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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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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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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제주도 푸른 밤

DUMMY

호텔에 돌아온 찬영은 술에 취해 곯아떨어졌지만, 율무는 잠이 오지 않았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박선호가 런칭하려는 플랫폼 <리걸틱톡>에 대한 기사가 꽤 있다.


녀석, 무슨 돈으로 사업을 시작한 거지?

그래도 사업장 얻고 직원 월급 주려면 돈이 꽤 들었을 텐데.

로스쿨 졸업 후 준비기간을 거쳐 창업한 지 1년 6개월 정도 됐다고 했지?


비상장회사이니 지금까지 투자를 얼마나 받았는지 외부에서 알 수가 없었다.

요즘 스타트업이나 청년창업에 지자체 지원금이나 정부 정책자금도 꽤 있으니, 그걸로 요모조모 버텼을 수도 있다.


일단 지금은 사장인 선호 포함 직원 세 명의 작은 스타트업, 플랫폼은 완성단계, 그렇다면 기업가치가 얼마나 되려나?

시드니, 시리즈 A니 시리즈B니 이런 건 잘 모르겠다.

투자 전에 현재 기업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면밀히 평가하는 게 일반적이겠지만, 일단 성장가능성은 믿고 가야지.

문제는 기업가치인데···, 일단 이건 선호와 이야기를 해봐야 알 수 있겠지?


하지만 변호사 입장에서 보면, 꽤 그럴싸해 보인다.

현재 온갖 중개플랫폼이 성행하는 가운데, 변호사업계는 변호사법이라는 강력한 존재로 인해 플랫폼이 원천봉쇄된 상태다.

시장이 작다고 해도 시장을 뚫기만 한다면, 최초 온리원이라는 상징성 만으로도 관심을 끌 것 같았다.

그리고 변호사회원만을 기준으로 보면 시장이 작다고 할 수 있으나, 소송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시장은 매해 커가는 중이다.


선호가 로스쿨을 다녔기 때문에 이런 플랫폼을 착안한 것으로 보이고, 율무 역시 선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다.


공익사건이나 무료법률상담과 연계할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선호와는 서울 가서 만나자며 번호를 교환했다.

선호는 찬영이가 죽는다며 말렸지만 계속 올레길을 걸을 거란다.


율무는 아까 선호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아직 런칭도 못했는데 이렇게 돼버렸어. 투자자를 못 구하면 계속 운영하긴 어려워.”

선호는 시름이 깊어 보였다.


“직원 월급은 줘야 하잖아. 난 월급도 안 가져가.”

“사무실은 어딘데?”

“공유오피스. 문주동이야.”

“런칭까진 얼마 예상해?”

“어차피 홍보도 온라인으로 할 거라, 3개월 이내를 목표로 하고 있어.”

“내가 한번 들러도 될까? 우리집에서도 가까운데.”

“너 의외로 한가하구나? 맘대로.”


다음으로, 내 재정 상태를 살펴보자.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사무실 정리하고 나니, 남은 건 지금 살고 있는 작은 아파트와 사무실 보증금을 포함한 현금 조금이었다. 지금은 아파트 가격이 꽤 올랐는데 당시에는 시세가 낮아서 상속세도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사실 돌아가시기 몇 달 전부터 사건수임을 거의 안 하셨더라.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위치로 봐서 아주 잘되는 변호사사무실은 아니었을 테지만, 그 정도로 신건이 없는 건 이상한 일이다.


아버지가 남긴 돈으로 나머지 학기 대학 등록금과 취직할 때까지 생활비를 충당했다. 로스쿨 6학기 등록금은 대출을 받았다. 취직하고 첫해에 대출을 다 갚았고, 이후론 돈 쓸 시간이 없어서 저축만 했는데, 지금 통장을 보니 3억을 조금 넘는다.


최근 몇 달간 들어온 인센티브가 꽤 많았다. 김대표님의 배려로 자기 사건 인센티브도 받았다.


거기다 변호사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2억까지 신용대출이 가능하다.

혹시 모르니 개업자금은 남겨놔야 한다.


수익모델이 있는지, 그리고 선호가 계속 경영참여할 것인지 엑시트할 생각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투자금을 유동적으로 결정해야겠지.


잠 못 이루는 제주도 푸른 밤이었다.


***


띠링!

울리는 문자를 확인한 박정수의 얼굴이 확 구겨진다.


- 박변호사님. 공판기일이 한 번 더 잡혔는데 잘 되겠지요? 불안해 죽겠습니다.


아내의 사촌의 사돈의 지인이라던가.

하여튼 건너건너 지인 부탁으로 수임한 사건이다.

자꾸 연락하는 게 싫은 건 아니다.

이래 봬도 박정수는 마구잡이로 사건 수임하고 나몰라라 사건을 내팽개치는 파렴치한 변호사는 아니었다.


다만, 이 사건의 전망이 영···.

검찰 옷을 벗은 후 완승에 오면서 이것저것 최대한 사건을 수임해서 실적은 좋았는데, 막상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 보니 승소하기 만만치 않은 사건들이 산재한 것이다.


흠, 이걸 차변호사에게 맡겨보면 어떨까.

다음 공판기일이 최종심리기일이 될 가능성이 높고 통상 2주 정도 후에 선고가 이루어지니, 다음 기일이 피고인에게는 마지막 기회라고 볼 수 있었다.


- 걱정마십시요. 다음 공판기일에 뵙겠습니다.


박정수는 문자를 보내고 차율무를 호출했지만, 직원이 받았다.


- 차변호사님 오늘부터 휴가입니다.


아, 맞다. 차변 휴가 갔지? 잘 다녀오라는 인사도 해놓고는 잊어버렸다.


“휴가가 언제까지죠?”


- 다음 주 월요일에 오십니다.


흠, 다음 주에 오면 조금 촉박할 수 있지만, 차변은 잘 해낼 거야.

박정수는 나름 합리화하며 다시 분무기를 들었다.


문이 벌컥 열렸다.

“아니, 누가 노크도 없이···.” 성질을 내려던 박정수가 입을 다물었다.


“나다,”

“나도.”

정주형과 구성회였다.


두 사람은 기어이 박정수 방에서 커피까지 요청해 마셨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는데, 박변호사 방 커피가 맛있어.”

“어차피 비서가 탕비실에서 에스프레소 내린 거거든요?”

“그래? 여기 피톤치드 때문인가?”

실없는 소리를 하며 나가질 않는다.


“근데 차변 말이에요, 그냥 이대로 둬도 되나?”

구성회의 뜬금없는 말에 두 사람은 뭔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렇게 소식이 느려서야. 사대문에서 차변한테 영입제안을 했대요.”


“뭬야?”

“네?”


“홍승표가 직접 만났다는데?”

“이런 망할.”


홍승표는 정주형의 사법연수원 동기였다. 검찰에 갔다가 일 년 만에 옷을 벗고 형사전문변호사가 된 정주형과 달리, 홍승표는 탁월한 성적에도 공직을 거절하고 대형법무법인에 입사해서 화제가 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잘 한 거지, 여우 같은 놈.

사대문 순혈로 경영전담까지 됐으니까.

가끔 연수원 모임에서 얼굴을 보지만, 여간 재수 없는 놈이 아니다.


“차변이 윤파마텍한테 오퍼받은 건 이미 이야기했지? 차변 오라는 데가 많아. 나 같으면 윤파마텍 간다. 젊은 애들이 얼마나 워라벨 중시하는데.”


“구변호사님은 안 바빠요? 이만 가보시죠. 우리 형사팀 이야기 좀 하게요.”

정주형 변호사의 말에, 폭탄을 던진 구성회는 알만하다는 표정으로 일어났다.


“그럼 대책회의 잘하세요.”


“아오, 저 인간 요즘 왜 저리 얄밉지?”

“형님,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차율무 어떡하지? 설마 옮기는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니겠지. 설마···. 지금 옮기면 사건 다 꼬여. 윤실장이 뭐라고 할까? 사대문과 공동대리하라고 했는데, 막상 차율무가 사대문에 가버려. 아이고. 임현식 사장님은 또 어떻고?”


“모르죠. 사대문에서 우리가 차율무 영입했습니다, 마음 풀고 돌아와 주세요, 하면 임사장님은 다시 가실지도.”


“사건이고 뭐고···, 난 차변 놓치기 싫다. 그놈은 지금 힘이 붙었어. 그 힘으로 어디까지 올라갈지 아무도 몰라. 변호사 생활 오래 했지만, 차변처럼 사건에 확신 갖고 밀어붙이는 변호사는 오랜만이야. 보통은 갈등하고 주저하고 고민하지. 내 일이 아니라 의뢰인 일이기 때문에 오히려 결정이 쉽지 않아.”


정주형의 솔직한 자기 고백이었다.


“솔직히 가람한의원 사건 뒤집을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 불러서 물어보니 그 녀석은 자신만만한 거야. 내가 그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게? 어차피 결과가 정해져 있다면 고민 안 하고 마음이라도 편한 게 낫다는 생각마저 했다니까.”


“지금 차변 써먹을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나가면 안된다구요. 계속 중요하고 어려운 사건들을 했으니 지치기도 했을 거예요. 기존 사건 재배당부터 합시다.”


박변호사는 차율무를 달랠 방법부터 고민했다.

“안 그래도 대표님도, 차변에게 중요 사건 위주로 배당을 다시 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니까.”


박정수는 얼마 전 찾아왔던 임현식 사장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거 모르지? 차변이 공판일 전에 우리집 찾아온 거?”

“아, 정확히는 우리집이 아니고 사건 도로를 보러온 거야.”

“내가 피고인신문 받으면서 화딱지가 나서 말을 막 하려다가, 차변이 고생한 거, 나한테 부탁한 거 생각하며 참았다니까. 나도 산전수전 다 겪어서 사람 보는 눈이 뜨였거든? 차변호사 보통 인물이 아니야.”


차변을 잡아야 하는데.

박정수가 생각에 잠겨있는데 정주형의 말이 들려왔다.


“난 요즘 사람의 인생이란 뭘까 되돌아보게 된다. 한 사람의 인생이 크디큰 파도를 타고 위로 위로 넘실 떠오르는 걸 보는 기분이 신기하고 어리둥절하고 대단히 조심스러워. 우리 같은 범부는 대세에 순응해야지”


***


- 차변, 어디야?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갑작스러운 이 문자는 뭐란 말인가?

율무는 눈살을 찌푸리며 핸드폰 액정을 눌렀다.


- 휴가 다녀와서 집에서 쉬는 중입니다.

- 잘됐네. 내가 그 근처 갈 일 있는데 잠깐 볼래? 장지동 맞지? 아직 식사 전이지? 그 근처에 괜찮은 중국집 있더라. 옥담화라고···.


율무네 집에서 아주 가까운 중국집이었다.

무슨 일이지?


- 알겠습니다.

- 고마워, 6시로 예약해 둘게. 식당에서 보자.


옥담화는 간판이나 붉은색과 녹색 인테리어를 보면 홍콩 현지 식당 같은데, 동그란 철제 탁자들이 놓인 걸 보면 동네노포집 분위기였다. 요즘 노포집 스타일이 유행이니 중국집도 이렇게 인테리어 했나 생각하며 멀뚱히 앉아 있다 보니, 정주형 변호사가 들어왔다.


“아이고, 우리 차변, 휴가 잘 보냈어?”


정변호사님은 휴가 전에 인사차 찾아갔더니 두꺼운 봉투를 휴가비라고 주셨더랬다. 돈을 받았으니 보고해야지.


“네, 집에서 좀 쉬기도 하고, 제주도 짧게 다녀왔습니다. 근데 너무 더워서 어딜 못 다니겠더라고요.”


“그렇지. 변호사는 이게 안 좋아. 법원 휴정기에 맞춰서 휴가를 가는데, 보통 휴정기가 휴가 피크때잖아.”


“그래도, 예측가능성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긍정적이라 좋군. 맞아, 휴가날짜는 딱 고정되어 있으니까 해외여행도 일년 전에 예약해 둘 수 있지. 근데 휴가 임박하면 꼭 사건이 터져서 못가. 크크크큭. 나도 몇 번 그랬어.”


두 사람은 편한 분위기의 식당에서 소맥을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이런 대화를 하려고 집 앞까지 오신 건 아닐 텐데.

대충 어떤 말을 꺼낼지는 짐작이 됐다.

김승표 대표한테 언질을 받은 거겠지.


“차변, 내가 들으니, 사대문과 윤파마텍에서 오퍼 받았다며?”

“아···, 뭐, 그렇긴 한데, 갈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 알코올에 이미 새빨개져 있던 정주형 얼굴이 확 밝아진다.

“그래, 내가 차변 믿었어. 근데, 혹시 독립할 생각도 있나?”


역시 김대표에게 언질을 받은 게 분명하다.


“차변, 완승이라는 이 좋은 집을 왜 벗어나려 해. 차변이 하고 싶은 거 완승 안에서 해. 내가 뭐든 서포트 해줄게. 진짜다?”


정주형은 아무 말 없는 율무를 보며 애가 타는지 소맥을 한 번에 들이켰다.


“소송총괄센터를 오픈할 거거든. 거기에 차변이 꼭 필요해.”

“변호사님도 센터로 가십니까?”

“당연하지. 내가 안 가면 누가 가? 근데 꼭 차변호사와 같이 가고 싶다.”


혹시 김승표 대표는 나를 설득하는 것을 조건으로 센터장을 제안한 것인가?


율무는 아무 말 없이 술을 마셨다.

정주형 변호사가 나한테 나쁘게 한 것은 없었지.

나 아니어도 형사팀보다 더 위로 올라갈 야망은 충분했고 능력도 있었다.

작은아버지 부탁으로 날 형사팀에 받아주기도 했지.

속물적이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다.


율무는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잔을 탁! 내려놨다.


***


완승 내부 통신망에 인사공고가 떴다.


............................................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공고]


형사팀 팀장 – 박정수 변호사

파트너 변호사 승진 – 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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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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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제43화. 대리전 +3 24.09.09 2,741 86 12쪽
42 제42화. 우당탕탕 별헤는밤 +2 24.09.08 2,800 92 12쪽
41 제41화. 대파전 +6 24.09.07 2,783 9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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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38화. 왕좌의 게임 +3 24.09.04 3,073 100 13쪽
37 제37화. YAS! +4 24.09.03 3,138 101 13쪽
36 제36화. 유해인도 +6 24.09.02 3,292 98 12쪽
35 제35화. 로열티 +2 24.09.01 3,428 103 14쪽
34 제34화. 여름이 떠났다 +8 24.08.31 3,512 111 13쪽
33 제33화. 배심원 +4 24.08.30 3,509 108 13쪽
32 제32화. 황소 +3 24.08.29 3,519 99 13쪽
31 제31화. 죽은채비빔밥 +2 24.08.28 3,598 99 13쪽
30 제30화. 죽도 +4 24.08.27 3,615 110 15쪽
29 제29화. 을의 전쟁 +4 24.08.26 3,794 107 13쪽
» 제28화. 제주도 푸른 밤 +2 24.08.24 3,892 109 12쪽
27 제27화. 다섯 가지 제안 +4 24.08.23 3,940 112 14쪽
26 제26화. 인과관계의 법칙 +5 24.08.22 3,931 115 13쪽
25 제25화. 사대문 +4 24.08.21 4,012 119 13쪽
24 제24화. 낭만과 역사가 있는 삶 +3 24.08.20 4,006 118 13쪽
23 제23화. 달콤한 제안 +3 24.08.19 4,125 117 14쪽
22 제22화. 이의있습니다 +2 24.08.17 4,184 1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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