 무변촌 +2 24.09.06 3,731 104 13쪽
39 제39화. 오블라디 오블라다 +4 24.09.05 3,759 120 13쪽
38 제38화. 왕좌의 게임 +3 24.09.04 3,826 116 13쪽
37 제37화. YAS! +4 24.09.03 3,901 118 13쪽
36 제36화. 유해인도 +6 24.09.02 4,085 113 12쪽
35 제35화. 로열티 +2 24.09.01 4,220 120 14쪽
34 제34화. 여름이 떠났다 +10 24.08.31 4,322 129 13쪽
33 제33화. 배심원 +4 24.08.30 4,290 122 13쪽
32 제32화. 황소 +3 24.08.29 4,317 116 13쪽
31 제31화. 죽은채비빔밥 +2 24.08.28 4,404 116 13쪽
30 제30화. 죽도 +4 24.08.27 4,437 125 15쪽
29 제29화. 을의 전쟁 +4 24.08.26 4,649 125 13쪽
28 제28화. 제주도 푸른 밤 +2 24.08.24 4,752 123 12쪽
27 제27화. 다섯 가지 제안 +4 24.08.23 4,810 127 14쪽
26 제26화. 인과관계의 법칙 +5 24.08.22 4,798 130 13쪽
25 제25화. 사대문 +4 24.08.21 4,894 13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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